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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38 『애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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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가장자리에 가장 먼저 걸려든 것은, 떨어지는 물방울의 소리였다.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리듬을 새겨, 조용한 방에 고동을 보낼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가라앉아 있던 의식이 깨어난다.

잠자고 있던 뇌가 활동을 재개하고 혈액 순환이 전신에 돌아가기 시작함을 신경이 느낀다. 몸을 비틀고, 신음을 내며, 몸을 일으키려――할 수 없다.


땅에 닿은 손발이 말을 듣지 않고, 차가운 바닥에 얼굴을 문지르는 이외에 다른 작업을 할 수 없다. 동시에 되돌아 온 오감을 의지해 주위를 찾으려고 해보면, 눈에 보이는 시야는 모든것이 어둠에 채워져 있는 것이다.


――양쪽눈 다 찌부러졌다!?


순간에 자신의 상태를 감안하여 성급한 답을 내지만, 그 결론에 전율하기 전에 얼굴을, 두 손을 바짝 묶은 압박감이 있는 것을 눈치 채고 그 결론을 포기. 즉시 분명히 눈가리개가 되어 있는 상태라고 판단한다. 늦게 그 상태의 이상함에 눈치챈다.

두 눈을 짜부러트리지 않았다. 대신 두 눈을 가리고 있는 이 상태. 덧붙이면 길바닥 같은 곳에서 손발을 굳게 매여있는 것이 원인이다.

가는 끈 같은 느낌이 손목, 발목에서 느껴져서 뒤로 묶인 손을 빼내는것조차 곤란했다.



「뭐, 뭐가……!?」


다행히 재갈은 물리지 않은듯 목소리는 평범하게 나온다. 하지만 말그대로 손도 발도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말만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입만 살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스바루를 이 상태로 만든 상대가, 이야기를 들어줄만큼 우호적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것 또한 사실.

처한 상황의 수수께끼와 주변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들을 전부 섞어 껴안은 채 스바루는 숨을 죽이고 생각을 달리게한다.


지금의 자신의 상태를 정리. 두눈, 가려져 있다. 손발, 묶여있다. 풀릴 것 같진 않다. 목소리는 나온다. 큰소리로 도움을 부른다? 묶은 상대가 오는 것이 고작. 주변에 구속을 풀 것은? 찾아 헤매기도 기어다니는게 곤란. 우측 머리 부분에 통증, 의식한 순간에 욱신거려와 존재를 주장하기 시작한 통증.



「머리의、통증……」



그 측두부의 통증을 의식한 것으로, 스바루는 의식을 잃기 직전에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떠올린다.

『사망회귀』한 후,묘소를 나와 로즈월에게 새로운 사실과 추측을 추궁하러 가서, 스바루를 지켜보고 있던 가필에게 맞아 이렇게 된 것이었다.

아니, 맞았다, 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압도적인 힘으로 밟혔다. 그의 단순한 견제의 일격에 머리가 으깨지고 그대로 죽음에 잠겼다고 생각했는데.



「죽었다고 한다면, 나의 상태는 『사망회귀』한 후 라는 일이 되는 건가……」



그것이 사실이라면 스바루의 재 출발점은 『시련』 직후의 묘소가 맞다. 로즈월 침실로 향하기 직전, 아주 짧은 시간에 퇴실한지 얼마 안된 방으로 영혼이 귀환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규칙을 적용한 『사망회귀』이다.
적어도이렇게 납치감금의 장면을 찍고 있던 일은 기억에 남는 한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의 흉내로 밥상을 뒤집어 아버지에게 완전 혼났을때 뿐이다.

아직 초등학생이었을 때의 시절의 기억이기에, 설마 그렇게까지 『사망회귀』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리스타트 지점에 변경이 없는 것이면, 스바루는 『사망회귀』 하자마자 이렇게 된 것이지만, 그런 일이 있을리가 없고, 나오는 결론은 하나――.



「죽지 않은것……인가」



머리에 남는 통증도 그렇고, 지금의 상황으로선 그 것이 사고가 닿는 곳이다.

로즈월에게 더 이상 없을정도로 난폭한 짓을 했다. 그 점을 감안하면 이렇게 처리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다. 무엇보다, 감정은 그것을 확신하지 않지만



「――네놈이 놓인 상황에 대해 파악이 빨라서 다행이군」



라고, 그렇게 스바루가 자신의 상황파악에 일단락을 붙인 것을 지켜본 것 처럼 위에서 목소리가 내려왔다.  고개를 들고 눈은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눈을 향한다. 그리고 목소리 톤에서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가필, 인가」


「그것도 정답이다. 머리의 상태가 정상인 것 같아 안심했다고. 조금 강하게 때려버려서 말야, 미안미안」



이름을 불려, 가필은 시야가 가려진 스바루에게 사과를 한다. 단지 그 목소리의 상태는 내용에 맞는 침통함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설마」라고 그는 말을 계속하여,



「가볍게 어루만질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쉽게 죽을 뻔 할 줄은 몰랐으니까. 에밀리아님의 기사라고 들었으니까, 조금 더 과대평가 해버려서 말야」


「기대에 못미쳐서 미안해. 나는 육체파가 아니라, 두뇌파에서 파는 타입의 캐릭터거든. ……여기.. 어디야?」



조롱섞인 가필의 농담에 대응해, 본제로 들어간다. 그 것을 듣고 가필은 코로 짧게 숨을 내쉬면서,


「안심해. 『성역』안이란 건 틀리지 않아. 단지, 대성당도 묘소도, 손님들에게 대여하고 있는 집도 아닌 곳이지만」

「감금할 방같은건 준비해 둔건가. 유비무환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시설을 준비하고 있다고……솔직히, 깬다.」

「취미가 나쁘단 건 만든 놈한테 뭐라고 해. 너라면 실제로, 직접 그 말, 말하고 올 수 있지 않냐?」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꽤나 불쾌함을 나타내는 가필. 그의 말에 스바루는 걸리는 것을 느끼고 얼굴을 찡글인다.


「직접 이라니, 무슨 뜻이야……?」

「그럴만큼 마녀의 냄세, 물씬 풍겨놓고 무죄라고 하는거 아니여. 묘소의 안에서 네놈은 만났을 터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냄새가 늘어나겠냐」

「묘소에서 만났다고……?」


가필의 말에 뭔가가 걸린다.
묘소. 『시련』. 그곳에서 만난 인물. 공백이 있다. 『시련』에서 부모님과 결별하고 마지막에 아무도 없는 교사에 가서 그곳에서――.


「마녀……!」



――에키드나와,  『탐욕의 마녀』와 만난 것이다.



위화감을 더듬어 상실감을 되찾았을 때, 스바루는 다시 에키드나의 존재를 뇌에 회귀한다. 그 감각은 이전 루프에도 있던 것으로 떠올린 지금에 와서는 어째서 다시 잊고 있었는지 이상하게 느낄정도의 특이점.

아마도 첫 만남시에 주어진 『조건』인지 뭔지가 작용하고 있는 결과 겠지만, 『사망회귀』를 해도 극복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놀랍다.

기억을 다시 가져오는 『사망회귀』는,  기억에 직접 간섭하는 류의 수법에 대해서는 유효하지 않다. 즉 스바루는 『사망회귀』를 할때마다, 에키드나에 대해서 망각하고, 떠올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마, 로즈월이 말한 '잊어버린 것'은 그건가……?


뇌에 마녀의 존재가 되살아 난 것으로 그것을 의식하지만, 그것을 결론으로 하기엔 조금 지나치게 경솔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녀와의 대화 속에서 상황을 타개할 만한 요소가 보이질 않는다.

로즈월의 말투로 보아 그가 스바루에게 기억나게 하고 싶어한  『무언가』는 그 자체로 로즈월의 읽을 수 없는 본심을 본의 아니게 흘린 것일 것이다.

물론 그것도, 그가 소지하는 완전판이라는 복음이 맞다면 말이다.



「입을 다물었단 건, 켕기는 일에 짐작이 간다는 것일까나」


「항상 떠들지 않으면 죽어버리는 여고생이 아니니까, 닥치고 생각 한두번 정도는 한다고, 나도. 지금은 조금 한두가지론 생각할게 부족하지만 말야」


처리할 일이 너무 많아서 스바루 한명의 뇌로는 뇌세포가 부족할 정도다.

에밀리아. 렘. 베아트리스. ――여성들의 이름이 즐비하게 늘어선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직접 한마디 해주고 싶기도 하고, 그 외에도 『성역』. 엘자, 로즈월의 진의,  『복음』. 

그리고



「가필, 인가」



그의 설득과 협력은 스바루가 그린 저택구제의 청사진에 필요불가결한 요소이다. 엘자 격퇴에 있어서, 그 이상의 전력을 스바루는 아마 준비할 수 없다. 그의 실력이 엘자전에서 든든할 것은 이 눈으로, 그리고 머리로 스스로 맛본 것 이니까.



「……나는 확실히 너에게 맞거나 차여서 머리가 깨진 듯 했었어, 그 부분은 어떻게 된거야?」


「핫. 잠깐 이야기해서 드디어 그 화제가 나온건가. 깨진 정도까진 가지 않았어. 움푹 파였을 뿐이야. 그 대로 내둬서 죽어도 곤란하니까, 약간 치료해 줬어」


「치료라니……누가?」


「그 장소에서 바로 그런 짓을 할수 있는 사람이 이몸 이외에 있어?」



목소리에 자존심을 세운 울림이 있어, 스바루는 무심코 말이 막힌다.
거칠고 촌스럽고 난폭한 가필이, 설마 치유마법을 수련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스바루는 묶인채 몸을 비틀어



「내 머리, 원래 모양하고 다르게 사각지거나 뾰족하지 않아?」


「다음에 부실 때는, 그런 형태로 되도록 손으로 잡으면서 치료해 줄께」



기막힌 한숨. 아마도 어꺠를 움츠리는 동작과 한 세트였을 반응을 얻고, 스바루는 자신의 몸이 적어도 빈사의 상태를 벗어나 있는 것만은 확인.
그렇게 되면 다음에 문제가 된 것은 그것을 한 가필의 의도지만,


「부신게 너니까 '고쳐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것도 틀린 것 같지만……너,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거야?」

「글쎄, 무슨 생각이라고 생각해?」

「상황으로 보고, 너 시점이면 그 장소에서 나를 때려눕힌 건 정당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해. 그것에 불평은 하지 않아. 열받아서 뛰어버렸다가 멈추게 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못할것도 아닌것도 산 같은 거니까」

「꽤나 복잡한 심정이잖아. 그 면상을 때려잡고 싶은 기분은 알겠지만 말야. 그 자식을 때려잡으면 곤란한건 할매들이라고」



로즈월에 대해서 각별한 심정이 있는 것은 가필도 같다. 무엇보다 스바루에게 있어서도 그에게 있어서도 그 감정에 맡겨 버릴 정도로 로즈월이라는 존재에 의존하는 부분이 적은 것도 아니다.

스바루에게는 이 세계의 후원자로서, 가필들에게는 『성역』 주민들의 관리자로서 필요하다.


단지 그것을 말하는 가필이 제일 먼저 언급하는 것이 류즈――심지어 『성역』의 주민들이ㅡ 생활에 대한 것이 정말같지가 않다.

동시에, 전 루프에서 프레드리카가 말한 친족에서 본 가필의 평에도 수긍할 수 있음을 느낀다. 실제로, 그가 누나와 밖으로 나가는 선택지를 고르지 않고, 『성역』에 남는 것은 남아있는 주민들의 감정을 배려했다는 것이었고.



「류즈씨들이 소중하니까, 그 생활을 지키기 위해 로즈월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아인취미』라고까지 듣는 그 녀석이 없으면, 주민들이 밖에 나갈 수도 없이 『성역』의 생활을 계속해야 할 수 밖에 없으니까」


「뭘 안다는 표정으로 창피한 상상하지 마. 누가 그런 감상적인 이유로 여기 있다고 하는데. 이몸, 밖에 나갈 수 없으니까 여기 있는 것 뿐이고……」


「혈연이 있는 프레드리카가 밖에 나갈 수 있는데, 너는 못나간다고 하는건가, 가프?」



전 루프에서 알게된 얼마 안되는 정보. 그 카드를 꺼내, 스바루는 가필의 태도를 엿본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반응은 스바루의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가혹했다.



「――읏!」



바람이 울고, 다음 순간 구르는 스바루의 머리옆에 엄청난 파열음. 공기의 폭렬소리가 울린다. 그것이 가필이 빠르게 발을 디딘 것이라고 뇌가 이해하기 전에, 다져진 땅이 깨어지고, 방의 모양이 바뀐다.


휘는 것처럼 땅이 활기를 띠어, 스바루는 작은 비명을 지르며 충격파에 날아갔다. 그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굳은 땅을 굴러, 굴러가는 기세가 떨어지기도 전에 벽에 들이받아 강제로 제지당한다,

뇌가 흔들리면서 등의 격돌에 폐의 안이 쥐어짜지고 부딪친 후두부가 심한 아픔을 호소. 콜록거리며 입에 가장자리에 침을 흘리는 스바루. 그 모습에,



「그 얘기, 누구의 입에서 들었어. 빌어먹을 자식. 쓸데 없는 말이나 하고 자빠졌어 프레드리카……아니, 그녀석이 그런걸 말할리 없어. 헤어질 때 남매의 연은 끊어졌으니까」


「그런거, 말의 표현이고 실제로 몸 안에 피가 끊어지는 게……」


「지금와서, 새삼스럽게 그것을 꺼낸 것에도 위화감이 있단거야. 사용한다면 사용하고, 좀 더 말 꺼내기 좋은 장면같은건 이외에도 얼마든지 있었어」



신음하면서도 말대꾸를 하는 스바루에게, 가필은 싫은 듯 날카로운 직감을 보인다. 마치 스바루가 몰랐던 사실을 눈을 뗀 순간에 알아서 왔다고 말할정도다.

무엇보다 그 예상은, 빗나가기는 커녕 딱 들어맞는 추측인데, 거기가지 도착하기까지의 사고가 직선길이다.



「설마……너도……인가?」



――그 가능성이 떠오르는 순간, 스바루의 목소리는 떨림을 감출 수 없게 되었다.



「――――」




주어 없는 스바루의 질문에 돌아오는 것은 섬뜩한 침묵 뿐.

시간 단위로 보면 몇초였을 그 침묵이, 지금 스바루에게는 무한하게 느껴졌다.


대답이 없다. 왜 말하지 않지? 지금 스바루의 질문은 너무나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고, 걷어차기 하나라도 처 박는 것이 낫다. 그런 단락적인 반응이 있다면 아직 스바루는 그것에 매달릴 수 있다.

그런데,



「이몸도……말야」



높은 구두 소리. 석조 바닥을 두드리는 가필의 발소리가 접근하고, 스바루의 곁에 그가 쭈그리고 앉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루 위에서 목만 들어올린 스바루, 아마 그 바로 근처까지 그는 얼굴을 대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보여주며,



「왜 그렇게 생각 했어, 아→아↗[각주:1], 어이?」


「그 꺼림직한 예감을 불러키는 듯한 말투 그만둬. 알지도 못할 얘기 하고 있잖아, 나? 팟 하고 아얘, 부정해줘도……괜찮다고?」


「그런 울거 같은 목소리로 말해도 말야」



호소어린 스바루의 바램을 흘려보내며, 가필은 모르쇠 목소리로 말한다. 그의 확실치 않은 대답에 초조해진 스바루. 그 속내는 이미 엉망이다.


감이 너무 좋은 가필에게 부정을 바랬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은 스바루의 머릿속 예감을 뒷받침 하는의미심장한 말들.

베아트리스, 로즈월과 지금가지 아군진영으로 간주해온 상대가 차례로 『복음』을 들고 있는 장면을 보며 온 거다. 지금 스바루에게 있어서 세번째 인물이 나타났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너도, 알고있는게 아닐까……!」


「――아, 그런건가. 어디서 들켰던 거지」


「――!?」



경악에 목이 막혀, 스바루는 막힌 시야 안에 가필을 그린다.

목소리, 노곤한 한숨. 모든 것이 지금까지 스바루가 알던 그의 모습에서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멋진 듯한 말을 남기는 그는 거리를 바꾸지 않은채,



「놀란 것 같지만, 신기할 거 없어. 이몸『성역』에서 계속 살고 있는 주민으로, 긴 시간동안 지내왔어. 기회도, 한번이나 두번정도는 있었겠지」


「하.. 지만 ……너... 너는 『마녀』가 싫었을 텐데. 그렇게 과잉반응할 정도……인데」


「아. 그거구나. 『마녀』는 싫어하고, 마녀의ㅣ 냄새를 풍기는 네놈도 의심하고, 반마인 에밀리아님도 좋은 눈으로 보고 있진 않아. 하지만, 그걸 말한 게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적어도 이몸이 알고 싶었던걸 알았다는 건 사실이니까」


「알고싶었던, 것이란게……」


「――그걸 네놈에게 가르쳐줄 이유는 없어. 그야말로 네놈에게 물어보지. 이런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도 모르니까」



내뱉는 듯이 말하고, 가필이 일어서는 기색. 그리고는 스바루의 곁을 떠나, 아무래도 이 감금방의 출구――문에 손을 댄 것 같았다.

나무문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며, 스바루는 떠나는 가필에게 「어이!」라고 말을 건다.



「기다려봐 ……나.. 나는 어떻게 되. 라고 하기보다 어떻게 되었어?」


「로즈월놈이 죽을뻔했는데 태평하군. 일단 결과가 나올때까지 네놈은 구속하고 연금한다.」



연금, 이란건 최근에 들은 단어. 그것도 로즈월의 입에서다. 그가 있었을 상태에, 그를 폭행함으로 스바루가 빠지는 것은 빈정거림에 너무 잘걸려들었다.

끽소리도 내지못하는 스바루에게, 가필은 코를 울리며,



「밥은 아침 저녁, 제공하지. 이상한 짓 흉내도 내지 말라고. 이몸도 확실히, 사용인들 옆에 있을까니까 말야」


「그런 걱정을 해주고……지금은 하고 있지 않잖아! 그것보다 결과? 결과라고 했지? 결과란게 뭐야? 무엇을 기다려……?」


「'결과'라고 말하면 당연하잖아」



스바루의 질문에 가필은 이번에야말로 깔보며 말하여,



「――에밀리아님의 『시련』의 결과야. 네놈이 저지른걸 들고나서, 그 보상인가 뭔가라는 이유로 더 열심히 하고 있는 거야.」




※※ ※ ※ ※ ※ ※ ※ ※ ※ ※ ※ ※




――가필이 퇴실하고, 혼자 감금실에 남은 스바루는 생각의 바다에 빠졌다.


퇴실 직전에 가필이 남긴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스바루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 에밀리아는 분발해서 『시련』에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성역』의 해방이 되면, 공적으로 스바루가 저지른 비리를 은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같다.

에밀리아다운, 스바루를 전혀 의심하지 않은 생각이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



격앙했지만 적어도 진심으로 스바루는 로즈월의 목을 졸랐다.

이 두손으로 인간의 목을 꽉 쥐고, 단련한 악력으로 숨구멍을 막고, 목을 꺾어 절명시킬려고 힘을 들인 것이다.


뒤로 손이 묶여 자유롭지 않은 양 팔이지만, 자신의 손가락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순간의 격앙을 잊어버리면, 손 안에 남는 것은 타인의 목숨에 위협이 된 어두운 열의 여운 뿐. 텅 빈 위장에서 구토감이 북받친다.

하물며 그 살의가 향한 곳이 친밀한 인물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젠.. 모르겠어……」



대체 이제, 누구를 믿고, 뭐를 생각하고,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아무것도 모른다.


베아트리스의 입장은 무엇인가. 그녀가 가지고 있던 『복음』은. 보낸 나날들은.

로즈월은 뭘 생각하고 있는걸까. 놈이 가진 완성된 『복음서』란. 그는 스바루에게 무엇을 떠올리기를 바라는 것인가. 이해할 수 없는 그 진위는.

에밀리아에게 『시련』을 돌파시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아니, 애초에 그녀를 『시련』에 향하게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이젠 시작조차 정답인지 알 수 없다.

가필의 의혹은, 그가 『복음』을 가지고 있는건가. 그의 협력없이 엘자의 격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망회귀』할 때마다 악화되는 관계에서 어떻게 그를 저택까지 데리고 나갈 수 있을까.

엘자의 습격을 어떻게 격되하거나 대피할까? 왜 첫번째와 두번째의 습격일자에 변화가 새긴 것인가. 왜 그 살인자는 알 리 없는 탈출로를 알고 있었는지. 엘자의 고용주는? 격퇴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절대로 그 여자는 용서할 수 없다.


그 밖에도 『성역』의 성립과 그 목적. 남겨진 『시련』의 개요, 『시련』 그 자체는 왜 존재하는가. 묘소에 잠든 에키드나의 목적, 다시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전 루프의 마지막, 아무도 없었던 『성역』에는 무슨일이 있었던 건가.

마지막 순간, 스바루를 죽이고 탐한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하나도……답이 나오질 않아」



빙글빙글빙글하고 머릿속에서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가 끝없이 돌아간다. 아플정도로 조여진 눈은 시각을 봉인된 그대로. 세계를 인식하지 않는 한, 인간은 자신의 안쪽밖에 질문할 곳이 없다.

그 자신이ㅡ 내부에 수수께끼와 의심밖에 남아있지 않으니 결국은 속수무책.

그리고 스바루를 책망하는 것은 풀리지 않는 의혹 뿐만 아니라. 이렇게 대답이 나오지 않는 걱정거리에 잠겨있는 동안에도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조바심이다.


눈을 막힌 상태에서 확실한 것은 말할 수 없지만, 스바루의 체감상으로는 이미 로즈월의 목을 조른 밤부터 하루는 지났을 가능성이 높다. 어두운, 아마도 숲속에 있는 은신처같은 건물에 감금되어 있는 것이라고 가늠하지만, 광원이 들어오지 않는 것을 염두에 두더라도 쌀쌀함이 돋보이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낮 기온과 비슷해도 춥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기 보다는, 일몰 후의 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건설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이 밤이라고 추측하면 자연스럽게 최소 하루의 경과는 밝혀진다.


이세계 소환 이후 수많은 부상, 열상, 중상을 입고온 나츠키 스바루이다. 그 정도로 맞은 부상의 치료에 걸리는 시간 또한 이 몸으로 체험해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스바루의 경험상 머리의 절반을 찌그러뜨리는, 혹은 부수는 피해는 부수는 행위는 분명히 치명상이며, 페리스 없이 생명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가필의 솜씨가 상당히 좋았다'라는 것이겠지.


기본, 죽어있지 않다면 치유사의 실력에 달렷지만 대부분의 상처가 아무는 세계이다. 그러나 부상의 정도가 심하면 심할만큼 당연히 치료에 걸리는 부담이 크다.

육체피로와 회복에 사용되는 체력. 그것들을 감안하여, 이번에 스바루의 상처는 치료가 시작된지 수시간, 즉 같은날 밤에 회복된 것을 실감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십중팔구, 하룻밤 경과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추론을 뒷받침하는것은



「배… 고프다……」



계속 자고있어서 아무것도 넣지 않은 텅 빈 위장이 아플정도로 울려대며 존재를 주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 ※ ※ ※ ※ ※ ※ ※ ※




시간의 경과가, 판연하지 않은 시간의 흐름이, 스바루의 정신을 마모시킨다.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스바루의 구속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 끝없이 감금실에 방치된 채 시간이 경과하고 있었다.



「――――」



공백이 많음에 스스로 초수를 세고 시간을 생각하려고 시도하지만, 한시간도 세기전에 감각이 꼬이기 시작하고, 이윽고 마음이 꺾여 체념으로 바뀐다.

시간을 알았다 해도 지금와서 뭐가 된단 말인가. 그도 그럴게



「이제, 무리겠지……」



이미 여섯번, 스바루의 아래에는 식사가 옮겨져 있다. 아침 저녁으로 두번. 그것이 정시에 이루어지고 있다면, 이미 사흘이 경과한 것이다. 스바루가 꺠어난지 사흘 ―― 그것은 즉 『성역』에 도착한지 닷새째 이후를 맞이한 셈이다.

오늘 아침 『성역』을 떠나 저택에 도달해도, 엘자의 습격날짜를 맞추기는 아슬아슬한 것이다. 그 지점을 넘어버린 시점에서 데드라인은 이미 지났다.


원래 이번 회의 경우, 스바루는 최초의 시점에서 단추를 잘못 끼고 말았다.

로즈월을 적대하고, 참지 못하고 달려든 것이 후회해도 부족하다. 그곳에서 감정에 맡기지 않았으면, 스바루는 좀 더 로즈월에서 일의 확신을, 무엇보다 가필과의 관계를 악화시켜 이렇게 갇힐 일도 없었다.


떠오른 감정의 열기에 몸을 맡긴 결과가 이렇게 지금 애벌래의 모양이다.

해야할 일을 하나도 이루지 못하고 지키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것도 이루지 못한채, 한심한 꼴을 들어내고, 시간이 가까워지는 것에 떨고있다.

그래서 스바루는 이미, 이 『회차』를 포기하고 있다.



「――꽤나 대단해 졌네, 어이」



스바루가 저지른 실수를 이유로, 저택에서 일어나는 참극을 막을 수단은 없어졌다. 그것은 즉, 저택에 있는 네명의 생존의 절망을 의미한다.

렘을, 페트라를, 프레드리카를, 베아트리스를 스바루는 알면서 죽게 냅둔 것이다.  그짓을 한 로즈월을 그토록 시끄럽게 규탄한 주제에.



「……쓰레기구나, 나. 죽어버려」



죽고싶다. 리스타트 지점에 변경없이, 다시 시작한다면 스바루는 그날 밤으로 되돌아가, 다시 도전할 수 있다. 더구나 무엇부터 손을 대야할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 변화는 없지만, 이 꼴 사나운 추태에 비하면 훨씬 괜찮은 것이다. 훨씬 더 괜찮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무엇 때문에……」



포기하는 것을 허락하고 입술을 베면서 끝을 지켜보기로 결정하는 건가.


저택의 구출이 불가능하다, 이번 회차의 『죽음』을 피할 수 없음을 판단한 스바루는 즉석에서 자살해서 『사망회귀』해――보이는 일은 없었다.

물론 상황은 최악, 이대로 살아봐야 스바루에게 있어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공허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사망회귀』를 사용해 세계를 되감아, 최선의 미래를 쟁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될 뿐이다」



적어도, 스바루가 없어진 뒤 『성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여섯째 날을 넘은 『성역』에 무슨일이 일어날 것인지, 그것만은 확인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 스바루는 목이 쉴 정도로 외치며 어금니가 깨질정도로 이를 악 물고, 그럼에도 여전히 닿지 않는 집에 대한 미련을 삼키며 이번 회를 포기했으니까.


지금이, 5일 째라면, 내일 무엇인가 일어날 것이다.


이 사흘동안, 이 감금실에는 정말로 가필과 사용인들만이 방문했다. 사용인이란 사람은 과묵하고 가필의 지시에 말없이 따를 뿐, 사람 됨됨이는 알 수 없었다. 단, 움직일 수 없는 스바루의 몸을 닦고, 음식을 먹이는 손놀림에서 여성이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일거수일투족을 보여지는 환경에서 더이상 탐색할 틈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가필의 협력자로 생각되는 인물의 신원도 모른다.


하지만 스바루를 도우려 분발한 에밀리아가 찾을 수 없던 곳이다.

아마도 정말로 가필들의 비밀의 장소이며, 발견은 고사하고 스바루 측에서 구조신호를 보내기도 어려운 장소인 것이다.

원래 가필과 로즈월 사이에 스바루를 연금하는 형태로 이야기가 정해진 이상, 벗어나도 아무 의미도 없지만.



「에밀리아가 나를 돕기 위해서 『시련』을 돌파할 수 있다면 만만세지만……」




반대의 상황이라면, 자신감을 갖고, 스바루는 에밀리아를 위해서 『시련』을 넘어설 것이다. 그러나 에밀리아 측이 스바루를 위해 『시련』을 극복할 비젼은 아무래도 떠오르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가 거기까지 그녀의 동기부여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 자신에 대한 과소평가가 심한 스바루의 생각이다.

실제로 이 3일동안에 희소식이 날아들지 않는다는 것은 에밀리아는 그동안의 루프와 마찬가지로 도전하고 도전해도 『과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즉, 상황은 저택도, 『성역』도, 스바루도, 에밀리아도, 갈곳이 없는 패배자집단도. 전에 가필이 스바루에게 고함치며 말했던, 그 자체였다.



「역시、내가……」



――어떻게든 하지않으면 안된다.


에밀리아도 저택도, 『성역』도, 발생하는 문제들 모두를 이 손으로, 이 몸에 주어진 단 하나의 무기로 넘어보인다.


조용한 결의.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만이 스바루를 살려놓고 있었다.

길고 긴 생각의 시간에서, 몇번이고 도달한 결론. 이미 양 손가락으로 헤아리기에 모자랄 정도로 본 자신의 마음에 동의하고, 스바루는 단지 시간을 기다린다.


――상황이 갑자기 움직인것은, 자는 몸을 흔들어진 감각을 느낀 후 부터였다.



「――음」



누군가가 어꺠를 잡고 흔들어 꺠워서, 스바루는 얕은 잠에서 현실로 돌아온다.

입가에 침이 흐르는 기색. 손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어깨로 닦는다는 행위는 상당히 상체에 부담스러운 행동이지만 익숙해져 나가고 있으며 젖은 입가를 닦고선,



「누구……냐」



쉰 목소린 것은, 자고 일어난지 얼마 안된 것과 소리를 질러댄 것이 이유다.

이미 절규로 목을 망가트리는 것도 약속이고, 피를 토하는 통증을 거의 무시하고 지낼 수 있게 되어 좋지는 않다.


그 스바루의 부름에 일어난 인물은 짧게 한숨. 그리고,



「한창 주무시는데 실례합니다만, 움직일 수 있으신가요? 나츠키씨」


「아?」



들려온 목소리가 스바루에게 너무나 의외의 인물이었기 때문에, 스바루는 순간적으로 바보같은 소리를 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상대는 그 스바루의 놀라움을 잠에서 덜 깬 것으로 착각했는지 「곤란하다구요」라고 조용한 목소리로 이쪽의 뺨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때리며



「이쪽도 위험한 다리 건너서 구조하러 웠는데, 기합넣어주세요. 이런 곳에서 끝나는거, 서로 사양이잖아요」



라며 스바루를 구속하는 수갑과 족쇄를 칼로 자른다. 오랜만에 자유로워진 손발, 그 느낌을 확인하면서도, 스바루는 거칠게 안대를 벗기며



「우와, 손도 다리도, 눈조차도 아파 보이네요」



희미하게 일그러진 시야속에 판연하지 않은 형태로 싫은 듯한 얼굴을 하는 남자가 있다.


왜 여기 있는지 모르는 인물, 오토 스웬의 깜짝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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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깡패들이 아앙↗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본문으로]

천재보다는 범재

-현역복무중- 취미로 ncode.syosetu 번역합니다. 趣味でncode.syosetuの翻訳をしています。 판권관련 문제는 sametim17@gmail.com으로 연락주시길. なにか問題があるならsametim17@gmail.comにご連絡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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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번역중 디씨에 있던 것은 여러개로 분할되어 있어서 '목록'에 하나의 링크로 걸기 깔끔하지 않아서 그냥 하나 더 글을 쓰기로 하였습니다.

글 순서를 깨지만 목록은 제가 따로 관리하고 있으니 별로 상관 없을 것이라 믿습니다.


http://gall.dcinside.com/m/rezero/1201

http://gall.dcinside.com/m/rezero/1202

http://gall.dcinside.com/m/rezero/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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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보다는 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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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37『최초의 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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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와 같은 탁류의 소리가 들린다.

격렬한 물소리. 위에서 아래로 중력에 따라서 흐름을 타 물보라를 일으키는 폭포.

귓가에서, 혹은 두개골 안쪽에서 울리는 끝없는 굉음에 뇌를 흔들면서, 스바루의 의식은 상실에서 각성으로 이끌려간다.

빛이 보이고, 그리고선――.



「――아、후」



목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있고 호흡의 리듬에 차질이 생겨 스바루가 구역질을 한다.

뱉는 것과 들이 마시는 것, 규칙적인 호흡의 간격이 애매해져 산소를 잃은 몸을 팔딱거리며 떨고, 침을 흘리면서 스바루는 눈을 떴다.



「가흣、아핫!」



지면에 옆으로 엎드린 자세. 땅바닥에 팔을 짚고 큰절을 한 자세로, 스바루는 오른팔을 가슴위에 대며 아픈 폐를 진정시키듯 호흡을 반복한다,

통증이 물러가고 갈곳을 잃은 침을 입에서 뱉어버리며, 몸이 진정되자 산소도 머리에 돌아오며, 한숨을 돌린다.―― 그리고 떠올렸다.



「으아아, 아아!?」



자신의 가슴에 구멍을 열고, 몸의 내용물이 모두 밖으로 빠져나가는 듯한 상실감을.

가슴에 대고 있었던 손바닥으로 자신의 흉부를 만지고, 거기에 상실감의 원인이 된 구멍이 없음을 확인해 전신의 경직이 일단 사라진다.

경악에 손발이 저리는 듯한 느낌을 맛보면서, 스바루는 땅에 이마를 문지르며 마찰해, 쓸리는 아픔에 자신의 육체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뭐, 가……최후……」



지면에 쓰러져 엎드린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 같은 구멍에서 혼이 밖으로 빠지는 듯한 느낌의 끝의 감각이 확실히 있었따. 하지만 , 스바루의 육체를 좀먹는 상실감의 원천은 그게 아니다. 진짜 공포는 그 직후, 죽음에 도착해, 그리고 죽음으로 이끌기까지 많지 않은 목숨의 불씨인 것이다.

의식조차 모호하고, 기억도 어렴풋하지만, 그것만은 똑똑히 기억한다.


 ――무언가, 정체 모를 무엇인가에 『먹혔다』는 것만은.



「차.. 참살, 박살, 동사, 추락사 등 여러 사인이 있었지만……무... 뭔가에게 최후에 먹히……먹힌 것은, 처음이……다」



말로하여 다시 자신의 육체가 마지막으로 어떻게 된 것인지를 의식하고 공포심이 생긴다.

직접적인 사인은 이 가슴의 구멍에서의 출혈사이며 『죽음』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실제로 맛본 것이다.

자신의 육체가 무엇인가에 먹히는 실감은, 그만큼의 상실감을 수반하는 것인가. 실제로 손가락이나 다리를 잃은 경험이 있는 스바루이지만, 그것들과도 선을 긋는 혐오감이――,



「손가락……!?」



거기까지 생각하고, 갑자기 스바루는 자신의 머리의 혈액순환이 나쁜것에 대해 분노를 느꼇다.

『사망회귀』가 발생한 것은 이미 의심의 여지가 없다. 『죽음』의 실감을 기억한 다음 현재이다. 나츠키 스바루 만큼 이 세상에서 『죽음』에 조예가 깊은 존재는 없다. 그것은 확실하다.

불확실한 것은 죽은 스바루가 어떤 시간 축 으로 돌아왔는지이다.


만약, 만일, 모든것을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리스타트 지점으로 되어있다고 한다면, 스바루의 각오와 다짐이 갈곳은 어디로――.



「아……」



충혈된 눈을 주위에 돌려, 자신의 위치 정보와 현재의 시간을 확인하려고 할안이 된다. 하지만 안색을 바꾸어 급해진 스바루를 만류한 것은, 이마에서 타는 땀을 격렬하게 손으로 닦았을 떄 손가락의 감각이다. ――잃어버렸던 순가락이 3개, 오른쪽 손바닥에 확실히 붙어있다.



「손가락……있음. 이란 건」



확인하듯이 들어올린 오른손을 손가락에서 팔꿈치로 시선을 떨어뜨린다. 손목을 지나 팔꿈치를 지나 팔에 도착할 떄까지 결손은 커녕 상처도 보이지 않는다. 물론, 마수 소동 떄의 상처는 하얗게 지금도 남아 있지만, 그것과 이것은 다른 이야기다.

팔의 안전을 확인하고, 이어서 스바루는 어꺠와 허리――각각 엘자의 투척을 받은 부분을 만져서 확인. 피부가 벗겨진 감각도 없이, 그것들을 가지고 스바루는 자신이 적어도 엘자와의 접촉 전으로 돌아왔다는 사실만은 확신, 안도에 쓰러질 것 같아진다.



「일다……일단, 은」


불행 중 다행으로, 죽은 위에 절망을 덧칠하는 듯한 상황에는 마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 안도에 탈력감을 얻은 스바루는 눈을 가리고, 자신의 악운에 감사한다. 그리고 문득, 시선을 옆으로 돌려서 꺠달았다.


――어두운 방 구석에서 고통스럽게 몸부림 치는 에밀리아의 모습이 있는 것을



「에밀리……아」



순간적으로 그 몸에 뛰어들며, 스바루는 자신과 그녀가 있는 곳이 곰팡이가 가득한 어두운 움막이라는 것을 꺠달았다. 그리고 스바루와 그녀가 단둘이 그런 시간을 보낸 경험은, 하나 밖에 없다. 즉



「리스타트 지점, 변화없음……!」



『시련』 돌파 직후의 묘소――그것이 이번에 죽은 스바루가 되돌아, 아직 아무것도 얻지 않은 대신, 아무것도 잃지 않은 장면이었다.




※※ ※ ※ ※ ※ ※ ※ ※ ※ ※ ※ ※



――아직, 모든 것을 처리할 수단은 분명 남아있다.

자신이 어디에 돌아왔는지를 확신한 스바루의 뇌리를 스친 것은, 방금전 자신의 최후의 순간에 떨던 사람 답지 않게 긍정적인 생각이었다.

현재는 『성역』에 도착하고 나서 둘쨰날 밤. 첫번쨰의 루프와 마지막 루프, 그 정보를 가미해 조건 및 이벤트 내용을 정리하고 해결 방법을 모색한다.
더이상 연례행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항상 살벌한 내용이지만, 처음엔 손을 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고생하고 있는 그 머리를 안고 있는것도 그것들을 비롯해서 항상 있던 일이다.



「하지만, 이번엔 지금까지 처럼 하면 안돼」



여하튼 아무래도 아직 스바루를 둘러싼 루프의 전모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그리고 알기 쉬운만큼 명확한 위협에 대해서, 아직 유효한 해결책의 실마리도 찾지 못한 상태다.
현재, 명확한 위협에 순수 전투력으론 대항할 수 없는 엘자. 사람의 손으로 저항 하는 수단이 통용하지 않는 이상, 그 복잡함은 페텔기우스를 능가할지도 모른다
로즈월 저택에 습격을 걸어오는 그녀에 대한 대처는 아직 가장 중요한 안건인 것에 변함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분명 그것만으로는 끝나지 않고,



「전 회에 마지막……『성역』이 비어있던 것은 어째서……」



베아트리스의 손으로 『성역』까지 전이당한 것도 수수께끼지만, 그 뒤에 아무도 없던 『성역』은 그를 훨씬 상회한다. 그토록 안을 뛰어다니고, 소리지으며 돌아다녔는데 반응은 제로.

그리고 묘소에 대답을 구하러 향하자 스바루를 덮친 마지막 재앙.


자신의 가슴에 구멍이 뚫리면서, 스바루는 거것이 무엇에 의해 초래된 상처인지 전혀 모르는 채 죽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생생한 그 상처를 떠올리며 살아나는 것은 고통과 공포 뿐이다. 거기서 얻을 만한 것은 없다.


도대체 무슨일이 그때 『성역』에 일어났던 건지. 스바루의 몸에 일어난 일은 뭐였는지. 베아트리스의 의도는. 그리고 에밀리아는――,



「……거짓말이지?」



거기까지 생각하고 스바루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의 모순에 경악하고 얼굴을 굳혔다.


지금까지의 상황정리, 중요하다. 앞으로의 목표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플랜의 수립, 그것도 중요한 것이다. 흩어진 정보를 모아 형태를 만들어, 추구하는 미래에 닿게하는데에 일조하는 것, 그것이 우선해야할 행동이겠지만.



「――――」



하지만 그것은, 눈앞에서 지금 악몽을 꾸고 있는 에밀리아를 소홀히 하면서 해야하는 일인가?



「나... 는」



『시련』을 받음으로서 지금의 고통에 시달리는 에밀리아. 과거가 그녀에게 지운 십자가가 그 무게로 육체를, 영혼을 심하게 괴롭히고 있다.

그 고통의 시간은 오래 지속되고, 그리고 위안을 얻는 일도 없이 끝나버린다.


스바루는 알고 있다. 그것을 받으며 그녀가 얼마나 슬퍼하는지, 얼마나 마음을 약하게 하는지.

그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녀를 대신하여 『시련』을 해낼 각오마저 정했다. 모든 장애물을 모조리 베어내어 그녀의 다니는 길을 다듬어 주려고 고심했다.


그랬을 터인데, 지금 스바루는 그녀의 고통을 보면서 안도한 것이다.

자신이 돌아온 시간이 그녀가 고통받는 지금이라서 다행이라고. 그리고 그 고통의 결말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고난을 외면하며 자신의 안위를 우선했다.


그것을 이해해버린 순간, 스바루는 자심이 몹시 추한 존재로 떨어진 것을 의식했다.

소중한 사람을 앞에 두고, 그 여자아이가 참기 힘든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 고난으로부터 눈을 돌리고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어리석음을.

그것은 스바루에게 있어서, 타기해야 할 추악한 약함 그 자체였다.



「어쨌든……」



죄책감과 자신의 마음의 모순에 시달리고 있을 틈은 없다. 한시라도 빨리 에밀리아를 깨우고 이곳을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은 밖에서도 있다. 그녀의 고통을 연장시킬 이유가 없다. 게다가――,



「일이 이쯤 되면 더이상 이야기를 안 물어볼 수가 없는 놈이 있으니까」



지금까지의 너무 물렀던 자신의 태도에 화가난다. 사태의 핵심에 관여하고 있는 인물이 있으면서 어떻게 애매한 자세로 얼버무려 온 것인가.

그 결과가 저택의 참극이며, 『성역』의 불합리한 죽음의 결말이다.

이대로 스바루가 작아진 상태에서 얻을 수 있는 미래가 그런 형태로 방문한다면――,



「뭘 해서라도, 덮어 씌워 주지」



그렇게 말하면서 에밀리아를 꺠우려고 손을 뻗는다.

그 스바루의 옆모습이 참을 수 없는 격정에 걸려 일그러진 것은, 스바루자신도 모르고 있었다.




 

※※ ※ ※ ※ ※ ※ ※ ※ ※ ※ ※ ※





「――넌 대체 무엇을, 어디까지 알고 있냐, 로즈월」



문을 열고, 입을 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스바루를 보고 침대에 누워있던 로즈월은 눈을 가늘게 떴다. 좌우 다른 색깔의 눈에 자신이 비치는 것을 보면서, 스바루는 망설이지않는 발걸음으로 실내에 발을 들이며, 거칠게 문을 닫고 지금의 심정을 단적으로 표현한다.


――『시련』에서 돌아온 에밀리아를 간호하고 묘소에서 나온 스바루는 그녀를 재우기 위해서 류즈의 집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람에게 에밀리아의 간호를 맞기고 그녀가 일어날 때까지의 시간을 '깨부셔 주겠어'라며 거절하고 로즈월이 요양하고 있는 건물까지 온 것이다.


집을 떠날때까지, 무언으로 스바루를 노려보는 가필의 존재가 불안요소이긴 했지만 다행이 그가 길에서 걸어오는 일은 없이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것들의 경계심들도, 이렇게 로즈월을 시야에 넣은 직후 완전히 무산됐지만.



「흐ー음」



그런 진정되지 못한 스바루를 올려다보며, 로즈월은 감개무량한 한숨을 한번. 그리고 그는 세운 손가락을 정면의 스바루를 향해서, 그 끝을 흔들면서,




「아ー까하고는 다르게 꽤ー나 화나 있네. 조ー오은 징후다」


「얼버무리지마. 그리고 장난에도 농담에도 어울릴 마음의 여유가 지금 나에겐 없다고. 실력행사도 불사한다, 그런 각오다.」



어디까지나 편한 자세의 로즈월에게 이를 악물며 말하면서, 스바루는 침대  바로 옆에 서서 침대에 손바닥을 올렸다. 그리고, 아주 가까이서 그 광대를 쳐다보고,



「지금, 『시련』을 받고 돌아온 참이다. ――듣고 싶은 것이, 산만큼 있으니까」


「……그런, 가. 네가 『시련』을. 그렇구나. 그렇군, 그ー러어쿤ー」



스바루의 체감시간에서 보면 부모님과의 결별을 맞은 『시련』 자체의 경험은 이미 며칠 전의 감각이지만, 실제론 그 경험은 겨우 수 십 분 전의 일. 그리고 그 『시련』이야기를 할 때, 로즈월이 어느정도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세번째 경험이었다.


한 번은 본 적도 없는 찰나동안의 격정. 그리고 두번째 세계에서는 어느정도 냉철히 받아들이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적막감 같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감상을 내비친게 사실이다.

세번째인 이번엔,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이나. 스바루에게 있어선 첫번째 세계의 격앙, 그것이 바람직하다. 아무리 로즈월이라도 분노에 지배되고 있을 때 정도는 그 말도 미끄러지기 쉬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스바루의 바램과는 다르게, 로즈월은 그 입가에 아주 작은 미소를 새기며,



「그ー으럼, 내쪽에서 질문하나만 하자」


「하? 뭐라고 한거야? 니가? 질문? ……너무 까불면 진심으로 화낼꺼야, 이 자식」


「너의 분노가 정당한 것은 아ー알고 있지. 그걸 알고 나서의 질문이다. 그것이 나의 뜻에 부합된다면…… 협력을 아낄 이유같은건, 어ー어디에도 없으니까 말이ー아」


「그 질문에 답한다면……아니, 역시 멈춰봐」



분노를 곱씹는 스바루에 제안이라도 하는 듯 한 로즈월. 순간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이려고 하자, 스바루는 즉시 판단을 각하. 지금까지의 흐름과 마찬가지로, 로즈월이 만든 분위기에 휩쓸리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것에 반대하지 않고 몸을 맡겨서, 지금까지 험한꼴을 보고 있는 것이다. 뭐. 전개를 바꾸고 싶다고 바란다면, 우선 그 시점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네 질문에 답하는 건 없다. 이야기 하고 싶은것은 내 쪽이다. 내가 먼저 말하지」


「……어라, 꽤ー에나 건방지ー지 않니」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고 하진 않지만, 방금 너에게 선수를 넘겨주면 변변치 않은 전개가 될 느낌이 엄청 많이 들거든. 그럴 싹수는 미리 없애야지」



견고한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는 스바루를 보고, 로즈월은 한쪽 눈을 감고 작게 한숨. 그리고는 양손의 손바닥을 스바루에게 내밀어, 「그ー으럼」라고 선수를 이쪽으로 넘기며,



「좋을대로 질문해도 조ー오치. 확실히, 내 쪽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키지 않으면 안돼, 라는 것은 아ー아니니까 말야」


「사리분별이 이상하게 변한 느낌이지만……뭐, 탐색해도 별 수 없으니까 받아들이지. ――너와, 베아트리스는 어떤 계약을 맺고 있어?」


「――――」



태어난 침묵이, 로즈월에게 있어서 의표를 찌르는 질문이었다는 것의 증거이다.

극히 조금이긴하지만, 그의 그 뺨이 단단하게 굳어지는 것을 보고 스바루는 자신의 발언히 크리티컬이었다는 것을 내심 확신한다.


전 회의 루프의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과 발생한 수수께끼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보고있었다. 그 와중에도 그녀――베아트리스에 관한 질문은 『성역』과 저택의 어디서도 로즈월 이외 누구에게 따질 수 없다.

무엇보다 헤어졌을 때 그녀와의 대화, 그리고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복음』. 그것에 새겨져서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지금까지 그녀와의 접촉에도 밀접하게 관련되는 부분이다. 적당히 끝낼 수 없고, 알고 나서 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번 루프에서 피할 수 없는 베아트리스와의 상대법을.



「대답받도록 하겠어, 로즈월. 너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으니까 너도 대답하지 않는다, 라는 재미없는 답변은 없는거다. 듣도록 하지」



침묵을 지키는 로즈월에게 초조해, 스바루는 대답의 요구를 거듭한다.

초조감이 가슴 안에서 존재를 주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싫은 예감을, 예상을 뒤집어 달라는 자신의 소원의 반증이다. 정적의 일초가 일분으로, 십분으로 느껴지는 심정 속에서 답을 기다리는 스바루에게 로즈월은 이윽고 천천히 입을 열면서,



「――그 질문이 여기서 나온 다는 것은, 너는 떠올린 걸까나?」



하지만 그것은 스바루가 바라던 질문의 대답이 되지 못할 뿐더러, 스바루의 질문에 자신의 질문을 덮어 돌려준 것이었다. 그 태도에 스바루는 짜증을 느껴 혀를 차며, 그리고 로즈월에게 「시끄러워」라고 손을 흔들고,



「왜 질문으로 답하는거야. 백보 양보해서 질문 받아 준다고 해도, 니가 내 질문에 대답하는게 먼저다. 차례를 양보할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어」


「그렇군. 그럼 차례로 질문을 교환하는 형식으로 하도록 하지. 너의 질문은 『나와 베아트리스의 사이의 계약』이ー었지. 나는 그녀와 아무런 계약도 맺지 않았다. 이상이다」


「뭐――!?」



빠르게 흘러가는 페이스에 휩쓸려 스바루는 말문이 막힌다. 무심코 말을 잃은 스바루에게 로즈월은 손을 뻗어, 「자ー아」라며,



「이번엔 네가 내 질문에 대답할 차례야ー。――너는 떠올린 걸까나」


「……무엇을, 말이야. 말해두지만, 나와 너는 말한마디로 통할 정도[각주:1]로 관계가 깊지 않으니까. 주어없는 문장으로 이야기가 연결된다고 생각하지 마」


「그 대답으로 나의 질문에 대한 너의 답은 알았어……아쉽군」



당한 앙갚음을 하겠다고 했지만, 그것조차 피상적으로 로즈월이 잘한다. 그는 울적하게 눈을 감고선



「아무래도, 나로선 닿지 않는 듯 하네」


「……무엇이」


「너가 질문할 차례야. 다음은 좀 더 자ー알, 도망칠 수 없게ー 질문해 주렴」



의문의 목소리가 차단된 뒤에 변명으로 발뺌하는 자각이 있는 로즈월에 짜증이 가시질 않는다. 스바루는 심호흡으로 감정을 달래고,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대고 머리를 굴려.



「베아트리스와 계약관계에 없다고 했지. 그렇다면, 베아트리스는 어떤 이유로 네 저택이 있는 거야? 너와 베아트리스의 관계를 알 수 있잖아.」


「질문이 두가지가 되어있고, 아까부터 베아트리스에 대한것 뿌ー운 이구나. 에밀리아에 대해서는 괘ー앤찮은걸까? 아니면 그런 어린 외견의 아이도 좋아하니?」


「연하속성 없어. 연애적인 의미에서 공략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 현상 타파의 의미에서 어떻게든 공략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말야」



베아트리스의 생각을 하면, 스바루의 마음은 분명히 욱신거리는 것이 있다.

하지만, 에밀리아나 렘을 생각할 때 생기는 욱신거림과는 다르며, 그 감정의 의미는 스바루에게는 잘 모른다.

단지, 스바루는 베아트리스가 『복음』을 가지고 있던것을 지금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베아트리스와 스바루의 지금까지의 관계가, 알 수 없는 책에 적혀있던대로 였다니,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나는 그녀석을 알 필요가 있어. 그래서, 아무래도 집안에서 그녀석의 사정에 깊게 관여한 것 같은 건 너뿐이야. 그래서 너한테 물을 수 밖에 없어」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것들 모두를 주워려고 하ー아다니 의욕이 넘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고를 때에 지장을 주지 않는거ー얼까나。진짜 본심으로 가장 소중한 것을 바라보는데, 그 무름은 방해로밖에 생각되지 않지만 말ー야」


「나의 두 손이 가득 찬 것이야 자각하고 있어. 그래서, 그녀석은 막 출발 할 때에 입으로 물고 갈 뿐이야. 불만있어?」


「불평이라니 전혀 저ー언혀. '멋져'라고 말해버려, 라고 생각해도 조ー오치 않을까. ――실제로 그렇게 되엇을 때가 답해줄테니까」



스바루의 발언에 동의하면서도, 마지막에 불온당한 말을 중얼거리는 로즈월. 그 말에 시선을 날카롭게 하는 이쪽에 그는 「그ー으럼」라고 말을 이어,


「베아트리스가 저택에 머물고 있는 이유, 여ー엇지。그녀가 내 저택에 있는 것은 메이저스가와의 관계. 말하자면, 수게대 전의 당주의 후의로 저택의 금서고를 관리하고 있어. 그 흐름을 나의 대에서도 이어받고 있는 거ー지」

「고용관리자란 건가……그건 계약과는 다른 것인가?」

「질문형식이 젠재와 다르지만……뭐ー어, 좋지. 이미 나ー아의 질문은 거의 의미가 없는 것이니까. 베아트리스의 배경이 정령인 것은 이미 알고 있을 터이ー지」



로즈월의 말에 스바루는 턱을 당겨 긍정. 실제로 베아트리스가 정령다운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자칭과 존재감이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로즈월은 스바루의 수긍을 보며 손가락을 세워



「정령에게 있어서, 사람과의 계약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에밀리아님과 대정령님이ㅡ 관계가 바로 그ー으렇지」


「……아아, 귀찮은 약속이 가득한 에밀리아도 고생하고 있지. 최근은 그 대정령님도, 아예 얼굴 비추지도 않으니 말이야」



팩에 세번 살해당한 것과, 잠든 렘을 향한 견해의 차이로 아직도 앙금이 남아있다. 그것들을 해소하기 전에 지금의 행방불명상태로 들어가면서 스바루의 저 새끼고양이에 대한 감정은 어려운 상태로 고정되어 버렸다.



「대정령님의 까다로움은 차치하고, 베아트리스도 그 예외는 아니다. 그 아이는 나와 나름대로의 협력관계이긴 하ー아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서로의 이해가 일치하기에 맺은 불간섭협정 같은것에 지나지 않는다 내 목적을 위해 그녀가 손을 빌려주는 것은 저ー언혀 없으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너와 베아코가 사이 좋게 지내는 것 같아서 무관심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계약관계의 내용에 연결되지 않는다고」


「이런, 이거 실례. 계약관계와는 또 다르지. 베아트리스는 정령이다. 그래서 계약을 중시하지. 그 그녀가 계약을 입에 담는다는 건,ㅡ 그것은 또 다른 꽤ー애나 큰 문제。그 아이는 뭐ー라해도, 사백년 전의 계약에 묶여있으니ー까」



흘려들을 수 없는 발언에 몸을 앞으로 내밀며 「그거야!」라고 목소리를 높여,




「그 400년 전의 계약, 그것을 상세히 알고싶어」


「꼐약 내용을 나불나불 발설하는 정령따위 있을리 어ー없어. 당시의 관계자가 남아있을리도 없고, 베아트리스 본인이 말하지 않는 한 알 수 있을 리 어ー없잖아」


「젠장, 쓸모없어. 그 400년 전의 계약이란 녀석만 알면……」



그 소녀가 그 방에서 항상 혼자 틀어 박혀 작아지고 있는 이유를 알 것이 아닌가.



「단지 이것만은 말할 수 있어」


「――?」


「베아트리스는 400년 동안의 계약에 묶여있다. 그런 그녀가 새롭게, 계약을 한 위에 계약을 거듭한다는 것은 이ー일단 있을 수 없어 그 아이를 그 장소에서 나오게 하고 싶은 거라면, 그 계약을 깨뜨린 후 이ー지 않으면」


「계약을……깨뜨려?」


「이행한다,  라고해도 조ー오치만. 계약을 맺은 대상이 없어졌을 가능생이 큰 이상, 깨뜨리는 쪽이 훠ー얼씬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ー」



스바루의 생각에 대해 로즈월이 계속 건설적인 의견을 말해오는 기적. 그의 말에 애매한 표정으로 있던 스바루도 점차 눈에서 비늘이 떨어지는 듯한 얼굴이 되어,



「――내가 한마디라도, 베아트리스를 밖으로 데려가고 싶다는 말을 했던가?」



스바루는 낮은 목소리로, 눈매를 날카롭게 하면서 눈앞에 있는 로즈월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손은 침대에 둔 채 손가락에서 시간을 가능하기 위해 시트를 두드린다. 그 행동에 눈을 떨어뜨리며 로즈월은 한쪽 눈을 감고 노란 눈동자에 스바루를 비추며,



「너는 정말로――눈치 채지 말아줬으면 하는 곳만 자ー안뜩, 눈치채는 남자구나」


「무슨……」


「어짜피, 나에게 있어서 이득이 없는 시간이ー니까. 이 정도에서 이야기를 끝내도 괜ー찮을까?」


「헛――헛소리하지마!?」



방금전 돌변한 그 눈동자에 실망의 색을 띄우는 로즈월. 그는 지금까지의 태도와 일변한 자세로 한숨을 흘리며, 한눈에 알아볼 만큼 의욕을 잃은 얼굴로



「이제와서 무슨 말을 하든 내 마음은 움직이지 않겠지만……맘대로 하면 되ー에지 않을까」


「너 이 자식 그 장난스러운 자세는 뭐야!? 중요한……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그게 네놈의 자세냐! 아직 물어볼 것이 남아……」


「그러니까, 궁금한게 있다면 물어보면 되ー잖아. 그리고 내가 온전히 대답할지는 이제 완전히 기분에 달려지만 말ー야」



격양하는 스바루와 반대로 점점 감정의 물결을 잃어가는 로즈월. 그는 얼굴을 붉게물들인 스바루에 대해서, 자신의 남색 머리를 어루만지며 고개를 기울여,



「질문, 하지 않는 거ー얼까?」


「――읏. 그녀석이, 베아트리스가 계약에 묶여 집에 있다는 것은 알았다. 그 속사정은 이제 됐어. 듣고 싶은 것은 다르다. 녀석이 가지고 있던 검은 책……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들려줘」


「헤ー에, 봤구나. 감상은? 너는 무엇이라고 생각할까ー아나?」


「질문으로 돌리지 말라고. ――나는 그것이, 마녀교녀석들이 갖고 있는 책하고, 닮았다고, 그리, 생각해서」



고르지 못한 스바루의 말은 부정해 주었으면 한다는 감정의 표현이다. 하지만 그것을 듣고 로즈월은 하품을 참는듯한 얼굴로,



「마녀교도들이 가지는 『복음』。마녀의 의사를 개재하고 소지자가 원하는 미래의 길을 설명하는 마법책. 뭐ー어, 지향성이 있다는 점을 빼면 웬만큼 손이 가는 예언서 라는거ー어 겠지」


「――! 알고?」


「진귀하다, 라고 할 정도도 아ー니니까. 마녀교도는 그 근방에 있기 마련이고, 그들이 신봉하는 마녀와 다른 마녀관련 시설 『성역』을 운영하는 나에게 있어서 충돌이 한번도 없었던 상대란것도 아ー니고 말이야」


「저, 정말로 미래가 보이는……거야?」



죽지 않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스바루의 『사망회귀』의 상위호환이다. 그에 대해 질투하는 건 아니지만, 만일 마녀도가 그런 규격외의 물건을 장비하고 있다면 큰일이다.

하지만 전율하는 스바루에게 로즈월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거긲지 편리한 것도 아니야. 묘사 횟수 자치가 신도에 따라 다르고 많지도 않아. 내용도 애매한 것이 많고, 해석 방법은 다양성이 있다던가. 무엇보다 『복음』은 소지자 밖에 읽히지 않고 다른사람이 읽어도 이상하게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불완전한 미래를 그림정도로 밖에 모르는거야」


「불완전한……」



그 정보에 안도감을 감추지 못한다. 더구나 『복음』이 진정한 미래를 그리고 예언서로서의 힘을 가진다면, 스바루가 페텔기우스에게 승리하기는 불가능 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대죄주교의 『복음』이라도 거기까지의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이라고 납득이 된다. 하지만,



「그것과 이것은 사정이 다른다. 그, 베아트리스가 가지고 있는 그 책은……」


「그것은 마녀교도들이 가지는 『복음』과 동일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답은 그러면서,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말돌리지 말라고!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돌리ー인 적 없어. 베아트리스의 그것은 『복음』이긴 하지만, 마녀교도의 그것과는 뿌리가 달라. 마녀교의 그것은 불완전 하지만, 베아트리스가 가진 그 『복음』은 완성된 것이니까」


「완성……?」


「그래, 완성된 것 같은거야. 불확실한 미래에 좌우되어 흔들흔들 거리며 적힌 내용이 안정되지 않는 결함품과는 달라」


당황하는 스바루. 하지만 그 앞에서 로즈월의 표정은 어딘가 빛난다.
마치 무엇인가를 자랑하는 듯한 얼굴과 말투. 그런 그의 변모된 모습에도 스바루는 말을 잃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말을 잃은 것은 이 직후였다.



「――!?」



로즈월이 등 뒤로 돌렸던 오른손이 앞으로, 그 손에 검은 장서의 책이 잡혀 있다.

그것은 이 근거리에서 볼 것도 없이 명확하게 알아 볼 수 있는 『복음』이었으며



「유일, 두권만 존재하는 완성된 『복음』. 그것을 가진 것은 나와 베아트리스 두명 뿐……이 되게ー엤네」


「――――」



눈앞에서 손안의 책을 작게 좌우로 흔들어 보여주는 로즈월. 하지만 그 거동에 신경을 쓸 여유가 스바루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로즈월이 마녀교가 가진 것과 같은 책을 들고 있는 것. 그것도 분명 스바루에게 놀라운 것이었다. 베아트리스의 손에 있던 책이  『복음』이며, 본의 아니게 헤어질 때의 베아트리스와의 대화가 긍정되어 버린것, 그것도 스바루에게 충격을 주는 원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스바루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그것들이 아니라.



「그것, 이……미래를 담은 『복음』?」


「그ー으렇지. 이게 진짜 『복음』이다」


「넌 미래를……알고? 지금, 이러고 있는 것도, 그 책에……?」


「기록되어 있ー지. 너는 읽을 수 없겠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다.

스바루는 읽을 수 없다는 등, 지금 이 순간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 의미를 가지는 것은 단 하나뿐. 단 하나, 그것만은 듣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적혀 있는건가」


「세계의 전부가 적히는 거ー엇은 아니지만, 소지자의 미래의 일부정도는 알 수 있게 되어 있ー지」


「지금, 이렇게 될것도……알고 있었어?」


「기록대로의 상황을 만드는 것은, 그것만으로 꽤나 뼈가 깎이는 일이라ー아고? 음지와 양지에서 한 나의 노력을 조금은 칭찬하고 싶구ー만」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멈출 수 없다.

그 떨림의 원인은 너무 격렬한 감정의 발로였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 그것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바로 알 수 있다――그것은,



「이렇게 될 거라고 알 고 있었더라면……」


「――음」


「――너, 알면서 렘을 내버려둬서 죽인건가?」






「렘이라니, 누구의 얘기일 까ー나






「――죽여버리겠어!! 로즈워어어어어어어얼」



순간 참지 못할 분노만이 스바루를 움직이고 있었다.

침대에 뛰어올라, 누워있는 로즈월의 목에 양손을 걸쳐 조른다. 지금까지 발휘되지 못했던, 스바루의 보통사람을 능가하는 악력이 좁은 목을 조르며, 창백해진 광대의 얼굴에 고통의 색을 새겼다.



「모든 걸 알면서, 네놈은――!!」



알고 있었다면, 알고 있었더라면, 비극을 피할 수 있었던 거라면――렘을 그런 꼴을 당하지 않게 하고 끝낼 수 있었더라면.



「나와 렘을, 죽게 내버려둔것은――네놈이였냐!!」



어쩔 수 없는 분노가 내뿜은 후회가 눈앞에 있는 남자에 대한 살의가 되어 스바루를 움직인다. 충동이 이성을 잃게 하고, 감정이, 애정이 힘으로 변환된다.

그대로 로즈월은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잠자코 스바루에게 목을 꺾이는 것을 기다릴 뿐의 몸에서――.



「――『둔갑한다해도, 다른 냄새로 덮어 쓰려해도, 울가름의 냄새는 지울 수 없다』라고!!」



――충격.



옆에서 날아오는 딱딱하고 날카로운 감촉에 스바루는 자신의 얼굴의 오른쪽 절반이 찌그러지는 것을 맛보며 날아갔다.

침대 위에서 낙법도 하지 못하고 벽에 격돌. 그대로 바닥으로 머리부터 떨어진다. 한번에 사고가 못쓰게 되며 온몸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귀에서, 코에서 출혈이 있고, 오른쪽의 시야가 새까맣게 물들었다. 눈이, 짜부러진 것일지도 모른다.



「――묘소에서 나와서, 냄세가 더 심해져서 말야. 설마 하고 생각해서 보고 있었는데, 생각한대로잖아, 앙!?」



발소리. 지저분한 그것이 바로 옆에 육박하는 것을 느낀다. 기어가는 것도 몸이 허락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일 수 없이 스바루는 머리를 잡혀 올려져,



「마녀냄새나는 네놈이 뭘 할 생각이었는지, 몸에 물어봐줄까, 어이. 저딴 놈이어도 이 장소에 필요한 놈이다. 까불지 말라고, 네놈」



금발의 청년. 가필. 무슨일인지, 분노와 살의가 없는 목소리를 부딪쳐가면서, 스바루의 의식이 멀어져 간다.

머리의 절반이, 확인할 수 없지만 찌그러진 듯한 느낌이 있는 것이다.

죽을지도 모른다. 이걸로 죽는다면, 정말 최저의 맺음법이다.


하지만, 이 엉망진창인 것을 안고 『사망회귀』를 해서, 과연 자신은 이 장소를 구하고 싶다, 고 그 희망을 가지고 있는 채로 있을 수 있을까.



「모르... 겠어……렘」




그 말을 마지막으로, 스바루의 의식은 어둠속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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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ツーヵー 한사람이 ツ하면 다른사람이 ヵ하는 것으로 두 사람사이에서 짧은 단어하나로도 통함을 나타냄 [본문으로]

천재보다는 범재

-현역복무중- 취미로 ncode.syosetu 번역합니다. 趣味でncode.syosetuの翻訳をしています。 판권관련 문제는 sametim17@gmail.com으로 연락주시길. なにか問題があるならsametim17@gmail.comにご連絡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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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36『몰이해의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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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밖으로 끌려내진 순간, 스바루가 느낀것은 천지가 거꾸로 뒤집히는 듯한 부유감이었다.



「――으갸!?」



딱딱한 지면에 허리부터 떨어져, 폐에서 공기를 짜내는 고통에 목을 헐떡인다. 그 기세 그대로 바닥을 구르다 벽에 부딪쳐 겨우 정지. 내던져진 듯한 감각에 머리를 흔들고 고개를 들어, 스바루는 고통에 아찔한 눈을 열어,



「베아트리스……읏」



헤어질 때 이름조차 부르지 못한 소녀의 이름을 소리로 만들지만, 이미 그것은 그 소녀에게는 닿지 않는다. 『징검문』이 성립해 두사람의 사이에는 오갈 수 없는 거리가 생겨 버렸다. 그녀의 거절은 높고 깊고, 스바루의 목소리가 닿을 일은 없다.



「나는 어째서……항상……!」



실패하지 않았더라면, 최악에다가 최저인 선택지를 고르지 않았다면,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깨닫는 것은 불가능 한 것일까.



「왜 너가 복음을……. 너가, 정말 뭐냐고……!?」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검은 장서――복음의 존재가 그녀와의 거리를 결정적으로 벌렸다.

지금까지 스바루는 종종, 자신과 베아트리스의 사이에는 짧은 시간 안에서 확실히 구축해온 『무언가』가 있는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다.

비아냥거리며 싸우고 있어도, 얼굴을 마주하면 서로 싫은 얼굴을 하는 관계라도, 그렇게 하는 것 만으론 끝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고 스바루만은 믿고 있었다.



「……정말로, 그런거냐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인연이 속임수라고 전해듣고, 그것을 부정해 줬으면 하는 스바루를 베이트리스는 노성으로 잘라냈다. 

스바루의 상상을, 가짜의 인연이었던 것을 긍정하고, 무엇 하나조차 스바루의 존재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고, 그저 의무감만을 이유로 그 동안의 모든것이 있었다고.



「저렇게 웃었던 것도, 화낸 것도, 나를 지켜준 것도……전부. 하나부터 열까지, 각본대로의 거짓말이었단 거냐고……그런 거냐고」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스바루의 약한 마음은 아직도 부정하고 있다. 마지막 순간, 이별하기 직전의 순간 베아트리스의 울먹이는 소리가 그녀의 말의 진위를 흐리고 있다.

무엇이던지 아직은, 자신의 속에서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다



「책의 말대로든 뭐든, 내가 너에게 도움 받았던 것은 기억하고 있어……그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고, 나만이 아는 빚이니까」



저택을 세이브포인트로 한 루프의 안에서, 스바루는 몇번이고 베아트리스에게 구해졌다.

『사망회귀』를 하고 생각을 정리하는데 그녀의 금서고에 자주 다니곤 했고, 마수의 저주를 받은 때에는 저주 해주를 부탁해 말 그대로 목숨을 구해졌다. 사라진 루프의 세계에서는 렘을 죽게해 람과 로즈월에게 쫒기는 스바루를 구두로했을 뿐인 계약을 왜곡해서 까지 지키러 와 주었다.

그 최대의 은혜는 이미 이 세계에는 남아있지 않고, 스바루의 가슴에 남아있을 뿐이지만.



「그 때……난, 기뻤었어」



자기편이 아무도 남지 않고 없어져 버렸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스바루를 구해주었다. 렘과 람 두사람을 적으로 생각하고, 로즈월의 의도를 끝까지 읽지 못하고, 에밀리아도 믿어주지 않아 갈갈이 찢어진 스바루를 베아트리스만이 구해 주었다.

그 때, 그 순간의 임시계약이 얼마나 스바루를 구했는지, 그것은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받은 갚지 못할 은혜였던 것이다.



「빚은 갚겠어. 너가 나에게 자신의 의지로 빌려주었는지, 아니면 책의 의사라는 녀석을 존중했는지, 그것도 모르니까……그것을 확인하고서」




이제 명확하게, 스바루에게 거절의사를 굳힌 그녀에게 질문을 던질 순 없다. 그래서 스바루의 각오는 이 세계에선 의미가 없이, 다음 세계로 미룬다.


오른손을 들어올린다. 손가락이 세자루 없는 손. 길게 베어진 허리와 어깨. 부딪친 머리. 약간 짧아진 혀. 무엇 하나도 잊어서는 안되는 고통이다.

닫힌 눈꺼풀 뒤에 렘이 있다. 페트라가, 프레드리카가 떠오른다. 베아트리스가 이쪽에 등을 돌리고, 최후에 에밀리아가 떠오른다.


――스바루가 이 세계에서 어이없이 패해서, 잡을 수 없었던 전부.


그것을 되찾기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에 들어간다. 베아트리스에 막혀서 할 수 없었던 그것을 다시 하며, 다시 한번 나선의 안으로 뛰어든다.



「――――」




짧아진 혀를 뻗어, 스바루는 다시 물어뜯는 각오를 굳힌다.

한번 한 자결을 생각하면, 고통이 되살아나고 공포심이 난다. 약한 마음이 생기고, 다리가 떨린다. 각오따위 말장난, 종말의 앞에서는 어떤 가치도 없다.

그것들을 뒤로 돌리고 부정적 감정을 굴복시켜, 죽음에 임하는 최대의 부정적 감정을 무릅쓰고. 그리고 모든것을 다시 시작하는 시간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을 바라며, 스바루는 최후의 순간에 눈을 닫으려고.



「……여기, 어디지」



『징검문』을 빠져나와 도착한 장소가 본적이 없는 곳이라는 것을 간신히 깨달았다.




※※ ※ ※ ※ ※ ※ ※ ※ ※ ※ ※ ※




그것은 스바루에게 있어서, 익숙한 로즈월 저택의 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이었다.

흥건하게 젖은 포석, 울창한 담쟁이 덩굴이 기어가는 꾀죄죄한 벽면, 난잡하게 배치된 책상에 녹슨 금속――공구같은 것들이 어질러져, 시각정보에서 불쾌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무엇보다,



「으――!?」



한번 깨닫고 나면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농밀하기까지 한 악취.

음식물 쓰레기 썩은 냄새와 다른, 그러나 썩는 냄새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악취가 구토감을 불러와 스바루는 입가에 손을 대고 텅 빈 위장에서 위액을 짜낸다.

노란 토사물을 바닥에 뱉고,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스바루는 주위를 흘겨보았다. 보면 볼수록 잘 모르는 공간에서 미지라는 것 이상으로 이질감이 두드러지고 있다.


공간은 조약돌이 깔린 어둑어둑한 방으로 그 넓이는 로즈월의 저택의 응접실을 두개의 방으로 나눈 정도. 넓은 정도는 아니지만, 비좁다고는 할 수 없는 스페이스 이다.

그 방의 구석에 흩어져있는 책상과 수수께끼의 기구가 있고 책상 반대――이 방의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는 스페이스에 있는 것은,



「깨진 책상과, 크리스탈……? 결정이라던가, 마광석 조각인가? 게다가 이 구멍……」



내려보는 눈앞, 파괴된 책상의 잔해와 힘을 잃은 마광석이 흩어져 그 앞에는 직경 4미터는 될 듯한 구멍이 입을 벌리고 있다. 그것도, 광원이 부족한것을 도외시하더라도 여전히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구멍이.


문득 얼굴을 들고 벽을 보면 벽면에서 발광하는 것은 얇은 청색의 빛을 발하는 이끼이며, 숲 등에 군생한다. 그것은 대기중의 마나를 흡수하고 빛나는 성질이 있는 듯, 집 주위의 숲 등에서도 별빛과 빛나는 이끼의 빛에 의지하면 암흑같은 것은 피할 수 있다.

그 이끼의 빛을 의식하면서 땅바닥을 기어다니다, 바지의 젖은 감촉과 손바닥을 더럽히는 점액에 혐오감을 느낀 채 구멍의 바닥을 가만히 바라본다.


조용하고 찬 바람이 바닥에서 올라오고 있고 그것은 코가 비뚤어질――아니, 코를 깨뜨릴 악취를 그곳에서 옮겨오는 듯 했다.



「으……읍. 안에, 들여다볼 용기는 없는게 정답인가……무슨 냄새야?」



이것이 생명을 가지고 있던 무언가가 가지는 독특한 비린내라고 한다면, 스바루의 상상은 최악의 한가지 위를 가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흘러나오는 악취는 고기와 물이 썩는 그것과는 다른 것으로, 굳이 말한다면 화학 약품의 종류와 비슷하다.



「――다른 사람들은」



구멍의 바닥을 확인하는 것을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포기하고, 스바루는 콧등을 닦아 입으로 호흡하는 것을 의식하며 방 안을 둘러본다.

눈에 띈 것은 발밑에 굴러다니는 책상의 잔해와 마광석의 조각들. 철제 책상은 엄청난 충격을 가해져 박살나 있으며, 마광석은  분명히 그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던 것 같다. 찌부러진 책상을 뒤집어 보면 굴곡진 책상 위에 조각된 형태로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을 알았다.



「마법진……같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마법진은 이세계 판타지에선 정해진 약속이지만, 이 세계에서는 본 적이 없다. 기본, 마법은 생명이 있는 육체를 통해 외계에 간섭하는 것이 이 세계의 마법이며, 일부 예외인 마법등과 마법물품이외에서는 그럴듯한 그것을 볼 수 없었다.

그만큼 마법진을 발견한 것에 대한 놀라움은 한결 더 생겼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인가? 있다면 왜 이런 곳에……마법진을 두는 이유같은건……」



직접,  이 자리에서 마법을 기동하지 못했거나, 원격적인 마법 조치를 받기 위한 기능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혹은 술자없이 계속해서 어떤 술식을 발동하기 위한 시스템도 생각해 볼 순 있지만,



「그렇다면 옆에 다 쓴 마광석이 널려있는 이유도 알 것 같네」



에너지 탱크로 외부에 있던 마광석이 다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마법진이 효력을 잃었다――라는 견해가 가장 말이 되겠지. 그 결론을 얻어도 모르는 것은, 구멍의 정체와 파괴된 책상. 술식을 중단하면 방 자체가 폭파되는 방법도 있었을 가능성도 버릴 수 없는 부분이겠지.

그렇다고는 해도,



「결국, 여기가 어디냐는 의문에 답은 나오지 않는다」



어디까지 이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어두운 구멍. 어떤 술식을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마법진과 마광석. 썩은 냄새에 찌든 악취가 풍기는 방을 관찰해, 방의 구석에 굴러다니는 다른 책상과 공구――붉은 녹 투성이의 쇠 조각을 줍는다.

펜치 또는 니퍼 등 프라모델을 만들 때의 도구로 비슷하다. 마루를 더럽히는 것과 같은 점액이 이쪽에도 발라져 있으며 무엇보다 사용하지 않은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스바루의 손이 닿는 곳은 무너져 먼지가 될 풍화상태다.


공구뿐만 아니라 책상도 같은 상태로, 노후화로 발이 부러진 그것들은 바람을 받아 이미 먼지가 되기 직전이며, 가볍게 발을 올리자마자 형태를 잃고 쓰레기로 바뀌었다.

얻은 정보는 여기에서도 없다. 단 하나 궁금한 것이 있다면,



「망가지는 방법과 망가진 시기가, 구멍 앞의 책상과는 꽤 달라……」



시간경과로, 취약해져 붕괴를 맞은 이곳과 다르게, 구멍 옆 책상들은 분명히 파괴의 힘으로 비틀어져 있었다. 그것도 끊긴 발판의 모습을 보면 그 파괴가 극히 최근――몇일 이내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파괴된 방……누가 뭘 위해서……」


의문을 내뱉고, 스바루는 문득 자신의 그 사고에 어처구니 없어진다.

그 생긴 의문을 어쩌자는 것인가. 생각해 답이 나오는 종류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무엇보다 스바루가 떠안은 문제는 이미 두팔로 감쌀 수 없을 만큼 가득하다.

여기에다가, 짐의 사이에 소품을 쑤셔넣는, 붕괴를 앞당기는 짓은 피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 이렇게 다른쪽으로 의식을 돌린다는 것 자체가 눈앞에 두고있던 자결의 시간을 지연시킨 발버둥 같아 견디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 만나기 어려운 『수치』의 감정을 이해했음에도, 이 방의 이질적임이 스바루를 잡고 놓지 않는다. 지금 엄청나게 중요한 무언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



대답이 나오지 않는 확신, 그것에 이끌리는 대로 스바루는 고개를 빙 돌리며, 방의 출구를 찾는다. 여기에 스바루를 던진 것이 『징검문』인 이상, 문을 개폐할 수 없는 방에 던져진 것은 있을 수 없다.

과연, 스바루는 자신을 방 속으로 난폭하게 던진 문――방의 벽 위쪽에 비치된 환기용 같은 작은 여닫이 문을 찾아낸다.


그것 이외로, 방의 출입구가 될 만한 문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제대로 된 문은 분리된 구멍 너머――갈 수 없는 방의 반대편에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삼킨시점에서 스바루는 진지한 탈출 수단을 선택할 길을 버린다. 손바닥의 땀과 정체불명의 점액을 바지에 문질러 떨어뜨리고, 작게 숨죽이고 여닫이 문에 손가락을 뻗는다.


까치발을 들어서 겨우 닿는 높이에 있는 여닫이문의 크기는 더스트슈트[각주:1]과 비유하는 것이 가장 가까울까. 인간이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좁지는 않지만, 유유히 지나갈 만큼 스바루는 가냘프지 않다.

손가락이 부족한 오른손의 악력에 고심하면서 녹슨 문을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고, 좁은 통로에 몸을 쑤셔 넣어 이동을 시작. 통풍구와 같은 좁은 장소이다. 최악, 벌레나 쥐의 주거지가 되어 있을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었지만, 의외로 깨끗――한 정도는 아니지만, 먼지가 쌓인 통로는 생물의 기척이 전혀 없는것이 구원이었다.



좁은 길을 빠져나가길 대략 3분. 후반은 포복전진에도 익숙해져 거동이 스무스 해지기 시작할 때 쯤 골지점에 도달. 방금전의 방에 환기구로 연결되어 있던 방에 내려서서, 대충 주위를 확인. 같은 구멍이 뚫려있지 않나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만,



「아까의 방과는 분위기가 정말 다르네. 실험실 같았던 것과 비교하면, 여기는 대기실 같다고 할까」



아까 방의 반의 반정도의 넓이. 단지 지나가는 방 정도로 설정되어 있는건지, 땅을 걸어서 빠지는 종류의 문이 두개있는 이외에는 물건같은 것도 놓여있지 않다. 제대로 대기실로 보이는 방이다.

이제 잡지와 의자가 놓여져 있으면 완벽한 포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아온 방향적으로 이쪽의 문이 향하는 곳은……역시인가」



삐걱거리는 문 손잡이를 비틀어 열자 무너지는 발판과 함께 구멍이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엄청난 데스트랩의 상태에 작게 한숨을 흘리며, 스바루는 거의 역할을 하지 않는 문을 정신 건강상의 문제로 닫습니다.――악취가 여기 방에 흘러들어오고 있어, 판단이 늦었다고 자신을 탓한다.

그리고 가볍게 고개를 돌려, 이번에는 반대쪽의 문에. 이쪽의 문의 뒤가, 스바루에게는 미확인의 공간이 될 터――



「…………읏」



자연스럽게, 닦을 땀이 손바닥에, 그리고 등을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참지 못한다.

이 문 너머가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그 장소에 최악의 경우 무엇이 있을지를 상상할 필요는 있었다.



「여기가……저택안 이라면……」



본 기억이 없는 방이지만, 열고 나오자 마자 눈앞에 엘사가 있었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그리고 만일 그 살인자를 앞두고 냉정함을 유지할 자신감도 스바루에게는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죽지 않으면 안된다는 자결을 향한 마음의 물보라가 이빨의 뿌리를 잘게씹었던 일을 떠올리게 하는 증오로 변환된다.


그 칼로 페트라를, 프레드리카를――렘을 죽인 이상자가,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뿐, 스바루의 뇌는 끓는 것 같을 정도의 분노에 시달리고 있다.

있는 것을 바라는 저주의 마음과, 없는 것을 바라는 더러운 삶에 갈망[각주:2]. 양 극단의 감정의 틈에 흔들리면서, 스바루는 그 입가에 흉소를 지으며,



「――――」



있다고 해도, 없다고 해도, 그 광기적인 감정은 배신하지 않는다.

그런 제정신을 벗어난 사고의 끝에 임한 세계를 앞에두고,



「――――아」



있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고 스바루는 이 순간, 넋을 잃었다.





※※ ※ ※ ※ ※ ※ ※ ※ ※ ※ ※ ※



――스바루의 뇌에서는, 이 본적 있는 공간이 어디인가 에 대한 의문은 사실 답이 나와 있었다.


원래, 로즈월 저택에서 스바루가 발을 디딘적이 없는 장소는 거의 없고, 금서고에 조차 어떤 의미로는 자유롭게 출입했던 그가 모를 가능성――그것이 남아있다고 한다면, 두번 문에 손을 대고 그 앞을 갈 수 없었던 『피난경로』의 문의 너머 말고는 없다.

한번은 회색털의 정령에게 막혀, 두번쨰는 이번의 루프에서 살인자와의 상대로 물러날 수 밖에 없게된 장소. 그러므로, 스바루는 한번도 그 문 앞을 본 적이 없다.

그런만큼 용도 불명의 방이 이어진 곳에 불신감을 안고는 있어도, 그 위치를 로즈월의 저택의 일부임에 아무런 의문을 품지 못했는데,



「어디 야……여기?」



멍한 채, 그저 얼빠진 목소리로 누구에게도 향하지 않은 물음의 목소리를 낸다.

스바루의 정면, 열린 문의 앞에 펼쳐진 것은 차갑고 어두운 지하통로――가 아닌, 울창한 녹색의 나무가 우거진 자연 속, 그것도 이상하게도,



「아, 아침……?」



나무 사이로 올려다 본 하늘에 떠오른 태양의 존재가 보였다. 햇빛의 고도, 그리고 바람의 감각에서 그것은 새벽의 바람이라고 피부로 느끼고, 추가되는 의혹이 뇌를 휘젓는다.

스바루가 집에 돌아온 것은 저녁 전의 일이며 그 후의 페트라와 프레드리카의 대화, 그리고 엘자 습격 등의 시간 경과를 고려하면, 스바루의 부상은 밤이 깊어지기 직전――그것이 지금 반나절 가까운 시간이 지나 있었다.



「의식이 없었던 동안인가……!?」



한번, 혀를 끊어 자결을 시도했을 때, 스바루는 의식을 잃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 부상을 치유받아 죽지 못한 것에 대한 회한을 앞세워 의식하는 것을 잊고 있었지만, 스바루는 금서고에서 얼마나 의식을 잃고 잇었는가.

그 장소가 『시간의 경과와 분리된 장소』라고 베아트리스가 딱 잡아뗴고 있었음을 떠올린다. 그것에 어디까지 신빙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덮어씌여 세이브 되어 버렸다면……!」



터무니없는 사태가 된다.

몇번이고 우려한 사태가 현실로 바뀌기 전에 스바루는 한시라도 빨리 자신의 목숨을 끊어야 한다. 안되는 것임에도, 그 초조감과 머리를 맞부딪치며 존재를 주장하는 다른 감정이 있다. 그 감정은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이곳이 어디인지, 그것을 확인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행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겟따. 지금까지의 경위를 생각하면, 『사망회귀』의 악랄함을 감안한다면 지금 자살해야 하는 것이디ㅏ.

하지만, 스바루의 안의 몹시 냉정한 부분이 지금 자신이 처한 처지를 이해 한 후에 그것을 제안해 오고 있다.



「――제엔장!」



땅을 걷어차고, 침을 뱉는다. 스바루는 눈앞의 숲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달리며 나무의 ㅡㅡ틈새를 빠져나가면서, 뇌리를 스치는 것은 페트라와의 대화.

피난 경로의 끝은 저택의 뒷산 안. 거기에 있는 산장으로 통해서, 피난시에 거기에서 비상용물품들을 챙겨 함께 탈출하는 계획으로 되어 있다고.

그 말을 믿는다면 지금의 자리가 그 산장이며 자신이 달리는 것은 몇번 발을 들여놓은 적이 있는 뒷산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방금게 산장? 준비된 물건들은 어디에? 애초에……그토록 방치된지 오래된 듯한 장소에 무슨 구제조치가 되어 있다고……!?」



스바루가 본 그장소에 있던 것은 정체모를 공간과 싫은 예감을 뒷받침할 물증들만. 페트라가 말한 것과 일치하는 점이 너무 적다. 무엇보다 프레드리카나 렘이 정기적으로 손을 댔다면, 그 장소의 열화상태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것을 자신할 만큼, 스바루는 그 두 메이드의 일솜씨를 알고 있다.


숲을 달려, 경사가 없음에도 의문이 더오른다. 산에 있을 오두막이 수백미터도 주변에 경사가 없는 장소에 지어지고 있는 것인가.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잃어가며, 애초에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초조함이 샘솟는다.

그리고, 생긴 초조과 불신의 임계점은 의외로, 빨리 찾아오게 되었다.


나무들이 사라져 갑자기 시야가 선명해지고, 스바루는 옆으로 돌아 제동을 건다. 포장, 이라고 하긴 울퉁불퉁한 땅은 사람의 왕래가 있다는 것의 증거이며, 무엇보다 멀리서이지만 늘어선 집들이 사람이 사는 지역임을 여실히 나탙낸다.

그들을 눈에 담고, 드디어 스바루의 생각이 진정한 의미에서 경악을 부르짖는다.

왜냐하면 이 풍경은――,



「서.... 『성역』!?」



반나절 전에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오는데 하루종일 터였던 장소였다.

공포심에 따라 오른손을 들어올린다. 손가락이 부족하다. 결손되어 있다. 『사망회귀』는 발동하지 않았다. 그러ㅓㅁ에도 지금 있을리가 없는 곳에 자신이 서있다.



「어째...서……여기에. 『징검문』이、원인인건가……」



그 밖에 답이 나오질 않는다.

스바루는 베아트리스의 손으로 저택의 금서고에서 『징검문』으로 『성역』의 일각으로 그몸을 날려보내진 셈이다. 하지만, 어째서 그렇게 된건가.



「거리는 상관 없다……는건가? 아니, 확실히 일단 집에서 마을의 마굿간 까지 전이시킨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거리로 말하면 아직 전이 수준으로 허용범위안에 들었던 거리였다. 그러나 『성역』과 저택 사이에 있던 거리를 생각하면, 지금의 장거리 이동은 분명히 말해 상상과 상식의 범위 밖이다.

그 지나치게 초자연적일 정도로 초자연적인 힘을 목격한 사실을 삼키자, 머리를 쥐어잡는 스바루는 억지로 생각을 아랫배에 받아들여,



「어찌됫든! 지금, 『성역』에 있는 것이라면……로즈월!!」



그 광대의 아래로 뛰어가 그 진의의 모든 것을 토하게 한다.

베아트리스를 집에서 극진히 다루던 로즈월. 그의 마인이라면 반드시, 그녀의 신원을, 그녀가 복음을 가지고 있는 이유도 알고 있을 것이다.

모든 사실을 알고 있고 그 위에서 모르는 스바루를 손바닥으로 만지작 거리는 것이라면 그것도 괜찮다. 그 콧등을 때리고, 태우고, 찢어서라도 모든것을 토해 내게 할 거다.



「――――!」




지금, 이 순간, 스바루는 자해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제한을 잊고 뛰어나가며, 생각을 새빨간 분노에 물들이며 마을의 가장자리에. 로즈월이 자는 건물로 질주한다.
분노의 화신이 된 스바루의 속도, 맹렬히 『성역』을 지나가는 육체는 피로를, 고통을 잊고 그 몸을 목적지까지 이끈다.

부서질듯한 기세로 문을 발로 차서 열어, 스바루는 집안에 침입해 송곳니를 들어낸다.



「로즈월! 면상좀 봐! 네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산더미처럼 있다고!」



측면에 있는 메이드의 문책을 받을만큼 무서운 얼굴로 뛰어들어 입을 열자마자 거칠게 큰소리를 치는 스바루. 실내의 대답은 없고, 스바루는 발소리를 크게 내며 마지막 문 한장을 난폭하게 열어젖힌다.



「시치미 떼는 것도, 거짓말도 없이다. 숨기는것 전부 모조리 털어……」



놓아, 라고 맗하려고한 스바루의 목소리가 끊겼다.

그 지금까지의 불만을 응축한 원망, 그것을 들을 상대가 방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적했다. 그 사실에 더욱 분노가 뇌를 끓인다. 침대를 힘껏 발길질하고, 아픈 발가락에 더욱 분노를 쌓으며 스바루는 건물을 뛰어나간다.

있다고 한다면 류즈의 집――에밀리아와 만나고 있거나, 혹은 류즈나 가필의 곁으로 발을 옮겨 있거나. 어느쪽이든, 스바루가 없어진 순간에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좋은 배짱이다. 사실 큰 부상이 아닌 것을 속이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라는 억측이 일어날 정도로 타이밍이 좋다.


의심하면 끝이 없는 부정적인 감정의 나선. 그것들에게 사고를 지배된 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성역』을 배회하며――또 다시 스바루는 너무 늦게 이해한다.



「……아?」



시간은 새벽. 스바루가 아는 한, 『성역』의 일상적인 타임스케줄안에서 『성역』의 주민들이 아침 식사 준비와 빨래를 시작하는 시간일 터이다. 피난민이 없어진 것으로 식사 공급의 필요성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각 가정의 밥을 지을 필요가 있다.

그럴 터인데, 그 일상의 행위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니. 그 이전에



「로즈월들만이 아니야……모두들 어딜 간거야?」



오른쪽을 봐도, 왼쪽을 봐도 사람하나 보이지 않는다.

생각하면 숲을 벗어나고 『성역』에 돌아온 시점부터 길에서 누군가와 마주친 기억도, 누군가를 본 기억도 없다. 

『성역』의 주민수가 많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마을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면서 누구의 얼굴도 보지않을 가능성이 얼마나 크겠는가.



「그럴리가……」



머리를 흔들며 싫은 예감을 떨쳐버리려는 듯 스바루는 근처의 민가의 문을 두드린다. 두드려도 반응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 본다.――아무도 없다.

이 집에는 수인 여성이 두명, 자매가 살고 있었을 것인데


그렇게 기억에 짚이는 한, 스바루는 눈에 띄는 민가를 차례로 들여다보고 그떄마다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쌓아간다.

누구의 모습도 없고 어디에도 사람이 없다. 『성역』에서 인기척이 사라져 있었다.



「누군가! 누군가 있지!? 어디 갔어!?」



싫은 예감이 쌓여간다.

이 초조감, 이 정체모를 상실감은 기억에 있다.


그것은 마녀교와의 대결중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늦게 아람마을에 돌아온 스바루를 맞이하는 참극의 기억――차례차례 겹쳐진 시체, 고통과 절망의 시체. 색을 잃은 친한 사람들, 그리고 붕괴되어 다시는 움직이지 못하는 페트라.



「――――아아!」



공포가 스바루의 등을 달리며, 끝없이 불안에게 밀리는 듯 달린다.비명같은 목소리를 흘리며 스바루가 가는 곳은 단 하나의 장소,

마을의 끝, 훨씬 훌령한 건물. 그것은 이 『성역』을 묶는 족장으로서의 몇 안되는 존중의 표현이며, 지금은 그 장소를 빌리는 한 소녀를 위한 잠자리.



「――에밀리아!!」



뛰어들며, 사랑스러운 소녀의 이름을 외치며 스바루는 방 안을 둘러본다.

은빛 머리의 소녀가 잠이 덜 깬 얼굴로 스바루를 돌아보며, 몇번 눈을 깜빡이고선 「안녕, 스바루」라고 가슴이 아플정도의 미소를 지으며――,



「――――」



돌아볼 터인 장소는, 역시 아무도 없는 채였다.


침대에 뛰어가며 손을 뻗어 흐트러진 시트에 닿는다. 그곳에 온기는 없어, 누워있던 누군가가 이곳을 떠난지 이미 꽤나 시간이 경과한 것을 알린다.

그것만을 확인한 스바루는 집을 뛰쳐나와, 그 다리를 이번에는 마지막 보루. 이 상황의 뜻 모를 억지를, 불합리를 가르쳐 줄 수도 있는 곳



「헉……헉……!」



숨이 가쁘다. 피의 맛을 목 안에서 느끼며 달리자, 스바루는 『성역』의 안쪽 『탐욕의 마녀』 에키드나가 잠든 묘소로 달려간다.

도중에 주저 앉아 있을 가필이ㅡ 방해도, 그 모습도 없는 묘소의 직전에 겨우 도착했다. 그것에 구원이라고 해야할까, 혹은 방해라고 했더라도 알던 그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었을까.



「아니……어떤 얼굴을 하고……」



그의 단 한명뿐인 누나를 지키지 못한 몸으로, 어떻게 그 한심안 얼굴을 내밀 수 있겠는가.

없다는 사실에 안도를 하는 자신,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에 참을 수 없는 초조감을 느끼고 있으면서 그 자신의 약점을 반성하지 않는 점이 몹시 추악하고 역겹다.


감상을 머리를 흔들어 털어내고, 스바루는 방해없이 안의 묘소로 발길을 돌린다.

『시련』이 시작할 시간은 아니지만, 혹시나 뭔가의 액션이 마녀의 측에서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기대하고 그것에 매달리는 것처럼, 스바루는 질문에 대답을 해줄지도 모르는 마녀의 모습을 찾아서――,



「――인가, 후」



발을 디딘 순간, 스바루는 자신의 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천천히 아래를 본다. 가슴아래, 하복부 위에 몸통의 한가운데――거기에 둥실하고, 둥글고 둥근 주먹크기에 구멍이 생겼다.



「후……에?」



손을 뻗어 구멍에 댄다. 그러자 소리를 내며 그 구멍으로 부터 대량의 피가 흘러나온다. 순간적으로 손바닥으로 막지만 구멍은 몸을 광통하고 등 측에도 열려 있다. 양쪽을 막지 못하고, 그렇지 않아도 피를 많이 잃었던 몸이 태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쓰러진다.


 ――통증, 없다. 이해, 할 수 없다. 무슨일이, 일어난걸까.


죽음. 죽는다. 죽는거다. 죽음, 알고있는 그것이 눈 앞에 와 있다고 알았다.

왜, 어째서, 이런일이. 엘자? 스바루를 쫒아 여기까지? 저택과 『성역』에 얼마나 거리가. 베아트리스가, 설마. 복음. 그녀는, 어째서. 렘. 누가 이런. 죽는다. 무섭다. 무엇이. 누가. 에밀리아. 마녀. 마녀. 마――.



「――――아」



시야가 뿌얘지기 시작한다. 마지막이 가까워진다.

예상했던 죽음이 예상하지 않은 형태로 찾아온다. 그 사실에 스바루는, 겨우 죽을 수 있었다는 안도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그저 오로지, 지금은 죽음이 무섭다.

죽을 각오를 다졌다고 해도, 결정한 각오와 다른 길을 통해서 죽음이 방문하면 이렇다. 마음이 흐트러지고, 더러운 삶을 향한 갈망을 부르짖으며, 영혼이 세상에서 벗겨지는 것을 거절하면서―― 그럼에도 『죽음』은 천천히 스바루를 침식하며,



「――도、약해」


어쩔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만 뺨에 흘리고, 스바루의 고동이 정지한다.

기다리던 죽음을 바라지 않은 형태로 얻은 시체의 얼굴은 고통과 공포에 일그러져 있으며, 그 죽음의 가련함을 누구도 보고 비난하지 않으며,



「――――읏」




소리를 내며 음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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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층 건물서 쓰레기를 아래로 떨어뜨리는 굴뚝모양의 통 [본문으로]
  2. いないことを臨む浅ましい生への渇望 [본문으로]

천재보다는 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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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35화는 Skybless에 번역이 있어서 링크로 대체합니다.



SkyBless 'GummyBear666'님 번역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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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보다는 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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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34 『끝나는 세계』

http://ncode.syosetu.com/n2267be/200/



격통이 달려오는듯한 느낌이 있다.

싫은 감각이지만, 이 세계에 온 이래 이런 생명에 관련된 수준의 부상이라는것에 부족함이 없는 생활이다. 그 감각이 말하고 있다. 이 수초가 승부처라고.

페트라의 비명이 좁은 통로에 울린다. 스바루의 왼쪽에 박힌 두개의 말뚝을 뽑으려는 듯 손을 뻗고 있다. 그 손이 닿은 순간에 시작될 것을 안다. 그래서 스바루는 그것이 닿기 전에 눈부신 속도로 머리를 회전시켰다.

두개의 말뚝, 치명상이라고 할 정도의 상처는 아니다. 통증이 올 때까지 몇 초. 페트라는 굳어서 못 움직이고 있다. 어디에서 온 공격인가. 열린문에 아직 손을 걸은 채. 반향하는 날카로운 소리. 그 속을 미끄러지듯 살의에 젖은 목소리가 고막에 파고든다.


――엘자이다.


눈앞,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그림자가 꿈틀거리고 있을 게 분명하다. 그것이 몸을 낮추어 포복자세로 이쪽으로 뛰어들려 하는 엘자라는 것도.

허리를 뚫은 공격은 통로의 건너편에서 던져진 것이다. 싫을정도로 정확한 콘트롤로, 주의해서 배를 노렸다.

차라리 박수갈채를 치고 싶다.


바보같은 사고, 미지간한 생각. 어째서 지금, 여기에 엘자가 있는걸까. 있을 터였던 유예는 어디로 가고. 누구도 모를 비밀통로에, 어째서 숨어서. 어째서 알고있어. 전부 뒤로 돌려두고. 지금 이 순간을 살기 위해서 뇌세포를 태운다.


「――샤마아아아아아아아아크!!」


무장도 없이, 요격 수단도 없이, 준비부족에 각오부족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순간적인 사태를 눈앞에 맞아, 스바루에게 생긴 것은 단 하나――또는 엘자와 조우했을 때 물불가리지 않고 취할 수단으로 마음 먹고 있던 한가지 행동뿐.


스바루의 외침에 호응하여 불완전한 게이트가 체내의 마나를 시전에 준하는 형태로 환원. 전에 뻗었던 스바루의 오른손, 그 끝에서 검은 연기가 분출――통로를 어둠이 덮는다.

빛의 그늘보다 더욱 짙게 칠흑이 좁은 공간을 탐하며, 눈앞에 닥친 위협과 스바루들의 사이를 순간적으로 벌린다. 내뿜은 연기 자체에 행동을 가로막는 효과는 없다. 뚫고 가면, 막지도 못하는 안개. 하지만,


「몰이해의 벽, 넘을 수 있는 것이라면 넘어서――가아아아앗!![각주:1]


큰소리를 지른 직후, 그때까지 늦춰지던 격통의 맹공이 스바루를 강타한다. 왼쪽 허리를 시작으로 작열이 전신을 누비며 뇌와 아랫배가 달아오른 쇠를 찔린 것처럼 타들어 가, 절규한다. 거기에 불완전한 영창의 대가, 전신에서 필요 이상의 마나가 빼았기는 감각에, 몸이 바싹 마른 것 같은 피로감과 권태감에 무릎을 꿇는다.

그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것을 붙잡아준것은,


「스바루――!」


무너저가는 스바루의 손을 잡고, 작고 부드러운 감촉. 보니 울거같은 얼굴을 한 페트라가 스바루의 몸을 걱정하며, 긴 속눈썹을 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황이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눈앞에 불합리한 위협이 다가오는 것에 대한 거절이 눈동자에 있따. 그러나 그 이상으로, 스바루의 안부를 걱정하는 색이 짙다.


그것을 본 순간, 신경을 깎는 격통과 영혼을 벗겨지는 상실감을 한순간 망각. 그 효과가 지속되는 동안에 쥐어준 손을 잠고,


「일단, 위로――!」


전진하지 못하는 이상, 탈출구는 온 길을 돌아가는 길 하나뿐. 샤마크의 지속시간에 대해서는 스바루 본인도 모른다. 몇차례 사용해서 몸에 습관이 배었는지, 기절할 때까지 마나를 소진하지 않은 것만이 지금의 성과이다. 어쨌든, 지금은 검은 안개가 길을 가려줄 기회를 놓치지 않고――


「깃……아갓!?」


뛰어나가는 순간 다시 날카로운 무언가가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덮쳐 온다.

통증의 원인에 눈을 돌려보니, 오른쪽 어꺠에서 목 뒤쪽에 걸친 위치에, 합계 4개의 말뚝이 박혀 있었다. 다행히, 박힌 깊이는 짧지만, 새끼 손가락 정도의 굵기를 한 그것을 여러개 박히는 고통은, 그것을 본 것만으로 고통을 더욱 불러들인다.


「보이나……!?」


샤마크의 검은 연기를 투시하고 있는건가, 라고 순간 판단할 뻔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바로 알아차린다. 그리고 스바루는 연기 너머로 엘자가 무엇을 했는지 직감으로 이해했다.

검은 연기가 무언가 위협이며, 뛰어드는 것의 위험성을 판단한 엘자가 안개의 저편에서 이쪽을 향해서 제대로 노리지도 않고 던져 온 것이었다.

통로는 좁고, 폭은 스바루가 세줄 서면 그것만으로 꽉 찬다. 통로의 한가운데를 노릴 컨트롤이 있으면 도망가는 등의 어딘가에 높은 확률로 명중한다.

깨달은 순간, 스바루는 팔을 힘껏 당겨 페트라를 가슴속에 품는다. 「히얏」라고 비명을 지르는 페트라. 그 몸이 지나간 곳을, 스바루의 몸을 뚫은 것과 같은 물건이 바람을 베는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노리는 곳을 피하지 않았다면 페트라의 머리까지 일직선의 위치다.


「최악……이야!」


피가 섞인 침을 뱉고, 스바루는 머리를 흔들며 통로를 저택방향으로 질주. 페트라의 팔을 당기고 늦는 그녀를 억지로 전진 시킨다.

아픔에 시야가 깜빡거린다. 빨간색과 검정색이 뒤섞이고 더 이상 이 세계는 분명하지 않다.

순간의 공방으로 스바루는 기력도 체력도 전부 떨어졌다.

이대로 저택에 돌아간다 해도, 타개할 수단이 바로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단지 눈앞의 희망에 매달리는 것처럼, 스바루는 이를 꽉 물며 계속 달린다.

순간, 목덜미를 공포심이 지나간 것은 여러차례 『죽음』에 닿은 스바루이기에 느낄 수 있었던 임사의 감각이었을지도 모른다.


「――――!」


싫은 공포에 이끌리는대로 목을 뒤로 젖혀 스바루는 그 검은 눈동자에 죽음의 궤적을 보았다.

바람을 벤다. 같은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바람을 죽이며 다가오는 곡도. 엘자가 가지는 최대이자 최악의 무기, 쿠쿠리 나이프가 그 무게를 충분히 자랑하며, 엄청난 속도로 수직회전하면서 스바루들의 허리에 다가온다.


칼날의 끝을 잡으려는듯 손끝으로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사이에 확실히 칼을 끼워――속도나 위력을 조금도 죽이지 못하고, 스바루의 오른손의 중지가, 약지가, 소지가 산산조각나서 날아간다.
칼은 그대로 스바루의 팔을 세로로 쪼개며, 손목에서 팔꿈치 까지를 양단. 충격대로 떨어지는 팔의 겉면이 벽에 내동댕이 쳐지고, 분출되는 피안개가 통로를, 스바루를 붉게 물들인다. 노호. 절규. 목이 닳은, 타버린, 찢어지는 그 목소리.

시야가 새빨개지며, 이를 무는 힘이 너무 강해서 어금니가 깨진다. 찢어진 팔을 들어올린다. 빨갛다. 그저 빨갛다. 더 이상 자신의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단지 고통만을 발하는 쓸데없는 물체.


찢어져버려. 없어져버려. 아플 뿐인 기관 같은건 필요없어. 불필요. 없어져, 사라져버려, 찢어져버려, 쓰러져 버려. 죽어, 죽어, 죽어――감촉.

손을 잡는 감촉. 통증일 뿐의 기관의 반대쪽, 그쪽에 아직 온기가 있다. 그것을 느낀 순간 절규가 끊기며 목이 망가졌다. 고통을 느낄 뿐인 뇌신경이 허용량을 초과해서 더 이상 기능하지 못한다.  아픔을 잊는다. 하지만 온기는 잊지 않는다.


팔을 당기며, 발을 내디디며, 소리를 잃은 목을 진동시키며, 스바루는 통로를 피로 물들이면서 달린다. 무거운 다리가. 무거운 팔이. 당기고 있는건가 당겨지고 있는건가. 그것도 모르겠다. 모른다.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통로가 끝난다. 계단까지 돌아왔다. 나선형 계단을 뛰어 오르면 저택이 나온다. 저택에 나오면 어쩌지. 누구를, 누가, 누구에게, 도움을, 에밀리아, 렘――?


「나 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끝나지 않았다. 끝날리가 없다.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찾지 못했다. 잡은 것도, 움켜진 것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곳에서, 전부를 던져버릴 수 있겠는가

위를 본다. 나선형계단의 위는 멀다. 다리가 엉킨다. 혀가 저린다. 팔에서 떨어지는 피가, 생명이 쏟아지고 있다. 닳고 줄어든다. 왼손의 온기를, 끌어올린다. 그러자


「――바루 님!!」'


동물같은 외침. 그리고 공중에서 무거운 것이 떨어지는 소리. 계단을 밟는 스바루의 눈앞에 넓고 커다란 등이 보였다. 연기속을 나부끼는 검은색을 중심으로 한 에이프런 드레스. 긴 금색 머리가 차가운 바람에 흔들리고,  땅에 웅크려져 잇던 몸이 다시 일으켜진다.

이쪽을 돌아보는 강경한 표정――거기에 우려의 감정을 섞은, 익숙한 얼굴

「프레드……」

「말하지마! 이 상처는……어쩜 이리 심할 수가」


그 존재를 인식하고 이름을 부르려고 한 순간, 프레드리카가 스바루의 상처를 보고 얼굴이 창백해진다. 그녀는 반은 팔로서의 형상을 잃은 스바루의 오른팔을 애처롭게 보고, 그리고 반신을 물들이는 피의 흔적에도 눈을 향한 후,


「아……」


라고, 기어들어가는 작은 목소리로 숨을 삼킨다. 스바루의 참상이 그만큼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정작 스바루는 미친듯이 분출되는 뇌내 마약의 영향으로 고통을 고통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따. 숨결은 거칠고 이븨 가장자리에서 침이 떨어지는것이 멈추지 않는다. 피의 거품이 입안에 넘치는 것을 뱉으며 스바루는 프레드리카에게 말을 만들려고,


「아.... 아――!」


「――워!!」


어둠의 저편에서 다시 날아오는 쿠쿠리나이프의 파괴력.

죽음을 안고 회전하는 칼날이 프레드리카의 머리를 노린다. 순간 강철의 빛을 본 스바루가 목소리를 내고, 그것에 반응하는 흐레들카가 허리에서 뭔가를 빼내 일섬――통로의 어둠을 불꽃이 흩어내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곡도가 튕겨나간다. 그것을 이뤄낸 것은


「침입자, 인 듯 하군요」


라며 팔을 교차시키는 프레드리카――그 양손 끝에, 발톱이 달린 토시를 차고 있다. 그 잡은 형태를 보니, 그녀에게 익숙한 무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의미로는, 지나치게 어울릴 정도로 어울리는 억센 무장. 그 양팔로 공기를 찢는 듯 정면을 견제하며, 프레드리카는 뒤의 스바루에게 향해


「저택으로. 위에 도착하면 신호를. 저도 이탈하겠습니다.」

「데……ㅅ」

「그 상처로는 어차피 짐덩이가 됩니다. ――페트라를 부탁드립니다」


단념하지 않는 스바루의 등을 떠민 것은 마지막에 한 프레드리카의 간청같은 말이었다. 계속 걸려 했던 말을 삼키고 스바루는 페트라의 작은 몸을 끌어당긴다. 팔을 당기며 당기는 것보다, 안은 쪽이 지금은 빠르다. 페트라도 저항하는 일 없이 팔 안에 안기고, 스바루는 후퇴라며 계단 발을 올려


「죽지말라고……」

「물론――아직 반도 못살은 걸요」


다리를 절며, 뒷머리를 끌리면서도 스바루는 위층을 목표해 계단을 뛰어올라간다. 나선형으로 돌면서 올라가는 동안 아래쪽에서 칼날과 칼날의 부딫치는 소리가 들린다. 좁은 공간이라면 엘사의 기동력이 손실되고 정면으로 싸운다면 지력의 싸움이 된다. 그렇다면 프레드리카의 쪽에서 승기가――적어도, 그 희망에 매달리고 싶다.


으스러진 어금니를 뱉어내고 스바루는 답답하게 움지기는 자신의 다리를 저주하며. 좀 더 빨리, 좀더 날카롭게, 스바루가 1초 계단공략에 걸리는 사이, 프레드리카의 명운이 1초 단축되어 간다. 빨리빨리, 위층으로, 위층으로, 위층으로――.


「도착했……다!!」


도착하여, 거친 숨을 내쉬면서 카펫에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그 무너진 자세 그대로 피난로에 목을 내밀로 아래층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프레, 드리카아! 됬어――!!」


프레드리카가 계단을 올라가며 직후에 피난로를 닫으면 엘자를 분단할 수 있따. 목소리를 질리며 그것을 깨닫고, 스바루는 구르는 듯 문을 여닫는 장치인 동상에. 그 목에 손을 걸고 프레드리카가 나오는 것을 기다린다.


「――에」


버티는 스바루의 귓전을 갑자기 친것은 엄청난 충겨과 붕괴에 따른 엄청난 파쇄음. 낙하하는 건축자재가 서로를 허물어, 연기를 내며 진동이 저택을 흔든다.

무슨일이, 라고 스바루는 동상의 곁을 떠나 다시 통로로. 그러고 안을 들여다보자――방금전에, 뛰어올라왔던 나선형 계단이 흔적도 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이건……아」


부실공사의 틈이 이 순간에 벌어졌다는 얘기가 아니다. 예상치 못한 붕괴라고 하기는 통로 자체가 손상없이 깨끗이 부서져 있었다. 원래 어떤 방법을 이용하면 계단 자체가 분리되는 장치가 되어 있던 것이었다.

피난에 이용한 후 추적을 피하기 위해선지, 또는 지금처럼 침입경로로 이용되는 경우에 대비해서인지, 지금은 그건 모르지만. 단지 알 수 있는 것은


――이제 더이상 프레드리카가 위로 올라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엘자가 위층으로 올라올 가능성도 무너졌지만, 역으로 프레드리카의 생존도 절망적이다. 혹은 그녀의 전투력이 엘자를 능가하면 산을 우회하여 올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말인지 스바루의 몸이 기억하고 있다.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잊었던 상처가 쑤셔대고 스바루는 핏덩어리를 내뿜는다. 어깨와 목, 허리에 꽃힌 말뚝이 질척하게 육체를 좀먹기 시작했다. 뽑아내려 해도 손가락이 미끄러지며, 대량 출혈이 무서워 닿은 손가락이 떨리고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일[각주:2]하고 있을 때냐고……바보냐? 나는……」


발걸음을, 생각을 멈추고 있을 시간은 없다. 프레드리카의 생존이 절망적일지는 아직 스바루의 행동에 따라 변화하는 상황일 터이다.

상처의 통증을 참으며 무릎을 일으켜, 몸을 일으키려한다. 그리고 문득 자신이 안고 있었을 페트라의 존재를 떠올린다. 집무실에 달려서 돌아온 뒤, 그떄까지 품에 있었을 터인 그녀는 어디로――,


「페트、라……?」


목을 돌려, 스바루는 방의 반대――동상 근처에 페트라의 모습을 찾아보자 쓰러진 소녀는 옆으로 넘어져, 아무래도 아까 진동때 손에서 놓아버린듯 했다.

녹초가 된 소녀는 의식이 없는지 부름에 반응이 없다. 공포와 피로감의 극치로, 의식을 유지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프레드리카의 안부를 염려하면서도, 그녀의 말대로 페트라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떨리는 무릎을 혹사시키며 일어서, 스바루는 쓰러져 페트라의 밑으로 발을 옮긴다. 그리고 쓰러져있는 소녀를 안아 일으키려 하지만.


――쓰러진 소녀의 목 뒤에서 뒤통수까지 곡도가 박혀있는 모습이 보였다.


상처에서 대량의 피가 뚝뚝 떨어지고, 깨진 후두부에선 뇌의 일부가 쏟아지고 있다, 밤색의 부드러운 머릿결이 선혈로 물들고, 부드럽고 따뜻한 손바닥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오른손을 올린다. 손가락 세개와 팔의 절반을 잃은 불쌍한 고기덩어리. 이 팔을 내밀어 제지하던 곡도가 그대로 페트라를 강타했던 것이다. 이것만 내밀고선 무엇도, 지켜낼 수 없었던 것이다.


「――――으으아아아아아아아!!」


닳아버린 목이, 피의 절규를 질렀다.



※※ ※ ※ ※ ※ ※ ※ ※ ※ ※ ※ ※



휘청거리는 걸음걸이로 저택의 카펫을 밟고 스바루는 망령있듯한 얼굴로 서관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걷는 스바루의 팔에는 페트라의 시신이 안겨져 있다. 위로 흰 시트를 씌워, 그 죽음을 누구도 보지 못하게 숨긴채로.

놀랍다는 표정 그대로의 죽은얼굴은 즉사였다는 것을 증명해, 최소한 그것만이 구원이었다. 스바루가 맛본 것과 같은 고통을 맛본고 목숨까지 잃는다는 건 너무나 잔인하다. 그녀가 구원받지 못한다. 구원따윈,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저택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돌아온 것 아니었던가. 최소한 그 도움이 되도록 힘을 다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지 않았던가.

페트라를 또 다시 이 죽음의 나선 속에 끌어들이고 말았다. 스바루가 페트라의 죽음을 보는 것은 이제 이것으로 세번째――모두 스바루가 어떻게든 했으면 일어날 리 없었던 끝맺음이었다.


마녀교의 존재를 발단으로 하던 전 회, 하지만 이번에는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

스바루는 페트라를 끌어들이지 않고 끝나도록, 프레드리카가 그녀를 메이드견습으로 영입하려 했을 때 반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에밀리아의 곁에 있는 것으로, 자신의 곁에 있는 것으로,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스바루는 알고 있었을 터이다.


「계속、그렇게 올라가면[각주:3]……끝이 없어」

 (주* 각주 꼭 봐주세요 표현의 매끄러움을 위해 이리 표현했지만 원래 표현을 아시는게 좋을 겁니다)


향하는 곳에 있는 계속 자고 있는 그녀에게는, 어떤 재앙도 다가오지 말아주길.


서관, 메이드실이 즐비한 층에 겨우 도착한다. 집무실이 있던 최상층에서 가장 짧은 길을 선택했지만 부상한 몸을 놀려 여기까지 오는데는 꽤나 오래 걸린 것 같다. 바로 반대쪽 계단, 맨 끝에 목적의 방이 있다.

거기에 도착하면 어떻게 될지,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도착하는 것 만이 목적으로, 거기에 있어야 할 그녀에게 닿는 것만을 목적으로, 살 기력도 더는 없다.


피가 너무 흘러서, 흘러나온 피와 함게 결심과 각오도 몸에서 흘러나와 버렸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너무 많은 것을 잃은게 컸다.  이 상실감을 짊어진 채론 얼굴을 들고 걸어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적어도, 끝낸다면 그녀의 곁에서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스바루가 자신의 약함을 드러낼 수 있는 그녀의 곁에서.


핏자국을 남기며, 반쯤 벽에 기대면서 없는 기력을 집념으로 바꾸고, 스바루의 몸은 간신히 목적의 방――렘의 침실 앞까지 도착한다.

팔 안에 있던 페트라를 벽에 기대고, 시트를 벗긴다. 눈꺼풀을 닫아 죽음만을 담은 시체. 그 뺨을 만지고 손가락으로 입술을 덮으며, 차가워진 그녀의 빈 그릇에 머리를 숙여,


「미안……미안해……내가 바보라서, 어쩔 수도 없는 놈이라서……흑」


뭔가 방법이 있었을 텐데, 스바루가 바보였던 탓에 그것을 몰랐다. 그 결과의 희생양이 페트라로, 더 이상 사과의 말도 여기에 없는 그녀에겐 닿지 않는다.

쏟아지는 눈물을 페트라의 무릎에 떨어뜨리고 스바루는 고개를 흔들면서 시트를 덮고 파트라의 시신을 다시 덮는다. 그리고 일어나서 돌아섰다.


「――두고 가는 것도 너무하다고 생각하지만」


복도의 끝, 방금 스바루가 내려온 계단에 발을 걸어, 이쪽을 향해 고개를 기울이는 흑발의 미녀. 묶은 긴 흑발의 끝을 손가락으로 만지작 거리며, 반대쪽 손에는 피에 젖은 쿠쿠리나이프를 흔들고 있다.

블랙바디수트에 검은 외투. 왕도에서 보았을 때와 다르지 않다. 위에서 아래까지 칠흑의 코디. 프레드리카와 교전 했을 터인데도, 그 영향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부상이라는 의미로도, 피로라는 의미로도.


그녀가 여기에 나타난 이유――그것이 그대로, 프레드리카가 어떻게 되어 버렸는지를 증명하고 있다.

다시한번 사과의 말이 닿지 않는 상대가 늘어난 것에, 스바루는 천장을 올려다 보며 자신의 무력함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저주할 수 밖에 없다.


「그 상처로 잘도 여기까지 걸어 왔네요. 감탄스러워요」

「축의금[각주:4] 줄거라면. 네 목숨이면 된다고……」

「그것은 '너의 목숨을 원해'라는 구애라고 생각해도 될까」

「바로 밟아 찌부러트려도 괜찮다면 맡아줄게……」


빗나가는 엘자의 대답에 구역질이 나고, 스바루는 살인마를 노려보며 벽에 의지해 몸을일으킨다. 시야가 올라가, 정면으로 엘자를 인식할 수 있게 되자, 그녀는 만신창이의 스바루를 위에서 아래까지 보고선,


「피의 향기, 분노의 냄새, 『죽음』의 향수……아아, 당신은 그 무엇도 극상이에요. 남은건, 그 장기가 내 취향이라면 말할 것도 없지」

「미친년이……뭐라 짓껄이는지 모르겠네……」


황홀한 얼굴로 나를 안고 엘자는 발정하는 것을 감추지 않고 열띤 눈으로 스바루를 본다. 미녀라도 미친년의 눈빛. 그것은 스바루에게 공포심과 혐오밖에 가져오지 않는다.
거절감만을 표정에 드러내는 스바루. 그런 스바루에게 엘자는 뺨을 요염하게 물들인 채로,


「당신과 말하는 것도 좋지만……목적을 잃어 화가난 건 미안해. 왕도에서 만난, 정령과 반마 아가씨는 저택에 계시니?」

「오기전에 전화한통 넣어주면, 수고가 줄었을텐데 말야. 용병단 고용해서 성대하게 환영해 줬을 거라고?」

「대답하지 않을건가. 그렇다면, 내장에 묻는 것이 최고겠죠」

말하며 스바루는 렘의 침실 문을 연다.
이해할 수 없는 행위에 미간을 찌푸리는 엘자이지만 그 반응만으로 기분 좋다.

이미 이번회의 돌파를 중도포기한 스바루. 상처는 깊고, 생명이 흘러나오는 것이  멈추지 않고, 이번 루프의 운명은 풍전등화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엘자에게 한발 먹이는 형태로. 적어도, 녀석의 뜻대로는 되지 않는것만은 전하고 싶다. 악한의 칼 앞에서 진다니 그야말로 죽어도 싫다. 녀석에 손에 당할 거라면 차라리 목숨을 던져버린다. 그 전에, 그녀가 욕보이는 것만은 피하고 싶다.
고육책이라고 하면 듣기는 좋지만, 그것은 너무 이기적인 마음이기도 했다.

하지만 페트라처럼, 프레드리카처럼, 엘자의 손에 당할 바에는.

이미 끝나버린 이 세계의 그녀는, 적어도 스바루의 손으로――.


「곧바로, 나도……」


그 대로 그녀의 뒤를 쫒는다. 그 각오로 렘의 침실에 들어가――、


「――에?」


――책장들이 즐비한 금서고가 끝을 각오한 스바루를 반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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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국어로 가!! 하는걸 늘인게 아니라 그냥 효과음입니다. [본문으로]
  2. んだごと [본문으로]
  3. たら、れば~했다면, ~했었으면 [본문으로]
  4. おひねり [본문으로]

천재보다는 범재

-현역복무중- 취미로 ncode.syosetu 번역합니다. 趣味でncode.syosetuの翻訳をしています。 판권관련 문제는 sametim17@gmail.com으로 연락주시길. なにか問題があるならsametim17@gmail.comにご連絡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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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33『바람부는 길』

http://ncode.syosetu.com/n2267be/199/




눈을 감고, 동생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프레드리카.

거기에 담긴 감정은 부정적인 듯하기도 하고 친애 같기도 한 복잡한 것이다. 육친에 대한 정으로 흔하다고 하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물리적으로는 결계를 돌파할 수 있지만, 정신적인 문제로 그 녀석은 결계를 넘지 않는다……너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가」

「실제로도, 누나인 나의 부름에도 따르지 않았습니다. 결계를 나오기 직전까지 따라와 주었습니다만, 결국은 저와 가는 것보다 결계 속에서 할머니와 지내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할머니라면…… 음..... 류즈씨 얘기이려나?」

「그 아이는 입은 나쁘지만, 할머님을 정말로 좋아하고 있으니까요. 할머님의 비원이 성취되지 않는 한 밖으로 나올 일은 없을 겁니다.」


할망구 할망구라고 욕지거리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지만, 가필이 류즈에 대해서 허물없는 정도를 넘어선 애정을 가진 사람이란 것은 옆에서 봐도 알 수 있다.

여하튼, 그것이 발각됐다고 해서 사태가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결국 『시련』을 돌파해 『성역』을 해방하는 것이 필수 조건인 것에 변함은 없네. 실망스러운 결과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또 묻고 싶으신 것이 있으시다면」

「대답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겠지?」

「정말 죄송합니다」


간단하게 긍정해버리는 프레드리카에게 코로 숨을 뱉고선, 스바루는 다른 질문을 몇 가지 나열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추세로 보아 아마도,


「로즈월의 진의라던가 물어봐도 괜찮은 화제?」

「서방님은 에밀리아님을 지원하고 루그니카의 왕이 되어줄 생각이십니다. 그 일에 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할게요」

「진의라고 물었는데 먼저 그 말을 해준다는 것은 지금 로즈월의 행동들이 그것에 준해 있지 않다고 프레드리카도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지?」

「에둘러서 알게 어려운 수단을 고르고 있다는 것은 저도 람도 부정하지 않을거예요」


언외에 로즈월의 행동에 대한 평가를 맞대고, 응하는 그녀는 고심하는 표정이다.

스바루가 품는 의문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면서 그 의문을 푸는 열쇠를 이곳에 보이는 것이 금지되고 있듯이. 결국,


「거기부터는 로즈월 본인의 허가 없이 말할 수 없다 고」

「죄송합니다. 단지 이것만은……서방님은 에밀리아님과 스바루님의 편입니다. 왕선을 이겨낼 의지를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한, 그것만은 확실해요」

「초 신경 쓰이는 표현이지만……뭐, 좋아. 로즈월은 차치해두고 '프레드리카는 신용해도 좋을까' 라고 생각은 하고 있으니까. 람 정도로 로즈월에 심취해 있는 경우, 이쪽의 감정은 제외하고 판단하기 곤란한 부분이니까」


한 인간으로서 스바루는 람을 아주 좋아하지만, 그것 = 절대적 신뢰 로 연결되지 않는 것도 어려운 관계이다.

적어도 그녀의 안의 순위에서 로즈월을 절대 움직이지 않는 이상, 그 로즈월이 신용할 수 없는 지금은 람에 대한 판단도 보류할 수밖에 없다.


「로즈월의 진의를 말할 수 없다고 하면……『성역』이 실험장이라는 것은 무슨 뜻이야? 이것은 가필이 말한건데」

「실험장――말입니까」

「갈 곳 없는 녀석들이 모인 루저집단[각주:1], 이라고 말했었지. 갈 곳이 없는 건 솔직히 아까 아인관계의 얘기의 흐름에서 상상은 가. 로즈월의 아인취미라는 호칭하고 『성역』에 갈 곳 없는 하프들을 살게 하고 있는 것도. 하지만」


실험장이라는 단어의 불온함과 그 곳으로 하프들을 모아 어떤 의미에서는 납치 감금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즈월의 목적을 모르겠다.

혹시는 어설프게 밑에서, 에밀리아와 엮어서는 안 되는 상대와 엮고 있을 가능성도.


「애초에 『질투의 마녀』가 아니라도 마녀와 관련성이 있는 시설을 대대로 맡고 있다고 알려지면 꽤나 사건이지 않아? 자료는 남아 있지 않는다고 전해지고 있지만 사실 무덤까지 남아있다고 한다면」

「마녀,  라는 단어의 의미 자체가 나쁜 의미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아마도 서방님과 계약관계에 있는 『탐욕의 마녀』 또한 수도는 결코 온당한 것으로 생각해주진 않을 겁니다. 그 우려는 스바루님의 생각대로라고 생각해요.」

「『성역』의 존재가 문제라는 것이 공통인식이란 것으로 좋아. 그래서, 실험장이라고 하는 것은 그 인식을 더욱 덮어주거나 하는거야?」

「……원래 그 장소는 『탐욕의 마녀』가 어떤 실험을 실시하기 위해서 하프들을 모아 숨긴 곳입니다. 토지의 소유자였던 당시의 메이저스가와 마녀가 어떤 협상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계약을 이유로 대대로 메이저스가는 『성역』의 관리와 유지를 하게 되었다든가」


더듬더듬, 프레드리카의 말하는 내용에 수긍으로 맞장구를 넣으면서 스바루는 정보를 정리. 그 근처까지의 사정은 은근히 『성역』에 있던 경험으로부터 정보를 이어붙혀 연결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마녀가 하프들을 사용하여 무엇을 실험하고 있었는지'와 '마녀가 죽은 후에도 로즈월이 그 계약을 지키고 있는 이유'.……인가」

「후자의 이유에 대해서는 간단합니다. 계약 내용이 『성역 해방까지 마녀와 맺은 서약대로 성역을 유지하기』이니까요. 정기적으로 사람을 넣지 않고는 『성역』이라는 환경은 불가능 합니다.」

「그래서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하프들을 숨겨주고 있는 건가. 그것만 들으면 로즈월의 하는 짓이 자선사업의 일환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군」


사실로서 차별이 존재하는 이상 그들이 안전할 수 있는 장소의 확보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로즈월이 해내고 있는 것이라면 그에 대한 평가를 개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모두가 전부, 그 장소에 있고 싶다고 주장하는 하프만 있는건 아닌것 같은데. 실제로, 류즈씨와 그 추종자는 『성역』의 해방을 바라는 녀석들이 다수라는 것이겠지?」

「……아인족에 대한 편견의 눈도 상당히 줄어들었어요. 저와 동생이 『성역』에 들어간 것도 이 피가 이유라기보다는 순수하게 거처가 없었던 것이 비중이 더 크고요. 언젠가 『성역』이 해방된다――그래서 저는」


굳게 눈을 감고 말을 끊는 프레드리카. 그런 그녀의 태도에 스바루는 침묵하고 잠시 시간을 두고나서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내 멋대로 착각한 것 일지도 모르지만……혹시 프레드리카가 『성역』을 나온것은, 『성역』이 해방된 후를 생각해서야? 」

「……왜, 그리 생각하시나요?」

「왜냐니. 당연히 너 『성역』에 대해 말할 때 그런 슬픈 얼굴하고선 고향을 뿌리치고 나오다니, 내 자신 때문이거나 다른사람 때문. 그 둘밖에 없잖아. 그래서……」


뺨을 긁어 뇌리에 떠오르는 것은 금빛 머리를 단발로 한 무서운 얼굴의 청년. 눈앞의 마음 착한 여자와 입가만이 쏙 빼닮은 솔직하지 못한 인물로,


「가필의 진심숨기기가 누나도 가진 공통점이라면, 행동 뒤쪽이 거북할 정도의 배려투성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언젠가 『성역』이 해방됐을 때 나온 사람들이 난처하지 않게 그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 나오지 않았을까? 여기서 일하는 건 로즈월에 대한 빚도 있겠지만, 그것만이 아니잖아……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건데」


빠르게 말한 내용에 비약한 논리가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스바루는 부끄러움을 참으로 곁눈질로 프레드리카를 본다. 만약 엉뚱하게 빗나가서 웃어 넘긴다고 한다면, 단순히 스바루가 너무 흥분해서 부끄러울 뿐이지만,


「새로운 세계가 언젠가 열렸을 때……그 장소에 손을 내어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불쑥 그렇게 말을 흘리는 프레드리카의 표정에 미소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것은 빗나간 의견을 말한 스바루에 대한 불쾌감 등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마음의 상태를 되돌아보고 솔직하게 타인에게 털어놓았다는 해방감만이 있었다.


「그 곳에서 키워진 제가, 이번에는 그곳에서 나올 생각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그런 환경을 만드는데 도움이 한개라도 될 수 있다면, 제가……원해서 태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 제가 태어난 의미가 분명히 있는게 아닌가 하고」

「원하지 않았다니. 그런……」

「위로의 말은 필요 없어요. 경위가 경위, 어머니가 원해서 저를 가졌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습니다. 사실 어머니는 나도 동생도 『성역』에 버려두고 갔습니다 그것만이 대답……하지만 그 대답만으로 이야기를 끝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이미 그녀의 안에서 답이 나온 문제이다.

그런만큼, 겉모습 뿐을 아는 스바루의 동정은 그녀의 마음에 울리지 못한다. 무엇보다 그녀는 자신이 낸 답을 안고선, 그 대답만으로 끝나지 않는 선택지를 고르고 있다.

――강하구나, 라고 솔직하게 그렇게 생각한다. 동경할 정도로. 강력한 신념이었다.


「……가필은 너의 그 속마음을 알고 있어? 알고 있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라오지 않았다고 한다면」

「동생에게만은 안고 있는 모든것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럼에도 함께 와주지 않았던 것은……그 선택지를 동생이 선택했다는 것. 동생은 얻기 어려운 것을 얻으러 하기 보다는 잃기 쉬운 것을 지키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남매의 길이 나뉜것도 그것뿐인 이야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킨다……지키는거, 말이지. 그 녀석 외관을 보니, 그것을 선택할 느낌의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지만 말야. 뭐 사람의 마음 같은걸 겉에서 알 수 있을리 없지만」


턱을 대며 홍차 컵을 단숨에 기울여, 내용물을 다 마시며 스바루는 트림을 참았다. 그리고 입가를 가볍게 손등으로 훔치고, 「그래서」라고 말을 꺼낸다


「말을 돌려서 『실험장』이라는 단어에 관해서는 어떻게 되지? 실험이란 것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말할 수 있는 내용이야?……혹시 내용을 알고있어?」

「유감이지만, 내용과 그 목적에 대해서 저는 잘 모릅니다. 원래 『탐욕의 마녀』가 죽은 시점에서 실험의 지속은 불가능. 단지 시설만 남고 메이저스가는 그것을 유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불모지밖에 없지. 약속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알아버렸지만, 상대가 죽은지 400년이나 지났는데 계속 지킬 의미따위가 있을까」

「적어도, 서방님과 그 일족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저와 동생의 어린시절의 안녕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으……그건, 아……생각이 짧았다. 미안」


솔직한 스바루의 사과에 프레드리카가 실소.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컵도 비운 후, 스바루가 들이킨 컵도 회수하여 일어난다.


「긴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일단 일단락지어 볼까요. 스바루님은 이제부터 뭐하실건가요?」

「원래부터 아람마을 사람들을 마을로 되돌리기 위해 왔을 뿐이야. 궁금한걸 다 물어봤다면 냉큼 돌아갈거야……라고 해도 오늘은 이미 늦었으니 내일 아침정도에 출발하게 되겠지만」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오늘밤과 내일 아침은 페트라가 힘내보도록 시키겠습니다. 주의력이 산만하게 될 거라고 생각지만, 그게 좋은건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요」

「페트라의 교육이 잘 진행되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지금 페트라는?」

「마을에 가서, 돌아오신 분들에게 얼굴을 보이고 있을 때라고 생각해요. 그러라고 시켰습니다.」


이쪽의 의도를 전하기도 전에 이미 알려주는 것이 과연 프레드리카.
소리를 내면서 컵을 옮기는 등을 보면서, 스바루도 자리에서 일어나 나머지 할 일을 손꼽아 헤아린다.

프레드리카의 입에서 캐낼 수 있던 것은 묻고 싶었던 모든 것의 반 정도. 그래도 어느정도 추론을 진행할만한 정보는 얻은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외에도 사정에 정통한 듯한 마지막 한 사람을 찾아내는 것 뿐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단 샅샅이 조사하러 저택안을 다녀볼까……」


눈앞에 중노동을 둔 것에 어깨를 떨구는 스바루.

그런 그의 등을 슬쩍 훔쳐보며, 방을 나가는 프레드리카는 작은 목소리로


「내용도 목적도 모르는……하지만 결과만은 알고 있는 실험장. 그것을 알았을 때……어떻게 생각할까요」


그렇게 중얼거린 것은 생각에 잠긴 스바루에게는 전혀 닿지 않았다.


※※ ※ ※ ※ ※ ※ ※ ※ ※ ※ ※ ※


베아트리스의 『징검문』의 번거로움은 저택의 누구나 아는 부분이었지만 그것을 스바루가 진짜로 느낀것은 왕도에서 돌아온 뒤에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여러개의 선택지를 주어진 경우 직감――순수하게 감 이야기가 되지만 그것은 스바루에게 있어 몇 안되는 자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노힌트의 선택 문제에서 특별한 이유없이 정답의 선택지를 찍는 스바루의 특성은, 어떤의미에선 『공기를 읽지 못한다』기능으로서  아주 나쁜 평을 받았지만, 이 세계에서는 베아트리스와의 조우율에 기여하는 의미에서 도움이 되고 있다.


「이상하네. 이걸로 저택 중의 문은 전부 다 돌았을 텐데……」


여기가 마지막, 이라고 희망을 걸고 열린 화장실의 문을 닫고, 스바루는 목적이 이루어 지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을 한숨과 고개를 갸우뚱하는 동작으로 나타낸다.

이로써 왕도에서 돌아오고 통상, 베아코 맞추기 퀴즈의 승패는 1승 참패. 그때까지 타율이 거의 100%였던 것을 생각하면 슬럼프라던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정도에 이르러서야 스바루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젠장, 아무래도 진심으로 나를 피하고 싶은 모양이네」


'진심을 낸 베아트리스의 『징검문』에 패배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전에 람이 말했었지만, 특히 근거도 없이 스바루는 그 상식을 뒤엎어 왔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스바루는 스바루대로 베아트리스에 대해 우월감――이 경우 『징검문』을 깨부신 것. 이라고 하기보다는 저택의 누구보다도 그녀에 대한 어드밴티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우월감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헤어진 방법이 그렇니까말야. 이렇게까지 기합넣고 은둔할 필요 없잖아. ……얼굴 보여주지 않으면 싸움도 사과도 할 수 없잖아」

그 때의 스바루의 말의 무엇이 그녀에게 이만한 거절을 선택하게 했는지는 모른다. 모르지만 이렇게 물리적으로 거리를 사이에 둔 채로는 모르는 것이 모르는 채로 끝나버린다. 그것만은 싫다.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 라는 절박한 이유를 도외시해도 스바루는 베아트리스와 만나 말을 주고받고 싶었다.

욕이라도 괜찮아. 또는 깔보는 시선으로 바보취급해도 상관없다. 잃어버린 일상이었다. 그것을 아는 스바루의 앞에서, 일상이 사라져 가는 것이 견딜 수 없었다. 그것조차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팩도 베아코도 중요한 시간에 이야기 한 마디도 해주지 않는거냐고」


아직 모습을 감춘 채인 팩도 공간째로 숨어버린 베아트리스도, 에밀리아가, 스바루가 가장 필요한 시점에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곤란할 때만 의지한다니, 하늘의 신을 대하는 것 같은 너무한 이야기다. (신도 급할때만 찾는걸 비유)


단지 그렇게 감상에 젖어 지내기에는 상황이 절박했다. 엘자라는 알기 쉬운 위협이 저택에 다가온 이상 그녀의 격퇴를 못한다면 저택의 관계자의 대피는 최우선 사항이다.

설마 엘자도 저택과 무관한 아람마을까지 칼부림을 부릴 일은 없을것이다. 그리고, 관계자의 신병 안전확보는 스바루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안건이다.


렘과 페트라를 데리고 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프레드리카도 직업의식에 호사하면 움직일 것이다. 문제는 만나는 것조차 어려운 베아트리스 뿐.

이전 왕도를 발단으로 한 루프에서, 스바루는 그녀를 집에서 데리고 나가는데 실패했다. 그 시점에서 아직도 그녀를 집에 두고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위협이었던 마녀교의 의도가 저택 자체가 아닌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엘자는 저택에 침입하고 칼을 휘두르기에 거침이 없다. 본명인 에밀리아의 부재 등 관계 없이 그녀의 칼날은 저택에 있는 존재의 배를 베어 가르는 것 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겠지.


베아트리스의 전력이 실제로 얼마나 인지는 모른다. 모르지만, 엘자와 에밀리아와 계약 관계에 있는 팩과 호각의 싸움을 한 전투력의 소유자이며, 스바루의 상상으로는 빌헬름에게 조차 견줄 수 있는 괴물이다.

베아트리스가 엘자와 직접 만나는 경우 베아트리스가 이기는 그림이 스바루는 아무래도 떠오르지 않는다.


「엘자에 대해 거북하다는 의식이 너무 강한 것일지도……세번이나 살해당하면 당연한 이야기지만――그럼」


황상의 통증을 느끼는 배꼽에 손을 대면서 복도를 걷고 있던 스바루는 문득 발을 멈춘다. 시선의 끝에 있는 것은 집 중에서도 유달리 돈이 많이 발라진 문이고, 장소는 저택의 최상층 중앙의 방- 즉 로즈월의 집무실이다.

주인이 부재인 현재 마음대로 들어서는 것은 매너 위반인것은 아주 잘 알고 있지만


「그러고 보니, 이 방에도 확인하고 싶었던 게 있었지」


라며 특별한 부담감 없이 문에 손을 대어 안으로 들어간다.

발을 디딘 집무실의 풍경은, 당연하지만 저택안의 문을 열고 돌아다니던 방금전과 변화는 없다. 집무를 하는 로즈월 자신이 돌아오지 않은 것도 있어, 방안의 상태는 스바루가 오토를 부려서 자료정리를 시켰던 무렵의 상태 그대로이다.

잡다하게 쌓인 서류와 책장을 꼼꼼한 오토가 정리한 만큼, 청소한 방같은 청결감을 느끼며 스바루는 두리번 거리며 안을 관찰한다. 그리고 발길을 돌린 것은 방 안쪽, 흑단의 책상 옆에 서있는 두개의 책장이며


「이 책장의 뒤에 숨겨진 통로가 있는거지」


두번정도 그 존재를 확인한 숨겨진 통로――아마도 피난로인가 무슨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그것을 기동시키는 법과 통로의 끝은 스바루에게 있어 미지의 정보였다.


「전 회에 엘자습격때도 열려 있었고, 이쪽에서 어딘가로 도망갈 수 있는 건 확정이라고 생각하는데……전에 들어갓을 땐 도중에서 동사했으니까」

팩의 역린을 건드린 듯한 마녀교도, 빙상이 되고 끝난 기억. 손가락이 떨어지고 팔도 부셔졌던 끔찍한 기억이지만, 아픔도 없이 끝난 후에 흐릿한 부분이 많아서 떨리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다만 죽음은 죽음이다. 그것을 경시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여하튼


「피난로가 어디로 통하는지 알면 최악의 경우의 가정도 할 수 있다. 혹은 피난로를 따라서 저택에 들어올 수 있을지도. ……그런 상황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안전확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이상, 피난로의 확인은 필수 사항이다. 아마도 저택의 뒤쪽 산 어딘가에 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피난경로의 약속이라 하면 도중에 재해시의 피난 봉투가 비치되어 있으면 더 좋다.


「확인을 위해서도 바로 피난로를……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피난로를 여는 장치는 뭘 어떻게 해야 움직이는 것일까.

우선 책장에 손을 걸고 전력으로 움직이려고 해 보지면 내용물이 묵직하게 들어찬 책장은 스바루의 완력을 풀로 사용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내용을 외부로 빼고 그야말로 선반만으로 시도한다면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요점이 빠른 피난인 상황에서 그런 느긋한 짓은 허용되지 않고, 어딘가에 움직이기 위한 스위치라던지 뭔가가 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고 책상 뒤, 책장 속 등을 뒤지고 보는데 그럴듯한 기구는 발견되지 않는다. 서랍의 바닥에 더블딥이 있어 안에 보석이 가득했던 것을 발견했을 때는 자연스레 못본거로 하는 장면도 있었지만.


「속수무책인가……잘못해면, 이 방안에 없을 가능성도 있으니 말야」

「방 안에 없다니. 뭐가?」

「그야 당연히 숨겨진 스위치같은 무언가야. 책장의 뒷면에 숨겨진 통로를 들여다 보고 싶은데 그것이 발견되지 않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아서 말이지」

「아 피난로 얘기구나. 그거라면 이쪽 동상이야」


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스바루의 소매를 끄는 페트라. 그녀에게 끌려 그곳을 본 스바루는 여성이 가리키는 쪽을 보고 「헤에」라고 끄덕인다,


「방 구석에 있는 그야말로 동상이었는데……여기에 장치가?」


의자에 앉은 인간을 본뜬 동상은 책상 위에 타는 올려진 크기에 작은 것이었다. 가구가 적은 집무실에 있어서 어딘가 이상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페트라는 겁없이 그것에 접근하면서


「응차」


라고, 작은 구호를 넣고 그 동상의 고개를 돌린다.
목이 돌아가 180도 뒤돌아 버리는 조각상. 정강이 뼈를 꺾어버린 사람을 보는 듯해서 스바루는 눈을 찌푸렸지만, 그 직후에


「오、오、오――」


무거운 물체가 미끄러지는 소리가 실내에 울려 돌아보는 스바루의 앞에서 책장이 좌우로 나뉘어 이동한다. 그리고 책장이 이동한 뒤에 나타난 것은 쩍 하고 벌어진 사람 한명이 지나갈만한 공간이 있는 어둠으로 통하는 입구이다.
목적의 피난경로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스바루는 작게 주먹을 굳혀 승리포즈를 넣어


「이거이거 이거야. 찾고 있던 거야. 고마워」

「후후ー, 그렇지ー. 제대로 프레드리카 언니에게서 배우고 있었으니까. '여차할 때의 도망가는 길로 기억해 둡시다'라고 말야」

「좋아. 감사감사. 이걸로 바로……페트라, 어느새에!」

「이제와서!?」


너무 자연스럽게 참가하고 있어서, 생각에 열중하던 스바루는 그 존재를 눈치채는 것이 늦었다. 그 스바루의 지나친 대응에 페트라는 토라진 것처럼 입술을 삐쭉거리며


「모처럼 서둘러 돌아와서, 그리고 도와줬는데……스바루님, 좀 심하다고 생각해요」

「아니, 나도 '혼자 있었는데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는 걸까'라고 도중에 생각은 들었는데 목적이 달성된 기쁨에 덧쓰기 되어서 알아치리는게 늦었어 안미안미」


토라진 모습으로 얼굴을 돌리는 소녀. 스바루는 사과하면서 그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고, 그때부터 다시 피난로라고 불리는 통로에 눈을 돌려서,


「근데 페트라는, 프레드리카에게서 이게 어디로 이어지는지 들었어?」

「네.  뒷산의 산길에 작은 오두막에 연결되어 있다고 프레드리카 언니는. 마수방지의 결계와는 다른 결계가 있어서 바깥에서는 알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그렇군요. 바로 숨겨진 통로인건가. 그렇지만 실제로 눈으로 살펴보지 않으면 안 되지」


산의 어디로 나오는지 확인한 후, 피난로로도 진입로로도 도움이 되겠지. 스바루는 소매를 걷는 액션을 하고, 의욕 만땅의 얼굴로 입구에 발길을 돌린다. 그런 스바루의 뒤에 작은 발소리를 내며 페트라가 좇는다.


「응? 페트라도 합께 갈거야?」

「안돼?」

「안되진 않지만 와도 아마 재미있는 일 같은거 없을거라고? 순수한 호기심으로 이것이 어디에 연결되어있을지 보고 올 분이고, 바로 돌아올거고」

「지금은 휴식시간인 관계로, 저도 자유시간입니다. 함께 있어도 괜찮겠죠?」


옷자락을 잡고 강아지같은 눈으로 올려다 보는 페트라. 그렇게까지 따라오고 싶어하니 떼어놓고 가는것도 괴롭다. 스바루는 한숨을 지으며 쓴웃음을 짓고


「진짜로 갔다 올 뿐인데, 호기심쟁이구나 페트라」

「호기심쟁이가 아니었다면 여기에 있을리 없고……호기심쟁이라 다행이다」


스바루의 말에 그렇게 대답하는 페트라. 그녀가 하고싶은 말이 뭔지 잘은 모르지만, 스바루는 일단 미소로 수습하며 내미는 손을 잡고 대피로로.
그늘이 이어지는 숨은 통로는 나선계단모양을 하고 있으며 벽자체가 희미하게 발광하는 소재이다. 아래층까지 길을 잃지는 않겠지만, 그것이 지하로 통하고 있음을 하는 스바루는 돌아보고


「조금 계단이 길고 어두우니까,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

「미끄러지면 잡아줄거야?」

「널 안고 맨아래층까지 떨어질 뿐이니까 좀 봐줬으면 해……그래서 불구가 된다면 눈뜨고 볼 수 없잖아」

「그럼 내가 평생 스바루님을 돌봐줄게」

「기쁘지만 과정이 무서워!」


그런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스바루가 앞서는 형태로 두 사람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서늘한 찬바람이 아래층에서 올라오고 있어 그 앞에 있을 리 없는 팩의 존재를 떠올라 등 뒤로 한기가 달린다.

있을 수 없는 동사의 미래, 그것을 무서워하는건 아니지만,


「말없이 내려가는 것도 재미없고 페트라가 무서워할지도 모르니까 이야기좀 할까」

「스바루님, 손바닥에 조금 땀흐르고 있다고요?」

「페트라가 무서울지도 모르니까 이야기 하자구! 마을 사람들은 어땠어?」


어디까지나 애를 염려하는 형식에 집착하는 스바루에게 스바루는 사랑을 담은 눈을 향하며 대화를 잇는다. 그리고 조그맣게 침묵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아래층을 목표로 내려가길 수 분――계단이 끝나고, 스바루도 아는 좁은 통로에 도달.
어느정도 그 통로를 나아가니 앞에 문이 있고, 거기서부턴 스바루에게 미체험 존(Zone)이 된다.


「체감상 아직 저택의 지하로 숨어들었을 뿐이고. 뭐, 여기 뒤편의 산까지 굴이 계속된다고 하면 이 토굴은 꽤나 기네」

「피난로였다가 탈출로였다가 굴이었다가, 호칭이 정해지질 않는군요」

「그렇네. 멕시코에서 부는 바람이란 뜻으로, 산타나와라고 부를까?」

「아, 거기 넘어지지 마요, 튀어나온 부분이 있으니」


스바루의 농담을 아름답게 무시하는 페트라. 그녀의 단기간만의 대 스바루 능력의 향상을 기쁘게 생각하면서도 쓸쓸한 스바루.

그런 향수를 안은 채 통로를 나아가니 이번에는 조금은 넓은 공간에 도달. 정면에는 어둠에 멍하니 문이 떠있어 여기가 작은 방이라는 것을 확인. 이전에는 이 공간에 잔뜩 마녀교 빙상이 즐비했지만 이번에는 역시 그 흔적은 없음. 살짝 안도의 한숨을 흘리면서,


「당연하지만 트라우마 스위치가 들어가지 않고 끝난건가. 일단 여기까지 봤을 때, 산장까지의 길은 1/3정도 왔다는 것인가」


「바람이 차가운……저 문 너머이려나」


스바루의 안도를 뒷전으로, 페트라는 눈앞의 문이 새로운 스테이지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스바루도 「아아」라고 수긍하면서


「전 회에는 문을 만진 시점에서 게임오버[각주:2]해서 여기부터 앞은 완전히 모르는 장소지만……뭐 길을 따라가 봐」


그리고 판단을, 라고 생각없이 스바루는 문에 손을 걸었다.

그리고 밀어열고,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방안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얼굴에 받으며――


「――어?」


가벼운 소리와 동시에 스바루는 자신의 배에 뭔가를 맞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선을 내려 충격이 있던 왼쪽 상복부에 눈을 돌리자 거기에는 마치 꼬챙이 같은 것이 찔려 서있고, 방금 맞았0다는 것을 증명하듯 엉덩이 부분이 떨고있다.


――차츰차츰 옷에 피가 번지는 것을 보고 스바루의 목이 얼어붙고


「야――앗!?」


목을 경악으로 막힌 스바루의 대신에 같은 상처를 눈치챈 페트라의 목이 새된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좁은 통로에 크게 울려, 스바루의 고막을 심하게 쳤다.

통증이 올라올 때까지 찰나의 시간동안 스바루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력으로 머리를 굴린다.


페트라의 비명이 꼬리를 끌고 있다. 울리는 통로, 소리는 사라지고, 그녀의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들리지 않을 터인, 그 세계에 스바루는 그것을 들었다.


발소리와 칼이 칼집에서 나오는 소리와――,


「자 약속을 이행하자――」


입술을 붉은 혀로 적셔 살육의 예감에 떠는 살인마의 목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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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의역) ふんずまり 변비 [본문으로]
  2. ガメオベラ [본문으로]

천재보다는 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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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3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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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 나는 컵을 기울이면서 스바루는 프레드리카의 말에도 귀를 기울인다.



「아인전쟁――애초에 그게 어떤 내용의 싸움이었는지 스바루님은 아시나요?」


「아까도 말한대로, 세세한 내용에 발을 디디고 들었던 적은 없어. 단지……이름과 역사적 배경으로부터 상상할 수 없는 건 아니니」


「어라, 흥미롭네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려주실 수 있나요?」



질문에 응하는 스바루에게 프레드리카는 입가를 숨기고 미소,

송곳니가 늘어선 입을 숨기고 웃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선 베어버린 버릇 같은 것이다. 자주 그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만큼 많이 웃는데, 미소를 타인에게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눈을 감고, 뺨을 손가락으로 긁적이며 스바루는 「그렇네」라고 말을 꺼내며,


「그 전쟁이 어느 정도 전에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사건의 발단이 『질투의 마녀』와 무관하지 않다는 정도는 상상이 가. 에밀리아의 왕성에서의 부스럼 취급도 그렇고 하프엘프가 여러 사람들에게 미움 받고 있다는 건 알고 있으니까 말야」


그림책에도 실려, 알려진 것이 없는 절대악의 상징 『질투의 마녀』. 은발의 하프엘프. 그저 유사성만으로도 에밀리아는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여파――사소한 점을 계기로 다툼이 일어나는 것은 스바루도 짐작이 간다.


「하프엘프라고 하는 것은 즉, 인간과 엘프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란 말이잖아? 그 하프엘프를 싫어하는 흐름이 생긴다면……애초에 인간과 다른 종족 사이에서 태어난 하프 자체를 이단시 하는 편견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지」


「……계속해 주세요」


「상상의 이야기지만, 하프엘프 배척의 흐름은 하프의 배척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그리도 더욱 더 극단적인 말을 꺼내자면 원래 하프가 생기는 원인이 될 수 있는 아인들 자체의 존재가 무서운……그런 생각하는 자식들도 나올지도 몰라」


스바루가 아는 한, 이 세계에 있어서 누구보다 다수를 점하고 있는 종적은 역시나 인간이다. 엘프의 존재나 수인의 삼형제 같은 아인도 분명 인정받고 있지만, 왕도에서 수일간 보낸 느낌으로도, 사람과 다른 아인종의 절대 수는 사람보다 적은 듯 했다.

그래서 다수를 점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 정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부가 다, 모두가 다 그런 생각까지 미칠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목소리 큰놈이 눈에 띄는 것은 어디서나 같은 거잖아. 그래서 '아인 미워'라며……속내는 '아인 무서워' 이려나. 그런 불만이 넘쳐서 이래저래 하고 있는 사이에」


「사람과 아인의 대립이 발발. 맺혀있던 불씨는 이윽고 불길을 강하게 하며 번져, 루그니카 전역으로 그 손을 뻗어 갔습니다.」



스바루의 말을 이어, 침울한 목소리로 프레드리카가 그리 말했다.
한쪽 눈을 감고, 약간 고개를 숙이는 그녀를 바라보는 스바루. 그러자 프레드리카는 일단 수긍하면서 스바루 쪽으로 고개를 든다.


「대부분 보충할 필요도 없을 만큼, 반론의 여지가 없는 추측이었습니다……정말로 자세한 내용을 들어본 적이 없나요?」

「없어. 이걸로 거의 맞는 거라면, 나의 이메지네이션력의 승리다. 혹은 독서경험……라노벨이라던지 에선 인종차별 같은 대립은 흔하니까 말야」


그래도, 실제로 그런 문제를 의식한 적은 당연히 스바루에게 없다.
원래 세계에도 이른바 인종 차별이란건 존재했지만, 그것은 스바루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먼 세계의 이야기였고, 그것이아말로 이세계의 문제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인식이었다.

자신은 자신. 타인은 타인. 이라고 냉정하게 생각을 했다고 한다면 그것도 옳은 것이 겠지만, 실제로는 눈을 돌리고 외면했다고 해야 할까.



「단지, 문제발발에 상상이 따라가도, 해결까지 머리를 돌리는 것은 무리야. 그래도 과거형이라는 것은, 적어도 아인전쟁자체는 결착이 난 것이겠지?」


「예、일단은 말이죠. 그래도 전쟁의 상처는 깊고, 아직 아인족과 사람사이의 아이에 대한 편견의 싹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지만 말입니다.」



자신도 그 편견의 대상이 되는 출생이어서 그런지 프레드리카의 말에는 밖에서 이야기를 들은것만으로는 가질 수 없는 무게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다음을 들어도 괜찮을까, 라고 스바루는 말을 던지는 것에 주저하지만, 그런 이쪽의 의도를 읽은 듯이 프레드리카는 한숨을 뱉고,



「신경 쓰게 해버려서 죄송합니다. 이야기의 다음 말이죠」


「무리하지 않아도 돼, 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 이야기가 내가 듣고 싶은 것에 직결하는 거라면 그렇게 말해줄 수도 없지. 무리해줘」


「어라어라. 스바루님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게 능숙하시네요」



제멋대로인 스바루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프레드리카는 자신의 컵을 기울여 혀를 적신 후



「아인전쟁의 시작은 약 50년전. 거기서 10년 가까이 이어져서……종결은 40년 전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10년……기네. 내 고향에서도 역사상, 백년 전쟁이나 30년 전쟁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역사 계열의 조예가 깊지 않기 때문에, 그 사례는 교과서에서 잠깐 이름을 본 정도의 지식이다. 다만 그런 이름이 붙어 있기 때문에 최소한 그만한 기간은 계속된 전쟁일 것이다.

30년도 100년도 누군가를 미워하고 싸우는 등 생각만 해도 무섭다.

스바루같은 경우, 아직 이세계에 와서 불과 두달 정도라고 하는데.



「그 정도로 이렇게 기진맥진인데, 수십 년 동안 누군가와 포코스카[각주:1] 싸울 순 없어」


「어쨌든, 하나의 아인족 마을과 사람사이에서 시작된 전쟁쟁. 본래는 그 장소만으로 가라앉을 터 였는데…… 그 후에 일어난 사건 때문에 전쟁의 열은 단숨에 가열. 각지에서 피로 피를 씻는 처참한 경쟁이 시작되었어요」


「그 후에 일어난 사건, 이라하면?」


「첫 번째 싸움이 일어나자마자, 사태를 중요하게 본 당시의 루그니카 왕은 측근을 화해의 사절로 보냈습니다. 아인측도 여러 종족의 족장이 모여, 사자를 맞이해 협상으로 수습을 도모하려고 했지만……」




말꼬리를 흐리는 프레드리카에게 스바루는 무언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으로 말을 재촉한다. 그 행동에 프레드리카는 눈을 감고선,




「회담에 참석한 분들――왕성의 사자와 족장들이 모여 그 자리에서 몰살되어 버렸습니다.」


「몰살……? 누가, 뭘 위해서?」


「범인은 아직도 불명. 그저, 당시의 인족과 아인족은 모두 『상대방의 계략이다』라고 판단한 겁니다. 결과적으로 작은 불씨는 큰 화재가 되고, 꺼지는 일없이 수십년……이렇게 된겁니다.」


「뭐하는거야. 더 제대로 논의해서……라는건 이상론이려나」




당시 사람들의 감정을 생각하면, 그것은 너무나 전지적인 관점으로 발한 것이겠지.

왕성에서 파견된 왕의 측근. 회담장에서 살해된 그의 명예를 생각하면 범인 불명으로 물러나는 것은 체면에 관계된다. 한편 아인들의 쪽에서도 족장들이 모두 살해당하는 결과가 된 것이다. 생명을 숫자로 세는 것은 심한 이야기지만, 순수하게 비교하면 이쪽이 피해가 더 크다.

하물며 둘 사이에는 『질투의 마녀』의 존재를 기인으로 태어난 종족의 굴레라는 기초가 있다.

관계의 복원을 시작하기가 어렵고, 거기서 제자리 걸음하고 있는 사이에 발생한 다음 문제에 대한 대응이 지연――업치락 뒤치락하며, 비극을 부른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아인전쟁은 결국 아인족의 항복――이라는 형태로 종결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아인족이 회담에서 가담을 인정한 것은 아니고 순수하게 계속 싸우는 것이 무의미함을 먼저 인정했다는 형태이지만요」


「개인적으로 개싸움은 먼저 양보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해. 더군다나 이건 내전같은 것이었지? 나라에서 봐도 얻는 게 없어」


「사실 그 사건으로, 루그니카는 이 아인전쟁에 얽매여 있는 동안 국력을 크게 떨어뜨렸습니다. 당시 주변국의 상황이 안정되지 않은 것이 도왔지만, 피폐한 루그니카는 다른 국가로 대체되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루그니카를 제외한 삼국도 자국의 일로 손이 가득찬 시점이어서 루그니카는 등을 찔리는 사태를 회피할 수 있었다.

그 시대의 위기 뺨치는 위기상황이 지금 국가를 습격하는 것이겠지만.




「하지만 뭐, 오랫동안 계속된 전쟁을 끝내려고 결단한 것도 대단해. 꽤나 용기가 필요한 이야기일 것이고, 강경파의 반감을 생각하자면 좀처럼 할 수 없으니」


「……그 강경파의 마음이 약해질 만큼 엉뚱한 존재가 인족에 있었으니까요. 당시의 검성, 테레시아・반・아스트레아 님의 검의 솜씨를 앞에 두고, 모든 아인족이 고개를 숙였다는 등……왜 그러십니까?」


「아니, 모르지 않는 이름이 갑자기 튀어나와 놀랐을 뿐. 세상 참 좁네」




몇번인가 들었던, 빌헬름의 부인의 이름이 그 테레시아였을 것이다.

당시의 검성, 즉 라인하르트의 선대정도가 되려나. 그것을 맡는 몸인 여성이 단신으로 그 십년동안 지속된 전쟁의 막을 내리는 정도의 활약을 보여줬다고 들으면, 과연 검성이라는 존재의 사기성에 납득할 수 있다.





「뭐, 아인전쟁의 흐름에 대해선 이해했어. 그것으로, 거기서 파생될 몇 가지 문제점에도 대략 상상이 가」


「방금 스바루님의 추측으로, 거의 틀린것이 없습니다. 의외로 머리회전이 빠른 분 같아, 오인하고 있었던 것에 놀라고 있습니다」


「칭찬 받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계속하자면, 아인전쟁은 끝났지만, 아인에 대한 편견의 눈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물론 여러사람이 있는 곳에서 그런 반감이 공공연하게 나오지는 않겠지만」





왕도에서도, 과일가게가 늘어선 거리에서는 평범하게 사람과 아인족이 만나며 생활하고 있었다. 당연한 광경이 일반화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난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그것이 일상이 되어 있는 곳이 있는 반면, 그 일상을 언제까지도 구축할 수 없는 장소는 분명히 있다.





「인원수가 적고 외부인이 들어오지 않는 폐색적인 마을이라던가……그런 곳에 좀 문제를 지닌 녀석이 있으면 집중포화를 받을 것 같네」


「저와 동생은, 바로 그런 환경에 있었다고 하면 되겠네요」




과거를 떠올리는 고통에 이마를 찌푸리며, 프레드리카는 동생――가필을 처음으로 솔직하게 그리 부르고, 어딘가 먼 곳에 시선을 향하며




「저와 동생은 아버지가 다른 남매입니다. 가문이 다른 것은 그 탓에……저는 아버지의 가문을, 동생은 어머니의 가문을 쓰고 있습니다.」


「가명이라면, 분명 프레드리카는……바우만?」


「예. 그리고 동생은 틴젤 이라고 부르고 있을 것이에요. 어머니는 그……너무 요령이 나쁜 사람이라 그것도 운도 나쁜 사람이었던 것 같아서」





단어를 선택하지만 고르지 못하는 프레드리카. 그녀가 말하고 싶은 것을 모르고 이해하지 못한 표정을 짓자 그녀는 「부끄럽지만 요」라고 말을 꺼내며,





「어머니는 빚 담보로 처분되게 되자, 그 노예상인을 겨냥한 아인족의 도적단에게 구속당해서……거기서 만난 것이 제 아버지라고」

「어라!? 잠깐만! 뭔가 마음의 준비 없이 물어본 것 같아!」

「단지 그 아버지도 곧 죽어버리고, 아직 갓난아기인 저를 데리고 쩔쩔매다가 다른 아인족 집단에 잡혀서. 그곳에서 이번에는 가필의 아버지와 만나게 되서……」

「잠깐 잠깐, 내가 나빴어! 설마 이렇게까지 무거운 느낌의 흐름이 될 거라고 생각 못했으니까」

「그러니 너무 무겁지 않게 간략하게. 어쨌든 거기에서 가필이 태어나는데 동생도 역시 아버지와 함께 있을 수 없게 되어 부모와 자식 세 명이 망연자실하고 어쩔 수 없을 때, 이 메이저스가에 주워진 형태에요」




무거운 과거를 시원스럽게 털어놓고, 프레드리카는 두 눈에 향수를 짓고 한숨을 뱉는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앉은 의자의 손잡이를 어루만지면서





「당시, 이미 메이저스가의 주인은 십대 초반이었던 서방님……로즈월님이 데리고 온 것이라, 저와 동생에게 있어서 서방님은 진짜 의미로 은인입니다. 이렇게 주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영광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성역』에 들어가서, 거기서 살고 있던 건가……그런데, 조금 묻기 어렵지만, 어머니는 어떻게 된 거야?」




지금 그녀들의 출신을 들어보면 그 둘의 어머니는 순수한 인족인 듯 하다. 즉 『성역』에 들어가도 나올 수 있는 처지인 것이다. 게다가 그 존재를 『성역』은 물론 저택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하며 최악의 상상을 하는 스바루이지만, 그 스바루에게 프레드리카는 고개를 저으며 





「걱정하시는 것 같지만, 안심해주세요. 어머니는 저와 동생을 로즈월님에게 맡기고, 그대로 저택을 나와 행방을 감췄습니다. 그 뒤에 발걸음은 모르는 채. 무사하다면, 정도는 생각하고 있지만요」


「――――」





시원하게 그렇게 말하는 프레드리카의 태도에 스바루는 말을 잇지 않고 침묵을 지킨다. 스바루에게 있어서 최악의 상상은 사별이었지만, 현실은 더욱 냉혹하게 두 사람을 배신하고 갔다.

하지만, 그러한 사정을 듣고 깊어지는 의문이 있다. 그것은,






「그렇게 해어진 어머니인데, 가필자식은 엄마의 가명을 따르는건가. 프레드리카는 아버지 쪽이지?」


「기록도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으므로, 어머니의 기억에 더 구전된 거여서 ……라고 믿음직스럽지 못한건 있지만. 동생이 어머니의 가명을 대는 것은……그 아이가 어머니를 모르는 점과, 나쁜 척 하는 주제에 정이 강한 부분이 있으니까요」


「정이 깊다……」




가필을 떠올리며, 스바루는 그의 인물상을 자신의 안에서 업데이트한다.
생각보다 손이 나오는 게 빠르고, 입이 더럽고, 예의도 없지만, 무력으로 밀어붙이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각주:2]. 자신을 머리가 나쁘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생각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사고를 정지하고 있지도 않다. 옛날 불량배를 이끄는 깡패라는 인상이다.
힘으로 밀어붙인다는, 한 점을 생각하면, 의리와 정이 깊은 호한이라는 점은 부정하지 않지만.



「스바루님. ――『성역』의 결계가, 어떻게 대상을 선별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생각에 빠지는 스바루에게, 갑자기 던져진 프레드리카에 질문.

그 의미를 눈치채지 못하고, 반응이 늦는 스바루. 멍한 얼굴로 프레드리카를 보며, 스바루는 「음」라고 자신없게,




「솔직히, 몰라. 결계의 유무는 틀림없다고 해도, 나는 아무 느낌도 느끼지 못하니까. 마법적인 것으로, 통과하는 인간을 체크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결계를 지나가는 존재의, 그 몸속의 혈맥을 찾고 있는 거예요. 거기에 인족의 피와 아인족의 피. 그 두개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상대를 속박하는 것, 그것이 그 결계의 본질입니다.」


「……뭐가, 말하고 싶은거야?」




갑자기 얘기하는 결계의 선별방법. 그 정보를 공개하는 의미를 읽지 못하고, 스바루는 목소리를 낮추어 프레드리카에게 질문을 되돌린다. 그것을 받은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제가 결계를 빠져나와 『성역』 밖에 있는 이유를 아시겠습니까?」


「……아니. 솔직히 모르겠다. 결계의 조건을 들어 더 모르게 됐어. 돌아오는 길에서 류즈씨가 결계 가까이서 쓰러지는 것도 봤었고, 그게 효과가 진짜라고 하는 것은 『성역』에 들어갈 때에도」



가필과의 강력한 첫 대면, 에밀리아는 결계를 지나며 기절했다. 그 강력함을 생각하면, 그 존재를 의심하는 것은 어리석다――.

「――어라, 어째서」



그 순간, 스바루의 뇌리를 전격이 달렸다.

그것은 류즈를 따라 피난민을 동반한 귀로. 숲을 빠져나와, 결계를 지나 『성역』의 밖으로, 안내역의 류즈와 헤어졌을 때 느꼈던 위화감.

그 위화감의 대답이다. 스바루는 귀찮은 듯이 결계에서 거리를 두는 류즈를 보면서 그 점이 걸렸던 것이다.



「조건이 같다면……어째서 결계 근처까지 왔던 가필자식은 그렇게 팔팔했던 거야?」



결계를 넘어 온 스바루들을 기습해, 파트라슈째로 용차를 던지는 퍼포먼스를 발휘한 가필.

그 시점에서 그가 진심을 내지 않았다는 것은 틀림없지만 결계를 지나간 것 만으로 의식을 빼앗긴 에밀리아와 가까이 다가갔을 뿐으로 몸이 아픈 류즈의 경우가 있다. 가필의 행동거지는 그녀들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마치 결계에 영향을 그의 육체가 받지 않은 것처럼




「조상을 닮은 특성이 있어서, 동생은 보기에 아인족의 피가 진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아요. ――저랑 똑같이」


「피의 농도가, 결계가 하프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하는 조건이라고 한다면……그 조건에서 벗어날 정도로 누군가의 피가 옅을 경우?」


「저와 동생의 아버지는 각각 다르지만, 모두 순수한 아인은 아니었습니다. 둘 다 하프, 그리고 인족의 어머니와 아이를 낳는다면, 태어나는 아이는 아인의 피를 4분의1만을 물려받은 어중간한 존재」


「쿼터……그것이 네가 결계에 걸리지 않았던 이유」




하프를 속박하는 결계이므로 쿼터는 묶어둘 수 없다. 잇큐씨[각주:3]의 재치와 같은 이야기의 진행방식이지만, 각종 의혹의 일부가 그것을 사실이라고 스바루에게 가르치고 있다.

프레드리카의 『성역』탈출에 대해 말끝을 흐리면서도 그녀는 예외라고 말했다. 류즈의 진의도, 그것을 듣고 난 지금이라면 이해할 수 잇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의혹도 유발시킨다. 그것은,




「잠깐. 그렇다면, 가필도 『성역』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거야? 그럴 마음만 먹으면 『시련』의 성공은 관계없이 그 녀석은」




그것이 사실인 경우 놀랍지만 환영할 만한 사태이기도 하다. 그를 『성역』에서 끌어내는데 결계가 방해된다는 전제가 사라지만 엘자내습때 그의 힘이 필요한 장면에 그를 끌어낼 가능성이 보인다.

이미 이번에 엘자 격퇴의 싹은 거의 짓밟힌 것으로서 저택에 남는 사람들을 밖으로 끌어내는 방법만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녀석이 밖으로 나간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확실히, 동생은 저와 같이 『성역』의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제가 『성역』을 나올 때에도 함께 가려고 결계 근처까지 갔었으니까요. 하지만……」


거기서 말을 끊는 프레드리카는 좋은 데이터를 얻은 스바루를 바라본다. 그런 그녀의 두 눈동자를 가득 채운 감정, 그것은 너무나 깊이 가라앉아 있어서, 스바루는 단번의 자신의 열이 식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런 스바루에게 그녀는


「동생은 『성역』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성역』이 해방되지 않는 한, 가필이 밖으로 나가는 일은 절대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이 깊은 부드러운 아이인걸요」


「정이 깊다니……설마」



생각이 미친 부분에 눈썹을 올리는 스바루. 그 놀라움을 긍정하든 프레드리카는 턱을 당기며 소맷부리에서 자신이ㅡ 입가를 가리면서,



「밖에 나갈 수 없는 『성역』의 주민들을 놔두고, 그렇게 밖으로 나올 수 있을만한 아이가 아닙니다. 좋든 나쁘던 항상 곧고……손이 많이 가는 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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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포코스카 워즈 - 1984년 발매된 게임이름. 적국에 진격하여 적의 지도자를 이기는게 목적인 게임 [본문으로]
  2. 의역) 筋は通すし話が通じないわけでもない [본문으로]
  3. 잇큐라는 드라마 및 TVA 주인공 [본문으로]

천재보다는 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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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31 『메이드・메이드・메이드』

http://ncode.syosetu.com/n2267be/197/



스바루에게 있어서, 『성역』에서 로즈월의 저택으로의 귀환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나저나 첫 번째는, 엄청난 일을 당했으니까……」


뺨을 긁고, 파트라슈의 등에서 문 앞에 내린 스바루는 그렇게 투덜거린다.

류즈와 헤어진 후, 피난민 With 스바루 일행은 무사히 아람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은 이미 전 회의 실적이 있고,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가 있는 파트라슈이기에 걱정이고 뭐고 없었다.


「마을사람들은 아주 기뻐한, 오토가 '마을까지 조금 남았어요'라는 것도 전 회와 동일. 진심을 말하자면 방패로서 오토가 따라오길 바랬던 건데 말이야……」


'집에 돌아가는데 동행해 줘' 라고 강력히 주장하는 것도 주저했다. 무엇보다, 진심으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도 생각해 보니, 순간의 사태에 대응할 수 없어 보이는 오토의 시중은 있어선 안 된다.

순수한 싸움에서 스바루가 오토에게 이길 수 없어도. 그가 일기당천의 강자인 것도 아니다. 내장사냥을 앞에 두고, 그의 내장을 보게 되는 것은 질색이다.


「아무 일도, 생기지 말아줘……」


전 회, 스바루가 집에 돌아온 것은 『시련』의 시작부터 6일 후의 일이다. 이번에는 3일――저번과 비교하여 유예를 3일이나 남기고 있는 것이 된다.

아마도 저택에 습격이 있었던 것은 스바루가 살해 된 그날 밤이 틀림없다는 점은 다양한 관점에서의 추측이 긍정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3일……즉, 프레드리카에게서 성공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나서 『성역』에 날아가서, 그대로 『성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저택에 돌아오는 강행군. 단순히 시간만으로 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만……」


탁상공론을 실현시키는 것은, 꽤나 엄격한 제한이 주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성역』과 저택 사이의 거리는 편도로 8시간. 왕복하는 것만으로 거의 하루를 써버리는 거리이다. 중간 중간의 로스 타임을 고려한다면, 스바루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더 혹독해 질 터이다.


「문제 해결의 수단은, 어느 정도 후보가 있지만……최선이라고 할까, 기회주의 만세 경로는 역시나 어려우려나??」


엘자내습의 예정이 있는 이상, 스바루에게 있어서 최선은 암살자를 격퇴, 그것도, 할 수 있다면 앞으론 그 그림자에 무서워하지 않을 수 있도록 완전한 승리가 필요했다.

그것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엘자를 상회하는 전력이고, 그것은 로즈월이나 가필의 둘 중 한명이 아니라면 성립하지 못한다. 그리고 현재, 그 두  사람을 데리고 저택에 한 번 더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는 말할 수 없다.


「결국, 차선의 방향으로 갈수밖에 없는건……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분한 듯이 신음하는 스바루에게 파트라슈가 코를 문지른다. 어깨에 문질문질 거리는 지룡의 얼굴에 스바루는 쓴웃음을 짓고, 바위같은 감촉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리스크에 알맞은 대가는 있지만, 대신에 리스크에 걸맞는 승산이 준비되지 않는다. 이건, 꼬리말고 도망치는 거미의 아이의 작전으로 갈 수 밖에 없겠네[각주:1]


마녀교와의 전투 때도 뇌리를 지나간 하나의 결론.

지난번에는 가진 말의 수만큼 가능성이 보였지만, 이번에는 손에든 패가 너무 적다. 있다고 한다면 습격을 사전에 알고 있고, 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다만 이것도 문제가 있다.


「저택의 체면……렘과 페트라와 프레드리카와……베아코가 피난에 협조적인지 모르겠네. 사실 렘은 업고, 페트라는 손을 잡으면 함께 가줄 것 같지만, 남은 두 명의 설득은 뼈를 깎겠네」


물론, 궁극적으로는 억지로 용차에 넣어서 납치할 생각이다. 그 두 명에 대해서 실력으로 다투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되지도 않지만, 양보할 수 없는 것을 밀어내고 무리하게 강행하면 어떻게든 된다고 믿고 싶다. 아니 통하게 할 것이다.


「――후」


작게 한숨을 지며, 스바루는 자신의 어깨에 걸린 책임의 무거움을 느낀다. 

자신의 발언으로, 행동으로, 각오의 정도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명운이 좌우되는지. 백경과의 결전 전야에도, 이런 감정을 의식했었지만.


「문 앞에서 언제까지고 쫄고 있어도 어쩔 수 없지. 안에서 뭐가 일어나고 있는지도 아직 몰라. 일단, 모두 무사한 얼굴을 보고나서……」

「보고나서?」

「그리고선 설득할 걸 생각하면 되. 그래. 그것이야 말로 잘 알지 못하는 로즈월의 지시라든지 뭐라고 거짓말 해두면 어떻게든……」

「와. 나쁘구나, 스바루는」

「더티 와일드, 그런 최악의 남성상에 동경할 나이인거야……라니」


말하면서, 스바루는 킥킥하고 웃는 소리를 듣고 돌아본다. 그러자 거기에는, 문을 사이에 두고 집 앞마당에, 작은 메이드씨――익숙한 소녀, 페트라가 서 있었다.

놀라 눈썹을 드는 스바루의 앞에서, 그녀는 적갈색 머리를 흔들어 사랑스럽게 고개를 기울이며,



「다녀오셨습니까, 스바루님. 생각보다, 빨리 돌아오셨네요」

「아아, 다녀왔어……여기저기에 프레드리카의 영재교육의 조각이 보이는 마중 고마워」


스커트의 끝을 꺾어 인사하는 행동에 나도 모르게 안도해 얼굴이 풀리고, 스바루는 탈진하면서 문에 손을 대고 안으로. 이어서 파트라슈를 지룡용 마구간에 넣으려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옆에 서는 페트라를 내려다본다.


「――?」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는 스바루에게 그녀는 이상하다는 듯 한 표정으로, 당황해서 이쪽에 등을 돌리며 자신의 머리와 옷을 손으로 정돈한다. 대충 만족한 듯 그녀는 「좋았어」라고 납득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스바루에게 다시 돌아서서,


「뭔가 문제가 있나요? 스바루님?」


라고 아까의 미소보다 더 화려하게, 우아하게 웃어보였다. 소녀다운 사랑스러움과, 단정한 용모, 빛나는 장래를 느끼게 하는 면모가 합쳐져, 그 웃음에는 제 때의 이성을 사로잡는 마성이 들어있었다.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그것을 이해한 후 계산된 완벽한 미소. 그런 것을 받아, 스바루는 작게 숨을 들이마시며,


「아. 진짜! 정말로, 귀엽네, 너는!」

「와, 앗?」


그런 그녀의 미소의 본의는 쥐꼬리만큼도 눈치 채지 못한 채, 감정이 요구하는 대로 소녀의 몸을 감싸듯이 끌어안고 머리를 제멋대로 쓰다듬는다. 갑작스런 행동에 페트라는 곤혹스러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있었는지도 모르고 포엔[각주:2]하면서. 이 자식.. 이 자식!! 아 진짜 젠장할」

「뭐야뭐야, 뭐야!? 정말.. 잠깐... 스바루……아직 이르다니까……」

「진짜, 젠장」

「――스바루?」


걱적스럽게 살짝 뻗어오는 소녀의 손끝이 떨리는 스바루의 뺨에 닿는다. 닿은 손가락을 살짝 손바닥으로 덮어 누르며 「괜찮아」라고 스바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잠시 멈춘다. 그리고,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진심으로, 마음의 가장 밑바닥부터, 안심했을 뿐이야. ――다녀왔어, 페트라」



※※ ※ ※ ※ ※ ※ ※ ※ ※ ※ ※ ※



――파트라슈를 마구간에 돌려놓고, 손을 잡고 싶어하는 페트라와 손을 잡고 저택으로 돌아온 스바루. 다행히, 페트라의 말대로라면 스바루들이 저택을 떠난 이후, 눈에 띄는 변화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지금. 잠시 프레드리카 언니는 산의 결계를 확인하러 나가있으니, 돌아올 때까지 조금 기다려야 할지도……입니다」 


메이드장의 부재 사실을 그렇게 전하는 페트라에게, 스바루는 산의 결계――즉 저거너트를 봉한 술식의 존재를 떠올린다. 산중의 저거너트는 뿌리를 뽑았지만, 결계는 지금도 활용되어 남아 있는 것 같다.

저거노트가 아니더라도, 마수 같은 것들이 오는 것을 막는 성질이 결계에는 있는 듯하여, 그것의 유지도 아람마을과 그 관리자인 로즈월진영의 일인 듯하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돌아오면, 결계에 구멍이 없나 돌아보는 일거리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아직 모두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프레드리카 언니가」

「그 '언니'라는 호칭이 모르는 사이에 두 사람의 관계가 깊어졌다는 것을 전해 와서 낯간지러운 느낌이네. 그리고, 마을의 사람들 모두 돌아와 있어」

「정말로?」


손가락을 세우고 마을 쪽을 가리키자 페트라가 들뜬 목소리로 눈을 반짝거린다.

그녀의 가족은 모두 왕도측 피난조 였기 때문에, 부모님은 마을에 무사히 돌아왔겠지만, 그래도 친한 주민들과 헤어지게 된 것과 다름없다. 그래서 무사한 것을 알게되어 기쁜듯이 손뼉을 치는 페트라.



「나중에 얼굴이라도 보여주지 그래? 메이드 복, 보여주는 것 만으로 분명히 기뻐하실거야」

「응. 프레드리카 언니에게 허락을 받은 후 갈아입고 갈게!」

「아니, 갈아입지 않아도……모처럼 귀여운데, 모두에게 보여주면……」

「에헤헤,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그러니까 모두에게……」

「응! 갈아입고 갈게!」


몇번 「아니오」를 골라도 번개의 소리에 상쇄되는 것 같은 상황에 되고 말았다.

뭔가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도 있는지, 막무가내로 흔들리지 않는 페트라의 답변에 스바루는 그 이상의 제안을 단념.

목의 뼈를 울리며, 스바루는 「그럼」라고 깊은 숨을 뱉으며, 걸음을 멈췄다.

장소는 저택의 2층――카펫 위에서 신발 뒷면을 끌며, 고개를 든 스바루는 문을 노려본다. 손을 잡고 있던 페트라가 쓸쓸하게 손을 푼다. 분위기를 읽을 줄 아는 똑똑한 아이였다.


「미안, 페트라. 잠깐만, 두사람만 있게 해줘」

「응, 알고 잇어요. 청소를 계속하러 서관(西館)에 가 있을 테니, 뭔가 필요하시다면 불러주세요」


스바루의 말을 듣고,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페트라는 거기에서 소녀다움을 버리고 메이드다움을 가장하면서 작게 인사하고 그 자리를 뒤로 한다.

그런 그녀의 배려를 받아들이는 형태가 되면서, 스바루는 해야만 하는 일이 임박한 상황이라며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흔든다.

흔들며, 동시에――.


「무엇을 우선해야하는가 라는 이야기를 하면……여기에 와버린단 말야」


문을 밀어 열며, 스바루는 천천히 실내에 들어선다.

시간의 움직임이 없는 방. 소박한 방에 놓인 침대――그 위에 한 소녀가 잠들어 있따. 낯익은 메이드복장을 벗고 푸른색 잠옷으로 몸을 감싼 소녀.

눈을 감고, 희미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조용히 고동이 치고 있다는 것이 그녀의 생명이 이어지고 있다는 작은 증거였다.


「……렘」


그 이름을 입에 답는 스바루의, 짧은 단어에 담긴 감정의 소용돌이를 누가 알 수 있을까. 세계에서 단 한사람에게 향하는 끝없는 감정의 격류.

강하게, 자신의 마음을 강철로 하여,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고 맞서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 때문에 누구에게도 기대지않고, 고개를 들고 가자고 정했었다.


――그 각오와 결의가, 그녀를 앞에 두자마자 한순간에 무너진다.


에밀리아에게 '맡겨 둬' 라고 말하고, 어떻게든 하겠다고 손을 끌며, 해 주고 말겠어 라고 힘차게 행동하고 온 스바루. 그 결의의 표층이 그녀를 앞둔 순간에 벗겨져 떨어졌다.


「한심해……난 정말로 약해」


렘을 앞에 둔 순간, 스바루는 과거의 약한 나츠키 스바루에 돌아간다.

렘의 헌신으로 긍정받아, 처음으로 일어 설 수 있었던 그 때로 돌아가버린다.


천천히 그 자는 얼굴에 손을 펴고, 얼굴에 걸리는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스친다. 잠든 그녀의 표정에 변화는 없고, 『먹힌』 그녀가 돌아올 전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이대로 지금처럼 여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재워두면, 그 그릇조차도 잃어 버리는 것은 확실한 일이다.


「너에게 그럴 생각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네 덕에 각오가 굳혀져」


약하고 무른, 벗겨진 마음의 표층이 새로운 강철로 덮혀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는 렘의 모습이 확실한 고동이 그냥 거기 있어 준다는 사실이 나츠키 스바루를 그 시절로 되돌린다. 그 순간, 다시 태어난 듯한 감정에.


「약한 나라도 좋다고 너가 말해주었으니까, 강해지자고 말해 주었으니까……어떻게든 해 주겠다고.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설 수 있어」


아픈 일, 괴로운 일, 힘든 일, 싫은 일이 얼마나 기다리고 있더라도, 그녀의 전부를 담은 사랑이 스바루를 치유해 그것에 보답하겠다는 마음이 스바루를 나아가게 한다.


「너도, 페트라도 다른 누구라도……전원, 무사히 데리고 나가줄테니까」


이마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잠든 그녀를 더 만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다. 그렇게 바람이 불어오는 방안 침대 옆 의자에 앉아 그저 말없이 그녀 옆에 있는다.

그저 그것 뿐인 시간, 아끼지 않으면 안되는 시간의 일부를 모두 그녀에게 쓰는 것이 지금의 스바루에게 가능한 그녀를 향한 마음의 표현법이었다.


그런 조용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멍하니 렘을 바라보던 스바루의 의식을 노크소리가 현실로 데려온다. 고개를 들어, 문에 얼굴을 향해 「네」 라고 말을 거니,


「실례하겠습니다――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스바루님」


조용히 문을 열며, 들어오는것은 키가 큰 메이드[각주:3].

금색의 긴 머리카락을 흔들며, 청초한 행동이 몸에 익숙해진 여성――프레드리카 이다.

그녀는 잠든 렘의 옆에 있는 스바루를 보고 작게 머리를 숙이며,


「여러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만……그건 스바루님도 마찬가지 겠지요. 장소를 바꾸죠. 자고 있다곤 하지만, 별로 듣게 하고 싶은 일이 아닐테니 말이죠」

「이야기가 빨리 진행되서 고맙네……내가 하고 싶은말 짐작은 가?」

「아마도」


겸손한 응답을 받으면서 스바루는 작게 한숨을 뱉고 허리를 일으킨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렘의 잠든 얼굴을 만지고, 미련을 끊듯이 주먹을 쥐며


「너의 더럽고 입이 못되멀은 동생이랑, 겉은 로리인데 안은 할머니인 갭모에. 그리고 『성역』의 실험장과 로즈월의 의도. 어느정도 대답해줄지 기대하고 있다고?」



※※ ※ ※ ※ ※ ※ ※ ※ ※ ※ ※ ※


「서방님이 돌아오지 않으셨다는 것은, 아직 『시련』은 끝나지 않은 것 같네요」


렘의 침실에서 자리를 옮겨, 응접실로 이동한 두사람.

스바루의 앞에 김이 나는 홍차를 담은 컵을 두고 반대편에 앉는 프레드리카는 입을 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받은 홍차를 숟가락으로 젓던 스바루는 「아아」 하고 수긍한다.


「진짜로 이야기가 빠르네――그정도로 사정을 알면서, 그정도 밖에 정보를 주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한마디 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말이야」

「변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제가 『성역』에 대한 것도 『시련』에 대해서도 불초의 동생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니까요」


담담하게 그렇게 말하는 프레드리카의 목소리에는 실제로 죄책감이나 다른 감정이 담겨 있지 않다. 다만 변명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다. 감정을 죽이고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쪽의 내심을 들키지 않기위해 무감적인 척을 하고 있다.
계통으로 따지면 람과 비슷한 타입――물론, 만난 시간의 길이를 생각해보면 난이도는 이쪽이 훨씬 높다.

「아까 방에서도 말했던 대로 몇가지 궁금한게 있는데……그것들을 모두 대답받을 수 있다고 기대해도?」

「……그 기대에는 반드시 부응할순 없다고 생각해요. 『성역』의 해방이 이루어 지지 않는 이상, 저와 서방님의 계약은 체결된 채인 걸요. 그 계약을 준수하는 한, 제가 스바루님에게 전할 수 있는 사실은 제한되어 버립니다」

「또 계약……이 녀석도 저 녀석도」


이마에 손을 대고 화가나 배꼽을 씹는 스바루[각주:4]
그런 계약같은 거 임기응변으로 해석해버려, 라고 목소시를 올리고 싶어지지만, 약속을 지키겠다고 에밀리아에게 맹세한 체면상 다른사람에게도 그것을 강요하는 것도 마음이 꺼림직하다


「그 계약에 대해서, 세세한 것들 물어봐도 괜찮을까?」

「아니요. 저와 로즈월님의 사이에 체결된 계약이며, 그것이 있는 한 제가 공개할 수 있는 정보는 한정되어 있어요. ――이 계약에 대해선 이것까지 밖에 말할 수 없어요」

「정보가 아무것도 늘질 않네. 빌어먹을, 그 녀석도 쓸데없는 채비나 해두고선. 진심으로 이번 회, 그녀석이 적이라는 생각 밖에 들질 않네」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과 중요인물에 혀를차고, 스바루는 마음을 고쳐먹는 듯 홍차를 입에 나른다. 변함없이 이파리의 맛밖에 나지 않지만, 이렇게 몇번이나 목으로 넘기고 있으면, 아무래도 비싼 이파리과 그렇지 않은 잎의 구별정도는 할 수 있게 된다. ――혀가 말하길, 이것은 비싼 이파리.


「대답해 주는걸 못보네. ……프레드리카가 『성역』 출신이고, 가필의 누나라는 정보는 사실이야? 아니면 이것도 대답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문제 없어요……정확히는 『성역』 출신이 아니고, 자란 곳이 그 장소라고 해야겠죠. 철이 들었을 무렵에는 『성역』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거의 사실이라고 해도 괜찮겠지만요」

「출신이 아니다……그러고 보니 류즈씨도 말하더군. 그 장소는 딴 곳에서도 '로즈월이 하프인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살게 하고 있다'라고」


용차로 돌아오는 중에 동행해준 류즈의 말이다.

그 때는 류즈씨에게 거절당했기 때문에 그 진의에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하프가 결계를 지나갈 수 없으니까, 저 밖에서 하프인 사람을 데려다가 가두는 것이다. 왜 그런 짓을…… 게다가 그곳에 사람들이 갇혀있다고 하기에는」


모두들 큰 불만같은것 없는 듯이 생활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적어도 밖에서 억지로 그 장소에 감금 되었다는 폐색감이나 그에 대한 분노 같은 감정은 그 생활과 무관해 보였다.

즉 여기 끌려온 사람들도 그 『성역』 에서의 생활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스바루님은, 아인전쟁은 알고 계십니까?」

「……아인전쟁. 글자만은 어디선가 들은 듯한 느낌이네」


기억을 정말 처음의 것까지 파헤치면 그 단어는 두번인가 세번, 들었던 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 단어 자체가 무엇이 일어났는지 스바루에게 여실히 전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 어설픈 스바루의 답을 듣고 프레드리카는 그 긴 금발에 살며시 손가락을 통과시키며 날카로운 송곳니로 입가를 살짝 누르며,


「그 『성역』의 존재의의와 로즈월님의 생각. 그것을 풀려면 먼저 『아인전쟁』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말하며, 일어서며, 그녀는 응접실 안쪽으로. 그 등을 시선으로 뒤쫒는 스바루의 앞에 그녀가 안쪽 테이블 위에 있던 상자를 들고 온다.


「그리 경계하지 않아도, 그저 평범한 과자에요」


작은 입술을 벌려서 돌아오는 그녀가 스바루의 앞에 상자를 내려놓는다.

극히 드물게 로즈월의 저택에서 꺼낼 수 있는 이 세계 특유의 스위츠(Sweets).

차에 곁들이는 과자로 나온 그것을 프레드리카의 얼굴을 비교한다. 그런 스바루에게

「길고 지루한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 편하게 준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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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의역) ケツまくって逃げる [본문으로]
  2. ぽえーん이라고 도세이씨 뭐시기 뭐시기 나오는데 제대로 아시는 분은 도움좀 [본문으로]
  3. 女給(여급) [본문으로]
  4. 심히 후회하는것. 아무리 해도 어쩔 수 없는 것에 대한 예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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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보다는 범재

-현역복무중- 취미로 ncode.syosetu 번역합니다. 趣味でncode.syosetuの翻訳をしています。 판권관련 문제는 sametim17@gmail.com으로 연락주시길. なにか問題があるならsametim17@gmail.comにご連絡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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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30『귀로의 위화감』[각주:1]

http://ncode.syosetu.com/n2267be/196/



로즈월의 제안――아람마을에서 온 피난민의 해방.

이 방안 자체는 전회랑 동일하게 그리 문제 없이 통과된다. 피난민을 『성역』에 잡아 두는 메리트가 거의 없다는 상황에서 당연하지만, 전회랑 다른 것은 추가 되었던 조건이 사라졌다는 점인가.


「이번에는 그 조건을 붙여 오는 녀석에게 철저하게 미움 받고 있으니 말이야……」

「왜 그래? 스바루?」

「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것보다 에밀리아땅이야 말로 괜찮아? 진정했어? 내가 있어 방해가 된다면 방의 밖가지는 양보하겠지만」


쓴웃음을 짓고 손을 흔들며, 스바루는 옆의 소녀――에밀리아에게 그렇게 말을 건다.

장소는 에밀리아의 숙소로 받은 류즈의 집이며, 침실의 침대에 인접해서 앉아 있으니, 특히 대화에 꽃을 피우는 일도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 이었다.

시간은 이미 저녁. 곧  밤의 장막이 내려온다. 늦은 아침에 눈을 뜬 에밀리아와 늦은 조식을 먹고, 그때 로즈월이나 류즈를 모아두고 『피난민 문제』을 주제로 한 회의도 끝냈다. 아무 탈 없이 이야기는 진행되어, 피난민의 해방은 내일 아침이 될 것으로 정한 후 해산――,


「라니, 당연한 이야기지만……에밀리아님은 오늘밤도 『시련』에 도전할 거지?」

라고 못을 박는 듯한 가필의 발언이 없다면 적당히 얼버무렸겠지만.

그의 말에 혀를 차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에밀리아를 옆에서 보며, 그 옆모습에 한순간에 공포와 애절함이 담겨 있는 것을 보고, 스바루는 역시 에밀리아는 이번에도 『시련』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거의 확신한다.

기억을 미뤄둘 수 있는 스바루와 달리 에밀리아의 조건은 궁극적으로는 변하지 않는다. 만일 에밀리아가 『시련』을 넘어설 수 있다고 한다면, 좀 더 스바루의 행동으로 그녀를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이번 루프는 그 단기간에 그녀의 환경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 지금까지는 아직 짐작이 가지 않는다.――오늘밤 도전도, 아마도 마모해 갈 뿐일것이다.

「그래도, 거기서 '약한 소리를 뱉지 않을게'라고 말해 버리는 것이 에미리아땅이니깐」

도발하는 듯한 가필의 물음에 대해, 에밀리아는 찰나의 감정을 뒷면에 숨기고, 의연한 태도로 「당연히, 할거야」라고 단언했다.

그 자세에 가필도 조금 감탄한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로즈월이 작게 부는 휘파람을 듣고 오히려 스바루가 분노로 터져버릴 것처럼 되었다.

어쨋던, 지금와서 철회는 할 수 없이, 오늘밤의 『시련』도 시작까지 앞으로 몇시간을 남겨둘 뿐이었다.

대화를 마치고, 아침식사부터 그다지 시간이 지나지 않은 점심을 먹고, 그리고선 이 집에 돌아와 이미 3시간 정도. 그 사이 쭉 함께 있었던 스바루는 에밀리아에게 끊임없이 화제를 뿌리고 있지만 ――시시각각 『시련』의 시간이 임박함에 따라 눈에 띄게 그녀의 말수는 줄어들고 있었다.

지금은, 스바루의 말에 그저 자그마하게 맞장구를 칠 뿐이다. 그래도――


「응……그건... 좀 안돼」[각주:2]

「아 오케이. 일았어. 에밀리아땅이 진정할때 까지, 나는 에밀리아땅이 뱉은 숨을 들이 쉬는 것에 집중하고 있을테니 안심해」

「그건 엄청 싫어……그래도, 여기에 있어 줘」


소녀의 마음이ㅡ 복잡함에, 스바루는 어깨를 움츠리고 시키는 대로 그 자리를 유지한다.

곁에 앉으며 손을 포개는 용기도 없는 서투른 상태이지만, '바람'을 받는 다는 것은 솔직히 기쁘다. 다른 사람도 아닌 에밀리아에게 이니.

그것이 그녀에게 있어,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각주:3]가 없는 것에 대한 대체행위라고 해도

이 『성역』에 온 이후――아니, 더 명확하게 말한다면, 팩이 그녀의 요청에 응하지 않게 되고 스바루가 저택에 귀환한 이후 부터 에밀리아의 스바루를 향한 태도는 부드러워지고 있다.

단순히 이를 '마음을 허락해 줬다'고 기뻐하는 마음이 있는 한편, 스바루의 다른 부분은 조용한 우려를 품고 있는 것이다.

그 다른 부분이 말하길, '지금 에밀리아는 의지할 곳을 잃고 위태로운 상태가 아니냐'고.


「……응?」

「아무것도 아니야. '에밀리아땅의 속눈썹 길고 귀엽다, 먹고싶네' 라고 생각했을 뿐」

「스바루는, 머리카락 먹고 싶다던가 속눈썹 먹고 싶다던가 뺨 핥고 싶다던가 자주 말하는데……그.... 그런 취미가?」

「내 고향에선 최대한의 애정표현인데」


약간 걸리는 듯한 에밀리아에게 삐진 것처럼 대하며, 스바루는 자신의 뺨을 긁는다.
prpr[각주:4]하고 싶은 것은 스바루적으로 최대한의 구애 발언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기면 어지간히 깰 것이다. 뒷면의 의도를 읽지 못하는 이쪽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발언에 주의하고 싶다. 이제와서 너무 늦었지만.

이렇게 가끔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것이 에밀리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가능한 스바루의 최선이다. 에밀리아가 마주하는 과거, 그것을 입 밖에 내면, 전 회와는 다른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방향으로 변한다고 생각되진 않으니.

어떤 상황에서도 역시 필요한 것은 시간인 것이다. 에밀리아가 과거와 마주함에 있어서, 자신의 마음에 각오를 안는 데에 필요한 것은 시간. 스바루가 과거의 조각을 그녀에게 내밀어, 그 입으로 부터 진짜 사실을 듣는 것에도 필요한 것은 시간. 시간, 시간, 시간. 그것에 부족하다.


「왜 이런 빡빡한 스케줄에 허둥지둥 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야. 나, 이 세계에 오고 난 후 차분한 시간 보낸적이 제대로 있었던가?」


기억을 찾아보지만, 스바루에게 평안한 시간이 있었다고 하면 그것은 저거너트[각주:5]를 정돈 한 뒤 불과 몇 주가 고작일 것이다.

그 전후에서 노도의 시간이 더 많아서, 내가 생각해도 인생에서 과로사하지 않은게 신기할 정도의 일하는 양이다.

라며, 쓸데 없는 생각을 하니


「――스바루」


갑작스런 부름에 반응이 늦어진다. 스바루가 목소리 쪽――에밀리아를 보니, 그녀는 지근에서 눈동자를 글썽거리며 스바루를 보고 있다.

순간, 그 젖은 두 눈동자에 매료되어 심장이 멈추는 줄 알 정도로 크게 고동한다. 숨을 삼키는 스바루. 그런 스바루를 바라보며, 에밀리아의 눈동자에 흔들리는 결심과 망설임. 혹은 『시련』을 앞에두고, 무언가 스바루에게 밝히려고 망설이는 것처럼.


「왜 그래?」


그래서 스바루는 할 수 있는 한 부드러움을 담아, 에밀리아를 재촉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말을 자아낸다. 그녀의 결의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을 절대로 방해하지는 않도록.

그러나 에밀리아는 스바루의 응답에 문득 시선을 떨어뜨리고,


「아……응, 미안. 아니야. 좀 불러보고 싶었을 뿐」

「――. 그.. 그렇구나. 불러보고 싶었을 뿐이구나! 뭔가 그거, 사귀기 시작한 연인이라던가 사이에 주고받는 말 같네!」

「나, 이제 슬슬 가지 않으면……」


꺾여버린 그녀의 결의. 그것을 놓친 것을 후회하면서, 그것을 깨닫지 못하게 하기 위해 허세를 부리는 스바루.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에밀리아는 일어서서, 해가 떨어지고 밤이 되기 시작한 창 밖을 바라보고,


「――묘소에 가지않으면. 스바루는 도중까지 겠네」

「가필한테 고개숙여서라도 입구까지 배웅해 주고 싶지만, 설득이 가능할지 몰라. ……에밀리아. 이런 말 해도 소용 없을지도 모르지만」

「――소용없어. 안된다구, 스바루?」


'무리를 하는 것은 아니야'라고 그녀의 다리를 멈추려하지만 그걸 예측한 에밀리아의 거절에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입을 다문 스바루 앞에서 에밀리아는 용감하게 미소를 짓고, 자신의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괜찮아, 어제의 흐트러져 있던 나를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열심히 하고 올게. 열심히 하고싶어.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니까」

꾹 하고, 그녀는 얼굴 앞에 들고 있던 손을 꽉 쥐고, 「그러니까」라고 말을 이어,


「나에게 뭔가 말을 걸려면, 『그만둬도 돼』 가 아니라 『힘내』라고 응원해 줘. 그렇게 누군가 한사람이라도 나에게 기대해준다고 생각하면, 나는 분명 그것이 힘이된다고 생각해」

「기대, 하고 있다고? 에밀리아땅. 나만큼 너에게 기대하고 있는 사람은 어저면 너의 아빠고양이 정도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레벨. ――힘내」

「응. 힘낼게」


이 날, 처음으로 부담없이 진심으로 미소를 보여준 에밀리아. 그런 그녀의 미소에 위안을 얻고, 스바루도 일어서서 건물을 나가는 그녀를 따른다.

해가 떨어진 밤의 『성역』에는, 추위를 느낄정도의 차가운 바람이 분다.

그 흐르는 바람에, 앞에 가던 에밀리아의 은발이 춤추며 반짝거린다.

달빛을 받은 은의 강을 보면서, 스바루는 한발짝 한발짝 강하게 걷는 등을 바라보며,

――그래도 분명히, '오늘밤은 무리겠지'라고 그렇게 깨닫고 있었다.


※※ ※ ※ ※ ※ ※ ※ ※ ※ ※ ※ ※


피난민을 데리고 로즈월령으로의 귀환은, 전회보다 이틀 단축을 걸쳐 실현했다.

전 회와는 차이는 일시를 제외하고 큰 부분은 없다. 피난민은 각자 『성역』에 도착한 때와 같은 용차에 탑승해, 고용된 행상인들도 정리해 『성역』의 외부로 해방된다. 스바루와 오토도 그에 동반하는 형태이다.

전회와 가장 다른점이 있다면 그것은,


「길안내를 해주는 것이 류즈씨라는게 놀랍네. 보통, 이런거는 말단이라고 할까...... 그런 사람의 역할 아니야?」

「뭔가, 나라서 불만인가? 함께 한담[각주:6]도 한 사이면서, 스-아가는 노인에게 차갑네, 마음이 사나워졌구나」


라며 우는척을 하는 로리할매. 몸집이 작은 몸을 딱딱한 마부석에 올리고 스바루의 옆에 당당히 진을 치고 있다. 원래 이인용의 마부석이라, 거기에 유녀체형이라 하지만 사람이 한명 들어가면 꽤나 공간이 까다롭지만.


「에, 그 마음 잘 이해합니다. 나츠키씨는 정말 용서라던가 사양이라던가 전혀 없으니까, 그 근처의 미묘한 녀석을 엄마 뱃속에 두고 왔다지요」

「어이, 스-아가. 마부석 옆에 모르는 얼굴이 있어. 누구야, 이녀석」

「나의 입장이란건 당신 안에서도 그런 것인가요!?」


스바루 피해자 모임을 구성하려고 했다가 배신당하는 오토[각주:7]. 마부석에서 고삐를 잡고 용차의 생명에 직결되는 입장임에도, 변하지 않고 경시되고 있다.

그는 그 이외인 면모에 그림자를 떨구고,


「아아……왠지 저, 이 장소에 와서 계속 이런 느낌으로 소리친 인상밖에 없는데, 제대로 메이저스백작에게 인상을 줬을까요?」

「지금의 기세로 어깨에 힘이빠진 너가 보였고, 너무 웃어서 배의 상처가 벌어질 정도 있으니 '인상'이라 하기엔 꽤 강한거 아니야?」

「세상에는 좋은 인상과 나쁜 인상이 있습니다만, 배의 상처가 벌어졌을 때의 인상은 평범히 생각해서 어느쪽인가요」

「사람의 배를 부셔버린 주제에……더는 안되겠네, 이 자식」

「제가 문제라면 당신도 충분히 문제라고요!」


오토가 『성역』에 동행한 이유, 로즈월과의 인사는 차질없이 종료됬다. 그 부분은 전 회와 같은 흐름을 타고 있으며, 실제로 오토의 됨됨이를 폭소로 지켜본 로즈월의 안에서 그의 평가는 낮지 않을 터이다.

다만, 순수하게 상인으로 보여진 느낌은 꽤 적지만


「뭐. 그부분은 향후의 만남으로 채워가면 돼. 어느쪽이든, 이미 메이저스가의 톱-시크릿 을 아는 넌 도망칠 수 없고」

「나츠키씨와 만난것부터 이미 운이 다한 것인가요……아니, 이젠 뭔가 깨달음을 얻어서 그 부분은 괜찮지만」


과연 불행가도를 달리면서도 굴하지 않고 상인을 계속해온 근성의 소유자. 대성할 운명에는 분명 못타겠지만, 그래도 선택한 것을 후회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심 이런일에 어울려 주는 그에게 우의를 분명히 느끼면서,


「앞으로도 혹사시킬 거니까 잘 부탁해! 오토!」

「상쾌한 얼굴로 무슨말을 지껄이는 겁니까? 이 사람!」


어깨를 두들려 Thumbs Up을 향하는 스바루에게 오토가 절규.

사이에 끼어드는 류즈가 시끄러워서 귀를 막는 액션을 취하는 것을 보면서, 스바루는 다시 출발전의 용차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며,


「――그럼, 다녀올께. 에밀리아땅」

「응, 조심해서 다녀와」


가슴 앞에서 작게 손을 들어 흔들며, 불안스러운 듯 이쪽을 배웅해주는 에밀리아와 말을 주고 받았다.


――어젯밤, 스바루를 데리고 『시련』에 도전한 에밀리아. 결과는 알고 있었던 것이지만 실패. 묘소에 스바루가 동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중간에 『시련』이 중단되는 것도 없이, 망연자실한 에밀리아는 스스로 무덤 밖으로 기어나와, 눈을 떨만셔 스바루의 품 안에 쓰러진 후,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자는 에밀리아의 옆에 밤새 있으면서, 그녀의 잠든 얼굴에서 몇번 눈물을 닦아 줬는지, 스바루는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한다.

그만큼 정신적마모를 안고 있는 그녀를 남기고 가는 것에,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면, 완전히 거짓말이 되어 버린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곁에서, 그 떨리는 몸을 지탱해 주고 싶지만.


「하루이틀 안에 돌아올테니까, 무리는 하지말것. 마을 사람들이 없어지면, 초조해할 필요는 없어.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공략하자」

「그럴……까나. 응, 스바루가 그리 말한다면……」


어젯밤 보였던 약간의 힘을 회박한 미소와 다르게, '덧없음'이외의 무엇도 보이지 않고 느낄 수 없는 병약한 미소. 그래도, 이렇게 서있는 스바루들을 배웅 하러 온 것만 해도 무리를 하고 잇다. 또는 다른 일에 의식을 할애하여 그 근간을 잊으려고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람, 못박으려 하는건 아니겠지만」

「그것은 못박을 범위의 밖이라고 할까, 람에게는 의문이야……안심해。화는 나지만, 람도 바루스랑 같은 의견. 원래 장기전으로 봐야하는 문제인걸. 로즈월님의 명령이 없는 한, 가프는 견제해 줄게」

「하나 빚졌네……라고 말하면 무서운가. 뭐 다른걸로 사례할게」

「칫. 바루스 주제에 감이 좋아」

「지금, 몰래 나랑 다른문제의 사망플래그를 회피하고 있었다――쯧」


혀를 차는 것을 들으면서, 변명하지 않고 인사만은 정성스레 하며 이쪽을 배웅하는 람. 그런 그녀가 한걸음 물러서자, 스바루는 이번에야말로 '출발'이라면서 마부석에 다시 앉아――배웅해주러 나온 사람들의뒤 저 멀리에, 팔짱을 끼고 이쪽을 바라보는 금발의 청년을 보았다.


스바루가 깨달은 것을 저쪽도 눈치채고, 서로의 시런이 얽힌다.
그 시선에, 서로 어떤 감정을 담았는지 알 수 없지만, 어젯밤의 에밀리아의 일도 있어 위태로움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냐로메[각주:8], 어떻게든 공략의 실마리를 잡아 올테니까……」

「나츠키씨? 슬슬 출발합니다만, 괜찮습니까?」

「좋고말고. 류즈씨, 안내 잘부탁해」

「맡겨두라고」


점잔떠는 태도로 류즈가 끄덕이자 고삐를 조종하는 오토가 파트라슈와 후르프의 두마리에게 신호를 보낸다. 천천히 용차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피난민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용차의 속도는 전속력과는 멀고, 차로 말하자면 서행이다. 어린이와 노인, 여성만이 타있기 때문에 그 배려는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역시, 돌아간다는걸 알게된 모드들 안색이 좋네」

「고향이라 하는 것은 그만큼의 힘이 있는 거란다. 얼마나 볼게 없고, 얼마나 지루하더라도 결국 마음은 거기에 두고와 버리는 것이니까 말이다」


후방을 보면서 멍하니 중얼거리는 스바루에게 류즈가 말한다. 그녀의 말에 「그런 걸까나」라고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류즈씨도 역시 『성역』에 애착이 있어?」

「……어떨..까. 나의 경우 그 장소 이외를 모른다는 특별한 상황이고 하니 말이다. 그 장소이외를 생각하는 것이 무섭다. 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무서워?」

「모르는 장소에 발을 내딛는 것은 무서운 것이란다, 스-아가. 나처럼 쓸데없이 나이만 먹어버린 노인은 특히 말이다」

노련한 미소를 지으며 어딘가 멀리를 보는 류즈. 하지만 외형이 어린 탓에 얼마나 시리어스한 느낌을 뿜어대도, 유녀가 까치발 들고 있는 것 같이 밖에 보이지 않는게 단점.

도중, 그렇게 드문드문 대화를 주고받으며, 숲 안을 천천히 용차의 행렬이 지나간다. 편도 약 8시간의 장기전이다. 바람의 가호로 로열시트에 있는 듯한 편한한 주행은 보장되어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시간의 경과를 느리게 느끼게 한다.


「꽤나 영리한 지룡이구나. 내 안내 없어도, 거의 길을 잘못들지 않아」

「나의 자랑인 귀염둥이니까말야. 내가 가슴을 펴는 것도 약간 이상하지만, 내 주위는 꽤나 레벨 높다고?」


로즈월령의 면면을 비롯해, 왕선 개시부터 이쪽이 만나는 사람은 각자 모두 일각의 사람들 뿐이었다. 쟁쟁한 멤버에둘러싸인 자신의 평범함이 참으로 한심한 이야기지만 지금은 위를 올려다 보기만 해도 좋다고 차라리 뻔뻔하게 있다

스타트가 늦어 주변보다 뒤쳐졌지만, 달리기 시작한것은 확실하다. 따라잡기 위해서 다음은 계속 달려갈 뿐――그러기 위한 힘은, 이미 받았으니까.


「그러고보니 도중까지 안내해주는건 고맙지만 류즈씨 귀가는 어쩔꺼야? 용차는 전부 아람마을까지 돌아갈거고, 교통수단 없어?」

「걱정하지 않아도 평범하게 이 발로 돌아가는게 보통이잖냐. 말해두지만 이 건강한 다리, 아직 젊은 것들에 지지 않는다고?」


흔들흔들, 용차의 움직임에 따라서 짧은 다리를 흔드는 류즈. 솔직히 말해서 설득력은 조금도 없지만, 쓸데없이 자신만만한 유녀의 기력을 꺽어버리는 것도 내키지 않고,


「알았어 알았어……어이, 오토. 너 유녀 업고 『성역』까지 달리거나 할 기력있어?」

「그 질문의 의도를 모르기 때문에 답변을 거부하고 싶은데 괜찮겠죠?」

「들었어? 류즈씨. 아무래도 이녀석은 어두운 숲을 혼자 걷지 않으면 안되는 유녀를 짊어지는 것 같은 주변머리도 없는듯해. 유녀 한두명정도는 알 바 아니라는데?」

「너무하구나. 인심은 거칠어져 끊어져 버린겐가」

「당신들 둘이서 협의라도 한건가요!?」


숲의 정적을 언제나처럼 오토의 외침이 찢고, 그대로 류즈와 얼굴을 마주보고 웃고 있자, 갑자기 그녀는 얼굴을 올리며


「슬슬.. 이구나」


라고 중얼거리는 류즈에게 스바루는 눈을 찌푸리고. 순간, 그 스바루 쪽으로 류즈가 놈을 맡겨 왔다. 가벼운 몸을 받아들며, 스바루가 「오오?」라고 작게 목소리를 낸다.


「오토, 스탑. 류즈씨의 상태가 이상해」

「마을, 돌아갈까요?」


짧은 목소리로 전하자 오토가 고삐를 조종하여 용차를 정지. 배후의 대열에 수신호로 그러한 지시를 내리자 잇달아 정지한 지룡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러자 스바루의 위에 류즈가 작게 손을 들고,


「……미안하구나, 돌아가 필요는 없어. 결계가 바로 눈앞까지 온 영향이 있었을 뿐이지. 이 이상, 숲 밖까지 가면 의식을 가지고 갈 수 없을것 같구나」

「결계……에밀리아가 『성역』에 들어갔을 때와 같은가」


스바루 시간에서 이미 일주일 가까이 전이 된다. 『성역』방문 떄의 기억.
지금과 똑같히 용차에 타고있던 중, 갑자기 에밀리아가 의식을 잃고, 거기서 가필에게 거친 환영을 받은 것이었다.
류즈의 상태는 그떄의 에밀리아와 흡사하고 이대로 힘차게 용차가 달렸다면 의식이 싹뚝하고 잘려버렸겠지


「하지만 정말로 구분되지 않는구나, 이 결계. 민감한 피부인 나도, 둔감피부인 오토도 딱히 느끼고 있는게 없는데」

「둔감피부라니 뭔가요. 피부에 둔감도 민감도 없을텐데」

「그렇게 피부케어를 소홀히 하는 젊은이들이, 이십대 후반부터 서서히 서서히 기미, 주근깨에 시달리며 젊은 시절의 무지를 후회하게 되는거야」

「진심으로 무슨소릴 하는 건지 모르게 됬는데, 이야기를 주제로 돌리면 류즈님은 여기서 이별.......이라는 건가요?」


장난스런 말을 주고받는것에 질렸는지, 오토가 스바루를 무시하고 류즈에게 말을 건다. 그것을 받아 그녀는 약간 괴로운듯 한 얼굴 그대로 수긍하고, 


「그렇겠지. 나는 여기까지야. 『성역』의 것은 결계와 상성이 나뻐. 오랜만에 와보았지만……역시 어쩔수 없구나」

「혹시, 그걸 시험해볼 의미에서 따라온 부분도 있어?」

「의외로 나도 형편이 좋은 얘기를 생각했구먼……내가 안된다면, 역시 『성역』은 『시련』을 마치지 않으면 해방되지 않아. 그걸 알았겠지, 스-아가」


언뜻 이쪽을 보는 유녀의 눈빛에, 스바루는 그녀가 몸소 『성역』에 갇히는 사람들의 실정을 보여준 것이라고 깨닫는다. 그것과 동시에 역시 그녀도 『성역』의 밖으로 나가고 싶어 애태우는 것도, 아주 당연한 욕망을 안고 있다는 것도.


「에밀리아도 여기까지 오면 비슷한 증상이 올까?」

「안에 들어온 이상 그렇겠구나. 『성역』의 주민들중 누구도 저기서 태어나 자라지 않았어. 로즈아가가 가끔 밖에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을 데려오는 일이 있었다. 그 아이들도 『성역』에 들어간 시점에서 마녀의 소유물. 에밀리아님도 예외일리가 없겠지」

「……어쩐지 또 조금, 놓칠 수 없던 정보가 섞여있었던 느낌이 드네」


외부에서 로즈월이 『성역』에 주민을――결계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그들 도 즉 『하프』라는 것인데.


「그것을 데리고 들어가 가둔다고? 이봐이봐, 뭔 생각을 하고 있는거야」

「그 진의에 대해서는……내 입으로 말하는 것도 잘못된 듯 하구나. 돌아가서 스-아가가 직접 로즈아가에게 따지면 될게다.」


힘없이 고개를 흔들고, 얼굴을 찌푸리는 스바루의 품에서 벗어나는 류즈. 그녀는 그 자그마한 몸을 마부석에서 가볍게 내리며 머리를 향해오는 파트라슈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좋은 지룡이구나. 주인의 힘이 되어주는거다?」

코를 문지르는 파트라슈가 류즈의 말을 긍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자만은 아니자만 스바루 이외에 그렇게 따르는 파트라슈의 모습을 스바루는 처음 봤다. 오토 같은 놈은, 비교적 자주 박치기를 당하고 있는데 말이지.


「여러가지 『성역』에서 할일도 많으니, 프레드리카에게 묻고 싶은거 다 묻고 나서 돌아올테니까」

「그렇게 하는게 좋겠지……나의 감이지만, 너를 빼고 『성역』의 이야기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은 안들어」

「또 꽤나 대단한 과대평가를……감이지만」

「100년 이상 살아온 여자의 직감이라고?」

「내공있는것이 좋다고 봐야할지 반대로 봐야하는지[각주:9]에 따라 판단이 바뀌네」


류즈에게 그렇게 대답하고, 스바루는 마부석 위에서 정중하게 그녀에게 인사. 그것을 지켜본 그녀가 용차에서 거리를 벌리자 오토가 「갑니다」라고 작게 말하곤,


「그럼. 류즈씨, 다시 봐. 조심해서 돌아가고」

「응. 여기서 똑바로 간다면 숲을 빠져나갈게다. 그래도 가도에 나가면, 나머지는 지룡이 알아서 이끌겠지. 조심하거라」


작게 손짓해주는 류즈에게 배웅받으며, 오토가 수신호를 보내 다시 용차의 행군이 시작된다.

멀어지는 이쪽을 배웅하면서 류즈또한 들을 도려 숲의 안쪽으로. 그 모습이 나무의 틈새에 파묻히는 것을 보고 그녀가 무사히 귀환하는 것을 빌면서――스바루는 가슴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응어리를 느끼고 있었다.


「……왠지. 위화감이 있었구나」


방금전의 대화에서 얻은 위화감. 그것이 구체적으로 뭔지를 말로 하지 못한채, 스바루는 용차에 흔들림에 체중을 맡긴다.
숲을 빠져, 햇살이 비춰오고, 길이 펼쳐지며――결계를 넘어 『성역』을 빠져나온다.
여기부터, 다시 긴 여정이 계속된다.

해야할 일, 말하지 않으면 안될 일.
그것들을 무더기로 쌓아둔 채, 스바루는 용차를 따라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작가의 말

감상 줘! 줘! 했더니 반향 감사합니다! 70건이라니 『ゼロから』에 육박하는 건수였다고, 깜짝놀랐어!

딱히 매번 그렇게 쓰고 나의 모티베이션올리고 업데이트 속도를 올려서 Win-Win해도 좋잖아! (츤데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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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んっと……それは、ちょっとダメ [본문으로]
  3. 무능팩 [본문으로]
  4. ペロペロ 페로페로 [본문으로]
  5. 울가름 [본문으로]
  6. 茶飲み話 [본문으로]
  7. 梯子を外される 높은 지위에 올랐다가 동료의 변심으로 고립되다. (네이버 사전) [본문으로]
  8. 아카츠카 후지오의 애니메이션 만화 [본문으로]
  9. 꿈은 반대 라는 의미와 비슷. 직감이 정반대를 가르킨다는 뜻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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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보다는 범재

-현역복무중- 취미로 ncode.syosetu 번역합니다. 趣味でncode.syosetuの翻訳をしています。 판권관련 문제는 sametim17@gmail.com으로 연락주시길. なにか問題があるならsametim17@gmail.comにご連絡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