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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34 『끝나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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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통이 달려오는듯한 느낌이 있다.
싫은 감각이지만, 이 세계에 온 이래 이런 생명에 관련된 수준의 부상이라는것에 부족함이 없는 생활이다. 그 감각이 말하고 있다. 이 수초가 승부처라고.
페트라의 비명이 좁은 통로에 울린다. 스바루의 왼쪽에 박힌 두개의 말뚝을 뽑으려는 듯 손을 뻗고 있다. 그 손이 닿은 순간에 시작될 것을 안다. 그래서 스바루는 그것이 닿기 전에 눈부신 속도로 머리를 회전시켰다.
두개의 말뚝, 치명상이라고 할 정도의 상처는 아니다. 통증이 올 때까지 몇 초. 페트라는 굳어서 못 움직이고 있다. 어디에서 온 공격인가. 열린문에 아직 손을 걸은 채. 반향하는 날카로운 소리. 그 속을 미끄러지듯 살의에 젖은 목소리가 고막에 파고든다.
――엘자이다.
눈앞,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그림자가 꿈틀거리고 있을 게 분명하다. 그것이 몸을 낮추어 포복자세로 이쪽으로 뛰어들려 하는 엘자라는 것도.
허리를 뚫은 공격은 통로의 건너편에서 던져진 것이다. 싫을정도로 정확한 콘트롤로, 주의해서 배를 노렸다.
차라리 박수갈채를 치고 싶다.
바보같은 사고, 미지간한 생각. 어째서 지금, 여기에 엘자가 있는걸까. 있을 터였던 유예는 어디로 가고. 누구도 모를 비밀통로에, 어째서 숨어서. 어째서 알고있어. 전부 뒤로 돌려두고. 지금 이 순간을 살기 위해서 뇌세포를 태운다.
「――샤마아아아아아아아아크!!」
무장도 없이, 요격 수단도 없이, 준비부족에 각오부족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순간적인 사태를 눈앞에 맞아, 스바루에게 생긴 것은 단 하나――또는 엘자와 조우했을 때 물불가리지 않고 취할 수단으로 마음 먹고 있던 한가지 행동뿐.
스바루의 외침에 호응하여 불완전한 게이트가 체내의 마나를 시전에 준하는 형태로 환원. 전에 뻗었던 스바루의 오른손, 그 끝에서 검은 연기가 분출――통로를 어둠이 덮는다.
빛의 그늘보다 더욱 짙게 칠흑이 좁은 공간을 탐하며, 눈앞에 닥친 위협과 스바루들의 사이를 순간적으로 벌린다. 내뿜은 연기 자체에 행동을 가로막는 효과는 없다. 뚫고 가면, 막지도 못하는 안개. 하지만,
「몰이해의 벽, 넘을 수 있는 것이라면 넘어서――가아아아앗!!」 1
큰소리를 지른 직후, 그때까지 늦춰지던 격통의 맹공이 스바루를 강타한다. 왼쪽 허리를 시작으로 작열이 전신을 누비며 뇌와 아랫배가 달아오른 쇠를 찔린 것처럼 타들어 가, 절규한다. 거기에 불완전한 영창의 대가, 전신에서 필요 이상의 마나가 빼았기는 감각에, 몸이 바싹 마른 것 같은 피로감과 권태감에 무릎을 꿇는다.
그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것을 붙잡아준것은,
「스바루――!」
무너저가는 스바루의 손을 잡고, 작고 부드러운 감촉. 보니 울거같은 얼굴을 한 페트라가 스바루의 몸을 걱정하며, 긴 속눈썹을 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황이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눈앞에 불합리한 위협이 다가오는 것에 대한 거절이 눈동자에 있따. 그러나 그 이상으로, 스바루의 안부를 걱정하는 색이 짙다.
그것을 본 순간, 신경을 깎는 격통과 영혼을 벗겨지는 상실감을 한순간 망각. 그 효과가 지속되는 동안에 쥐어준 손을 잠고,
「일단, 위로――!」
전진하지 못하는 이상, 탈출구는 온 길을 돌아가는 길 하나뿐. 샤마크의 지속시간에 대해서는 스바루 본인도 모른다. 몇차례 사용해서 몸에 습관이 배었는지, 기절할 때까지 마나를 소진하지 않은 것만이 지금의 성과이다. 어쨌든, 지금은 검은 안개가 길을 가려줄 기회를 놓치지 않고――
「깃……아갓!?」
뛰어나가는 순간 다시 날카로운 무언가가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덮쳐 온다.
통증의 원인에 눈을 돌려보니, 오른쪽 어꺠에서 목 뒤쪽에 걸친 위치에, 합계 4개의 말뚝이 박혀 있었다. 다행히, 박힌 깊이는 짧지만, 새끼 손가락 정도의 굵기를 한 그것을 여러개 박히는 고통은, 그것을 본 것만으로 고통을 더욱 불러들인다.
「보이나……!?」
샤마크의 검은 연기를 투시하고 있는건가, 라고 순간 판단할 뻔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바로 알아차린다. 그리고 스바루는 연기 너머로 엘자가 무엇을 했는지 직감으로 이해했다.
검은 연기가 무언가 위협이며, 뛰어드는 것의 위험성을 판단한 엘자가 안개의 저편에서 이쪽을 향해서 제대로 노리지도 않고 던져 온 것이었다.
통로는 좁고, 폭은 스바루가 세줄 서면 그것만으로 꽉 찬다. 통로의 한가운데를 노릴 컨트롤이 있으면 도망가는 등의 어딘가에 높은 확률로 명중한다.
깨달은 순간, 스바루는 팔을 힘껏 당겨 페트라를 가슴속에 품는다. 「히얏」라고 비명을 지르는 페트라. 그 몸이 지나간 곳을, 스바루의 몸을 뚫은 것과 같은 물건이 바람을 베는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노리는 곳을 피하지 않았다면 페트라의 머리까지 일직선의 위치다.
「최악……이야!」
피가 섞인 침을 뱉고, 스바루는 머리를 흔들며 통로를 저택방향으로 질주. 페트라의 팔을 당기고 늦는 그녀를 억지로 전진 시킨다.
아픔에 시야가 깜빡거린다. 빨간색과 검정색이 뒤섞이고 더 이상 이 세계는 분명하지 않다.
순간의 공방으로 스바루는 기력도 체력도 전부 떨어졌다.
이대로 저택에 돌아간다 해도, 타개할 수단이 바로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단지 눈앞의 희망에 매달리는 것처럼, 스바루는 이를 꽉 물며 계속 달린다.
순간, 목덜미를 공포심이 지나간 것은 여러차례 『죽음』에 닿은 스바루이기에 느낄 수 있었던 임사의 감각이었을지도 모른다.
「――――!」
싫은 공포에 이끌리는대로 목을 뒤로 젖혀 스바루는 그 검은 눈동자에 죽음의 궤적을 보았다.
바람을 벤다. 같은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바람을 죽이며 다가오는 곡도. 엘자가 가지는 최대이자 최악의 무기, 쿠쿠리 나이프가 그 무게를 충분히 자랑하며, 엄청난 속도로 수직회전하면서 스바루들의 허리에 다가온다.
시야가 새빨개지며, 이를 무는 힘이 너무 강해서 어금니가 깨진다. 찢어진 팔을 들어올린다. 빨갛다. 그저 빨갛다. 더 이상 자신의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단지 고통만을 발하는 쓸데없는 물체.
찢어져버려. 없어져버려. 아플 뿐인 기관 같은건 필요없어. 불필요. 없어져, 사라져버려, 찢어져버려, 쓰러져 버려. 죽어, 죽어, 죽어――감촉.
손을 잡는 감촉. 통증일 뿐의 기관의 반대쪽, 그쪽에 아직 온기가 있다. 그것을 느낀 순간 절규가 끊기며 목이 망가졌다. 고통을 느낄 뿐인 뇌신경이 허용량을 초과해서 더 이상 기능하지 못한다. 아픔을 잊는다. 하지만 온기는 잊지 않는다.
팔을 당기며, 발을 내디디며, 소리를 잃은 목을 진동시키며, 스바루는 통로를 피로 물들이면서 달린다. 무거운 다리가. 무거운 팔이. 당기고 있는건가 당겨지고 있는건가. 그것도 모르겠다. 모른다.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통로가 끝난다. 계단까지 돌아왔다. 나선형 계단을 뛰어 오르면 저택이 나온다. 저택에 나오면 어쩌지. 누구를, 누가, 누구에게, 도움을, 에밀리아, 렘――?
「나… 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끝나지 않았다. 끝날리가 없다.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찾지 못했다. 잡은 것도, 움켜진 것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곳에서, 전부를 던져버릴 수 있겠는가
위를 본다. 나선형계단의 위는 멀다. 다리가 엉킨다. 혀가 저린다. 팔에서 떨어지는 피가, 생명이 쏟아지고 있다. 닳고 줄어든다. 왼손의 온기를, 끌어올린다. 그러자
「――바루 님!!」'
동물같은 외침. 그리고 공중에서 무거운 것이 떨어지는 소리. 계단을 밟는 스바루의 눈앞에 넓고 커다란 등이 보였다. 연기속을 나부끼는 검은색을 중심으로 한 에이프런 드레스. 긴 금색 머리가 차가운 바람에 흔들리고, 땅에 웅크려져 잇던 몸이 다시 일으켜진다.
이쪽을 돌아보는 강경한 표정――거기에 우려의 감정을 섞은, 익숙한 얼굴
「프레드……」
「말하지마! 이 상처는……어쩜 이리 심할 수가」
그 존재를 인식하고 이름을 부르려고 한 순간, 프레드리카가 스바루의 상처를 보고 얼굴이 창백해진다. 그녀는 반은 팔로서의 형상을 잃은 스바루의 오른팔을 애처롭게 보고, 그리고 반신을 물들이는 피의 흔적에도 눈을 향한 후,
「아……」
라고, 기어들어가는 작은 목소리로 숨을 삼킨다. 스바루의 참상이 그만큼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정작 스바루는 미친듯이 분출되는 뇌내 마약의 영향으로 고통을 고통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따. 숨결은 거칠고 이븨 가장자리에서 침이 떨어지는것이 멈추지 않는다. 피의 거품이 입안에 넘치는 것을 뱉으며 스바루는 프레드리카에게 말을 만들려고,
「아.... 아――!」
「――워!!」
어둠의 저편에서 다시 날아오는 쿠쿠리나이프의 파괴력.
죽음을 안고 회전하는 칼날이 프레드리카의 머리를 노린다. 순간 강철의 빛을 본 스바루가 목소리를 내고, 그것에 반응하는 흐레들카가 허리에서 뭔가를 빼내 일섬――통로의 어둠을 불꽃이 흩어내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곡도가 튕겨나간다. 그것을 이뤄낸 것은
「침입자, 인 듯 하군요」
라며 팔을 교차시키는 프레드리카――그 양손 끝에, 발톱이 달린 토시를 차고 있다. 그 잡은 형태를 보니, 그녀에게 익숙한 무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의미로는, 지나치게 어울릴 정도로 어울리는 억센 무장. 그 양팔로 공기를 찢는 듯 정면을 견제하며, 프레드리카는 뒤의 스바루에게 향해
「저택으로. 위에 도착하면 신호를. 저도 이탈하겠습니다.」
「데……ㅅ」
「그 상처로는 어차피 짐덩이가 됩니다. ――페트라를 부탁드립니다」
단념하지 않는 스바루의 등을 떠민 것은 마지막에 한 프레드리카의 간청같은 말이었다. 계속 걸려 했던 말을 삼키고 스바루는 페트라의 작은 몸을 끌어당긴다. 팔을 당기며 당기는 것보다, 안은 쪽이 지금은 빠르다. 페트라도 저항하는 일 없이 팔 안에 안기고, 스바루는 후퇴라며 계단 발을 올려
「죽지말라고……」
「물론――아직 반도 못살은 걸요」
다리를 절며, 뒷머리를 끌리면서도 스바루는 위층을 목표해 계단을 뛰어올라간다. 나선형으로 돌면서 올라가는 동안 아래쪽에서 칼날과 칼날의 부딫치는 소리가 들린다. 좁은 공간이라면 엘사의 기동력이 손실되고 정면으로 싸운다면 지력의 싸움이 된다. 그렇다면 프레드리카의 쪽에서 승기가――적어도, 그 희망에 매달리고 싶다.
으스러진 어금니를 뱉어내고 스바루는 답답하게 움지기는 자신의 다리를 저주하며. 좀 더 빨리, 좀더 날카롭게, 스바루가 1초 계단공략에 걸리는 사이, 프레드리카의 명운이 1초 단축되어 간다. 빨리빨리, 위층으로, 위층으로, 위층으로――.
「도착했……다!!」
도착하여, 거친 숨을 내쉬면서 카펫에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그 무너진 자세 그대로 피난로에 목을 내밀로 아래층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프레, 드리카아! 됬어――!!」
프레드리카가 계단을 올라가며 직후에 피난로를 닫으면 엘자를 분단할 수 있따. 목소리를 질리며 그것을 깨닫고, 스바루는 구르는 듯 문을 여닫는 장치인 동상에. 그 목에 손을 걸고 프레드리카가 나오는 것을 기다린다.
「――에」
버티는 스바루의 귓전을 갑자기 친것은 엄청난 충겨과 붕괴에 따른 엄청난 파쇄음. 낙하하는 건축자재가 서로를 허물어, 연기를 내며 진동이 저택을 흔든다.
무슨일이, 라고 스바루는 동상의 곁을 떠나 다시 통로로. 그러고 안을 들여다보자――방금전에, 뛰어올라왔던 나선형 계단이 흔적도 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이건……아」
부실공사의 틈이 이 순간에 벌어졌다는 얘기가 아니다. 예상치 못한 붕괴라고 하기는 통로 자체가 손상없이 깨끗이 부서져 있었다. 원래 어떤 방법을 이용하면 계단 자체가 분리되는 장치가 되어 있던 것이었다.
피난에 이용한 후 추적을 피하기 위해선지, 또는 지금처럼 침입경로로 이용되는 경우에 대비해서인지, 지금은 그건 모르지만. 단지 알 수 있는 것은
――이제 더이상 프레드리카가 위로 올라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엘자가 위층으로 올라올 가능성도 무너졌지만, 역으로 프레드리카의 생존도 절망적이다. 혹은 그녀의 전투력이 엘자를 능가하면 산을 우회하여 올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말인지 스바루의 몸이 기억하고 있다.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잊었던 상처가 쑤셔대고 스바루는 핏덩어리를 내뿜는다. 어깨와 목, 허리에 꽃힌 말뚝이 질척하게 육체를 좀먹기 시작했다. 뽑아내려 해도 손가락이 미끄러지며, 대량 출혈이 무서워 닿은 손가락이 떨리고 움직이지 않는다.
발걸음을, 생각을 멈추고 있을 시간은 없다. 프레드리카의 생존이 절망적일지는 아직 스바루의 행동에 따라 변화하는 상황일 터이다.
상처의 통증을 참으며 무릎을 일으켜, 몸을 일으키려한다. 그리고 문득 자신이 안고 있었을 페트라의 존재를 떠올린다. 집무실에 달려서 돌아온 뒤, 그떄까지 품에 있었을 터인 그녀는 어디로――,
「페트、라……?」
목을 돌려, 스바루는 방의 반대――동상 근처에 페트라의 모습을 찾아보자 쓰러진 소녀는 옆으로 넘어져, 아무래도 아까 진동때 손에서 놓아버린듯 했다.
녹초가 된 소녀는 의식이 없는지 부름에 반응이 없다. 공포와 피로감의 극치로, 의식을 유지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프레드리카의 안부를 염려하면서도, 그녀의 말대로 페트라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떨리는 무릎을 혹사시키며 일어서, 스바루는 쓰러져 페트라의 밑으로 발을 옮긴다. 그리고 쓰러져있는 소녀를 안아 일으키려 하지만.
――쓰러진 소녀의 목 뒤에서 뒤통수까지 곡도가 박혀있는 모습이 보였다.
상처에서 대량의 피가 뚝뚝 떨어지고, 깨진 후두부에선 뇌의 일부가 쏟아지고 있다, 밤색의 부드러운 머릿결이 선혈로 물들고, 부드럽고 따뜻한 손바닥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오른손을 올린다. 손가락 세개와 팔의 절반을 잃은 불쌍한 고기덩어리. 이 팔을 내밀어 제지하던 곡도가 그대로 페트라를 강타했던 것이다. 이것만 내밀고선 무엇도, 지켜낼 수 없었던 것이다.
「――――으으아아아아아아아!!」
닳아버린 목이, 피의 절규를 질렀다.
※※ ※ ※ ※ ※ ※ ※ ※ ※ ※ ※ ※
휘청거리는 걸음걸이로 저택의 카펫을 밟고 스바루는 망령있듯한 얼굴로 서관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걷는 스바루의 팔에는 페트라의 시신이 안겨져 있다. 위로 흰 시트를 씌워, 그 죽음을 누구도 보지 못하게 숨긴채로.
놀랍다는 표정 그대로의 죽은얼굴은 즉사였다는 것을 증명해, 최소한 그것만이 구원이었다. 스바루가 맛본 것과 같은 고통을 맛본고 목숨까지 잃는다는 건 너무나 잔인하다. 그녀가 구원받지 못한다. 구원따윈,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저택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돌아온 것 아니었던가. 최소한 그 도움이 되도록 힘을 다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지 않았던가.
페트라를 또 다시 이 죽음의 나선 속에 끌어들이고 말았다. 스바루가 페트라의 죽음을 보는 것은 이제 이것으로 세번째――모두 스바루가 어떻게든 했으면 일어날 리 없었던 끝맺음이었다.
마녀교의 존재를 발단으로 하던 전 회, 하지만 이번에는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
스바루는 페트라를 끌어들이지 않고 끝나도록, 프레드리카가 그녀를 메이드견습으로 영입하려 했을 때 반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에밀리아의 곁에 있는 것으로, 자신의 곁에 있는 것으로,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스바루는 알고 있었을 터이다.
(주* 각주 꼭 봐주세요 표현의 매끄러움을 위해 이리 표현했지만 원래 표현을 아시는게 좋을 겁니다)
향하는 곳에 있는 계속 자고 있는 그녀에게는, 어떤 재앙도 다가오지 말아주길.
서관, 메이드실이 즐비한 층에 겨우 도착한다. 집무실이 있던 최상층에서 가장 짧은 길을 선택했지만 부상한 몸을 놀려 여기까지 오는데는 꽤나 오래 걸린 것 같다. 바로 반대쪽 계단, 맨 끝에 목적의 방이 있다.
거기에 도착하면 어떻게 될지,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도착하는 것 만이 목적으로, 거기에 있어야 할 그녀에게 닿는 것만을 목적으로, 살 기력도 더는 없다.
피가 너무 흘러서, 흘러나온 피와 함게 결심과 각오도 몸에서 흘러나와 버렸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너무 많은 것을 잃은게 컸다. 이 상실감을 짊어진 채론 얼굴을 들고 걸어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적어도, 끝낸다면 그녀의 곁에서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스바루가 자신의 약함을 드러낼 수 있는 그녀의 곁에서.
핏자국을 남기며, 반쯤 벽에 기대면서 없는 기력을 집념으로 바꾸고, 스바루의 몸은 간신히 목적의 방――렘의 침실 앞까지 도착한다.
팔 안에 있던 페트라를 벽에 기대고, 시트를 벗긴다. 눈꺼풀을 닫아 죽음만을 담은 시체. 그 뺨을 만지고 손가락으로 입술을 덮으며, 차가워진 그녀의 빈 그릇에 머리를 숙여,
「미안……미안해……내가 바보라서, 어쩔 수도 없는 놈이라서……흑」
뭔가 방법이 있었을 텐데, 스바루가 바보였던 탓에 그것을 몰랐다. 그 결과의 희생양이 페트라로, 더 이상 사과의 말도 여기에 없는 그녀에겐 닿지 않는다.
쏟아지는 눈물을 페트라의 무릎에 떨어뜨리고 스바루는 고개를 흔들면서 시트를 덮고 파트라의 시신을 다시 덮는다. 그리고 일어나서 돌아섰다.
「――두고 가는 것도 너무하다고 생각하지만」
복도의 끝, 방금 스바루가 내려온 계단에 발을 걸어, 이쪽을 향해 고개를 기울이는 흑발의 미녀. 묶은 긴 흑발의 끝을 손가락으로 만지작 거리며, 반대쪽 손에는 피에 젖은 쿠쿠리나이프를 흔들고 있다.
블랙바디수트에 검은 외투. 왕도에서 보았을 때와 다르지 않다. 위에서 아래까지 칠흑의 코디. 프레드리카와 교전 했을 터인데도, 그 영향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부상이라는 의미로도, 피로라는 의미로도.
그녀가 여기에 나타난 이유――그것이 그대로, 프레드리카가 어떻게 되어 버렸는지를 증명하고 있다.
다시한번 사과의 말이 닿지 않는 상대가 늘어난 것에, 스바루는 천장을 올려다 보며 자신의 무력함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저주할 수 밖에 없다.
「그 상처로 잘도 여기까지 걸어 왔네요. 감탄스러워요」
「그것은 '너의 목숨을 원해'라는 구애라고 생각해도 될까」
「바로 밟아 찌부러트려도 괜찮다면 맡아줄게……」
하지만 페트라처럼, 프레드리카처럼, 엘자의 손에 당할 바에는.
이미 끝나버린 이 세계의 그녀는, 적어도 스바루의 손으로――.
「곧바로, 나도……」
그 대로 그녀의 뒤를 쫒는다. 그 각오로 렘의 침실에 들어가――、
「――에?」
――책장들이 즐비한 금서고가 끝을 각오한 스바루를 반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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