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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바리바리발칸
원본주소 : http://ncode.syosetu.com/n2267be/216/
제 4장50 『하울링』
파도 같은 그림자가, 칠흑의 애정이 스바루 일행을 노리고 들이닥친다.
큰 나뭇가지 위, 어떻게든 잡고있는 스바루에겐 도망칠 수단이 없다. 순간적으로 옆에 있었을 터인 가필을 보니
“가필!?”
그는 잡고있던 가지에서 손을 놓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자유낙하하여 대지에 착지,
그림자에 침범된 지면은 그 두 다리를 미끈기리며 집어삼키려 하고있다. 그러나,
가필은 상관하지않고 양손을 땅을 찌르며 내리치고 사지를 대지에 붙이며
“그림자에 휩쓸리기 전이면, 어떠냐 짜샤-!!”
포효, 가필은 땅에 박은 두 팔을 쳐든다.
그러자, 그 움직임에 따르듯 지면이 말려 올라가고, 그림자를 포함한 대지가 어처구니없는 규모로 밥상뒤집기ㅡㅡ그림자의 파도, 검은색에 먹히기 이전 지면을 벗겨낸다. 한마디로 상쇄를 노린 어처구니없는 힘
흙덩이가 날아오르고 폭음과 뒤섞여 대지가 그림자에 격돌, 질량이 없을터인 그림자와
한순간 충격에 맞서며, 아까의 건물과 같이 그림자가 그 규모를 흙의 폭풍을 삼키려 증대
시킨다. 그림자의 파도가 그 높이를, 넓이를, 색의 농도를 짙게한다. 삼키면 삼킬수록
흉악함을 더 한 그림자ㅡㅡ그러나, 아주 작지만 정체는 발생한다.
“냉큼 내려오지 않으면 두고간다!”
“우와아ㅡㅡ앗”
망연자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스바루였지만, 갑작스런 충격에 견디지 못하고
나무 위에서 지면으로 어거지로 떨어진다. 대지와 격돌직전, 허리부근이 찔러나온
가필의 손에 잡혀 급제동. 눈을 돌리고, 무슨일인가 이해하고,
“차, 차서 떨어 뜨릴건 아니잖아!?”
“판단이 늦단 말이다. 아무래도 네게 홀딱 반한 것 같으니까 응. 나라면 몰라도
잡히면 넌 한 순간에 먹히고 끝이다.”
스바루를 움켜잡고 가필은 눈앞에서 세력을 키우는 그림자를 턱으로 가리키며 영악하게
웃는다. 그 시선을 쫓으니 파도의 저편 그림자의 근원ㅡㅡ멍하니 사람의 윤곽을 그리는
그것이, 일사불란하게 이쪽으로 팔을 뻗는 것이 보였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들려오는 중얼거림이, 이 거리에서 아직도 귀에 속삭이듯 들려오는 이상함.
마치 이 떨어진 거리조차 관계없고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다가오는 비정상이
스바루는 역겹다. 저 그림자를 보며 여기까지 강하고 어두운 열정을 대면하고
스바루의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것은 견딜 수 없는 혐오감과 불쾌감 뿐이었다.
저것이 자신을 [사망회귀] 시키는 원인이며 어느 의미에서 은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리다. 받아들일 수 없다. 생리적으로 영혼이 거부하고 있다.
저 그림자에게 안길정도라면 백경의 입속에 뛰어드는 쪽이 낫다.
“가필, 어쩌냐……!”
“물러날 수 밖에 없지! 로즈웰 자식도 기대할 수 없고. 람도 할매도……
다른 녀석들도, 저 그림자에게 저항할 수 있다는 생각이 안들어”
이를갈며, 속상한 듯 으르렁 거리는 가필. 스바루와는 달리 그에게는 직접
그 눈으로 람이나 류즈라는 친밀한 얼굴들이 그림자에게 먹히는 것을 본 것이다.
그 심중은 헤아리고도 남는다. 가증스러운 기억을 가필에게 품는 스바루로서
이렇게 비탄에 잠긴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나 복잡한 상황이었다.
“ㅡㅡㅡㅡ!”
꿈틀거리는 그림자가 거대한 손바닥이라 할만한, 갑자기 그 손끝을 두사람에게
향하여 솟아오른다. 가필은 아슬아슬하게 스바루를 안은 채 백스텝으로 회피.
밟은 지면에 잠겨있는 그림자의 양은 아직 미량으로 중심에 서있는 그림자로
부터 거리가 벌어지면, 적어도 즉각 깊은 늪으로 가라앉는 전개는 피할 수 있을것이다.
“후퇴해도 상황이 악화되네……공격했을때의 결과는 어떻게 됐어?”
“그림자의 드레스가 찢어지지않아. 혼신의 한발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그걸 때려박을 수 있는 기회가 없다”
물러서는 한 걸음으로 크게, 나무들의 틈새를 빠져나가는 스바루와 가필은
의견을 교환. 숲 너머에 그림자를 뒤로한 속도였으나, 천천히 이쪽을 향해 올
그림자를 도무지 뿌리칠 수 없다. 거리감을 줄일 수 없는 것은 그림자의 권능인가
뭔가인가. 그리고 이변은 아직 있다.
“……빌어먹을”
“……시발놈이”
침을 뱉고 가필은 초초한듯 목을 끙끙댄다. 그 어깨가 가쁜 숨에 흔들리고 있다.
이마에도 대량의 땀이 흐르고, 거동 하나하나에 평소와 다른 위화감 같은 것이 생겼다.
운반중인 스바루의 무게에 피로한 모습은 아니다. 그 모습에 눈쌀을 찌푸리는 스바루.
그 반응을 본 가필은 [칫] 하고 혀를 차며
“몸이 이상하게 무겁다. ㅡㅡ그림자가, 주변의 생명력을 뺏어가고 있다”
“이 발밑의 그림자가 말이냐?”
가필의 대답에 당황하여 땅에 발을 붙이고 있지 않은 스바루는 흔들리며 아래의 그림자
ㅡㅡ어디까지나 초원을 덮고있는 그림자의 범위에 전율한다. 그리고 새삼스러울정도로
새삼스레 그림자의 진짜 의미의 위협에 깨닫는다.
“어이, 설마ㅡㅡ”
ㅡㅡ숲이, 낮아지고 있다.
[성역]을 둘러싼 숲의 나무들은 키가 크고, 무성한 가지는 달과 별을 숨기기에
충분한 밀도를 자랑했다. 이 숲의 하늘이 지금은 분명히 시야에 담아둘 수 있다.
나무들이 차례차례 쓰러져 버린것도, 가지를 태운것도 아니다. 변함없이 숲의
녹음은 즐비하고, 바람에 흔들리며 작은소리를 내고있다.
ㅡㅡ 그 숲의 높이가, 스바루가 도약하면 머리가 빠져나올 정도로 낮아지고 있다.
“숲이 가라앉고 있다ㅡㅡ!?”
“계속 움직이며 피하지않으면 그렇지. 삼켜지는 것 만큼 지금까지보다 힘이
늘어났다고 하는거겠지만 말야ㅡㅡ!”
[성역] 전역에 이르는 그림자의 위력이 커지며, 숲 전체가 칠흑에 먹히기 시작했다.
전후좌우, 어디를 보아도 그림자가 닿지않는 범위는 없다. 결계를 빠져나와도,
숲을 빠져나와도, 마치 끝은 없다고 생각될 정도의 절망감.
지금까지 없던 전개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질투]의 마녀의 존재. 그것들에 의식을
빼앗긴 나머지, 스바루는 상대의 위협도 그 외의 것을 오인하고 있었다.
저것은 [질투]의 마녀ㅡㅡ과거 세계의 절반을 삼키고, 지금도 세계에 공포의 충격을
짙게남긴, 최악의 재난.
“설마 진심으로, 세계의 절반레벨까지 규모를 넓히려는건 아니겠지……?”
“나라 통째로 하나, 삼켰다는 이야기가 있지. 웃어 넘기려면 이걸 몰라야 할 필요가 있다”
스바루의 상상에 가필이 실소로 동의. 그 표정에 피로가 짙은 것은, 마녀의 그림자에서
초래되는 악영향과 그림자의 침식속도의 상승, 대지가 가라앉는 감각이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도주 때문에 내딪는 발이 크게 가라앉고, 다음 한걸음을 딪는데 필요한
각력이 비약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원래라면, 가필 혼자라면 도망칠 가능성 있을 것 이다.
“가필, 저녀석이 노리는 것은 나다. 그러니……”
“두고 가라 같은 소릴 지껄일거면 내가 어금니로 네녀석의 손가락 하나씩 뜯어먹어
줄꺼라고, 응?”
한마디로 제안으로 거부당한 스바루는 말이막힌다. 그러나 곧 꺽여진 기분을 머리를
흔들어 털어버리고, 땀이 흐르는 옆얼굴을 쏘아보며,
“그런말 할 때가 아냐! 이대로라면 둘다 통째로 삼켜진다! 내가 저녀석을 상대하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 수 있을거다. 그 틈에……”
“도망가라고? 아니면 로즈웰 자식이라도 불러오라는 건가? 저 그림자가 처음
나타난 곳이 마을 중심이다……마을 녀석들도 피난해 온 녀석들도, 로즈웰도……
전부, 삼켜졌다”
“ㅡㅡ큿. 틀림없는 거냐?!”
“네 녀석에게 보이지 않는 범위, [성역]은 전부 저 그림자에세 삼켜졌다. 간혹 우연으로
전원이 달맞이 숲속에 들어갔다는게 아닌 한 말이지. 틀림없다”
담담하게 알리는 가필의 말에는 감정이 실려있지 않아, 평소 감정과잉인 그답지않은
태도가 그 말의 사실을 뒷받침한다. 전투력이 없는 피난민이나 평화적인 [성역]의
주민뿐만 아니라 로즈웰까지도 삼켜졌다고 한다면 상황은 절망적일 수 밖에 없다.
접근전에 특화된 가필에게 있어 원거리에서 그림자를 뻗어 공격해 오는 [질투]의 마녀는
상성이 최악인 상대다. 이쪽에 로즈웰이나 람, 원거리공격에 능한 카드가 남아있다면
여러 공격을 섞어 넣는 것도 가능했겠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네가 빠지면 대항할 수단이 없어져……”
“할매도! 람도! 다른 녀석들도, 모두 먹혔다……!”
“ㅡㅡㅡㅡ!”
“거기에 네 녀석까지 버리고나면, 내게 창피를 줄 셈이냐…절대로, 절대 절대 사양이다.
[파라라구라라의 손톱자국은 사라지지 않는다.]란 말처럼 저놈에게 한방 먹여주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아!!”
이빨을 드러내고 울부짖는 가필. 그 표정에 비치는 것은 그림자에 대한 끝없는 분노ㅡㅡ
그것만이 아닌 것처럼 보인 것은 스바루의 착각일까. 소중한 사람을 모두 빼앗기고,
그래서 오직 한결같이 분노로 울부짖는 것 만이 아닌 마음씨의 소유자ㅡㅡ 그가,
가필이 그렇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어째서 너는, 모두를 저렇게…”
그토록 잔혹하고 과감하게 맞선 마을사람들을 죽인 것 인가?
빼앗기는 것의 아픔을, 사별하는 고통을, 가필도 알고있는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고,
공감할 만한 감정이 있다. 그런데도 어째서 그는, 그렇게까지 잔혹한 행위를 단행하고
말았던 것일까.
스바루의 쥐어짜듯한 질문의 의미가, 가필에게는 알 수 없었겠지.
그는 침묵으로 스바루를 잡은 손의 힘을 강하게, 그것만으로 스바루르 버릴생각이
없다는 것을 표명. 변함없이, 아니, 오히려 침식 속도를 더욱 가속하는 그림자에게
벗어나기 위한 발걸음의 위력을 올리며, 앞으로 앞으로, 점점 가라앉는 숲을 날아
빠져나간다.
배후의 위협과 가필을 향한 태도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던 스바루는 문득 시계가
크게 열리는 것에 놀라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가라앉아가는 숲을 돌파하여
두사람의 모습은 트인 공간으로 뛰쳐나왔다. 겨우 그장소에서야 그림자 침식의
정도가 아직 약하다. 맨땅에 작은 화초, 그리고 무엇보다 스바루가 깜짝 놀란 것은,
“ㅡㅡ에!?”
그것이 눈에 들어온 순간, 스바루의 몸이 들판으로 던져졌다. 놀라, 소리를 지르며
스바루는 지면을 구르고, 땅을 할퀴는 듯 기세를 멈추고 머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대로 던져진 것에 대한 저항감보다 눈 앞의 것에 대한 추궁의 마음이 앞섰다. 즉,
“어째서 여기에, 류즈씨가ㅡㅡ?”
목소리가 떨리고 있는 스바루의 눈 앞에는, 붉그스름한 긴 머리를 흔들거리는 소녀ㅡㅡ
그 모습을 한, 속은 늙은 인물, 류즈가 서있다. 허망한 눈으로 나무들로 둘러쌓인 공간
안쪽에 서 있는 그녀에게 스바루는 동요. 그럴것이 스바루는 이제 막, 가필의 입으로부터
그녀가 그림자에게 먹혔다고 들은 참 이란 것.
눈 앞과 아까의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다. 어느쪽을 믿는가 한다면, 그것은 눈 앞의 현실이
된다. 그럼 설마, 아까까지의 이야기는 전부 거짓말이란 말인가.
“가필, 이것은 대체……”
“……서두르지마라, 네가 묻고 싶은것도 말하고 싶은 것도 알고있지만, 시간이 없다.
여기까지 어떻게든 유인했으니까 말야”
따지려는 스바루에게 손을 흔들고 가필은 주위에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그는 턱을 가볍게
들어 위를 향해 숨을 크게 들여마시고,
“ㅡㅡㅡㅡ오오오오오오!”
라고, 숲을 뚫고 나갈정도의 대음량정도는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조용한 공기를 곧게 찔러
나갈 듯, 하울링을 시작했다. 그것을 듣고, 엉뚱하게도 스바루는 [짐승 같은 짓을 하는
놈이다]등의 소감이었는데, 그 하울링의 결과를 보고 이번에야말로 말을 잃었다.
“ㅡㅡㅡㅡㅡㅡ윽!?”
부스럭 부스럭 소리를 내며, 초목을 헤치고 광장으로 속속 사람 그림자가 들어온다.
모두 키가 작고 길고 긴 머리를 땅에 끌 정도로 늘어뜨리고 있다. 붉그스름한 머리.
희고 맑은 피부, 감정이 보이지 않는 둥근 눈동자,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은 기장이
맞지않고 옷자락을 끌게 되는 너무 큰 로브. 알몸에 직접 그것을 걸친 듯, 열려진
틈새 사이로 대담하게 들여다 보면 발은 맨발 그대로다.
여기저기서 걸어나온 그 그림자는, 대충 20명정도 될까. 광장의 절반에 늘어서 가득
메운 그녀들은 전원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같은 표정은 아니다.ㅡㅡ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무슨, 말도안되는……”
“될 수 있으면 안보여 주고 싶었다”
가필의 괴로운듯한 중얼거림에도 충격을 받은 스바루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아니, 들리고 있으나 그것이 뇌를 올바르게 거치고 있지 않는 것이다.
같은 얼굴의 소녀들ㅡㅡ류즈와 똑같이 생긴 인물들이 쭉 늘어선 그림은 스바루에게
마치 꿈인지 뭔지를 보는듯한 착각을 준다. 사실, 이런 형태의 악몽이라면 스바루는
몇번이라도 꾸어왔다. 이번의 이 것도 그 중의 하나로 치부해 버리고 싶다. 그러나,
“가지에 베인 상처도 아프고, 이 심장의 통증도……현실인가”
피로물든 양 팔과 날카로운 박동을 울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스바루는 크게 숨을
내쉰다. 그리고 눈 앞의 광경을 받아들일 각오를 정하고, 재차 그녀들을 관찰.
류즈와 같은 얼굴을 한 소녀들은, 그런데 전원이 모두 얼굴만이 아니라 그 표정까지
공유하고 있다. 즉, 무감정, 무감동, 인형 같은 얼굴이다. 스바루가 알고있는 류즈는
활발한 인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감정표현이 풍부한 인물로, 무엇보다 살아있는
인간다움 거동의 이모저모에 있다.
“ㅡㅡㅡㅡㅡ”
그 살아있는 인간 특유의 감각이, 눈 앞의 소녀들에게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인형같다는 표현은 적절함 이상으로 적절하다. 인형 그 자체라고 해도 좋다.
호흡하고 살아있는 것 같지만, 움직이고 있을뿐만인 인형ㅡㅡ그것이, 이렇게
같은 얼굴을 갖추고 이십명이나 늘어선 비정상.
“클론……이라든가, 그런것이 이 세계의 기술력에 존재할 리가 없어. 분신
이라든가, 복제체를 만드는 마법……? 그래도 이렇게 류즈씨만 왜……”
체세포 클론 같은 단어가 뇌리를 스치는 중, 스바루는 문득 깨닫는다.
이 성역이 실험장따위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이 실험장의 주인인
에키드나가 말을 흐린 이유. 그리고, 가필이 몇번이나 몇번이나 내뱉듯이
이 장소를 막다른 곳이라 계속 매도한 이유에.
“설마 이것이 이 [성역]의 실험 결과……? 류즈씨의 복제. 아니,
그래도 이런짓을 해서 무슨 의미가……”
“여러모로 고민하는 중에 미안한데, 슬슬 시간이 된 것 같다”
고속으로 사고를 달리던 스바루의 옆에 다가온 가필의 양팔이 비대해 지고 있었다.
금색의 체모에 덮힌 두 팔은 내부에서 팽창하여 옷을 찢고, 원래 그의 팔 굵기 3배에 가까운 근육량이 불어나고 있었다. 격세유전ㅡㅡ가필이 대호의 정체였다면, 이 부분
변화는 그의 비장의 수 전단계라고 볼 수 있을것이다.
“포위해서 박살낸다. 단순하지만, 다른것이 먹혀진 이상 이것밖에 없다”
“네가 결정적인 수단인 것은 왠지모르게 알겠다만, 저, 아이들은”
“신경쓰지 마라. 할매와는 달리 속이 비었으니까. 그래도 이쪽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정도는 가능하다. 그래서 틈이 생긴다면 이득이다.
작전에 대해서도, 그 류즈씨의 복제체에 대해서도, 자세히 물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그것을 추궁할 시간도, 온화하게 대화할 시간도 남아있지 않다.
가필이 두꺼운 팔로 스바루를 광장의 한켠 더 안쪽으로 밀어냈다. 그대로 고꾸라지며
난폭한 지시에 따른 그 스바루를 배후에서 감싸듯 류즈의 집단이 걸어 나왔다.
이것으로 광장의 한 가운데에 가필. 후방에 류즈, 제일 후미에 스바루의 대열이다.
그리고 가필이 노려보는 숲의 나무들을 집어삼키며,
“ㅡㅡㅡ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천천히 미끄러지는 듯한 움직임으로, 사랑의 말이 숲을 흘러가게 하며 넘쳐온다.
멈추지않는 혐오감과 위험성을 울리는 경보가 두골을 끊임없이 두드링고 있다.
마녀의 그림자는 아마 머리일 듯한 부분을 쳐들며, 스바루의 모습을 그 시계에
파악하고,
“ㅡㅡㅡㅡㅡ”
분명한 것은 그림자의 움직임에 환희와 같은 생동감이 생겨난 것을 엿볼수 있었다.
소용돌이 치는 검은 그림자, 숲의 나무들을 그 나선속에 끌어들이며, 나뭇가지가
꺽여 콤팩트하게 부러지는 소리를 높이며, 사랑을 속삭이는 그림자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광장의 초원이 능욕당해 넓어진 그림자가 한순간에 땅을 칠흑으로 잠식했다.
이로서 그리 시간이 걸리지않는 사이, 이 광장도 또한 숲과 마찬가지로 그림자
속에 가라앉을 것이다. 그러므로 가필에게 승기가 있다면, 그림자의 세력이
광장을 삼키기 직전, 즉 지금, 이 순간뿐이다.
“ㅡㅡㅡㅡㅡ이야아아아아아!!”
하늘을 향해 가필의 목이 대기를 진동시키며 울부짖었다. 극심한 공기의 연동에 스바루는
내장까지 몸이 움츠러드는 본능적인 공포를 느꼈다. 몸을 움츠리는 스바루의 앞에 가필은
양팔만이 아닌 양 다리도 짐승의 네발로 변화시켜 힘차게 지면에 발바닥을 내딪었다.
직후, 폭발하는 대지가 가필이 내딪은 지점을 기점으로 마녀를 태운 지면을 찌부려뜨리고
시소처럼 그림자를 쫓아냈다. 가필과 스바루일행이 처음으로 대면 했을 때, 파트라슈가
끌던 용차를 지면채로 뒤집었을 때의 재현이었다.
말려 올라간 흙덩이째로 날려진 그림자가 상하를 잃는 중, 가필은 자세를 낮추고 사지를
찌르고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육체의 변모를 더욱 촉진.
옷이 육체의 팽창에 견디지 못하고 완전히 튕겨나가고 금색의 체모에 걸린 잔해가 되어
흔들리고 있다. 4미터를 넘는 체구, 굵고 우람한 사지로 날카로운 칼날 같은 이빨이 늘어선
턱을 가진 머리. 그것은 언젠가 스바루에게 절망과 용서할 수 없는 분노를 안겨주었던,
대호의 현현에 다름없다.
“ㅡㅡㅡㅡ읏!!”
포효가 울리고, 흉악한 짐승의 몸이 바람을 뚫고 그림자에 달려든다. 강대한 짐승이
발판으로 한 대지는 함몰하고 날아오른 짐승의 속도는 그 거구에서 보면 너무나도
흉악할 정도의 빠르기. 턱을 열고 쇠조차도 잘게 씹을 이빨이 그림자의 잘록한 허리를
물어 찢을것이리라ㅡㅡ.
“ㅡㅡㅡㅡㅡㅡ”
생각한 순간, 도약한 대호의 바로 밑에서 뻗어나온 그림자가 얽혀 묶는다. 기세를
죽이지 못한 대호는 허공에서 정지하고, 직후에 목을 떨고 절규한다. 호랑이의
사지에 얽힌 그림자가 피를 내뿜으며 그 굻은 팔과 다리를 비틀어 끊겠다는듯
힘껏 짜내고 있다. 스바루의 허리만한 팔이, 살이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터지기
시작한다.
절규, 공중에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대호에게 눈을 뗄 수 없다. 그대로, 그림자는
사정없이 그 육체를 잡아뜯고, 내장과 피가 나뒹굴어ㅡㅡ.
“ㅡㅡ아ㅡ”
버리진 않았다.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없는 스바루의 앞에, 문득 늘어서 있던 류즈의
복제체에서 2구가 대호와 마녀가 격돌하는 장소에 뛰어들어 간다. 멍하니 벌린 입에서
의미없는 신음을 흘리며 달리는 어린소녀. 의외일정도 빠른속도로 그림자를 벗어나,
땅에 도착, 공중에 묶여있는 대호를 올려다 보고있는 마녀에게 접근.
“우ㅡㅡ”
“ㅡㅡㅡㅡㅡ”
양팔을 벌려 마녀를 끌어안듯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직전에 두사람의 접근을
눈치챈 마녀에게, 어이없이 뻗어온 그림자에게 간파되어 좌절했다. 끝을 날카롭게, 창의
날 같은 형태를 한 그림자은 채찍의 부드러움으로 먹이에 미끄러져, 달리고 있던 류즈
두명의 다리를 절단. 그대로 몸통을 꼬챙이에 꿰어, 절규를 이어가던 가필의 옆에
보여주듯 흔들었다.
악랄한 광경, 그러나 그것은 마녀의 여유가 저지른 실수였다.
“ㅡㅡㅡ오오오오오오!”
격통에 목을 떨고있던 가필이, 곁에 무참히 상처받은 복제체가 늘어선 것을 보고, 다른
종류의 하울링을 울려, 스바루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그 다른 종류의 하울링에 무슨
의미가, 라고 곤혹스러운 스바루의 시야안에, 들어올려진 두사람의 류즈의 육체에
급속하게 창백한 빛이 차올라ㅡㅡ,
“ㅡㅡㅡㅡ!?”
“ㅡㅡㅡㅡ”
다음 순간, 두 구의 류즈가 무시무시한 빛을 발하며 폭발했다. 피와 내장이 터져버린 듯
생물을 폭발시키는 끔찍한 그런 것이 아니다. 육체는 빛의 입자가 되어 주위에 떠오른
그림자 통째로 불어흩뜨리고 한 순간이지만 세계를 되살렸다. 폭발사산(爆発四散)ㅡㅡ
그러나, 폭사의 그것과는 모습이 다르다
흰 빛에 눈을 달군 스바루가 난폭하게 눈을 비빈다. 그렇게 조급하게 시력을 되찾은
눈 앞에 스바루의 벽이었던 류즈들이 최초의 두 구와 마찬가지로 일제히 달려
나가고 있었따.
사방으로 흩어져, 완급을 조절하는 연계에 18명의 류즈가 마녀의 주위를 에워싼다.
그냥 그녀들은 다른 공격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은 듯, 자살특공한 두사람과 같이
마녀를 붙잡는 것이 목적인양 양팔을 벌리고 그림자의 범위에.
그러나, 연계하여 달려들니, 복제체의 움직임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고, 더군다나 상대는 최악의 재난 [질투]의 마녀. 포위하던 류즈들을 언뜻 본 것
같았는데, 상공으로 솟아오른 그림자의 끝이 18개로 분열. 그래도 비수가 되어 18명의
류즈가 각각 피하던 중, 그 회피를 비웃는 정밀함에 두골을, 몸통을, 하복부를, 관통하고
찢어발겨, 유린하고 있다.
시간차를 두고 도전한 류즈가 전멸해, 한박자의 사이를 두고 모든 류즈가 창백한 빛을
방출하며 폭발ㅡㅡ광장의 그림자가 일시적으로 물러나고 마녀의 주위에서 그림자의
소용돌이가 사라진다.
“ㅡㅡㅡ르르르르르르르르르가아아아아!!”
그 틈을, 만신창이의 대호는 결코 놓치지 않았다.
류즈들의 돌격의 사이에 그림자의 속박에서 벗어난 거대한 짐승은 사지를 휘어,
18개의 복제체가 폭발한 직후, 최대의 포효와 함께 그림자를 향해 머리부터 뛰어
들어갔다.
바람을 깨부수며 다가오는 대호에게 마녀는 그림자이 벽을 만들어 대항. 하지만, 대호는
그 벽에 대해 손톱에 걸려있던 사람의 그림자ㅡㅡ숨겨둔 복제체를 내던져, 대가로서 벽을
폭파, 창백한 빛을 넘어서 이빨과 손톱이 그림자에게 들이닥친다.
ㅡㅡ들어갔다, 라고 스바루도 확신할 정도의 완벽한 솜씨.
류즈의 복제체 20구를 아낌없이 들인 비인도적인 행위. 대호로 변한 가필의 손톱이
직격하면, 제아무리 마녀라고해도 목숨을 잃고마ㅡㅡ.
“ㅡㅡㅡ사랑해”
그 스바루의 간절한 확신은,
“ㅡㅡㅡ스바루”
달콤한 그림자의 부름과, 내부에서 폭발한 가필의 사체의 앞에,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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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49화 『러브러브러브러브러브러브유-』 (1) | 2016.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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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68화 『죽음의 맛』 (0) | 2016.08.25 |
제 4장 67화『마인』 (0) | 2016.08.25 |
제 4장 66화『붉은 설경』 (0) | 2016.08.25 |
제 4장 65화『눈 속의 정열』 (0) | 2016.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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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 바리바리발칸
원본주소 : http://ncode.syosetu.com/n2267be/215/
제4장49『러브러브러브러브러브러브유ー』
ㅡ건조한 구두소리를 고막으로 들으며, 스바루는 위화감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묘소 안에 흘러 들어온 시원한 바람이 어딘가 끈적거리는 불쾌감을 동반하고 있다.
달리는 다리는 마치 땅에 붙어있는듯, 걸음 하나하나에 기력을 빼앗긴다.
노출된 피부에 느껴지는 날카로운 자극은 공기 그 자체에 돌기가 나있는 것처럼
전신을 때린다. 대체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망설이는 듯한 감각이다.
ㅡ 이것과 비슷한 감각을 스바루는 이미 알고 있다.
안좋은 예감이 엄습하여 스바루의 몸은 엉겨붙은 불쾌감을 의식적으로
뿌리치며 묘소의 입구로.
달빛이 약간 비치는 통로, 담쟁이덩굴이 우거진 출입구를 날아가듯 질주, 스바루는
공기의 막을 찢는듯한 착각을 맛보며 묘소를 나왔다. 그리고 보았다.
“ ……거짓말이지.. 어이 “
급제동을 걸고 스바루의 몸이 발 아래의 흙을 파내며 멈춘다. 무심코 꺼꾸러질뻔한
꼴을 보이며 정면을 보는 스바루의 눈동자에 모종의 달관한 것이 떠올랐다.
그 정도로 눈앞의 광경이 엄청난 상식밖의 일이었다.
“ 그림자……다 “
뻐끔거린 스바루의 입에서 중얼거린 ㅡ 그것이 모든 것을 한마디로 말하고 있다.
그림자 ㅡ 바로 눈 앞의 광경은 그리 표현할 수 밖에 없다.
묘소의 입구, 거기서 보일터인 [성역]의 광경이 스바루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주민들의 거처가 모여있는 한 귀퉁이에서 떨어진 곳에 묘소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스바루가 알고 있는 한, 이 위치에서 건물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리가 없다.
무엇보다 하늘에 둥근달이 뜨고 창백한 빛이 땅에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 앞의 세계는 너무 어둡다. 마치 어둠에 떨어진 것처럼.
“ㅡㅡㅡㅡㅡ”
숨을 삼키고, 스바루는 결의해 묘소의 입구에서 어둠의 [성역]으로 발을 옮긴다.
발바닥이 석조바닥을 지나 흙과 풀의 지면에 도착 ㅡ 도착했을 것이다.
감촉이야말로 잔디위를 밟은감각이 있지만, 눈 아래는 울창한 어둠에 둘러쌓여
알아볼 수 없다. 피부에 끈적끈적한 감각이 있는것도 변하지 않았다.
“에.. 에밀리아ㅡ!!”
있어야 할 세계의 반응없음에 스바루는 견디지 못하고 일순 떠오른 이름을 부른다.
그리고 기억에 확실히 남아있는 소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생각을 하고 차례로
뇌리를 스치는 얼굴이, 이름이 있다.
“람! 류즈씨! 덤으로 오토-! 있잖아! 나와줘!”
지금이 [시련]을 받은 직후라면, 묘소의 앞에는 에밀리아의 결과를 기다리는 람 일행이
있었을 터이다. 그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스바루가 뛰어들어서 엉겁결에 [시련]에 임하는
형태가 된 것이 지금까지의 흐름이다.
그 뒤, 에밀리아를 데리고 나왔을 때는 항상 그 멤버가 나란히 두 사람을 맞아주고 있었다.
이번에도 큰 차이가 없었을 터이다.
“없다……정도의 이야기가 아니야. 이 어둠침침한 상태는 뭐야. 시골 논길의 어두움에
비교도 안되잖아”
전등이 없는 논길의 밤, 별빛에 의지할 수 없는 날에는 진정한 어둠에 떨어지지만,
지금의 [성역]의 상태는 그런 즉석어둠과는 다르다. 머리위로 달이 빛나고, 그 달빛은
적어도 스바루의 몸까지 닿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빛의 범위는 지면에
닿기 전 무산되어 애매하고 불안정한 밤을 낳고 있다. ㅡ 자신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감각이라고나 할까.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것은 자신의 모습뿐인 것이다. 문득
돌아보면 방금 스바루가 나왔을 터인 묘소의 입구조차도 어둠에 삼켜져 보이지 않는다.
백경이 낳은 밤안개, 그 속을 헤맸을 때의 감각이 살아난다.
기댈 곳을 잃고 용차에서 내던져지고 등뒤에서 언제 백경의 턱이 닥칠지 모르는 가운데
방향도 사는 의미마저 희미해져 걷고 걸었던 기억. 그 때는 최종적으로 오직 한결같이
계속 걸어간 곳에서 안개를 지나 오토의 애룡인 후르푸에게 주워졌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닥치는대로 계속 걸어가면 구조받을 수 있을까.
“바보냐 나는……아니, 바보다 나는. 얼마나 소극적이라고 할까, 패배자의 사고가 아니냐.
무슨일인지 모른다는 것은 무슨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것 아니냐. 다들 어떻게 된건지도 모르면서 자신의 몸걱정이라니 바보냐”
방금 묘소의 안에서 에키드나의 다과회에서 각오를 다졌지않나.
어떤 사태가 벌어지고 얼만큼의 고난이 스바루를 덮칠지, 거기에 지불할 대가가 자신의
목숨만이라면 그것은 되려 싸게 산 상황인것이다. 소중한 누군가가 상처입고 돌이킬 수
없는 미래에 비하면 자신의 목숨을 지불하여 되돌릴 수 있는 상황은 얼마나 혜택받은거냐고.
때문에 스바루에게 필요한 것은 이해 불가한 상황이 무서워서 떨고 제대로 상황파악도
못한채로 휘둘려 목숨을 잃는 것 같이 꼴사나운 것이 아니다. 이해 불가한 상황에 과감히
도전하고 설령 정답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그 곳에 다다를 단서를 잡고 다음에 반격하는
의미있는 죽음을 맞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 내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에밀리아나 람, 다른 사람들이 어디로 가버진건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묘소안에 에밀리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을 때, 스바루는 순간, 에밀리아가 [시련]을 돌파
해, 자력으로 깨어나 나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그 생각은 부정되었다.
만일 에밀리아가 자력으로 [시련]을 돌파해 무사히 깨어났다면, 그녀가 스바루를 깨우지않
을 이유가 없으니까.
[시련]중에 만져지거나, 불려지거나 하면 [시련]이 중단되고 마는 것은 스바루 자신이
에밀리아를 깨웠던 경험으로 알고있다. 엄밀히는 그 시점에서 스바루의 의식은 [시련]
이 아니라 에키드나와의 다과회에 임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전제에 맞지않을
가능성도 있다만은.
“그래도 나를 방치하고 나가는건 너무 에밀리아답지 않다”
깨어나지 않는 스바루를 밖으로 끌어내거나, 그렇지 않아도 벽에 눕히는등 그녀
나름의 대응이 있었을 터다. 그도없이 밖으로 나갔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건 너무하다고 하면 너무한 결론이긴 하지만 ㅡ 스바루는 에밀리아가
첫번째 [시련]을 한번에 돌파할 수 있다고는 생각지않는다.
첫날을 필두로, 그 뒤, 같은 [시련]에 어려움을 겪는 그녀를 알고있는 것도 있고,
그녀 스스로 [시련]을 클리어해서 묘소를 나온다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회의적이다.
그러므로 스바루의 생각으로는 묘소에서 에밀리아의 모습이 사라진 것은 그녀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에게 끌려 나왔거나, 혹은 ㅡ
“[시련]에서 돌아오고 망연자실, 내가 있다는 것을 알 수없을 정도로 여유가 없이
묘소에서 나갔다……라고 생각할 수 없는 것도 아닌가”
하지만 그것도 이렇게 외부세계가 어둠에 가라앉아 있는 상황의 비정상의 설명이
되진 않는다. 에밀리아가 묘소에서 사라진 것은 억지로 지금의 내용으로 납득해도
좋다. 그러나, 이 경치의 이유, 원인, 향후에 대한 고찰에는 발전이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스바루의 경험상, [시련]중에는 [성역]이 이런 이상사태를 겪은적이 한번도 없다.
있어야 할 기다리는 사람들이 없는 것에 관해서 스바루를 불안케 하는 것은 하얀
사나운 토끼의 위협이다. 그러나, 성급한 결론을 스바루는 고개를 흔들어 부정한다.
대토끼의 습격은 스바루의 계산으로는 [성역]에서 6일째를 지난 밤 ㅡ 즉,
지금으로부터 5일 후라는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빨라졌다고 해도 [시련]의 첫날의
밤으로 앞당겨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다.
ㅡ 엘자의 저택습격의 일수가 어긋난 것의 수수께끼에서 의도적으로 눈을 피했다.
그 일도 스바루에게 있어 아직 답이 나오지않은 수수께끼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대토끼의 습격까지도 엘자와 마찬가지, 랜덤성에 의해 일수가 어긋나는 것이라고
하면, 그것인 이미 막무가내식 상황임을 의미한다. [사망회귀]를 사용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나쁜환경만큼은 없는것으로 믿는 것 이외에 스바리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이다.
“지금 가능한 것은……소리내어 에밀리아 일행을 찾는것과 대성당 근처에 가서
아-람 마을사람들이 무사한지 확인하는 것. 인가”
정면을 응시하자 스바루는 방금 말한 것의 실현성이 떨어짐에 고민한다.
[성역]의 대략적인 맵은 머리에 들어 있지만, 그것은 눈을 감고도 다닐 정도로
세련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 이 장소를 쏘다니는 데 필요한 것은 그 레벨의
기억력이다.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 조차 지금의 스바루에게는 무리다. 그렇다고
소리를 지르며 사람을 찾는 것도 무조건 채용은 어렵다.
“이 상황이, 이 짙은 어둠이 누군가의 소행이라면……높은 확률로 우호적인 상대는 아니지”
안절부절, 애태우는 초조감에 휩싸이며 스바루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최선일까
계속 생각한다. 합류를 서두른다면 소리질러야 한다. 에밀리아를 걱정한다면 그것이 최선.
그러나, 닥치는대로 행동하는 것의 어리석음은 이미 몇번이고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몇번, 이 세계에서 목숨을 잃었을까.
“……제길. 적어도 뭐가 일어나는지 만이라도 확인하지 않으면 무서운 꼴을 당하더라도
견딜 수 없어”
고민끝에 스바루는 새로운 중책을 고르기로 했다. 소리를 죽이고 숨을 멈추고 눈을 부릅
뜨고 어둠속을 기억하는 맵에 따라 마을사람들이 모여있었을 터인 구역을 목표로 한다.
발밑의 촉감의 확실성과 스바루가 뛰쳐나온 묘소의 존재의 확실함만이 어둠에 물든
세계속에서 단 하나의 의지다. 어둠만이 있을 뿐 여전히 [성역]은 눈 앞에 있을
것이라는ㅡ
“ㅡㅡㅡㅡㅡ우?”
천천히 한 걸음씩 확인하듯 풀을 밟고있던 스바루. 그러나 그 다리가 몇발짝 지나지않아
멈춘다. 이유는 바람이다.
“ㅡㅡㅡㅡㅡ?”
얼굴을 올려, 스바루는 보이지않는 어둠속, 반은 소용없음을 알면서도 시선을 두고, 방금
위화감을 가져다 준 바람의 행선지에 사고를 날린다.
느꼈다. 지금, 옆을 치고 지나간 바람의 독특한 감각을.
초원을 빠져나가는 시원한 바람도, 무덤속에 몰아치는 먼지냄새 바람도, 피냄새로
가득차 울음바다를 흐르는 바람도 아닌, 생물리아 할 수 있는 바람만이 가진
독특한 생기를.
“무슨ㅡㅡ”
어디에서 몰아치는 바람인지 모른채, 스바루는 그 답을 찾아 뒤돌아보았다.
등 뒤, 곧바로 가면 묘소가 있을 터 이나, 조금 걸어간 것 만으로 그 윤곽마저
이제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ㅡㅡ아니, 묘소가 보이지않는 것은 어둠과는 다른 이유다.
“ㅡㅡㅡㅡㅡ어?”
“ㅡㅡㅡㅡㅡ”
숨이 닿을만큼의 거리, 시꺼먼 세계의 바로 눈 앞에 누군가 서 있다.
그 사람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으니, 묘소의 입구가 확인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거리가 될 때까지 가까이에 누군가가 있는데 그 접근을 깨닫지 못한
사실과 거기까지 접근했음에도 그 인물은 이 쪽에 말을 걸지 않은 이유, 순식간에
스바루의 뇌내에 의문의 폭풍이 몰아친다.
그러나, 그 의문의 폭풍우도 바로 명쾌한 대답이 나와 소실되었다.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알기 쉬운 형태로.
“ㅡㅡㅡ사랑해”
라고, 그림자는 눈 앞의 스바루에게 녹아버릴 정도의 애정을 담아 말했던 것이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입 속에서 우물거리는 소리였다.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모를정도 흐릿한 목소리. 변성기를 지난 것으로도, 두꺼운
천 밖으로 소리를 낸 것과도 다른, 좀 더 불투명으로 눈에 보이지않는 힘이 움직여,
이쪽의 인식에 작용하는 듯 꾸민듯한 불명료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바루는 건낸 말 ㅡㅡ그 사랑의 속삭임을 듣는 순간, 눈앞에
서 있는 그림자의 정체를 직감적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전율했다.
생각해보면, 스바루는 묘소를 나오기전까지, 그 기척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피부에 따가울 정도의 농밀한 장기. 그림자에 가라앉은 [성역]의 상황. 숨막힐
정도의 압박감이 주위에 가득하고, 생기를 송두리째 잃어버린 세계.
이것들은 바로 금기를 언급했을 때 스바루가 불러오는, 시간이 정지된 장소의 [마녀]
와의 밀회의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즉, 눈 앞에 서있는 것은,
“어째, 서……!?”
“ㅡㅡㅡㅡㅡㅡ”
대답이 없다. 그러나, 존재는 틀림없이 눈 앞에 지금도 있다. 손가락 끝을 움직여
자신의 숨결을 확인하고 스바루는 시간이 정지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금, 세계는 올바른 시간을 새기고 있다. 그런데도 눈 앞에는 [마녀]가 서있다.
상상하지 않은 위협을 눈앞에 두고 스바루의 사고는 새하얗게 물든다.
방금 전까지 어떠한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세세히 지켜보고 일초라도 헛되이
하지않으리라 다짐했을 모든 것이 제껴질만큼의 충격.
그정도로 스바루에게 있어, 지금, 이 단계에서 [마녀]와의 접촉은 예상외였다.
입 안이 급속히 타오르고, 스바루는 숨을 삼킬 것조차 잊고 온몸을 경직시킨다.
압도적인 프레셔가 온몸을 휘감아 스바루는 뱀에게 노려보이는 개구리처럼 경직.
지금 움직일 수 없는 것은 틀림없이 사태를 악화 시킨다. 그것을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스바루의 손발은 그 위험신호에 따르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스바루의 마음이나 사과와는 다른차원의 문제다.
스바루의 마음이 굴복하지 않으려 하고 사고가 어떻게든 해야한다며 가열되고 있는
반면, 육체와 그것을 관장하는 깊은 부분이 차가운 시선으로 상황을 객관화 하고 있다.
즉ㅡㅡ움직여도 움직이지 않더라도 결과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ㅡㅡㅡㅡㅡㅡ”
눈 앞의 그림자에게 적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해치려는 의도가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그것은 스바루에 대한 무관심이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이다.
“ㅡㅡㅡㅡㅡㅡ”
눈 앞의 존재에게 아찔할 정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맹목적으로, 편집적으로, 무엇이 그토록 남을 생각하게 하는 가, 결코 도망칠 수 없는
스바루를 압박하는 압도적인 열정.ㅡㅡ그림자는 지금, 스바루 이외의 모든 것에 대해
관심이 없다.
그림자 속에 있는 것은 스바루 뿐이다. 스바루 뿐.
스바루 뿐 스바루 뿐 스바루 뿐 스바루 뿐 스바루 뿐 스바루 뿐 스바루 뿐 스바루 뿐
스바루 뿐 스바루 뿐 스바루 뿐 스바루 뿐 스바루 뿐 스바루 뿐 스바루 뿐 스바루 뿐
스바루 뿐 스바루스바루 스바루스바루 스바루스바루 스바루스바루 스바루스바루
스바루스바루 스바루스바루 스바루스바루 스바루스바루 스바루스바루 스바루스바루
스바루스바루 스바루스바루 스바루스바루 스바루스바루 스바루스바루ㅡㅡㅡㅡ
“ㅡㅡ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빙글빙글, 머리속에 소리가 울리고 있다. 사고가 엉망이 되어 눈 앞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의식할 수 없다. 자신이 서있는 것인가, 앉아있는 것인가, 호흡하고
있는 것인가, 의식은 있는가, 살아 있는가, 죽어 있는가, 모르겠다. 모르겠다.
알 수가 없다.
손 끝이 뻗어 온다. 주위의 그림자가 솟아올라 스바루의 육체를 사방에서 덮으며 퍼진다.
저항할 힘이 없다. 저항할 이유가 없다. 저항, 무저항, 먹히고, 그대로 어떻게 되는건가,
생각하는 것이 귀찮고, 그리고ㅡㅡ
“사랑해사랑해사랑해ㅡㅡ”
“까불지 마, 라 이 자식아ㅡㅡ!!”
“ㅈ랄하지 마라 이 새끼야ㅡㅡ!!”
ㅡㅡ다음 순간, 스바루와 눈 앞의 그림자 사이에, 엄청난 기세로 추락한 파괴력이 끼어
들었다. 눈 앞의 더 눈 앞, 그림자와 충격이 격돌하고, 보이지 않는 대지를 부수고,
그림자를 말아 그리고 그것들을 가까이에서 받은 스바루의 몸이 뒤로 날려진다.
“우와아ㅡㅡ!?”
딱딱한 것에 여기저기 부딪치며 구르며, 성대하게 전신이 그림자에 젖은 스바루는
어떻게든 기세를 멈추었다. 머리를 흔들며, 경직되었던 몸과 사고를 동시에 푼다.
잡음 투성이였던 사고가 어느정도 맑아지고 머리에는 모래를 담은듯한 무게감이
남아있지만 방금까지의 둔중함에 비하면 나은편이다.
그리고 입속의 흑을 토해내며 고개를 들어 자신이 굴러온쪽에 눈을 두자 스바루는
놀라움에 눈을 떴다.
“상황 최악이네, 어이. 움직일 수 있냐? 너”
“아 좆같네. 어이 움직일 수 있냐? 병신아”
천천히 그림자와 상대하며 이쪽으로 등을 향하고 있는 인물. 남자치고는 작은 키.
짧은 금발에 무뚝뚝하고 조잡한 어조. 임전태세에 들어간 자세는 낮고, 지면을
파괴한 다리를 끌어 경계표시로 이빨을 드러낸 모습.
“ 왜……내가 날…가필…”
“뭐? 어처구니가 없네. 상황이 안보이냐?”
“뭐이.. 돌았나 이새끼가”
경악으로 목소리를 떨며 스바루에게 번거롭게 응대하는 가필. 그는 눈 앞의
그림자에게 경계하며 조금씩 스바루에게 발을 미끄러뜨려,
“목덜미 잡고 뛴다. 목 뼈가 부러질 지도 모르지만 근성으로 버텨라”
“근성으로 목의 내구력이 향상될 수 있다니 신기한 체질아니냐ㅡㅡ!?”
반론의 도중, 가필의 몸이 고속으로 물러나고, 그 도중에 스바루의 몸이 문자
그대로 낚아채인다. 선언대로 목덜미를 움켜쥐고 끌고 올라, 스바루는 숨이
막히는 고통에 [으엑!]하고 비명을 지르고 거기에 대한 불만을 표하기 전,
“ㅡㅡㅡㅡㅡ!”
ㅡㅡ지면이 부풀어 올라 그림자가 폭발한다.
폭발한 검은 그림자가 파도를 낳고, 도망가지 못한 스바루와 가필 두사람을
뭉개버릴듯한 무서운 기세로 다가온다. 순간, 주위의 어둠도 그림자의의 파도에
동화되어 후퇴하기 위한 준비를 하던 가필이 혀를차고, 그 발끝이 지면의 그림자에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아, 제기랄! 지면이 이래서야 [지령의가호]를 쓸 수가 없잖아ㅡㅡ!”
“가필, 내 발밑도 가라앉기 시작했어!”
“전역이 그렇게 되버렸다고! [나쁜짓 하면 마녀가 나온다]라니, 아, 말 그대로잖아”
끌려가는 스바루의 사지도 역시, 지면에 접지되어있는 부분이 그림자에게
먹히기 시작했다. 물에 가라앉는 것과 진흙이나 늪에 가라앉는것과도 또 다른 미지의 감각
그림자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매끈한 천으로 감싸듯 이쪽의 몸을 사로잡으려 한다.
평소라면 그 감촉에 둘러쌓여도 좋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름끼치는
이 상황에서 그런 판단은 사절이다.
“ㅡㅡ혀, 혀 깨물지 마라!!”
코를 킁킁거리며 주위를 둘러 본 가필의 외침.
그는 무릎을 구부리고, 가라앉던 몸으로 가볍게 도약. 그림자에게 다리를 빼앗긴
비거리는 몇 미터 채 안되지만, 그 착지점에서 다시 재빠르게 다리를 뻗어 도약,
도약, 도약을 반복하여
“통, 과, 한, 다ㅡㅡ!”
밤에 뒤덮혀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그러나 가필은 멋지게 건물이 있는 장소에 도달.
벽에 발가락끝을 문자그대로 찍어넣고 그것을 발판삼아 재도약. 지붕위에 뛰어 올라
거기에 여기까지 끌고온 스바루를 집어 던지고 한숨.
던져진 스바루는 미끄러 떨어지지 않으려 모서리를 잡고 어깨로 숨을 쉬고있는
가필의 옆모습ㅡㅡ멍하니 어둠에 비치는 얼굴을 째려보며
“사, 살려줘서 고마워……!”
“뭐야? 감사를 말하는 놈의 상판이 아니잖아. 불만있냐? 어이”
“뭐꼬? 시바르?.. 눈깔아라. 뒤지고 싶냐?”
“석연치 않다고. ……설마, 네가 날 구해주리라곤 생각도 못했거든”
“꽤나 박정한놈 취급하는거 아닌가? 내가 너를 구하는게 그리 맘에 안들면,
지금 바로 그림자에게 뛰어들어도 괜찮은데?”
수다스런 가필에게 [그건 사양할께]라고 군소리없이 따르는 스바루는 탄식.
이쪽을 보려하지않는 가필의 등뒤로 그 모습을 엿보는 스바루의 속마음은 복잡하기
그지 없었다.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그렇지만 이 자리에서 가필에게 구해진 것이 최대의 이유다.
이렇게 다시 얼굴을 마주친 그 순간까지, 스바루에게 있어 그는 [성역]의 최대의 장애,
그리고 분노의 대상으로 로즈월과 다투었던 인물이다. 사정이 변했기 때문에야말로 이렇게
대하는 방식이 바뀐다는 것을 알고있기에 이토록 대조적인 태도를 취하면 이쪽의 태도를
정하지 못하게된다.
그런 스바루의 마음속의 곤혹을 개의치않고 아래를 노려보던 가필은 괴로운 표정.
그는 날카로운 송곳니를 갈며 [위험한걸…]이라며 작게 중얼거리고
“당연한거지만, 우리를 놓아줄 마음은 전혀 없는 것 같군”
아래의 그림자를 내려다보는 그의 옆을 지나, 스바루도 조심조심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무심코 [으……]라며 신음소리가 샐 광경. 그림자의 바다로 변한 [성역]은 그 대부분을
칠흑에 먹히고 말아, 원근감도 고저차도 제대로 잴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검은색 속에서 보다 짙게 흑이 꿈틀거리고, 주위의 그림자를 소용
돌이 치며 기어다니는 듯한 속도로 이쪽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
저것이 아까까지 스바루일행을 그림자로 집어삼키려던 장본인이며, [성역]을 그림자의
바다로 가득채운 인물이다. 그리고 그 정체는ㅡ,
“가필. 저것이 뭔지 알고있어?”
“위험한 것이라는 보이는 대로의 결론과 설마하는 가능성을 생각한것과, 그럴리가
없다란 낙관적으로 믿는 부분이 있는데, 어느걸로 할래?”
“어느걸로 하고말고, 전부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해. 너, 나를 앞에 두고 생각보다
냉정……”
라고 말하다 가필의 옆모습을 본 스바루는 말을 멈춘다. 솔직히 스바루는 가필이
자신을 구해준 것에 복잡한 감회를 품으면서도, 지극히 상황을 냉정하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중 마녀의 향기에 그만큼 불쾌감을 표한 가필이 ㅡㅡ 그것이야말로
스바루의 육체에서 마녀의 잔향을 느낀것만으로 그만큼의 적대적인 태도를 취한
가필이 그 근본 같은 존재를 앞에서 혈기왕성하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그러니까
지금의 말이 나온거지만 ㅡㅡ 그것도 그의 옆얼굴을 보고 청산했다.
“지금, 뭐라고 했냐?”
그렇게 말하고 핏발 선 눈을 눈 아래로 향하고 마음탓인지 어금니의 길이가 길어지기
시작한 가필. 노기. 분노. 격노. 격정. 동공의 가늘어지는 눙동자에 떠오르는 새빨간
감정의 소용돌이를 보고 그가 냉정하다고 어느 입으로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동시에 스바루는 묻지않을 수 없는 어떤 것을 생각해 냈다.
“ㅡㅡ가필. 다른……람일행은 어찌됐나”
“……………”
“내가 묘소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성역]은 그림자 속에 가라앉았다. 너는 이렇게
팔팔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림자 속이다”
부정하고 싶어 말을 거듭하는 스바루에게, 돌아온것은 잔혹한 대답이다.
숨을 삼킨 스바루에게 가필은 속상한듯 목을 끙끙대며,
“이변을 깨달았을때는 이미 지면이 그림자의 바다로 변한 직후여서. 람이 바람으로
불어 날려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나도 삼켜지고 말았을거다.”
“……그대로, 람은 삼켜진건가? 류즈씨나 오토도?”
“아아, 그래. 할매도 시끄러운 형씨도 한꺼번에”
눈 아래, 꿈틀거리는 그림자의 어설픈 파도를 보고 스바루는 삼켜졌다고하는 말에
그녀들의 생존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 비관적인 생각을 달린다. 그건이 집어삼킨
것을 이공간인가 뭔가에 가두는 타입이라면 희망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접촉하고
본 감각으로 보면 그 가능성은 너무 낙관적이다.
“뭐, 뭐냐고대체, 정말, 저건……왜 저런게, 갑자기……!”
엘자, 대토끼, 가필
[성역]과 저택을 습격하는 위협에 대해 대항하는 각오를 굳히고 스바루는 나왔다. 모든
장해에도 과감히 도전하는 정답을 잡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게 각오를 굳히자 마자, 이런 영문도 모를것에 떠밀렸다. 대체 왜, 느닷없이 그것은
솟아나온거란 말인가.
“가필……에밀리아는, 어떻게”
“ㅡㅡㅡㅡ”
“묘소안에서 에밀리아가 보이지 않았어……그 애도 삼켜진, 거냐?”
“ㅡㅡㅡㅡ”
깨어나서 이변을 깨닫고 묘소밖으로 뛰쳐나온 에밀리아. 그녀의 일이다. [성역]이 그림자에
가라앉는 것을 보고 손을 놓고있을 판단을 할 리가 없다. 누군가를 구하려고 그 몸을
아끼지않고 뛰어들었고, 그리고ㅡㅡ.
“그림자에……그렇다면, 저 녀석은……!”
“람 일행이 삼켜진 뒤, [성역] 안으로 들어가려고 그림자로 이것저건 다 마셔버렸다.
나도 쫓아가서 계속 공격을 쳐 넣었는데 꿈쩍도 하지않으니 말야. 그런데 갑자기
돌아가길래 쫓아와보니”
아까의 장면을 만났다는 것 같다.
[성역]을 납치해 두고 스바루가 묘소에서 나온 것을 감지한 순간 되돌아간 그림자.
그렇다면 역시 그림자의 목적은 스바루다.
모든 것을 마셔버린 그림자. 사랑의 속삭임. 그리고 그 압도적인 힘.
그 정체는 말할 것도 없이. 하지만,
“왜, 여기 있는거야……[질투]의 마녀!!”
“말하고 있을 때, 가 아니지, 이 녀석”
쥐어짜듯 내뱉은 스바루의 옆에는 가필이 호전적인 미소를 띄우며 지빙위에 섰다.
그 옆에서 밸런스를 신경쓰면서 서있는 스바루도, 그가 보고있는 것을 같이 내려다보고
이를 악 물었다.
엄청난 양의 소용돌이 치는 그림자가 스바루일행이 발판으로 삼은 건물을 에워싼다.
그리고 소용돌이는 그 효과범위에 건물을 삼키며 땅채로 건물을 쥐어뜯고, 그 소용돌이의
궤도위에 억지로 끌어들였다.
“우, 와아아ㅡㅡㅡ!”
쓰나미인가, 대규모 홍수에 집채로 떠내려 가는 감각. 질량이 없을 터인 그림자에게
그것을 하는 이질적인 감각, 그것을 체감하며, 흔들리는 지붕위에서 떨어지지 않게
버틴다. 버티지만, 그것은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
“칫, 또 날아간다. 붙잡고있어!”
“ㅡㅡㅡㅡ!”
구부린 가필의 몸에 황급히 달라붙어 그의 도약에 맞처 흘러가는 지붕에서 탈출.
탄환처럼 비스듬히 사출했던 두사람의 몸은, 그대로 목표설정을 잘못하여 나무들의
무리로 돌입하여, 가지를 몇 개나 부러뜨리며 굵은 줄기에 직격.
“우워ㅡㅡㅡ!”
가필의 팔이 그 줄기에 꽂히며 난폭한 제동으로 그림자에 떨어지는 것을 회피.
그의 옷에 달라붙어있던 스바루도 어떻게든 팔을 뻗어 가지를 잡아 그 쪽으로
몸을 옮기며 자세를 유지했다. 그리고 어떻게 숨을 돌리는 배후, 목재가 짓눌리고
부서지는 소리가 성대하게 울린다. 황급히 돌아보니 거기에 방금까지 스바루 일행을
태웠던 건물이 소용돌이 중심으로 끌려들어고 잘게잘게 분쇄되어 가는 모습이
역력했다. 건물의 원형을 붕괴하며 그림자의 소용돌이는 집어삼킨 그것을 그림자의 본체
ㅡㅡ꿈틀거리는 그림자의 안으로 흘려넣고 한층 더 질량을 증대 시킨다.
“ㅡㅡㅡㅡ”
파괴와 유린, 그것을 본 스바루와 가필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침묵이 떨어지고 있던 작은순간, 그림자가 천천히 그 윤곽을 흐릿하게하고,
다음 순간ㅡㅡ 전체상조차 애매한 그림자의 눈과 스바루는 눈이 마주친 확신을 얻었다.
“ㅡㅡ사랑해”
“으, 아……”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ㅡㅡㅡㅡ”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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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방대한 사랑이, 눈에 보이는 검정, 그림자의 형태를 한 사랑이, 빠트리려고 다가온다.
사랑에 빠트리려고, [질투]의 마녀의 사랑이, 다가, 온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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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50화 『하울링』 (1) | 2016.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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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68화 『죽음의 맛』 (0) | 2016.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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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유일왕
원본주소: http://ncode.syosetu.com/n2267be/234/
제4장68 『죽음의 맛』
― ― 모든 것이 왜곡되어 보이는 세계 속을, 스바루는 무작정 달려나가고 있었다.
"― ― ― ―"
제 정신이 아니다.
제 정신이 아니다 제 정신이 아니다 제 정신이 아니다 제 정신이 아니다 제 정신이 아니다 제 정신이 아니다 제 정신이 아니다 제 정신이 아니다 제 정신이 아니다 제 정신이 아니다 제 정신이 아니다 제 정신이 아니다.
머리 속에서, 몇번이나 몇번이나 그 말이 반복된다.
말을 반복하면서,눈꺼풀 뒤에 그려지는 것은, 눈 앞에서 대토의 이빨에 쓰러진 로즈월 최후의 모습이다.
무저항으로, 자신의 죽음을 그렇게나 깨끗이 받아들이고, 살을 물어뜯기는 아픔에 소리 하나 내지 않고서,로즈월은 자신이라는 존재를 끝냈다.
― ― 이상하다.
이걸 이상하다고,미쳤다고 부르지 않고서야 뭐라 할 수 있는가.
페러렐 월드의 자신이 목적을 달성한다면, 지금의 자신은 죽어도 상관없다 ― ― 이것이 게임이라면, 플레이어 캐릭터의 죽음에 스바루도 같은 의미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이건 현실이다.
현실의 자신의 생명을, 다른 자신이라는 남에게 맡긴다는 것은,어떻게 됬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스바루의 눈앞에서 토끼에게 물어뜯긴 로즈월은 죽은것이다.그리고 그 로즈월의 의식은, 스바루가 『사환』해서 되돌아가는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환』에 희망을 거는 점은 스바루와 같을지 몰라도,거기에 이르기까지 지불해야할 무게가,스바루와 로즈월은 너무나 차이난다.
스바루와 달리 로즈월이 내민 대가는,돌아오지 않으니까.
"― ―우,욱"
달리면서, 스바루는 로즈월의 장렬한 죽음이 떠오르자 구토감에 시달린다.
위액이 북받쳐서,목을 태울것만같은 감각.괴로워하고 있을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돌아다니며, 스바루는 생존자를 찾아 『 성역 』을 헤매고 있었다.
― ― 지옥이,또 다시 스바루 앞에 전개되고 있었다.
눈이 그친 『 성역 』에는,그럼에도 윙 소리를 내며 바람이 불고있었다.
피부를 차가운 줄로 깎는듯한 아픔에 얼굴을 찌푸리고, 주위를 둘러봤더니 여기저기에서 바람을 타고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끼익끼익,끼익, 그것들은 톱날같은 짧은 치아를 비비고,사냥감을 위협하는 소리를 내면서 『 성역 』 전역을 포위하고 있었다.
대토는 먹이를 찾아 『 성역 』를 헤매고 있다.
그들을 감싸고 있는,배고픔과,공복감은 도대체 어떤것일까.
사냥감이 없으면 이를 쉬게할 시간도 아깝다는듯이, 옆의 동포를 물어뜯으며 굶주림을 견딘다.파탄나있는 진정한 괴물이다.
끼익끼익, 귀에 거슬리는 이빨 소리와 동족상잔으로 인한 단말마가 주변에서 자꾸 들리는 것이,스바루의 정신을 좀먹고 있었다.
"― ―우와앗!"
귀에 남는 꺼림칙한 소리를 뿌리치기 위해,머리를 흔들고 있던 스바루를 향해,턱을 연 토끼 한마리가 달려든다.이빨과 이빨이 흉악하게 맞물려서 소리가 나고,먹이를 다 해치운 토끼가 눈 위에서 몸을 일으키고 위협을 시작한다.
직후, 스바루와 동행하던 류즈의 복제체중 한 사람이 위에서부터 발꿈치를 떨어뜨려 토끼의 몸통을 짓이겼다.고기가 뒤틀리고 뼈가 짓이겨지는 소리가 나자, 토끼는 작은 몸의 내용물을 토해내고 절명한다.
숨을 내쉬고, 사체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스바루는 질주를 재개한다.류즈의 복제체도 달리는 스바루에게 따라붙기 위해 발을 움직인다.
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금방 찌그러뜨린 토끼의 근처에 또다른 토끼가 도착한다.단숨에 사체를 먹는 소리가 들리자, 스바루안의 파멸의 종소리가 더욱 소리를 높였다.
스바루의 주위에 있는 류즈의 복제체는 앞으로 여섯명이다.
로즈월이 대토에게 당한 직후에는, 열 한명정도 있었던 그녀들도,절반으로 수가 줄어들었다.
『 스바루의 몸을 지킬것 』을 명령 받은 그녀들은,대토의 기습을 요격하거나, 온몸으로 스바루를 감싸고는, 그 몸을 마나로 환원시켜갔다.
복제체에게 목숨을 내놓으라는 명령을 내린것에 대해서, 스바루의 사고는 정지상태였다.
지금은 단지 대성당에 있는 렘의 안부와, 묘소에 남은 에밀리아만이 걱정거리였고, 그 이외의 것은 사고의 저편에 버려둔 상태였다.
그러지 않고서는, 지금의 자신의 행동을 긍정할수도,제정신을 유지할 수도 없을것 같았으니까.
"대, 성당은……!"
눈에 발을 빠뜨리고, 대토가 밀집되어있는 길을 피하는둥, 『 성역 』을 크게 우회해서 스바루는 마을의 중앙 대성당까지 다다랐다.
광원이 없는 마을안에서,대성당은 스바루의 눈에 금방 띄었다.
당연하다.
― ― 하얀 세상 속에서,대성당만이 새빨간 불길에 휩싸여있었으니까.
"― ― 어,째서"
눈 위에 무릎을 꿇고, 스바루는 쉰 목소리로 멍하니 중얼거렸다.
탁탁, 번지는 불길이 건축자재를 연주하는 소리에 맞춰, 대성당 안의 사냥감을 쳐먹기 위해, 불 나방처럼 뛰어드는 대토들의 모습도 보였다.
저렇게, 녀석들이 대성당에 뛰어들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은, 녀석들의 배고픔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 안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 불길 속에 계속 남아있다는것은,그런 것이겠지.
"― ― ― ―"
살아남기에 절망적인 상황이고,토끼에게 물어뜯겨서 끝날 최후라면,자살을 선택하는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건 아니다.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 그래도,끝까지 저항해보고...."
싸워서, 최후의 순간까지 사는것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랬던건, 너무나도 비정한 말인가.
로즈월도, 『 성역 』의 사람들도, 너무 목숨을 소홀히 다룬다.
자신이 가장 그에 마땅한 비난을 받아야함을 망각한 스바루는,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
로즈월도, 스바루도, 절망에 가라앉은 『 성역 』의 주민과 아람 마을의 피난민에게는, 끝까지 저항해서 구출을 기다리게 만들 존재는 아니었다.
그정도의 신뢰가 쌓여있었다면, 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저항했을것이다.― ― 이 또한 모두 스바루의 책임에서 비롯된 스바루의 죄였다.
"렘,이라도 "
구할 수는 없는걸까,하고 생명의 가치에 순번을 매기는 스바루는 너무 오만했다.
머릿속으로, 스바루는 렘을 데리고 대성당으로 돌아가라는 지시를 내린 복제체 ― ― 대표 인격인 류즈에게 호소했다.그러나 그것을 받았다고 생각할만한 뚜렷한 반응은,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 ― 렘은 저 불길로 가득찬 대 성당 안에 있다.
설사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해도,류즈 혼자서 렘을 보호하면서 대토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할만큼, 스바루는 낙관적이진 않았다.
어금니를 깨물었다.피 맛이 난다.
피의 맛을 되씹으며,솟구쳐오는 위액을 되물리며, 스바루는 결단을 되씹었다.― ― 더 이상 안 되는 세계인 것을 알고 있었을텐데도, 몇번이나 포기하지 못한채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이번에야 말로,정말로,포기할 때다.
"― ― ― ―"
끼익끼익, 기아의 망집에 사로잡힌 괴물이 닥쳐오는 것이 느껴진다.
불타는 대성당에서 사냥감을 얻는 것을 포기한 토끼들이, 무릎을 꿇고있는 스바루와 이를 둘러싼 복제체들의 존재를 깨달은것이다.
일어서서 눈을 털고, 스바루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가 토해낸다.
뺨을 타고 내리는 눈물의 감촉을 느끼지도 못한다.그래서 그것을 닦지도 않는다.
"에밀리아……"
다 끝난 세계다.
끝나지 않는다고 해도,스바루가 끝나게 해버린 세계다.
함께 있고 싶다고, 함께 보내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 누구 하나 구하지 못한 세계 ― ― 끝날때는 적어도,사랑하는 소녀의 곁에 있고싶었다.
"몸을 던져서,나를 지켜라.― ― 묘소에 도착하면,그 뒤엔 자유롭게 행동해도 좋아"
나머지 여섯명의 복제체에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알리고, 스바루는 조금씩 포위를 좁히고 있는 대토의 무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사냥감이 도주하는 기척을 느끼자,소름끼치는 울음소리를 내고, 군침을 흘리면서,대토들이 스바루의 발자국을 뒤쫓는다.
"― ― ― ―"
두 복제체가 달려드는 대토의 무리에 일격을 가한다.
살이 짓이겨지는 소리와, 단말마가 울려퍼졌지만, 직후에 그 이상의 수의 토끼가 복제체에게 달려든다.
순식간에 하얀 모피로 온 몸을 뒤덮고 옆으로 쓰러진 복제체 ― ― 치명상을 받은 직후,그 작은몸은 창백한 빛으로 모습을 바꾼다.
소멸하기 직전 최후의 일격에,마나의 폭발이 대토들을 찢어 발기고 『 성역 』의 밤하늘엔 안광이 난무했다.
배후에서 복제체가 마지막 빛을 발한것을 몸으로 느끼면서, 스바루는 잡념을 떨쳐버리기 위해 머리를 흔들고, 이를 악물며 묘소를 향해 계속 달렸다.
― ― 계속 달렸다.
※※※※※※※※※※※※※
묘소에 다다랐을 때, 스바루의 몸은 더 이상 추위를 느끼지 않았다.
시야엔 눈이 차있고, 속눈썹까지 얼어 붙은것 같은 감각을 받으며, 떨리는 입술에서 하얀 입김이 흘러나왔지만, 스바루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둔하고,무겁게 걸음을 옮기면서도 떠올리고 있는것은,단 한명의 소녀의 모습뿐이었다.
석조통로를 밟으며, 스바루는 안쪽으로 나아간다.
『 시련 』 의 방, 거기에 홀로 재워둔 소녀가 스바루를 기다리고 있을것이다.
"― ― 스바루?"
탁 트인장소에서 우연히 만난 직후, 은방울같은 음성이 스바루의 이름을 불렀다.
그 소리에 이끌리는 것처럼 큰방으로 들어오는 스바루를 보고,잠시 멈춰서있었던 인물이 희색이 가득한 목소리를 높인다.
"역시, 스바루네! 정말,어디갔었던거야? 걱정했잖아"
라고 말하면서 종종 걸음으로 뛰어온 에밀리아가,스바루의 손을 붙잡았다.
토라진 얼굴을 한 에밀리아는,그대로 붙잡은 손을 자신의 가슴에 끌어안고,부드러운 체온을 전하면서 이쪽을 바라보고는,
"…… 지쳤어?"
"아아……좀 지쳤을지도…… 모르겠네"
"에헤헤, 그렇구나.그럼, 그럼"
순순히 대답하는 스바루에게, 에밀리아가 뺨을 붉게 물들이며 웃는다.
그리고,그녀는 스바루의 손을 잡은 채, 갑자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다리를 꼬고 옆으로 앉아서,손이 잡혀서 끌려오느라 엉거주춤하는 스바루를 더 끌어들이고는
"자,이리와, 스바루"
"……무릎배게,인가"
"그래.스바루, 내 무릎배게,좋아하잖아? 그렇게 말해줬었던걸.나,그런일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으니까......응,얼른"
자신의 무릎을 치고,쑥쓰럽게 웃고있는 에밀리아의 뜻대로, 스바루도 그 자리에 앉아 힘없이 부드러운 무릎위에 머리를 얹는다.
순간 짧은 머리가 부드러운 피부를 스쳐서, 에밀리아가『읏』하고 살짝 소리를 내지만, 금방 적응한듯한 모습으로 스바루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한다.
" 이렇게 스바루에게,무릎배게를 해줬던게 몇번째일까"
" 글쎄……세번째,정도인가.어쩐지 항상,너덜너덜해진 상태였던것 같은데"
"나는 이렇게, 스바루의 머리카락이나 얼굴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는것도 재밌을지도 모르겠네.봐-,으리으리-"
앞머리를 잡고, 볼에 손가락을 찔러오는둥, 기분이 좋아보이는 에밀리아가 하고싶은대로 하게 두는 스바루.
그것이 그녀의 애정 표현이라는것을 알고나니, 손가락을 밀어 제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솟지 않는다.
이미 끝난 세계 ― ― 지금은, 에밀리아의 사랑에 빠져있고 싶다.
― ― 이미,배의 내용물도 피도,많이 빠져나온 상태니까.
지금의 스바루의 상태는 보통 사람이라면,눈을 돌리고 싶을 만큼 처참한 몰골이다.
등 측에서 이빨이 박혔으니,아마 옷을 넘기면 뼈가 드러나있을것이다.물어 찢긴 허벅지에는 엄청난 출혈이 있고, 달려드는 토끼를 몰아냈을 때에 오른손의 손가락을 빼앗겨 엄지밖에 남지 않았다.
몽롱해지는 의식으로 여기에 도달할 수 있었던건, 망집에 찌든 욕심과 얼어붙을 듯한 추위가 몸의 대사를 약화시킨 아이러니한 결과일까.그것도
"스바루,전보다 조금 가벼워지지 않았어?"
"유혈 다이어트에 도전했거든.이렇게……밸러스트한 기분으로 짐을 점점 버렸더니,홀가분하게 됬다고,할까.."
" 말하는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또 누군가 때문에 너무 무리한거지? 스바루는 그런 사람인걸.알고 있지만……엄청,걱정했어"
"........"
"사실은 말야,나를 위해서,그런일을 해줬으면 좋겠어.하지만 그건 내 억지고,나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일은 못본척하는 스바루는, 보고 싶지 않을지도 몰라.……이것도 너무 내 멋대로네,미안"
빠르게 재잘거리는 에밀리아의 목소리가,점점 멀어진다.
묘소 안은 외부의 추위와 달리 어느 정도 기온이 정상으로 유지되고 있다.공교롭게도 그것이 스바루의 대사를 평상시로 되돌리고 있었고,피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돌 층계를 흘러나오는 선혈이 붉게 물들인다. 콜록거리자 스바루의 입에서도 토혈이 나온다.
튄 피가 에미리아의 흰 뺨에 반점을 낳았다.하지만 ― ―,
"저기, 스바루, 듣고 있어? 하고싶은 말도,듣고 싶은 말도,잔뜩 잔뜩,자아-안뜩 있어.있잖아,부탁이야.곁에 있어줘.내 목소릴 들어줘.스바루의 목소리를 들려줘.응?"
뺨에 튄 피의 감촉을,에밀리아는 개의치 않고 있다.
아니,인식조차 하지 못했다.남보라 빛 눈동자는 분명히 스바루를 내려다보고있다 ― ―하지만,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지는 못한것이다.
저택에서 돌아온 시점에서, 엘자에게 고문 같은 폭행을 당한 스바루는 상처투성이였다.가필에게 묘소에 끌려갔을 때는,그 꼴이 한층더 심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에밀리아는 스바루의 부상을 깨닫지 못했고,신경쓰지도 않았다.
그것은 지금,대토에게 몸의 이곳저곳을 먹혀,여러부위가 결손되어 있는 스바루를 앞에 두고도 마찬가지다.
에밀리아에겐 지금,현실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스바루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 ― ― ―"
사실 스바루는, 에밀리아에게 위기를 전하고 이 자리에서 데리고 도망치지 않으면 안된다.
이미 대토는 묘소 밖을 가득 메우고 있을것이며, 머지않아 여기에도 밀려들것이다.그렇게 되면 에밀리아는 맥도 못쓰고 쓰러질것이다.
로즈월이 그랬고, 마을 사람들이 불길 속에서 자살을 택했듯이, 에밀리아도 끔찍한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을 알고 있는데도, 스바루는 에밀리아에게 그것을 전해주지 못한다.
이제 쥐꼬리만한 시간밖에 남지 않은 자신의 목숨 ― ― 그 마지막 시간을 에밀리아 곁에서 맞이하고 싶다는 자기 중심적인 생각에서 도망치지 못하고 있었다.
로즈월의 말과, 장렬한 죽음을 맞은 가필이나,람을 죽게한 무념, 페트라와 프레데리카를 잃은 무상함이, 렘도 베아트리스도 구하지 못한 무력감이, 스바루를 두들겼다.
고통도,죽음에 대한 두려움조차도,지금은 아무래도 좋다.
― ― 그저 지금은,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다.
스바루의 그,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소원은 이루어진다.
세계가 급변하기 시작하더니, 의식과 영혼이 이 자리에서 조금씩 멀어진다.
사지에 힘이 빠지면서 거의 상실하려 하던 육체의 감각이 사라져 간다.
남는 것은,소외되는 것은,스바루를 잃은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에밀리아 뿐이다.
"― ― ― ―"
나는,에밀리아를,두고 갈것인가.
이런 식으로, 스바루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고, 다른 기댈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에밀리아를,유일하게,기댈 수 있는 스바루조차 그녀를 두고 가버리는것인가.
"아 ― ―"
이제 와서 후회를 해봤자 모든것은 늦었다.너무 늦었다.
말은 나오지 않고, 눈동자에서 생기가 사라진다.
에밀리아는 그것을 모르고,그저 입을 다물고 있는 스바루에게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리고 그녀는 문득 미소지으며, 살짝 다가가서 ― ―,
"스바루 ― ―"
"― ― ― ―"
무언의 스바루에게, 입을 맞췄다.
― ― 첫 입맞춤은, 차가운『 죽음 』의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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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65 『눈 속의 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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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말하지만 이번화는 발번역 + 오토/파트라슈 진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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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 것은, 까슬까슬한 무언가가 자신의 뺨을 쓰다듬는 감촉으로부터였다.
의식이 돌아오는 것을 자각했을 때, 스바루가 느낀것은 온몸을 침범하는 권태감이었다. 온몸의 혈관에 혈액 대신에 납이라도 부어져 있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만큼 온몸이 나른하다.
호흡을 한다고 입을 열면 말라서 달라붙어 있던 입술이 터지고 날카로운 통증과 함게 피의 맛을 입안에 흘려보낸다. 타액조차 말라버린 입안에서, 화끈거리는 혀가 피라는 수분을 찾아 기어다니는 것을 알았다.
손발의 움직임도 둔하고, 머리도 마치 열이 있는 것처럼 돌아가지 않는다.
눈꺼풀을 들어올릴 힘조차 부족하고, 무거운 눈알을 돌리며 어떻게든 눈을 뜬다.
그러자,
「……너였냐」
시야가 색칠되기 시작된 순간, 스바루는 눈앞에 눈꺼풀의 뒤쪽과는 다른 색채의 칠흑을 본다.
움직이는 것, 그것은 동물 특유의 냄새나는 숨을 뱉으면서도, 잠자는 스바루를 돌보는 것처럼 이쪽의 뺨을 핥던 것이다.
요염한 칠흑같은 체구에, 가늘고 세련된 폼. 날카롭지만 어딘가 애교있는 파충류의 눈동자에 물리면 한방에 사람이 아미타불로 돌아갈 만한 칼같은 이빨――그 이빨이 드러다 보이는 입에서 빨간 혀를 꺼내, 스바루의 뺨을 핥고 있었던 것은 애룡인 파트라슈였다.
「난 분명히 안에……어떻게 밖에……?」
지금까지대로라면, 꿈의 성에서 눈 떴을 때에는 묘소의 안이라는게 보통이었다.
물론, 의식이 없는 스바루를 누군가 밖으로 끌어낸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지금까지 『성역』에서 묘소에 들어가는 것은, 에밀리아와 가필 2명밖에 없다.
그 중 하나가 스바루를 밖으로 끌고나왔다는 것은 그야말로 현실성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혼자서 기어나왔다고도 생각할 순 없고, 도대체……」
누가, 라고 말을 계속하자, 그 말은 갑자기 울린 다른 목소리에 가려진다.
멀리, 파트라슈의 저편에서 함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사람의 그림자가 있어 호흡을 몰아쉬었다. 그것은 가까워지면서 걸음을 엉키고,
「어이! 파, 파트라슈짱, 좀만……기다려……! 힉, 힉……마, 만약 또다시 도망가야 할 일이 있다면 큰일이라……어라?」
파트라슈의 모습을 발견하여 마음속의 안도를 얻은 얼굴로 멈춰선 것은 회색머리의 청년――오토다. 그는 파트라슈의 모습에 안심해 한숨을 뱉으며, 바로 옆에 있는 스바루를 깨닫고 고개를 갸웃했다.
「나츠키씨 아니신가요. 이런데서 뭐하시고 계세요?」
「보면 알잖아, 월광욕이야. 너야말로 이런 밤중에 뭘 하고 있는거야. 경우에 따라선, 가필쪽으로 넘길꺼야」
「어째서 내가 뭔가 저질렀다는 전제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런 시간에 이마에 땀을 흘리는 것은 나츠키씨도 무관하지 않으니까요」
오토의 모습에 어떻게든 평소의 말투를 유지하며 가볍게 말하는 스바루.그 스바루의 말에 오토는 어깨를 으쓱하고, 이런이런 이라고 고개를 가로로 흔들었다.
「나와 무관하지 않아?」
「왠지 시끄러워서 말입니다, 지룡의 마굿간을 보러 가니 파트라슈가 떠들고 있어서. 이건 뭔가 있는 건가, 혹시 몇일동안 가둬두기만 해서 스트레스가 쌓인 걸까나, 라고 생각해서 잠금쇠를 벗기고 가벼운 산책이라도 시켜줄까. 라고 했더니……쿵, 이라고요」
양손을 두드린 행동을 넣고, 오토는 파트라슈의 고귀한 옆모습을 째려본다. 하지만, 파트라슈는 오토에게는 무반응으로, 스바루를 빤히 쳐다볼 뿐이다.
「완전히 아웃오브안중 입니까, 뭐 괜찮지만. 저를 들이받고 뛰쳐나가서 전 마구간에서 튕겨져 나가버렸거든요. 저도 잠시 기절했었는데, 이대로 밖으로 도망쳐 버리기라도 한다면 입장이 위험하겠다고 진심으로 초조해져서 지금에 이르른 겁니다.」
「내 곁으로 왔으니, 그 점은 안심했다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나츠키씨 뭔가 파트라슈한테 지시하셨나요?」
「그럴 틈 없어. 밥 주러 갈때 이외에는 얼굴도 비추지 않았고……」
「그러면, 걱정이라도 했나보네요. 그렇게나, 급하게 뛰어나갔으니까요」
「――――」
걱정하는 오토의 중얼거림에 스바루는 반론하려다 목이 막혔다.
설마, 하는 생각이 솟아오르며, 그 증거를 요구해 스바루는 자신의 몸의 모습을 확인한다. 그러자, 금방 그 흔적은 발견됬다.
윗옷의 오른쪽 어깨 부분, 거기에 희미하게 이빨자국으로 파인 흔적과 침의 흔적. 그리고 스바루의 몸의 등쪽은 끌려간듯 흙먼지가 엄청나게 묻어 있었다.
「파트라슈……」
「――――」
동그란 눈동자가 스바루를 향한다.
주인의 말에 침묵하면서 기다리는 지룡에게, 스바루는 무심코 숨을 들이마시며,
「너가, 나를 묘소에서 꺼내준거야?」
파트라슈의 피부에 새겨진 열상은 검은 피부 아래 붉은 고기가 어렴풋이 보일정도로 날카로운 것으로, 질금질금 피가 나오는 그것을 보고 있는것 만으로도 얼굴을 찡그리고 싶어질 정도로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그정도의 큰 상처를 입으면서 까지 파트라슈가 스바루를 밖으로 데리고 나온 것――그것은 한마디로 쓸데없는 짓이다.
파트라슈가 끌고나와 준 것의 진의를 모르며, 눈을 내리깐 스바루에게 지룡은 코를 댄다. 아직도 힘없이 발을 뻗은 채인 스바루의 목덜미에, 단단하고 까슬까슬한 감촉이 계속해서 문질러진다.
말은 나누지 않고, 가끔식 됬다고 생각했던 의사소통도 사실은 일방통행으로, 여러 방면으로 걱정스러운 관계이다.
「오토」
「뭡니까? 지금, 좋은 분위기인 듯 하셨기에 그거이시다면 방해가 되지 않도록 어딘가 가 있겠습니다만……」 2
「파트라슈가 왜 나를 구하려고 한건가……물어봐 줘」
오토는 『언령의 가호』를 가지고 있어 동물이나 벌레 등 다른 생태의 존재와도 회화가 가능하다. 당연히, 그는 파트라슈와도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파트라슈가 무엇을 생각하고, 다치면서 까지 스바루를 끌고나와 준 것인가――그 근본부분이 지금은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오토는 스바루의 부탁에 입술을 굽히며 싫은 듯한 얼굴을 보인다.
「솔직히, 내키지가 않네요. 나츠키씨」
「그러지말고 부탁해」
「지금의 파트라슈짱을 보고 중얼거린 걸 보니 나츠키씨, 이 『시련』이 라는 묘소에 안에 계셨던 거죠? 점심 때랑 방금전을 보고 나츠키씨가 이 『시련』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은 어렴풋이 눈치챘지만, 그 상태라는 건 실패하신 거죠?」
「……아아, 그렇지」
마녀들과의 주고받은 말의 임팩트가 강해 기억이 애매하지만, 스바루는 자신이 첫번째 『시련』을 돌파한 것을 모두에게 전하지 않았다. 가필에게만 예외적으로 밝히고, 그 발로 묘소에 들어가 두번째 『시련』, 마녀의 다과회다.
좌절하는 이유는 『시련』뿐만은 아니지만, 오토의 착각을 바로잡을 이유도 떠오르지 않고, 스바루는 들으며 아래턱을 당긴다.
그런 스바루에게 오토는 어깨를 떨어뜨리고, 질렸다는 듯이 노골적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일을 한 이유도 대충 예상은 갑니다만……바보짓을 한거에요, 나츠키씨. 안에서 호되게 당하고, 끝으론 애룡에게 걱정까지 끼친게 지금 그 꼴입니다. 파트라슈짱의 직감력이 좋으니까, 나츠키씨에게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겠죠. 그래서 저를 날려버리면서 여기에 달려온거고……상처도, 무관하진 않겠죠」
「――――」
방금의 스바루의 상상과 같은 흐름을 트레이스하여 결론에 이르는 오토.
거기까지는 스바루도 도착했다. 문제는, 파트라슈가 왜 그렇게까지 해 준것인가. 그것을 오토에게 알아줫으면 하는데
「뭡니까 그눈. 설마, 아까의 이야기가 진심이라도?」
「그럼 반대로, 내가 지금, 농담을 할만한 상태로 보인다는 거야?」
「엉망진창이라도 시시한 농담을 하는 기개가 나츠키씨에겐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지금의 상황에선 농담이라고 들었으면 더 웃길 것 같네요――정말로, 모르시는 겁니까?」
낮은 목소리로 물음을 받아, 스바루는 반론하기도 전에 오토의 시선에 압도된다.
믿을 수 없는 것을 보는 듯, 사실대로 말하면 바보를 보는 눈으로 오토가 스바루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뭔가 엄청난 것을 스바루가 간과하고 있다는 것인가.
하지만, 옴짝달싹못하는 스바루는 짚이는 바가 없고, 눈을 찌푸리며 곤혹감을 느낄 뿐이다. 초조한 기분이 이마에 땀조차 흘리게 하지만, 생각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 모습에 오토는 두번째의 한숨을 내뱉곤,
「나츠키씨가 생각하는 정도로 제 가호는 만능이 아니거든요.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해도 번역되는 건 아니니까요. 저에게는 분명히 전해지지만 나를 통해서 누군가에게 전달하거나 하는 것은 뉘앙스의 문제로 어렵습니다」
「――――」
「그럼에도 하라는 눈이시네요. 좋습니다만……할 이유, 있는걸까, 이거」
잔소리와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오토는 마지못해 스바루의 부탁을 들어준다.
아직 스바루에게 콧등을 걸고 있는 파트라슈에 다가가 오토는 그 검은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
입을 연 오토의 목에서 고음의 쉰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사람의 말으론 있을 수 없는 그것은 『언령의 가호』가 발동된 결과, 지룡과 의사소통하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변환된 요청이다.
얼굴을 들은 파트라슈가 똑같히 울어 오토에게 응한다. 그것을 듣고 오토는 다시 입을 열고, 몇번 울음을 주고받고선,
「끝났습니다만……음, 역시 잘 전달하기엔 말투가 어렵네요. 감정표현의 방법에서 인간과 달라서, 저만이 해석한 내용을 어찌 설명해야할까……」
「애타우지말고. 부탁하니까, 가르쳐줘」
「애태우려는 생각은……아, 이거 진짜 곤란하네! 라고 할까, 이걸 전하는 것은 정말 이상한 배려가 필요한데 말입니다」
머리를 쥐어잡는 오토는 몇번인가 궁리하고는 고개를 들고, 다시 고개를 숙이며 생각을 계속하며, 스바루가 앉으채 다리를 흔들기 시작할 쯤에야 숨을 뱉고,
「그렇군요. 그럼, 아마, 가장 가까울 것 같은 말을 골랐습니다」
「아아……파트라슈는 무라고?」
「그러니까、『그런말, 하게하지 말아줘』가 아닐까요」
「――아?」
뺨을 수줍은듯이 긁으며 오토가 한 말에 스바루는 눈을 크게 뜬다.
그대로 그가 뭔가 다른 말을 할까 하고 기다려 보지만, 그 이상 말이 나오는 모습은 없다. 오토는 어리둥절한 스바루에게 「그러니까」라고 말하고,
「파트라슈짱은 『그런거 말하게 하지마』라고 하고 있습니다. 뭐, 그렇겠지. 라는게 제 의견입니다만」
「그런말 하게하지 말라니……무슨……」
「무슨이고 뭐고 그대로입니다. 제 의견을 추가한다면,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건가요, 이런걸?' 라는 느낌입니다.」
점점 곤혹감의 빛을 띄우는 스바루에게 오토가 손가락을 하나 세우고 「알겠습니까?」라고 말하며
「그 사람이 궁지에 있다고 알자마자,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튀어나가며, 자신이 부상을 입는 것도 신경쓰지 않으며 도와주며, 눈을 뜰 때까지 곂에 있어주며, 눈을 든 것을 보고 안심하고 웃는다――이런 상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사람이든 지룡이든 다르지 않다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아――」
「그야, 파트라슈짱이 아니더라도 『그런말 시키지말아줘』라고 할걸요. 이만큼 태도로 보여줘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너무 둔감하잖아요. 행복하시겠어요」
「자신의 몸이 위태로워지면 바로 도망친다……인가」
「예, 물론이죠. 당연한 거 잖아요. 제가 거기까지 나츠키씨나 다른 사람들과의 의리를 지킬 이유는 없어요. 목숨이란 건 근본이라는 녀석으로……」
「너는 도망가지 않아」
「――에」
아얘 가벼운 어조로 현실주의자를 연기하는 오토에게 스바루는 중얼거린다.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뜬 오토에게 스바루는 정면으로 돌아서서 말했다.
「――너는, 나를 두고 도망가지 않아. 오토」
과거에 그가 스바루를 돕기 위해서 폭력을 불사하는 자세를 취한 가필의 은신처에 숨어들어 준것.
그리고 짐승화한 가필의 위협에서 스바루를 지키기 위해서, 마을사람들과 함께 막으며 버텨준 것.
악인인 척하며 무자비한 말들을 늘어놓고 있어도, 그렇지 않은 그를 스바루는 알고 있다.
그러니,
「오토. ――넌 내 친구니까 말이야」
제 4장 66화『붉은 설경』 (0) | 2016.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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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65화『눈 속의 정열』 (0) | 2016.08.25 |
제 4장 39화『친구』 (24) | 2016.08.15 |
제 4장 38화『애벌레』 (13) | 2016.08.14 |
제 4장 129화 『——나를 선택해』 (1) | 2016.08.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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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39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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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뭡니까. 그 있을 수 없는 것이라도 본 것 같은 자신의 뇌의 기능이 믿어지지 않는 듯한 몽환의 끝을 맞이한 듯한 얼굴은」
「……대략, 너의 그 과장된 발언을 정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야」
눈앞, 양손을 허리에 대고 한숨을 흘리는 오토. 수갑이 벗겨진 손목을 확인하는 듯 돌려보고, 바닥에 주저앉는 스바루는 그를 올려보며 응한다.
사흘이 넘게 구속된 몸은 이제 움직이는 것 만으로 삐걱거림과 아픔이 동시에 찾아온다. 잘 때도 이런 자세였기 때문에 식사때 정기적으로 몸을 움직이고는 있었지만, 혈액순환 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여러부분도 움직여보고 처음으로 알게된 몸 상태는 문제가 많았다. 특히,
「오토, 눈가리개를 벗겨서 일지 모르지만……내 오른쪽 눈의 시야가 좋지않아. 좋지 않다고 할까, 보이지않아. 어떻게 된거야?」
「어떻게 된거야? 라고 들으면 저도 대답을 주저할 수밖에 없지만……점잖게 돌려말하는쪽과 돌직구로 말하는 쪽 어느쪽이 좋나요?」
「충격을 받지 않도록 품위있게 말한 후,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돌직구도 던져줘」
「욕심쟁이네요……에ー、나츠키씨의 존안의 우현, 그 시계는 불가피한 어둠의 장막에 의해 빛이 닫혀있어요」
「아, 중2병으로 해달라고 부탁한 적 없기에 이제 됬습니다」
왠지 눈 안이 욱신거리는 듯한 상태에서 오토가 설명을 시작했으니, 스바루는 손을 내밀어 그 설명을 도중에 거부. 그리고 내민 손을 자신의 오른쪽눈에 대고 조심조심 그 감촉을 확인한다.
――오른쪽 눈의 위치, 마치 잘린듯이 그 시계는 확보되지 못한다. 만져보고 그 기관이 일을 땡땡이치는 이유가 나타났다.
땡땡이는 커녕 짐을싸서 집에 가고 말은 듯 하다. 사실대로 말하면 오른쪽 눈의 위치에 있는 것은 공동 뿐이며,
「치료했다……라는 이야기였을 텐데」
「지혈하고 으스러진 뼈는 이어져 있어요. 다만 치유마법도 사용자의 실력에 차이가 있고 만능은 아니니까요.…… 죽은 부분까지 살리는 것은 아무래도」
「머리 찌그러뜨려져서 죽을 뻔했어 오른쪽 눈이 죽은 정도는 받아들여야 겠지. ……이걸로 두 눈이 죽었다면, 나도 살 기력은 잃었겠지만」
「긍정적이라고 할까, 조금 자포자기하지 않았습니까? 부탁해요. 나츠키씨 빼고선, 이 앞으론 조금 꾸려나가기 힘드니까요」
오른쪽 눈이라는 중요한 기관을 하나 잃었다는 것에 지금의 스바루의 심정은 나도 놀랄만큼 침착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은 것과 엘자의 공격으로 오른쪽 팔의 대부분을 잃었을 때 같은 고통과 유혈을 동반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필의 말은 거짓말이며, 사실이기도 했다. 피가 멈추고 상처가 막혀 통증도 없다. 만능의 회복마법에 스바루가 기대치를 너무 높이 잡았을 뿐이고, 치명상에서의 회복을 생각해 보면 그의 발언만큼 치료를 스바루에게 해 주었다.
「의리있는 건지, 뭘까. 그 녀석도 잘 알 수 없는 놈이네」
로즈월을 덮치는 스바루를 잡고, 하지만 또 치료를 실시한다. 그런가 하면 『시련』 끝까지 스바루르 감금하고 에밀리아에 협력을 강요하는 교환조건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죽지않도록 치료를 하여 사용인까지 붙이는 철저함. 스바루의 몸에서 풍기는 『마녀의 냄새』를 싫어하는 주제에, 여기에 오는 것을 멈추진 않는다. 그리고 오는 것을 그만두지 못하는 주제에 정작 스바루에겐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마치 스바루가 아무말도 하지 않는 것을, 말해야 할 정보를 기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 자신이 알고있는 것이던가, 스바루가 말하는 말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듯이.
「알고 있었다고 한다면, 그것도 『복음』인가……? 누구든지, 그 역시도……여기가 마녀의 실험장이라면 오히려 당연한 거냐고」
관계자 누구나 미래를 지시한 책을 가지고 그것에 따르고 있다면 더 스바루에게 심플하게 세계를 진행시켜도 좋지 않을까. 모두가 하나의 목적을 향해 단결하고 해피엔딩을 목표로 매진한다. 가끔은 시나리오가 일방통행으로, 왕도를 지나줄 수 없는건가. 1
미래를 알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선, 다시 시작할 때마다 왠지 처음부터 더듬어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면 안되는 스바루에게 더 도움이 돼야 하지 않는가.
「……약한 소리 하고 있어봐야 이야기는 진행되지 않고, 아무도 도와주진 않지만, 젠장」
「정말로 뭐, 자포자기하고 계시네요. 뭐 나츠키씨가 처한 상황이라고 한다면 그것도 어쩔 수 없겠지만……그래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은 좀 너무하지 않습니까? 저는 왜 여기에 왔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스바루의 중얼거림을 들은 오토가 동정코멘트를 달면서도, 마지막 부분에서 스바루이ㅡ 말을 부정한다.
그 오토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 스바루는 멍한 표정으로,
「아. 그러고 보니 그렇네, 너 왜 온거야? 아니 진심으로, 이 사흘인지 나흘인지 생각할 시간이랑 생각할 것은 무한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잔뜩 이었는데, 너의 생각은 일절 과장도 없이 조각조차 뇌리를 스치지 않았어.」
「엄청나네 이 사람! 역시 나도 여기까지 들으면 오히려 상쾌할 정도에요!」
「진짜로, 상쾌할 정도로 너의 존재가 머리속에서 사라졌어. 얼굴 봐도 순간 오토인지 사가 가게 아저씨인지 구별 못할 정도로.」
「누구입니까? 사가 가게 아저씨는!」
「나에게 있어서 시작의 땅, 미스터 세이브 포인트 라고 해도 되」
현재 『사망회귀』의 부활지점으로는 최다등장의 카도몬.
상처있는 얼굴의 호한을 떠올리며 너스레를 떨고, 스바루는 오른쪽 눈의 상실감과 급변을 맞이한 사태에 대해 생각을 정리한다.
우선, 물어볼 것은 눈앞에 서있는 오토. 그의 진의이겠지.
「농담은 이정도로 해두고……여러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뭐, 있으시겠죠. 저도, 나츠키씨가 왜 이런곳에 잡혀있는지 관심있기도 하고」
「――? 내가 이렇게 됬다는거, 로즈월의 지시가 아니야?」
가필의 얘기로는, 로즈월에게 폭력을 가한 스바루를 감금한 것은 그일 터이다. 연금상태로, 그리고선 에밀리아에게 『시련』에 임하게 하고 있다고. 하ㅏ지만
「변경백이 얼마나 관여하는지까지 나는 역시 모르겠지만 적어도 『성역』은 지금, 분열해서 큰일이 난 상태에요」
「분열? 그건 무슨 뜻이야?」
「그대로 입니다. 나츠키씨를 포함해서, 피난 온 마을 사람들을 해방해야 한다는 류즈님들의 진영과, 그것에 반발하는 진영에서 난리에요. 나츠키씨의 신병에 관해서는 가필의 보호안에 있으니, 논란의 주축에서 벗어났지만요」
지친 얼굴로 말하는 오토는 이 며칠동안 일어난 싸움의 일부를 간략히 설명.
요컨대 스바루가 우려한대로, 피난민과 『성역』주민측에서도 파벌이 갈라져, 『성역』이 분열상태에 들어갔다는 것 같다.
두려워하던 사태에 스바루는 숨을 삼키며 「하지만」이라고 말을 이어
스바루가 본 첫 루프의 세계에서는, 적어도 이 다섯째 날까지는 분열인지 뭔지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스바루의 피난민 해방 제안대로, 여섯째날 아침에 그 약속이 이행된 것이었다.
사태의 악화가 너무나 가속했다. 그렇게 판단하는 스바루에게 오토는 고개를 흔들며, 「저기 말이죠」라고 손가락을 하나 세워
「갑자기고 뭐고. 원인중에 하나인 나츠키 씨의 생각이 그래선, 진짜로 곤란해요」
「원인 중, 하나?」
「나츠키 씨와 아람마을분들에게 어떤 교제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좋은 관계였던 것은 확실해 보이네요. 나츠키씨가 가필에게 폭행을 받고,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순간부터 『성역』의 분위기는 최악입니다.」
「――――」
「마을 분들 입장에서 보면 람 씨, 변경백 본인은 말을 거는 것도 망설이는 입장이시겠죠. 위쪽과 연결되는 창구로써 나츠키씨의 안락함은 이상적이었어요. 그것 뿐만은 아니라고, 모두가 화내는 것을 봐온 저는 생각하지만.」
오토의 말에 스바루는 입을 쩍 벌리고, 그저 놀라움만을 표현한다.
분명히, 이전과 이번의 『성역』의 상황변화에 스바루의 건재여부는 변경사항의 하나로 꼽힌다. 꼽히지만, 자신의 존재가 아람마을 사람들의 심정에 거기까지 영향을, 하물며 『성역』을 분열시키는 사태의 계기가 될 수 있다니, 조금도 상상하지 못했다.
농담이거나, 아니면 과장시켜서 말하는건가. 라고 스바루는 오토를 쳐다보지만, 스바루의 그 의심스러운 듯한 왼쪽 눈의 시선에 그는 미간을 찌푸릴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즉,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그의 눈이 옹이구멍인지만이 쟁점이지만
「그 부분에 대해선, 논의를 벌여서 결론을 내놓고 싶은 부분이야」
「뭔가 또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는 느낌이지만, 뭐 괜찮겠죠. 그것보다 나츠키씨, 제가 여기에 온 이유는 그 분열과는 관계가 있어요」
「분열과 관계라면…아, 내가 없어져서 소란이 벌어졌으니 내가 돌아오면 '얘기가 통할지도'라는 건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나에게 너무 기대하는 것이지 않다고 할까, 압박이 좀 있다고 할까……」
과소평가에 과소평가를 거듭하는 성격에 방해받아, 오토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는 스바루. 실제로 아람마을 사람들의 마음의 평온에 스바루가 강한영향력이 있었다고 해도, 이미 폭발하고 만 지금, 어떻게 할 수 있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른쪽 눈을 잃은 지금의 스바루의 모습은 그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것 아니냐.
라고 스바루는 오토의 제안에 대해서 어려운 얼굴로 고개를 가로젓지만, 오토는 「아뇨아뇨」 라고 그 부정에 부정을 거듭해 손짓하며,
「나츠키씨 거기까지 힘이 있다니, 제가 그리 생각하고 있을리가 없잖아요, 잘난체가 너무 심해요 그건」
「피차일반이라 파고들진 않을 거지만, 너는 너대로 말이 심했어. ……그럼, 나를 데리러 온 것은 무엇때문이야」
「피난해온 모두들과 『성역』간의 대규모 싸움이 일어나는 것만은 피하고 싶어서요. 그런 이유로, 나츠키씨에겐 『성역』에서의 탈출에 한몫 거들어 주셨으면 해서」
「탈출에, 한몫?」
튀어나온 단어의 뒤숭숭함에 왼쪽 눈을 가늘게 뜨고, 스바루는 단어를 입안에서 굴리며 생각. 그리고 오토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문득 생각이 떠올른다.
스바루는 빈틈없는 오토에게 「설마」라고 입술을 적신 후,
「너, 『성역』측이 혼란스러워 통제가 잡히지 않는 사이에, 마을사람들을 탈출시킬 생각인가. 그 탈출의 도움을 나에게 하라고, 그런거냐」
「그 통찰력 덕분에, 이야기가 빨리 진행되서 다행이군요. 시간도 없고, 가능하면 나츠키씨는 무조건 협력 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흐름의 확인을 하고 나서이다. 무위무책으로 도전하는 거라면, 아무리 나라도 호락호락 수긍하지는 않아. 찬스가 있는 거처럼 느끼는건 확실하지만, 대립하고 있는 측에서 수상하게 보이면 변명도 못한다고」
무엇보다 섣불리 『성역』의 해방에 반대하는 세력이란 놈들을 자극해서는 내부에 묶인 형태의 에밀리아나 로즈월들의 신병 안전에 지장을 초래한다. 로즈월따위는 어떻게 되어도 좋지만 에밀리아나 람, 파트라슈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피하고 싶다. 2
「가능하다면, 그 다치지 않길 원하는 멤버에 제 이름도 넣어주셨으면 합니다만」
「남자가 일터에서 아픈 기억을 만드는 건 당연한 거다. 나, 그 부분에 대해선 고지식한 쪽으로 생각하는 타입이니까. 남편은 땀흘려 일하고 월급만 넣어주면 그것으로 좋으니까」
「처음 듣는 말이지만 아마 사용처를 틀린 것 같아요」
오토의 올바른 침투에 싫은 표정을 짓는 스바루, 그리고 한번 헛기침을 넣어서 회화의 흐름을 되돌리고,
「무계획이 계획인 게 아니라면, 플랜을 알려줘. 협력할지 밀고할 지는 그걸 듣고 결정하지」
「밀고한다는 선택지가 있는게 꽤나 이상하지만……계획은 간단해요. 『성역』의 온건파와 이미 이야기가 되었기 때문에, 과격파들을 눌러달라고 하는 동안 용차를 타고 결계를 돌파. 그리곤 작별이라는 방법입니다.」
「너무 난폭하지 않아? 그리고 협력자는 대체……」
「그것에 대해서는 나츠키씨가 협력해, 라고 밝혀주시면 말하죠. 나츠키씨에게 맡기고 싶은 건 마을분들의 설득과, 동향을 모르는 가필에 대한 대처입니다. 마을사람과 나츠키씨 라면, 나츠키씨에게 먹혀버릴 것 같으니까요」
「나의 몸이 좋은 먹이란 건가, 부정은 안하지만」
가필에 관해서는 오토가 말한대로, 스바루와 피난민이 있으면 스바루에게 혈기 넘치게 달려올 것은 틀림없다. 단지 거기까지 가는 데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애초에, 가필이 서있는 위치가 알 수 없다고. 그 녀석, 류즈씨의 육친같은 거니까 온건파 같은데」
「원래 그럴 생각으로 있는것 같지만, 나츠키씨와 에밀리아님을 대하는 방식에서 그 주변의 판단이 어렵게 됬다던가. 적극적으로 적으로 보진 않지만, 소극적으로 적으로 다룬다는 정도로 의견이 일치하고 있습니다」
「잘 보고 있구만, 그 협력자라는 놈. ……나도 포함해서 말이지. 그리고 내가 협조하지 않는 경우는 어떻게 돼?」
「그 경우, 나츠키씨를 석방한 점만 퍼트려서 잠재적 적대감이 강한 가필만이라도 장애에서 배제하겠다는 생각입니다」
「퍼펙트야. 젠장. 손발이 자유로워진 지점에서, 가필의 희망을 거스른건 확정이니깐. 빌어먹을, 따를 수밖에 없잖아.」
머리를 쥐어뜯는 스바루는 이미 오토와 그 협력자의 손바닥 위에 있다는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 상황이 된 시점에서 스바루는 그들의 생각대로 춤출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말을 할만큼 상황에 반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오토들의 행동이 피난민의 『성역』탈출에 결합된다면, 스바루가 본 사람이 없는 『성역』의 상황에도 답이 보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성역』에서 스바루의 손을 쓰지 않고 피난민의 모습을 지울 수 있다. 다만 그걸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문제다.
「결국 나올 수 없을 『성역』의 주민이 한명도 보이지 않았던 일에 대해 답이 되지는 않으니까……」
밖에 나올 수 있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갔다는 결론은 과정이 어떻든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나오지 못할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어쨌든,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서도 이곳을 나갈 필요가 있다.
오토들의 제안에 응해, 이번 회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것은 헛되지 않는다.
기세에 물을 끼얹은 듯한 얼굴이었던 오토가, 스바루의 질문에 표정을 감추었다.
우선, 제일먼저 물어야 했던 의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피난민과 『성역』의 주민들에게 양 측의 충돌을 피하는 것은 양쪽다 이득인 내용이다. 스바루에게 있어도 바람직하고, 에밀리아와 로즈월의 조력도 된다. 하지만
「거기에 너의 메리트가 보이는 장면이 눈에 띄지 않아. 내가 머리가 나빠서, 상상이 닿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만……거기가 모르면, 아무래도 기분이 나빠서 말야」
오토를 의심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인 것은 사실. 실제로 오토에게 있어서 『성역』을 둘러싼 문제는 형편상의 얽힘이다. 본래라면 이 장소의 마찰은 물론, 왕선조차 그에게는 관계가 없다.
복잡한 상황을 불편하다고 생각한 시점에서 얽히는 것을 포기하고 혼자 피난하는 길 조차 그에게는 남아 있었다. 변경백과의 유대감을 갖고 싶다는 그의 목적의식을 더해도, 지금의 상태는 『걸어 보는 것 조차 조건이 너무 나쁨』 이겠지.
스바루 정도는 아니지만, 그에게도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은 보이지 않았을 터이다.
그만큼 스바루는 그가 이렇게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아군이 되어 주는지 이유를 몰랐다. 전에 말했듯이 스바루는 이 사흘동안 계속 고민을 하면서, 정말로 그의 존재를 깜박 잊고 있었다. 그를 상대로 스바루는 문제나 의문이라는 요소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에 대한 믿음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만큼 나쁜 상황이 쌓인 현재, 오토조차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뭔가』가 있을리 없다. 그런 도망가는 듯한 믿음이.
그래서, 그것을 뒤집을 수 있는 그의 본의가 지금은 알고싶었다.
만일 그도 스바루가 믿을 수 없는 내막이 있다고 하면 그건――.
「대답해 줘 오토. 너가 어째서 이렇게 열심인지」
조용한 물음. 그것은 작지만 확실한 분수령 이었다.
숨을 멈추고, 스바루는 오토의 응답을 기다린다. 스바루의 질문을 삼키고, 입 안에서 말을 선택하면서 오토는 스바루를 바라보며,
「나츠키씨는, 나를 어떻게,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계신건가요」
「눈 앞의 푼돈을 잡으려 손을 뻗다가 다른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떨어뜨리는……그런 얼빠진 느낌의 인물상을 그리고 있었는데」
「그건 그것대로 너무한 생각이네요! 저지른 일이 없는게 아니라는걸 다시 떠올려서 화가나요!!」
스바루의 생각대로의 오토의 인물상―― 또는 그러기를 바라는 인물상이라고 해야할까.
심하다고 하면 좀 심한것 같은 그 평가에 한마디 항의를 하고, 오토는 「정말로」라고 지친듯이 머리를 흔들고선
「저기요 나츠키씨」
「……아아」
「――친구를 구하려는 건,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요?」
――순간, 무슨 말을 했는지 몰라서 스바루 안의 시간이 멈췄다.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할 떄까지 아마 몇초. 그러나, 움직이고도 스바루는 지금의 말의 의미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오토는 지금 뭐라고 했는가.
유진? 유진이 뭐였지? 그런 사람, 주위에 있었던가?
(ユージン: 발음상 유진. 뜻은 친구 한자로는 友人한국어는 이런 발음유희가 힘들어서 그냥 유진으로 적습니다. 밑도 동일)
「어, 어째서 그런 놀란 표정으로 굳는 건가요 이 사람!」
「아니, 갑자기 내가 모르는 인물의 이름이 나와서 이야기를 쫒아갈 수가 없어서. 그래서 그 '유진'씨 라고 하는 것은, 그러니까?」
「어떤 결론에 도달하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틀렸어요! 유진이 아니라 친구」 (ユージン이 아니라 友人)
「친구!? 누구랑 누가!?」
「저랑! 나츠키씨가!」
믿을 수 없다고 눈을 부릅뜬 스바루에게 숨을 삼키는 오토도 놀란다. 그는 바닥에 발소리를 울리며 「아시겠습니까」라고 손을 흔들며,
「저는 마녀교에 잡혀서 하마터면 목숨의 위기였던 걸 나츠키씨들이 구해주신 겁니다. 그 뒤로 뭐 다양하게 주고 받으면서 도와드렸죠. 그러한 의미로 저와 나츠키씨의 만남은 서로 입장이 있는 만남이었을 지도 모르지만」
「――――」
「그래도 말이죠. 그런 귀찮은 문제들은 치워버리고, 저는 나츠키씨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평상시의 취급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말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무리'랑 '바보'같은 걸 서로 주고 받는 것도 그런 사이니까 말야, 라면서」
도주에 쑥쓰러워 졌는지, 자신의 코를 손가락으로 긁적이며 시선을 돌리는 오토.
그리고 그 오토의 말을 들으면서 침묵을 지키는 스바루. 이야기가 매듭까지 다다랐다. 오토는 스바루의 무반응에 의아한 시선.
다소 그 표정에 불안을 보이는 것은 그가 말한 내용에서 스바루가 긍정할만한 것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정의 강매, 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풋」
「예?」
「아하하하하! 치.. 친구? 친구라고! 아, 그랬군 그랬어. 오토, 너 나랑 친구가 되고 싶었던거구나!」
「네!?」
참지 못하고 웃음을 뱉어내며, 스바루는 얼굴을 붉히는 오토의 어깨를 거칠게 두드린다. 그래도 여전히 웃음의 충동은 사라지지 않고, 배꼽을 잡은 채 스바루는 발을 구르며
「푸하하, 친구. 아, 빌어먹을. 오토, 너 이 자식」
「아파, 아파요! 뭐하시는 거에요! 아, 말한 내가 바보였어요! 알고있다고요, 나츠키씨가 그런 식으로 생각해 주지 않는 다는 것 정도는. 그래도 그렇게까지 웃을 건 없잖아요!」
「아니아니아니아니 웃지 않고선 배길 수가 없었어. 너가 이상한게 아니야. ……자신의 바보스러움이 너무 심해서, 웃어 넘길 수 밖에 없었어.」
폭소로 흐른 눈물을 왼손으로 닦아 스바루는 멈추지 않는 웃음의 충동을 어떻게든 제어해 자세를 고친다. 정면에서 오토를 본다. 친구, 라고 말한것을 후회하고 있는 얼굴. 하지만 그런 그를 앞에 두고 스바루의 마음에 찾아온 것은 감사와 어쩔 수 없을 정도의 미안함이었다.
――뭐가 오토의 의혹이지. 뭐가 흑막이란거야. 뭘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다고?
스바루를 친구라고 말하고, 그 몸을 걱정해 주고 도와준 오토. 그의 존재를 앞두고 그 속마음을 믿기 전에 의심하는 자신의 어리석음이여.
뭔가 있음이 틀림없다고 몰아붙이며 그 『뭔가』를 악의에 찬것으로 상상하는 자신의 천함이여.
상황에 농락당하고,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 없게 된 나머지 악의 존재만 믿고 무조건적인 선의의 존재를 잊은, 배은망덕함이여.
――나츠키 스바루가 포기해버린 정도로, 세상의 무엇을 알았다고 할는가.
몇 차례 죽음을 거쳐서 세계를 다시시작한 정도로, 뭔가를 깨달았다는 생각으로 있었는가? 이런 친한 친구의, 그 의로움마저 눈치채지 못하면서.
스바루의 자조와 자숙. 그것을 모르는 오토는 여전히 의문을 얼굴에 띄우고 있다. 그런 그에게 스바루는 미소를 짓고, 어딘가 밝은 기분으로 숨을 들이마시며,
「미안해. 너는 내 친구야 오토. ――도와주러 와줘서 고마워」
※※ ※ ※ ※ ※ ※ ※ ※ ※ ※ ※ ※
가필에 의해 감금된 건물은 『성역』 주민들이 사는 마을에서 떨어진 숲속에 있어 안내하는 오토가 없으면 길을 잃어 탈출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위치에 있었다.
「이렇게 보니까, 역시 너의 가호 없이는 어쩔 수 도 없었네」
「너무 소리내지 말아주세요. 저도 길은 기억하지 못하고 화초나 개구리, 도마뱀 같은 것들을 의지하고 있으니까요. 그들의 비위를 건드리면 출구를 속아서 절벽으로 유도될 수 도 있다구요」
「자연의 생물 무서워!」
귀를 기울이며 신중하게 길을 택하는 오토. 그의 뒤를 쫒아가면서, 스바루는 한쪽눈의 시야에 익숙하지 않아 위험한 걸음걸이로 터벅터벅 나무의 틈을 걷는다.
역시 원근감이 잡히지 않는 것과 오른쪽 절반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프다. 상실감이 본격적으로 찾아올 때까지는 아직 조금 남았겠지만, 활동에 지장을 주는 역할은 이미 톡톡히 하고 있다.
단, 이 상처를 입힌 가필에 대한 원망의 감정은 이상하게도 없다.
당해 마땅한 행동을 했다는 자각이 스바루의 안쪽에 있는 것과 가필이 안고 있는 불가사의한 모순. 그런 것들의 추측이, 스바루에게 그것을 못하게 하였다.
「미확인의 『복음』에 대한것도 포함해서, 조금 더 정보가 필요해」
일단은 보류할 수 밖에 없다.
분함을 느끼면서도, 스바루는 가지가 오른쪽 귀를 스치는 아픔에 작게 소리를 내며, 땅을 헛딛지 않도록 조심해 뿌리를뛰어 넘는다. 그리고,
「보였습니다. 슬슬 마을이 나올겁니다.」
오토의 말소리가 들려, 스바루는 흐릿한 시야를 열심히 집중해 앞을 보았다. 나무의 틈, 녹색의 저편에 간간히 마을의 불빛이 보인다.
그리고 숲을 지나 갑자기 별과 달빛이 하늘에서 단번에 쏟아지고, 어둡기만 했던 시야가 어느정도 선명해진다.
숨을 내뱉으며 주위를 둘러보며 스바루는 오토와 함께 『성역』의 마을로 돌아온 것을 확인. 지금 시간이 달 나온 밤이기에, 아마 묘소에서 에밀리아의 『시련』의 도전이 시작했을 것도.
그 쪽으로 뛰어나가, 그녀의 곁에 붙어있고 싶은 마음이 솟아오른다. 그 감정을 누르고 스바루는 오토를 돌아보며,
「지금이 『시련』이 한창일 때라면 탈출할 타이밍이겠지. 어떤 계획으로 되는 거지? 협력자는 어디서 만날거야?」
「협력자라면――」
빠르게 뱉어내는 스바루의 질문에 얼굴을 들고, 오토는 마을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 움직임은 중간에서 멈춘다. 이유는 목소리다.
「――걱정하지 않아도 이미 와 있다구」
두사람의 대화를 가로막는 형태로 비집고 들어와, 발소리를 내며 한 사람이 걸어나왔다.
검정을 중심으로 한 에이프런 드레스. 별빛 아래 하얀 앞치마가 조화되어, 어린티을 남기면서도 사랑스러운 그녀의 모습을 더욱 환상적으로 장식하고 있다.
「우선은 무사히 돌아온 것을……그래, 일단은 축하해. 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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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65화『눈 속의 정열』 (0) | 2016.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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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 80화『까슬까슬한 혀』 (7) | 2016.08.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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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장38 『애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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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가장자리에 가장 먼저 걸려든 것은, 떨어지는 물방울의 소리였다.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리듬을 새겨, 조용한 방에 고동을 보낼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가라앉아 있던 의식이 깨어난다.
잠자고 있던 뇌가 활동을 재개하고 혈액 순환이 전신에 돌아가기 시작함을 신경이 느낀다. 몸을 비틀고, 신음을 내며, 몸을 일으키려――할 수 없다.
땅에 닿은 손발이 말을 듣지 않고, 차가운 바닥에 얼굴을 문지르는 이외에 다른 작업을 할 수 없다. 동시에 되돌아 온 오감을 의지해 주위를 찾으려고 해보면, 눈에 보이는 시야는 모든것이 어둠에 채워져 있는 것이다.
――양쪽눈 다 찌부러졌다!?
순간에 자신의 상태를 감안하여 성급한 답을 내지만, 그 결론에 전율하기 전에 얼굴을, 두 손을 바짝 묶은 압박감이 있는 것을 눈치 채고 그 결론을 포기. 즉시 분명히 눈가리개가 되어 있는 상태라고 판단한다. 늦게 그 상태의 이상함에 눈치챈다.
두 눈을 짜부러트리지 않았다. 대신 두 눈을 가리고 있는 이 상태. 덧붙이면 길바닥 같은 곳에서 손발을 굳게 매여있는 것이 원인이다.
가는 끈 같은 느낌이 손목, 발목에서 느껴져서 뒤로 묶인 손을 빼내는것조차 곤란했다.
「뭐, 뭐가……!?」
다행히 재갈은 물리지 않은듯 목소리는 평범하게 나온다. 하지만 말그대로 손도 발도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말만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입만 살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스바루를 이 상태로 만든 상대가, 이야기를 들어줄만큼 우호적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것 또한 사실.
처한 상황의 수수께끼와 주변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들을 전부 섞어 껴안은 채 스바루는 숨을 죽이고 생각을 달리게한다.
지금의 자신의 상태를 정리. 두눈, 가려져 있다. 손발, 묶여있다. 풀릴 것 같진 않다. 목소리는 나온다. 큰소리로 도움을 부른다? 묶은 상대가 오는 것이 고작. 주변에 구속을 풀 것은? 찾아 헤매기도 기어다니는게 곤란. 우측 머리 부분에 통증, 의식한 순간에 욱신거려와 존재를 주장하기 시작한 통증.
「머리의、통증……」
그 측두부의 통증을 의식한 것으로, 스바루는 의식을 잃기 직전에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떠올린다.
『사망회귀』한 후,묘소를 나와 로즈월에게 새로운 사실과 추측을 추궁하러 가서, 스바루를 지켜보고 있던 가필에게 맞아 이렇게 된 것이었다.
아니, 맞았다, 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압도적인 힘으로 밟혔다. 그의 단순한 견제의 일격에 머리가 으깨지고 그대로 죽음에 잠겼다고 생각했는데.
「죽었다고 한다면, 나의 상태는 『사망회귀』한 후 라는 일이 되는 건가……」
「죽지 않은것……인가」
머리에 남는 통증도 그렇고, 지금의 상황으로선 그 것이 사고가 닿는 곳이다.
로즈월에게 더 이상 없을정도로 난폭한 짓을 했다. 그 점을 감안하면 이렇게 처리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다. 무엇보다, 감정은 그것을 확신하지 않지만
「――네놈이 놓인 상황에 대해 파악이 빨라서 다행이군」
라고, 그렇게 스바루가 자신의 상황파악에 일단락을 붙인 것을 지켜본 것 처럼 위에서 목소리가 내려왔다. 고개를 들고 눈은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눈을 향한다. 그리고 목소리 톤에서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가필, 인가」
「그것도 정답이다. 머리의 상태가 정상인 것 같아 안심했다고. 조금 강하게 때려버려서 말야, 미안미안」
이름을 불려, 가필은 시야가 가려진 스바루에게 사과를 한다. 단지 그 목소리의 상태는 내용에 맞는 침통함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설마」라고 그는 말을 계속하여,
「가볍게 어루만질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쉽게 죽을 뻔 할 줄은 몰랐으니까. 에밀리아님의 기사라고 들었으니까, 조금 더 과대평가 해버려서 말야」
「기대에 못미쳐서 미안해. 나는 육체파가 아니라, 두뇌파에서 파는 타입의 캐릭터거든. ……여기.. 어디야?」
「마녀……!」
――에키드나와, 『탐욕의 마녀』와 만난 것이다.
위화감을 더듬어 상실감을 되찾았을 때, 스바루는 다시 에키드나의 존재를 뇌에 회귀한다. 그 감각은 이전 루프에도 있던 것으로 떠올린 지금에 와서는 어째서 다시 잊고 있었는지 이상하게 느낄정도의 특이점.
아마도 첫 만남시에 주어진 『조건』인지 뭔지가 작용하고 있는 결과 겠지만, 『사망회귀』를 해도 극복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놀랍다.
기억을 다시 가져오는 『사망회귀』는, 기억에 직접 간섭하는 류의 수법에 대해서는 유효하지 않다. 즉 스바루는 『사망회귀』를 할때마다, 에키드나에 대해서 망각하고, 떠올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마, 로즈월이 말한 '잊어버린 것'은 그건가……?」
뇌에 마녀의 존재가 되살아 난 것으로 그것을 의식하지만, 그것을 결론으로 하기엔 조금 지나치게 경솔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녀와의 대화 속에서 상황을 타개할 만한 요소가 보이질 않는다.
로즈월의 말투로 보아 그가 스바루에게 기억나게 하고 싶어한 『무언가』는 그 자체로 로즈월의 읽을 수 없는 본심을 본의 아니게 흘린 것일 것이다.
물론 그것도, 그가 소지하는 완전판이라는 복음이 맞다면 말이다.
「입을 다물었단 건, 켕기는 일에 짐작이 간다는 것일까나」
「항상 떠들지 않으면 죽어버리는 여고생이 아니니까, 닥치고 생각 한두번 정도는 한다고, 나도. 지금은 조금 한두가지론 생각할게 부족하지만 말야」
처리할 일이 너무 많아서 스바루 한명의 뇌로는 뇌세포가 부족할 정도다.
에밀리아. 렘. 베아트리스. ――여성들의 이름이 즐비하게 늘어선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직접 한마디 해주고 싶기도 하고, 그 외에도 『성역』. 엘자, 로즈월의 진의, 『복음』.
그리고
「가필, 인가」
그의 설득과 협력은 스바루가 그린 저택구제의 청사진에 필요불가결한 요소이다. 엘자 격퇴에 있어서, 그 이상의 전력을 스바루는 아마 준비할 수 없다. 그의 실력이 엘자전에서 든든할 것은 이 눈으로, 그리고 머리로 스스로 맛본 것 이니까.
「……나는 확실히 너에게 맞거나 차여서 머리가 깨진 듯 했었어, 그 부분은 어떻게 된거야?」
「핫. 잠깐 이야기해서 드디어 그 화제가 나온건가. 깨진 정도까진 가지 않았어. 움푹 파였을 뿐이야. 그 대로 내둬서 죽어도 곤란하니까, 약간 치료해 줬어」
「치료라니……누가?」
「그 장소에서 바로 그런 짓을 할수 있는 사람이 이몸 이외에 있어?」
「내 머리, 원래 모양하고 다르게 사각지거나 뾰족하지 않아?」
「다음에 부실 때는, 그런 형태로 되도록 손으로 잡으면서 치료해 줄께」
로즈월에 대해서 각별한 심정이 있는 것은 가필도 같다. 무엇보다 스바루에게 있어서도 그에게 있어서도 그 감정에 맡겨 버릴 정도로 로즈월이라는 존재에 의존하는 부분이 적은 것도 아니다.
스바루에게는 이 세계의 후원자로서, 가필들에게는 『성역』 주민들의 관리자로서 필요하다.
단지 그것을 말하는 가필이 제일 먼저 언급하는 것이 류즈――심지어 『성역』의 주민들이ㅡ 생활에 대한 것이 정말같지가 않다.
동시에, 전 루프에서 프레드리카가 말한 친족에서 본 가필의 평에도 수긍할 수 있음을 느낀다. 실제로, 그가 누나와 밖으로 나가는 선택지를 고르지 않고, 『성역』에 남는 것은 남아있는 주민들의 감정을 배려했다는 것이었고.
「류즈씨들이 소중하니까, 그 생활을 지키기 위해 로즈월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아인취미』라고까지 듣는 그 녀석이 없으면, 주민들이 밖에 나갈 수도 없이 『성역』의 생활을 계속해야 할 수 밖에 없으니까」
「뭘 안다는 표정으로 창피한 상상하지 마. 누가 그런 감상적인 이유로 여기 있다고 하는데. 이몸, 밖에 나갈 수 없으니까 여기 있는 것 뿐이고……」
「혈연이 있는 프레드리카가 밖에 나갈 수 있는데, 너는 못나간다고 하는건가, 가프?」
전 루프에서 알게된 얼마 안되는 정보. 그 카드를 꺼내, 스바루는 가필의 태도를 엿본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반응은 스바루의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가혹했다.
「――읏!」
바람이 울고, 다음 순간 구르는 스바루의 머리옆에 엄청난 파열음. 공기의 폭렬소리가 울린다. 그것이 가필이 빠르게 발을 디딘 것이라고 뇌가 이해하기 전에, 다져진 땅이 깨어지고, 방의 모양이 바뀐다.
휘는 것처럼 땅이 활기를 띠어, 스바루는 작은 비명을 지르며 충격파에 날아갔다. 그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굳은 땅을 굴러, 굴러가는 기세가 떨어지기도 전에 벽에 들이받아 강제로 제지당한다,
뇌가 흔들리면서 등의 격돌에 폐의 안이 쥐어짜지고 부딪친 후두부가 심한 아픔을 호소. 콜록거리며 입에 가장자리에 침을 흘리는 스바루. 그 모습에,
「그 얘기, 누구의 입에서 들었어. 빌어먹을 자식. 쓸데 없는 말이나 하고 자빠졌어 프레드리카……아니, 그녀석이 그런걸 말할리 없어. 헤어질 때 남매의 연은 끊어졌으니까」
「그런거, 말의 표현이고 실제로 몸 안에 피가 끊어지는 게……」
「지금와서, 새삼스럽게 그것을 꺼낸 것에도 위화감이 있단거야. 사용한다면 사용하고, 좀 더 말 꺼내기 좋은 장면같은건 이외에도 얼마든지 있었어」
신음하면서도 말대꾸를 하는 스바루에게, 가필은 싫은 듯 날카로운 직감을 보인다. 마치 스바루가 몰랐던 사실을 눈을 뗀 순간에 알아서 왔다고 말할정도다.
무엇보다 그 예상은, 빗나가기는 커녕 딱 들어맞는 추측인데, 거기가지 도착하기까지의 사고가 직선길이다.
「설마……너도……인가?」
――그 가능성이 떠오르는 순간, 스바루의 목소리는 떨림을 감출 수 없게 되었다.
「――――」
주어 없는 스바루의 질문에 돌아오는 것은 섬뜩한 침묵 뿐.
시간 단위로 보면 몇초였을 그 침묵이, 지금 스바루에게는 무한하게 느껴졌다.
대답이 없다. 왜 말하지 않지? 지금 스바루의 질문은 너무나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고, 걷어차기 하나라도 처 박는 것이 낫다. 그런 단락적인 반응이 있다면 아직 스바루는 그것에 매달릴 수 있다.
그런데,
「이몸도……말야」
높은 구두 소리. 석조 바닥을 두드리는 가필의 발소리가 접근하고, 스바루의 곁에 그가 쭈그리고 앉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루 위에서 목만 들어올린 스바루, 아마 그 바로 근처까지 그는 얼굴을 대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보여주며,
「그 꺼림직한 예감을 불러키는 듯한 말투 그만둬. 알지도 못할 얘기 하고 있잖아, 나? 팟 하고 아얘, 부정해줘도……괜찮다고?」
「그런 울거 같은 목소리로 말해도 말야」
호소어린 스바루의 바램을 흘려보내며, 가필은 모르쇠 목소리로 말한다. 그의 확실치 않은 대답에 초조해진 스바루. 그 속내는 이미 엉망이다.
감이 너무 좋은 가필에게 부정을 바랬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은 스바루의 머릿속 예감을 뒷받침 하는의미심장한 말들.
베아트리스, 로즈월과 지금가지 아군진영으로 간주해온 상대가 차례로 『복음』을 들고 있는 장면을 보며 온 거다. 지금 스바루에게 있어서 세번째 인물이 나타났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너도, 알고있는게 아닐까……!」
「――아, 그런건가. 어디서 들켰던 거지」
「――!?」
경악에 목이 막혀, 스바루는 막힌 시야 안에 가필을 그린다.
목소리, 노곤한 한숨. 모든 것이 지금까지 스바루가 알던 그의 모습에서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멋진 듯한 말을 남기는 그는 거리를 바꾸지 않은채,
「놀란 것 같지만, 신기할 거 없어. 이몸『성역』에서 계속 살고 있는 주민으로, 긴 시간동안 지내왔어. 기회도, 한번이나 두번정도는 있었겠지」
「하.. 지만 ……너... 너는 『마녀』가 싫었을 텐데. 그렇게 과잉반응할 정도……인데」
「아. 그거구나. 『마녀』는 싫어하고, 마녀의ㅣ 냄새를 풍기는 네놈도 의심하고, 반마인 에밀리아님도 좋은 눈으로 보고 있진 않아. 하지만, 그걸 말한 게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적어도 이몸이 알고 싶었던걸 알았다는 건 사실이니까」
「알고싶었던, 것이란게……」
「――그걸 네놈에게 가르쳐줄 이유는 없어. 그야말로 네놈에게 물어보지. 이런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도 모르니까」
내뱉는 듯이 말하고, 가필이 일어서는 기색. 그리고는 스바루의 곁을 떠나, 아무래도 이 감금방의 출구――문에 손을 댄 것 같았다.
나무문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며, 스바루는 떠나는 가필에게 「어이!」라고 말을 건다.
「기다려봐 ……나.. 나는 어떻게 되. 라고 하기보다 어떻게 되었어?」
「로즈월놈이 죽을뻔했는데 태평하군. 일단 결과가 나올때까지 네놈은 구속하고 연금한다.」
연금, 이란건 최근에 들은 단어. 그것도 로즈월의 입에서다. 그가 있었을 상태에, 그를 폭행함으로 스바루가 빠지는 것은 빈정거림에 너무 잘걸려들었다.
끽소리도 내지못하는 스바루에게, 가필은 코를 울리며,
「밥은 아침 저녁, 제공하지. 이상한 짓 흉내도 내지 말라고. 이몸도 확실히, 사용인들 옆에 있을까니까 말야」
「그런 걱정을 해주고……지금은 하고 있지 않잖아! 그것보다 결과? 결과라고 했지? 결과란게 뭐야? 무엇을 기다려……?」
「'결과'라고 말하면 당연하잖아」
스바루의 질문에 가필은 이번에야말로 깔보며 말하여,
「――에밀리아님의 『시련』의 결과야. 네놈이 저지른걸 들고나서, 그 보상인가 뭔가라는 이유로 더 열심히 하고 있는 거야.」
※※ ※ ※ ※ ※ ※ ※ ※ ※ ※ ※ ※
――가필이 퇴실하고, 혼자 감금실에 남은 스바루는 생각의 바다에 빠졌다.
퇴실 직전에 가필이 남긴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스바루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 에밀리아는 분발해서 『시련』에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성역』의 해방이 되면, 공적으로 스바루가 저지른 비리를 은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같다.
에밀리아다운, 스바루를 전혀 의심하지 않은 생각이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
격앙했지만 적어도 진심으로 스바루는 로즈월의 목을 졸랐다.
이 두손으로 인간의 목을 꽉 쥐고, 단련한 악력으로 숨구멍을 막고, 목을 꺾어 절명시킬려고 힘을 들인 것이다.
뒤로 손이 묶여 자유롭지 않은 양 팔이지만, 자신의 손가락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순간의 격앙을 잊어버리면, 손 안에 남는 것은 타인의 목숨에 위협이 된 어두운 열의 여운 뿐. 텅 빈 위장에서 구토감이 북받친다.
하물며 그 살의가 향한 곳이 친밀한 인물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젠.. 모르겠어……」
대체 이제, 누구를 믿고, 뭐를 생각하고,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아무것도 모른다.
베아트리스의 입장은 무엇인가. 그녀가 가지고 있던 『복음』은. 보낸 나날들은.
로즈월은 뭘 생각하고 있는걸까. 놈이 가진 완성된 『복음서』란. 그는 스바루에게 무엇을 떠올리기를 바라는 것인가. 이해할 수 없는 그 진위는.
에밀리아에게 『시련』을 돌파시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아니, 애초에 그녀를 『시련』에 향하게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이젠 시작조차 정답인지 알 수 없다.
가필의 의혹은, 그가 『복음』을 가지고 있는건가. 그의 협력없이 엘자의 격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망회귀』할 때마다 악화되는 관계에서 어떻게 그를 저택까지 데리고 나갈 수 있을까.
엘자의 습격을 어떻게 격되하거나 대피할까? 왜 첫번째와 두번째의 습격일자에 변화가 새긴 것인가. 왜 그 살인자는 알 리 없는 탈출로를 알고 있었는지. 엘자의 고용주는? 격퇴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절대로 그 여자는 용서할 수 없다.
그 밖에도 『성역』의 성립과 그 목적. 남겨진 『시련』의 개요, 『시련』 그 자체는 왜 존재하는가. 묘소에 잠든 에키드나의 목적, 다시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전 루프의 마지막, 아무도 없었던 『성역』에는 무슨일이 있었던 건가.
마지막 순간, 스바루를 죽이고 탐한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하나도……답이 나오질 않아」
빙글빙글빙글하고 머릿속에서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가 끝없이 돌아간다. 아플정도로 조여진 눈은 시각을 봉인된 그대로. 세계를 인식하지 않는 한, 인간은 자신의 안쪽밖에 질문할 곳이 없다.
그 자신이ㅡ 내부에 수수께끼와 의심밖에 남아있지 않으니 결국은 속수무책.
그리고 스바루를 책망하는 것은 풀리지 않는 의혹 뿐만 아니라. 이렇게 대답이 나오지 않는 걱정거리에 잠겨있는 동안에도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조바심이다.
눈을 막힌 상태에서 확실한 것은 말할 수 없지만, 스바루의 체감상으로는 이미 로즈월의 목을 조른 밤부터 하루는 지났을 가능성이 높다. 어두운, 아마도 숲속에 있는 은신처같은 건물에 감금되어 있는 것이라고 가늠하지만, 광원이 들어오지 않는 것을 염두에 두더라도 쌀쌀함이 돋보이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낮 기온과 비슷해도 춥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기 보다는, 일몰 후의 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건설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이 밤이라고 추측하면 자연스럽게 최소 하루의 경과는 밝혀진다.
이세계 소환 이후 수많은 부상, 열상, 중상을 입고온 나츠키 스바루이다. 그 정도로 맞은 부상의 치료에 걸리는 시간 또한 이 몸으로 체험해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스바루의 경험상 머리의 절반을 찌그러뜨리는, 혹은 부수는 피해는 부수는 행위는 분명히 치명상이며, 페리스 없이 생명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가필의 솜씨가 상당히 좋았다'라는 것이겠지.
기본, 죽어있지 않다면 치유사의 실력에 달렷지만 대부분의 상처가 아무는 세계이다. 그러나 부상의 정도가 심하면 심할만큼 당연히 치료에 걸리는 부담이 크다.
육체피로와 회복에 사용되는 체력. 그것들을 감안하여, 이번에 스바루의 상처는 치료가 시작된지 수시간, 즉 같은날 밤에 회복된 것을 실감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십중팔구, 하룻밤 경과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추론을 뒷받침하는것은
「배… 고프다……」
계속 자고있어서 아무것도 넣지 않은 텅 빈 위장이 아플정도로 울려대며 존재를 주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 ※ ※ ※ ※ ※ ※ ※ ※
시간의 경과가, 판연하지 않은 시간의 흐름이, 스바루의 정신을 마모시킨다.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스바루의 구속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 끝없이 감금실에 방치된 채 시간이 경과하고 있었다.
「――――」
공백이 많음에 스스로 초수를 세고 시간을 생각하려고 시도하지만, 한시간도 세기전에 감각이 꼬이기 시작하고, 이윽고 마음이 꺾여 체념으로 바뀐다.
시간을 알았다 해도 지금와서 뭐가 된단 말인가. 그도 그럴게
「이제, 무리겠지……」
이미 여섯번, 스바루의 아래에는 식사가 옮겨져 있다. 아침 저녁으로 두번. 그것이 정시에 이루어지고 있다면, 이미 사흘이 경과한 것이다. 스바루가 꺠어난지 사흘 ―― 그것은 즉 『성역』에 도착한지 닷새째 이후를 맞이한 셈이다.
오늘 아침 『성역』을 떠나 저택에 도달해도, 엘자의 습격날짜를 맞추기는 아슬아슬한 것이다. 그 지점을 넘어버린 시점에서 데드라인은 이미 지났다.
원래 이번 회의 경우, 스바루는 최초의 시점에서 단추를 잘못 끼고 말았다.
로즈월을 적대하고, 참지 못하고 달려든 것이 후회해도 부족하다. 그곳에서 감정에 맡기지 않았으면, 스바루는 좀 더 로즈월에서 일의 확신을, 무엇보다 가필과의 관계를 악화시켜 이렇게 갇힐 일도 없었다.
떠오른 감정의 열기에 몸을 맡긴 결과가 이렇게 지금 애벌래의 모양이다.
해야할 일을 하나도 이루지 못하고 지키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것도 이루지 못한채, 한심한 꼴을 들어내고, 시간이 가까워지는 것에 떨고있다.
그래서 스바루는 이미, 이 『회차』를 포기하고 있다.
「――꽤나 대단해 졌네, 어이」
스바루가 저지른 실수를 이유로, 저택에서 일어나는 참극을 막을 수단은 없어졌다. 그것은 즉, 저택에 있는 네명의 생존의 절망을 의미한다.
렘을, 페트라를, 프레드리카를, 베아트리스를 스바루는 알면서 죽게 냅둔 것이다. 그짓을 한 로즈월을 그토록 시끄럽게 규탄한 주제에.
「……쓰레기구나, 나. 죽어버려」
죽고싶다. 리스타트 지점에 변경없이, 다시 시작한다면 스바루는 그날 밤으로 되돌아가, 다시 도전할 수 있다. 더구나 무엇부터 손을 대야할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 변화는 없지만, 이 꼴 사나운 추태에 비하면 훨씬 괜찮은 것이다. 훨씬 더 괜찮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무엇 때문에……」
포기하는 것을 허락하고 입술을 베면서 끝을 지켜보기로 결정하는 건가.
저택의 구출이 불가능하다, 이번 회차의 『죽음』을 피할 수 없음을 판단한 스바루는 즉석에서 자살해서 『사망회귀』해――보이는 일은 없었다.
물론 상황은 최악, 이대로 살아봐야 스바루에게 있어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공허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사망회귀』를 사용해 세계를 되감아, 최선의 미래를 쟁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될 뿐이다」
적어도, 스바루가 없어진 뒤 『성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여섯째 날을 넘은 『성역』에 무슨일이 일어날 것인지, 그것만은 확인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 스바루는 목이 쉴 정도로 외치며 어금니가 깨질정도로 이를 악 물고, 그럼에도 여전히 닿지 않는 집에 대한 미련을 삼키며 이번 회를 포기했으니까.
지금이, 5일 째라면, 내일 무엇인가 일어날 것이다.
이 사흘동안, 이 감금실에는 정말로 가필과 사용인들만이 방문했다. 사용인이란 사람은 과묵하고 가필의 지시에 말없이 따를 뿐, 사람 됨됨이는 알 수 없었다. 단, 움직일 수 없는 스바루의 몸을 닦고, 음식을 먹이는 손놀림에서 여성이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일거수일투족을 보여지는 환경에서 더이상 탐색할 틈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가필의 협력자로 생각되는 인물의 신원도 모른다.
하지만 스바루를 도우려 분발한 에밀리아가 찾을 수 없던 곳이다.
아마도 정말로 가필들의 비밀의 장소이며, 발견은 고사하고 스바루 측에서 구조신호를 보내기도 어려운 장소인 것이다.
원래 가필과 로즈월 사이에 스바루를 연금하는 형태로 이야기가 정해진 이상, 벗어나도 아무 의미도 없지만.
「에밀리아가 나를 돕기 위해서 『시련』을 돌파할 수 있다면 만만세지만……」
반대의 상황이라면, 자신감을 갖고, 스바루는 에밀리아를 위해서 『시련』을 넘어설 것이다. 그러나 에밀리아 측이 스바루를 위해 『시련』을 극복할 비젼은 아무래도 떠오르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가 거기까지 그녀의 동기부여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 자신에 대한 과소평가가 심한 스바루의 생각이다.
실제로 이 3일동안에 희소식이 날아들지 않는다는 것은 에밀리아는 그동안의 루프와 마찬가지로 도전하고 도전해도 『과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즉, 상황은 저택도, 『성역』도, 스바루도, 에밀리아도, 갈곳이 없는 패배자집단도. 전에 가필이 스바루에게 고함치며 말했던, 그 자체였다.
「역시、내가……」
――어떻게든 하지않으면 안된다.
에밀리아도 저택도, 『성역』도, 발생하는 문제들 모두를 이 손으로, 이 몸에 주어진 단 하나의 무기로 넘어보인다.
조용한 결의.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만이 스바루를 살려놓고 있었다.
길고 긴 생각의 시간에서, 몇번이고 도달한 결론. 이미 양 손가락으로 헤아리기에 모자랄 정도로 본 자신의 마음에 동의하고, 스바루는 단지 시간을 기다린다.
――상황이 갑자기 움직인것은, 자는 몸을 흔들어진 감각을 느낀 후 부터였다.
「――음」
누군가가 어꺠를 잡고 흔들어 꺠워서, 스바루는 얕은 잠에서 현실로 돌아온다.
입가에 침이 흐르는 기색. 손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어깨로 닦는다는 행위는 상당히 상체에 부담스러운 행동이지만 익숙해져 나가고 있으며 젖은 입가를 닦고선,
「누구……냐」
쉰 목소린 것은, 자고 일어난지 얼마 안된 것과 소리를 질러댄 것이 이유다.
이미 절규로 목을 망가트리는 것도 약속이고, 피를 토하는 통증을 거의 무시하고 지낼 수 있게 되어 좋지는 않다.
그 스바루의 부름에 일어난 인물은 짧게 한숨. 그리고,
「한창 주무시는데 실례합니다만, 움직일 수 있으신가요? 나츠키씨」
「아?」
들려온 목소리가 스바루에게 너무나 의외의 인물이었기 때문에, 스바루는 순간적으로 바보같은 소리를 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상대는 그 스바루의 놀라움을 잠에서 덜 깬 것으로 착각했는지 「곤란하다구요」라고 조용한 목소리로 이쪽의 뺨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때리며
「이쪽도 위험한 다리 건너서 구조하러 웠는데, 기합넣어주세요. 이런 곳에서 끝나는거, 서로 사양이잖아요」
라며 스바루를 구속하는 수갑과 족쇄를 칼로 자른다. 오랜만에 자유로워진 손발, 그 느낌을 확인하면서도, 스바루는 거칠게 안대를 벗기며
「우와, 손도 다리도, 눈조차도 아파 보이네요」
희미하게 일그러진 시야속에 판연하지 않은 형태로 싫은 듯한 얼굴을 하는 남자가 있다.
왜 여기 있는지 모르는 인물, 오토 스웬의 깜짝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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