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화 목록 다음 화


제 4장38 『애벌레』

http://ncode.syosetu.com/n2267be/204/



――의식의 가장자리에 가장 먼저 걸려든 것은, 떨어지는 물방울의 소리였다.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리듬을 새겨, 조용한 방에 고동을 보낼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가라앉아 있던 의식이 깨어난다.

잠자고 있던 뇌가 활동을 재개하고 혈액 순환이 전신에 돌아가기 시작함을 신경이 느낀다. 몸을 비틀고, 신음을 내며, 몸을 일으키려――할 수 없다.


땅에 닿은 손발이 말을 듣지 않고, 차가운 바닥에 얼굴을 문지르는 이외에 다른 작업을 할 수 없다. 동시에 되돌아 온 오감을 의지해 주위를 찾으려고 해보면, 눈에 보이는 시야는 모든것이 어둠에 채워져 있는 것이다.


――양쪽눈 다 찌부러졌다!?


순간에 자신의 상태를 감안하여 성급한 답을 내지만, 그 결론에 전율하기 전에 얼굴을, 두 손을 바짝 묶은 압박감이 있는 것을 눈치 채고 그 결론을 포기. 즉시 분명히 눈가리개가 되어 있는 상태라고 판단한다. 늦게 그 상태의 이상함에 눈치챈다.

두 눈을 짜부러트리지 않았다. 대신 두 눈을 가리고 있는 이 상태. 덧붙이면 길바닥 같은 곳에서 손발을 굳게 매여있는 것이 원인이다.

가는 끈 같은 느낌이 손목, 발목에서 느껴져서 뒤로 묶인 손을 빼내는것조차 곤란했다.



「뭐, 뭐가……!?」


다행히 재갈은 물리지 않은듯 목소리는 평범하게 나온다. 하지만 말그대로 손도 발도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말만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입만 살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스바루를 이 상태로 만든 상대가, 이야기를 들어줄만큼 우호적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것 또한 사실.

처한 상황의 수수께끼와 주변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들을 전부 섞어 껴안은 채 스바루는 숨을 죽이고 생각을 달리게한다.


지금의 자신의 상태를 정리. 두눈, 가려져 있다. 손발, 묶여있다. 풀릴 것 같진 않다. 목소리는 나온다. 큰소리로 도움을 부른다? 묶은 상대가 오는 것이 고작. 주변에 구속을 풀 것은? 찾아 헤매기도 기어다니는게 곤란. 우측 머리 부분에 통증, 의식한 순간에 욱신거려와 존재를 주장하기 시작한 통증.



「머리의、통증……」



그 측두부의 통증을 의식한 것으로, 스바루는 의식을 잃기 직전에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떠올린다.

『사망회귀』한 후,묘소를 나와 로즈월에게 새로운 사실과 추측을 추궁하러 가서, 스바루를 지켜보고 있던 가필에게 맞아 이렇게 된 것이었다.

아니, 맞았다, 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압도적인 힘으로 밟혔다. 그의 단순한 견제의 일격에 머리가 으깨지고 그대로 죽음에 잠겼다고 생각했는데.



「죽었다고 한다면, 나의 상태는 『사망회귀』한 후 라는 일이 되는 건가……」



그것이 사실이라면 스바루의 재 출발점은 『시련』 직후의 묘소가 맞다. 로즈월 침실로 향하기 직전, 아주 짧은 시간에 퇴실한지 얼마 안된 방으로 영혼이 귀환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규칙을 적용한 『사망회귀』이다.
적어도이렇게 납치감금의 장면을 찍고 있던 일은 기억에 남는 한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의 흉내로 밥상을 뒤집어 아버지에게 완전 혼났을때 뿐이다.

아직 초등학생이었을 때의 시절의 기억이기에, 설마 그렇게까지 『사망회귀』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리스타트 지점에 변경이 없는 것이면, 스바루는 『사망회귀』 하자마자 이렇게 된 것이지만, 그런 일이 있을리가 없고, 나오는 결론은 하나――.



「죽지 않은것……인가」



머리에 남는 통증도 그렇고, 지금의 상황으로선 그 것이 사고가 닿는 곳이다.

로즈월에게 더 이상 없을정도로 난폭한 짓을 했다. 그 점을 감안하면 이렇게 처리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다. 무엇보다, 감정은 그것을 확신하지 않지만



「――네놈이 놓인 상황에 대해 파악이 빨라서 다행이군」



라고, 그렇게 스바루가 자신의 상황파악에 일단락을 붙인 것을 지켜본 것 처럼 위에서 목소리가 내려왔다.  고개를 들고 눈은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눈을 향한다. 그리고 목소리 톤에서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



「가필, 인가」


「그것도 정답이다. 머리의 상태가 정상인 것 같아 안심했다고. 조금 강하게 때려버려서 말야, 미안미안」



이름을 불려, 가필은 시야가 가려진 스바루에게 사과를 한다. 단지 그 목소리의 상태는 내용에 맞는 침통함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설마」라고 그는 말을 계속하여,



「가볍게 어루만질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쉽게 죽을 뻔 할 줄은 몰랐으니까. 에밀리아님의 기사라고 들었으니까, 조금 더 과대평가 해버려서 말야」


「기대에 못미쳐서 미안해. 나는 육체파가 아니라, 두뇌파에서 파는 타입의 캐릭터거든. ……여기.. 어디야?」



조롱섞인 가필의 농담에 대응해, 본제로 들어간다. 그 것을 듣고 가필은 코로 짧게 숨을 내쉬면서,


「안심해. 『성역』안이란 건 틀리지 않아. 단지, 대성당도 묘소도, 손님들에게 대여하고 있는 집도 아닌 곳이지만」

「감금할 방같은건 준비해 둔건가. 유비무환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시설을 준비하고 있다고……솔직히, 깬다.」

「취미가 나쁘단 건 만든 놈한테 뭐라고 해. 너라면 실제로, 직접 그 말, 말하고 올 수 있지 않냐?」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꽤나 불쾌함을 나타내는 가필. 그의 말에 스바루는 걸리는 것을 느끼고 얼굴을 찡글인다.


「직접 이라니, 무슨 뜻이야……?」

「그럴만큼 마녀의 냄세, 물씬 풍겨놓고 무죄라고 하는거 아니여. 묘소의 안에서 네놈은 만났을 터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냄새가 늘어나겠냐」

「묘소에서 만났다고……?」


가필의 말에 뭔가가 걸린다.
묘소. 『시련』. 그곳에서 만난 인물. 공백이 있다. 『시련』에서 부모님과 결별하고 마지막에 아무도 없는 교사에 가서 그곳에서――.


「마녀……!」



――에키드나와,  『탐욕의 마녀』와 만난 것이다.



위화감을 더듬어 상실감을 되찾았을 때, 스바루는 다시 에키드나의 존재를 뇌에 회귀한다. 그 감각은 이전 루프에도 있던 것으로 떠올린 지금에 와서는 어째서 다시 잊고 있었는지 이상하게 느낄정도의 특이점.

아마도 첫 만남시에 주어진 『조건』인지 뭔지가 작용하고 있는 결과 겠지만, 『사망회귀』를 해도 극복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놀랍다.

기억을 다시 가져오는 『사망회귀』는,  기억에 직접 간섭하는 류의 수법에 대해서는 유효하지 않다. 즉 스바루는 『사망회귀』를 할때마다, 에키드나에 대해서 망각하고, 떠올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마, 로즈월이 말한 '잊어버린 것'은 그건가……?


뇌에 마녀의 존재가 되살아 난 것으로 그것을 의식하지만, 그것을 결론으로 하기엔 조금 지나치게 경솔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녀와의 대화 속에서 상황을 타개할 만한 요소가 보이질 않는다.

로즈월의 말투로 보아 그가 스바루에게 기억나게 하고 싶어한  『무언가』는 그 자체로 로즈월의 읽을 수 없는 본심을 본의 아니게 흘린 것일 것이다.

물론 그것도, 그가 소지하는 완전판이라는 복음이 맞다면 말이다.



「입을 다물었단 건, 켕기는 일에 짐작이 간다는 것일까나」


「항상 떠들지 않으면 죽어버리는 여고생이 아니니까, 닥치고 생각 한두번 정도는 한다고, 나도. 지금은 조금 한두가지론 생각할게 부족하지만 말야」


처리할 일이 너무 많아서 스바루 한명의 뇌로는 뇌세포가 부족할 정도다.

에밀리아. 렘. 베아트리스. ――여성들의 이름이 즐비하게 늘어선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직접 한마디 해주고 싶기도 하고, 그 외에도 『성역』. 엘자, 로즈월의 진의,  『복음』. 

그리고



「가필, 인가」



그의 설득과 협력은 스바루가 그린 저택구제의 청사진에 필요불가결한 요소이다. 엘자 격퇴에 있어서, 그 이상의 전력을 스바루는 아마 준비할 수 없다. 그의 실력이 엘자전에서 든든할 것은 이 눈으로, 그리고 머리로 스스로 맛본 것 이니까.



「……나는 확실히 너에게 맞거나 차여서 머리가 깨진 듯 했었어, 그 부분은 어떻게 된거야?」


「핫. 잠깐 이야기해서 드디어 그 화제가 나온건가. 깨진 정도까진 가지 않았어. 움푹 파였을 뿐이야. 그 대로 내둬서 죽어도 곤란하니까, 약간 치료해 줬어」


「치료라니……누가?」


「그 장소에서 바로 그런 짓을 할수 있는 사람이 이몸 이외에 있어?」



목소리에 자존심을 세운 울림이 있어, 스바루는 무심코 말이 막힌다.
거칠고 촌스럽고 난폭한 가필이, 설마 치유마법을 수련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스바루는 묶인채 몸을 비틀어



「내 머리, 원래 모양하고 다르게 사각지거나 뾰족하지 않아?」


「다음에 부실 때는, 그런 형태로 되도록 손으로 잡으면서 치료해 줄께」



기막힌 한숨. 아마도 어꺠를 움츠리는 동작과 한 세트였을 반응을 얻고, 스바루는 자신의 몸이 적어도 빈사의 상태를 벗어나 있는 것만은 확인.
그렇게 되면 다음에 문제가 된 것은 그것을 한 가필의 의도지만,


「부신게 너니까 '고쳐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것도 틀린 것 같지만……너,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거야?」

「글쎄, 무슨 생각이라고 생각해?」

「상황으로 보고, 너 시점이면 그 장소에서 나를 때려눕힌 건 정당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해. 그것에 불평은 하지 않아. 열받아서 뛰어버렸다가 멈추게 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못할것도 아닌것도 산 같은 거니까」

「꽤나 복잡한 심정이잖아. 그 면상을 때려잡고 싶은 기분은 알겠지만 말야. 그 자식을 때려잡으면 곤란한건 할매들이라고」



로즈월에 대해서 각별한 심정이 있는 것은 가필도 같다. 무엇보다 스바루에게 있어서도 그에게 있어서도 그 감정에 맡겨 버릴 정도로 로즈월이라는 존재에 의존하는 부분이 적은 것도 아니다.

스바루에게는 이 세계의 후원자로서, 가필들에게는 『성역』 주민들의 관리자로서 필요하다.


단지 그것을 말하는 가필이 제일 먼저 언급하는 것이 류즈――심지어 『성역』의 주민들이ㅡ 생활에 대한 것이 정말같지가 않다.

동시에, 전 루프에서 프레드리카가 말한 친족에서 본 가필의 평에도 수긍할 수 있음을 느낀다. 실제로, 그가 누나와 밖으로 나가는 선택지를 고르지 않고, 『성역』에 남는 것은 남아있는 주민들의 감정을 배려했다는 것이었고.



「류즈씨들이 소중하니까, 그 생활을 지키기 위해 로즈월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아인취미』라고까지 듣는 그 녀석이 없으면, 주민들이 밖에 나갈 수도 없이 『성역』의 생활을 계속해야 할 수 밖에 없으니까」


「뭘 안다는 표정으로 창피한 상상하지 마. 누가 그런 감상적인 이유로 여기 있다고 하는데. 이몸, 밖에 나갈 수 없으니까 여기 있는 것 뿐이고……」


「혈연이 있는 프레드리카가 밖에 나갈 수 있는데, 너는 못나간다고 하는건가, 가프?」



전 루프에서 알게된 얼마 안되는 정보. 그 카드를 꺼내, 스바루는 가필의 태도를 엿본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반응은 스바루의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가혹했다.



「――읏!」



바람이 울고, 다음 순간 구르는 스바루의 머리옆에 엄청난 파열음. 공기의 폭렬소리가 울린다. 그것이 가필이 빠르게 발을 디딘 것이라고 뇌가 이해하기 전에, 다져진 땅이 깨어지고, 방의 모양이 바뀐다.


휘는 것처럼 땅이 활기를 띠어, 스바루는 작은 비명을 지르며 충격파에 날아갔다. 그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굳은 땅을 굴러, 굴러가는 기세가 떨어지기도 전에 벽에 들이받아 강제로 제지당한다,

뇌가 흔들리면서 등의 격돌에 폐의 안이 쥐어짜지고 부딪친 후두부가 심한 아픔을 호소. 콜록거리며 입에 가장자리에 침을 흘리는 스바루. 그 모습에,



「그 얘기, 누구의 입에서 들었어. 빌어먹을 자식. 쓸데 없는 말이나 하고 자빠졌어 프레드리카……아니, 그녀석이 그런걸 말할리 없어. 헤어질 때 남매의 연은 끊어졌으니까」


「그런거, 말의 표현이고 실제로 몸 안에 피가 끊어지는 게……」


「지금와서, 새삼스럽게 그것을 꺼낸 것에도 위화감이 있단거야. 사용한다면 사용하고, 좀 더 말 꺼내기 좋은 장면같은건 이외에도 얼마든지 있었어」



신음하면서도 말대꾸를 하는 스바루에게, 가필은 싫은 듯 날카로운 직감을 보인다. 마치 스바루가 몰랐던 사실을 눈을 뗀 순간에 알아서 왔다고 말할정도다.

무엇보다 그 예상은, 빗나가기는 커녕 딱 들어맞는 추측인데, 거기가지 도착하기까지의 사고가 직선길이다.



「설마……너도……인가?」



――그 가능성이 떠오르는 순간, 스바루의 목소리는 떨림을 감출 수 없게 되었다.



「――――」




주어 없는 스바루의 질문에 돌아오는 것은 섬뜩한 침묵 뿐.

시간 단위로 보면 몇초였을 그 침묵이, 지금 스바루에게는 무한하게 느껴졌다.


대답이 없다. 왜 말하지 않지? 지금 스바루의 질문은 너무나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고, 걷어차기 하나라도 처 박는 것이 낫다. 그런 단락적인 반응이 있다면 아직 스바루는 그것에 매달릴 수 있다.

그런데,



「이몸도……말야」



높은 구두 소리. 석조 바닥을 두드리는 가필의 발소리가 접근하고, 스바루의 곁에 그가 쭈그리고 앉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루 위에서 목만 들어올린 스바루, 아마 그 바로 근처까지 그는 얼굴을 대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보여주며,



「왜 그렇게 생각 했어, 아→아↗[각주:1], 어이?」


「그 꺼림직한 예감을 불러키는 듯한 말투 그만둬. 알지도 못할 얘기 하고 있잖아, 나? 팟 하고 아얘, 부정해줘도……괜찮다고?」


「그런 울거 같은 목소리로 말해도 말야」



호소어린 스바루의 바램을 흘려보내며, 가필은 모르쇠 목소리로 말한다. 그의 확실치 않은 대답에 초조해진 스바루. 그 속내는 이미 엉망이다.


감이 너무 좋은 가필에게 부정을 바랬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은 스바루의 머릿속 예감을 뒷받침 하는의미심장한 말들.

베아트리스, 로즈월과 지금가지 아군진영으로 간주해온 상대가 차례로 『복음』을 들고 있는 장면을 보며 온 거다. 지금 스바루에게 있어서 세번째 인물이 나타났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너도, 알고있는게 아닐까……!」


「――아, 그런건가. 어디서 들켰던 거지」


「――!?」



경악에 목이 막혀, 스바루는 막힌 시야 안에 가필을 그린다.

목소리, 노곤한 한숨. 모든 것이 지금까지 스바루가 알던 그의 모습에서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멋진 듯한 말을 남기는 그는 거리를 바꾸지 않은채,



「놀란 것 같지만, 신기할 거 없어. 이몸『성역』에서 계속 살고 있는 주민으로, 긴 시간동안 지내왔어. 기회도, 한번이나 두번정도는 있었겠지」


「하.. 지만 ……너... 너는 『마녀』가 싫었을 텐데. 그렇게 과잉반응할 정도……인데」


「아. 그거구나. 『마녀』는 싫어하고, 마녀의ㅣ 냄새를 풍기는 네놈도 의심하고, 반마인 에밀리아님도 좋은 눈으로 보고 있진 않아. 하지만, 그걸 말한 게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적어도 이몸이 알고 싶었던걸 알았다는 건 사실이니까」


「알고싶었던, 것이란게……」


「――그걸 네놈에게 가르쳐줄 이유는 없어. 그야말로 네놈에게 물어보지. 이런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도 모르니까」



내뱉는 듯이 말하고, 가필이 일어서는 기색. 그리고는 스바루의 곁을 떠나, 아무래도 이 감금방의 출구――문에 손을 댄 것 같았다.

나무문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며, 스바루는 떠나는 가필에게 「어이!」라고 말을 건다.



「기다려봐 ……나.. 나는 어떻게 되. 라고 하기보다 어떻게 되었어?」


「로즈월놈이 죽을뻔했는데 태평하군. 일단 결과가 나올때까지 네놈은 구속하고 연금한다.」



연금, 이란건 최근에 들은 단어. 그것도 로즈월의 입에서다. 그가 있었을 상태에, 그를 폭행함으로 스바루가 빠지는 것은 빈정거림에 너무 잘걸려들었다.

끽소리도 내지못하는 스바루에게, 가필은 코를 울리며,



「밥은 아침 저녁, 제공하지. 이상한 짓 흉내도 내지 말라고. 이몸도 확실히, 사용인들 옆에 있을까니까 말야」


「그런 걱정을 해주고……지금은 하고 있지 않잖아! 그것보다 결과? 결과라고 했지? 결과란게 뭐야? 무엇을 기다려……?」


「'결과'라고 말하면 당연하잖아」



스바루의 질문에 가필은 이번에야말로 깔보며 말하여,



「――에밀리아님의 『시련』의 결과야. 네놈이 저지른걸 들고나서, 그 보상인가 뭔가라는 이유로 더 열심히 하고 있는 거야.」




※※ ※ ※ ※ ※ ※ ※ ※ ※ ※ ※ ※




――가필이 퇴실하고, 혼자 감금실에 남은 스바루는 생각의 바다에 빠졌다.


퇴실 직전에 가필이 남긴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스바루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 에밀리아는 분발해서 『시련』에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성역』의 해방이 되면, 공적으로 스바루가 저지른 비리를 은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같다.

에밀리아다운, 스바루를 전혀 의심하지 않은 생각이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



격앙했지만 적어도 진심으로 스바루는 로즈월의 목을 졸랐다.

이 두손으로 인간의 목을 꽉 쥐고, 단련한 악력으로 숨구멍을 막고, 목을 꺾어 절명시킬려고 힘을 들인 것이다.


뒤로 손이 묶여 자유롭지 않은 양 팔이지만, 자신의 손가락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순간의 격앙을 잊어버리면, 손 안에 남는 것은 타인의 목숨에 위협이 된 어두운 열의 여운 뿐. 텅 빈 위장에서 구토감이 북받친다.

하물며 그 살의가 향한 곳이 친밀한 인물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젠.. 모르겠어……」



대체 이제, 누구를 믿고, 뭐를 생각하고,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아무것도 모른다.


베아트리스의 입장은 무엇인가. 그녀가 가지고 있던 『복음』은. 보낸 나날들은.

로즈월은 뭘 생각하고 있는걸까. 놈이 가진 완성된 『복음서』란. 그는 스바루에게 무엇을 떠올리기를 바라는 것인가. 이해할 수 없는 그 진위는.

에밀리아에게 『시련』을 돌파시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아니, 애초에 그녀를 『시련』에 향하게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이젠 시작조차 정답인지 알 수 없다.

가필의 의혹은, 그가 『복음』을 가지고 있는건가. 그의 협력없이 엘자의 격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망회귀』할 때마다 악화되는 관계에서 어떻게 그를 저택까지 데리고 나갈 수 있을까.

엘자의 습격을 어떻게 격되하거나 대피할까? 왜 첫번째와 두번째의 습격일자에 변화가 새긴 것인가. 왜 그 살인자는 알 리 없는 탈출로를 알고 있었는지. 엘자의 고용주는? 격퇴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절대로 그 여자는 용서할 수 없다.


그 밖에도 『성역』의 성립과 그 목적. 남겨진 『시련』의 개요, 『시련』 그 자체는 왜 존재하는가. 묘소에 잠든 에키드나의 목적, 다시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전 루프의 마지막, 아무도 없었던 『성역』에는 무슨일이 있었던 건가.

마지막 순간, 스바루를 죽이고 탐한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하나도……답이 나오질 않아」



빙글빙글빙글하고 머릿속에서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가 끝없이 돌아간다. 아플정도로 조여진 눈은 시각을 봉인된 그대로. 세계를 인식하지 않는 한, 인간은 자신의 안쪽밖에 질문할 곳이 없다.

그 자신이ㅡ 내부에 수수께끼와 의심밖에 남아있지 않으니 결국은 속수무책.

그리고 스바루를 책망하는 것은 풀리지 않는 의혹 뿐만 아니라. 이렇게 대답이 나오지 않는 걱정거리에 잠겨있는 동안에도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조바심이다.


눈을 막힌 상태에서 확실한 것은 말할 수 없지만, 스바루의 체감상으로는 이미 로즈월의 목을 조른 밤부터 하루는 지났을 가능성이 높다. 어두운, 아마도 숲속에 있는 은신처같은 건물에 감금되어 있는 것이라고 가늠하지만, 광원이 들어오지 않는 것을 염두에 두더라도 쌀쌀함이 돋보이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낮 기온과 비슷해도 춥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기 보다는, 일몰 후의 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건설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이 밤이라고 추측하면 자연스럽게 최소 하루의 경과는 밝혀진다.


이세계 소환 이후 수많은 부상, 열상, 중상을 입고온 나츠키 스바루이다. 그 정도로 맞은 부상의 치료에 걸리는 시간 또한 이 몸으로 체험해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스바루의 경험상 머리의 절반을 찌그러뜨리는, 혹은 부수는 피해는 부수는 행위는 분명히 치명상이며, 페리스 없이 생명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가필의 솜씨가 상당히 좋았다'라는 것이겠지.


기본, 죽어있지 않다면 치유사의 실력에 달렷지만 대부분의 상처가 아무는 세계이다. 그러나 부상의 정도가 심하면 심할만큼 당연히 치료에 걸리는 부담이 크다.

육체피로와 회복에 사용되는 체력. 그것들을 감안하여, 이번에 스바루의 상처는 치료가 시작된지 수시간, 즉 같은날 밤에 회복된 것을 실감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십중팔구, 하룻밤 경과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추론을 뒷받침하는것은



「배… 고프다……」



계속 자고있어서 아무것도 넣지 않은 텅 빈 위장이 아플정도로 울려대며 존재를 주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 ※ ※ ※ ※ ※ ※ ※ ※




시간의 경과가, 판연하지 않은 시간의 흐름이, 스바루의 정신을 마모시킨다.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스바루의 구속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 끝없이 감금실에 방치된 채 시간이 경과하고 있었다.



「――――」



공백이 많음에 스스로 초수를 세고 시간을 생각하려고 시도하지만, 한시간도 세기전에 감각이 꼬이기 시작하고, 이윽고 마음이 꺾여 체념으로 바뀐다.

시간을 알았다 해도 지금와서 뭐가 된단 말인가. 그도 그럴게



「이제, 무리겠지……」



이미 여섯번, 스바루의 아래에는 식사가 옮겨져 있다. 아침 저녁으로 두번. 그것이 정시에 이루어지고 있다면, 이미 사흘이 경과한 것이다. 스바루가 꺠어난지 사흘 ―― 그것은 즉 『성역』에 도착한지 닷새째 이후를 맞이한 셈이다.

오늘 아침 『성역』을 떠나 저택에 도달해도, 엘자의 습격날짜를 맞추기는 아슬아슬한 것이다. 그 지점을 넘어버린 시점에서 데드라인은 이미 지났다.


원래 이번 회의 경우, 스바루는 최초의 시점에서 단추를 잘못 끼고 말았다.

로즈월을 적대하고, 참지 못하고 달려든 것이 후회해도 부족하다. 그곳에서 감정에 맡기지 않았으면, 스바루는 좀 더 로즈월에서 일의 확신을, 무엇보다 가필과의 관계를 악화시켜 이렇게 갇힐 일도 없었다.


떠오른 감정의 열기에 몸을 맡긴 결과가 이렇게 지금 애벌래의 모양이다.

해야할 일을 하나도 이루지 못하고 지키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것도 이루지 못한채, 한심한 꼴을 들어내고, 시간이 가까워지는 것에 떨고있다.

그래서 스바루는 이미, 이 『회차』를 포기하고 있다.



「――꽤나 대단해 졌네, 어이」



스바루가 저지른 실수를 이유로, 저택에서 일어나는 참극을 막을 수단은 없어졌다. 그것은 즉, 저택에 있는 네명의 생존의 절망을 의미한다.

렘을, 페트라를, 프레드리카를, 베아트리스를 스바루는 알면서 죽게 냅둔 것이다.  그짓을 한 로즈월을 그토록 시끄럽게 규탄한 주제에.



「……쓰레기구나, 나. 죽어버려」



죽고싶다. 리스타트 지점에 변경없이, 다시 시작한다면 스바루는 그날 밤으로 되돌아가, 다시 도전할 수 있다. 더구나 무엇부터 손을 대야할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 변화는 없지만, 이 꼴 사나운 추태에 비하면 훨씬 괜찮은 것이다. 훨씬 더 괜찮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무엇 때문에……」



포기하는 것을 허락하고 입술을 베면서 끝을 지켜보기로 결정하는 건가.


저택의 구출이 불가능하다, 이번 회차의 『죽음』을 피할 수 없음을 판단한 스바루는 즉석에서 자살해서 『사망회귀』해――보이는 일은 없었다.

물론 상황은 최악, 이대로 살아봐야 스바루에게 있어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공허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사망회귀』를 사용해 세계를 되감아, 최선의 미래를 쟁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될 뿐이다」



적어도, 스바루가 없어진 뒤 『성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여섯째 날을 넘은 『성역』에 무슨일이 일어날 것인지, 그것만은 확인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위해 스바루는 목이 쉴 정도로 외치며 어금니가 깨질정도로 이를 악 물고, 그럼에도 여전히 닿지 않는 집에 대한 미련을 삼키며 이번 회를 포기했으니까.


지금이, 5일 째라면, 내일 무엇인가 일어날 것이다.


이 사흘동안, 이 감금실에는 정말로 가필과 사용인들만이 방문했다. 사용인이란 사람은 과묵하고 가필의 지시에 말없이 따를 뿐, 사람 됨됨이는 알 수 없었다. 단, 움직일 수 없는 스바루의 몸을 닦고, 음식을 먹이는 손놀림에서 여성이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일거수일투족을 보여지는 환경에서 더이상 탐색할 틈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가필의 협력자로 생각되는 인물의 신원도 모른다.


하지만 스바루를 도우려 분발한 에밀리아가 찾을 수 없던 곳이다.

아마도 정말로 가필들의 비밀의 장소이며, 발견은 고사하고 스바루 측에서 구조신호를 보내기도 어려운 장소인 것이다.

원래 가필과 로즈월 사이에 스바루를 연금하는 형태로 이야기가 정해진 이상, 벗어나도 아무 의미도 없지만.



「에밀리아가 나를 돕기 위해서 『시련』을 돌파할 수 있다면 만만세지만……」




반대의 상황이라면, 자신감을 갖고, 스바루는 에밀리아를 위해서 『시련』을 넘어설 것이다. 그러나 에밀리아 측이 스바루를 위해 『시련』을 극복할 비젼은 아무래도 떠오르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가 거기까지 그녀의 동기부여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 자신에 대한 과소평가가 심한 스바루의 생각이다.

실제로 이 3일동안에 희소식이 날아들지 않는다는 것은 에밀리아는 그동안의 루프와 마찬가지로 도전하고 도전해도 『과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즉, 상황은 저택도, 『성역』도, 스바루도, 에밀리아도, 갈곳이 없는 패배자집단도. 전에 가필이 스바루에게 고함치며 말했던, 그 자체였다.



「역시、내가……」



――어떻게든 하지않으면 안된다.


에밀리아도 저택도, 『성역』도, 발생하는 문제들 모두를 이 손으로, 이 몸에 주어진 단 하나의 무기로 넘어보인다.


조용한 결의.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만이 스바루를 살려놓고 있었다.

길고 긴 생각의 시간에서, 몇번이고 도달한 결론. 이미 양 손가락으로 헤아리기에 모자랄 정도로 본 자신의 마음에 동의하고, 스바루는 단지 시간을 기다린다.


――상황이 갑자기 움직인것은, 자는 몸을 흔들어진 감각을 느낀 후 부터였다.



「――음」



누군가가 어꺠를 잡고 흔들어 꺠워서, 스바루는 얕은 잠에서 현실로 돌아온다.

입가에 침이 흐르는 기색. 손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어깨로 닦는다는 행위는 상당히 상체에 부담스러운 행동이지만 익숙해져 나가고 있으며 젖은 입가를 닦고선,



「누구……냐」



쉰 목소린 것은, 자고 일어난지 얼마 안된 것과 소리를 질러댄 것이 이유다.

이미 절규로 목을 망가트리는 것도 약속이고, 피를 토하는 통증을 거의 무시하고 지낼 수 있게 되어 좋지는 않다.


그 스바루의 부름에 일어난 인물은 짧게 한숨. 그리고,



「한창 주무시는데 실례합니다만, 움직일 수 있으신가요? 나츠키씨」


「아?」



들려온 목소리가 스바루에게 너무나 의외의 인물이었기 때문에, 스바루는 순간적으로 바보같은 소리를 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상대는 그 스바루의 놀라움을 잠에서 덜 깬 것으로 착각했는지 「곤란하다구요」라고 조용한 목소리로 이쪽의 뺨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때리며



「이쪽도 위험한 다리 건너서 구조하러 웠는데, 기합넣어주세요. 이런 곳에서 끝나는거, 서로 사양이잖아요」



라며 스바루를 구속하는 수갑과 족쇄를 칼로 자른다. 오랜만에 자유로워진 손발, 그 느낌을 확인하면서도, 스바루는 거칠게 안대를 벗기며



「우와, 손도 다리도, 눈조차도 아파 보이네요」



희미하게 일그러진 시야속에 판연하지 않은 형태로 싫은 듯한 얼굴을 하는 남자가 있다.


왜 여기 있는지 모르는 인물, 오토 스웬의 깜짝 등장이었다.




이전 화 목록 다음 화


  1. 그 깡패들이 아앙↗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본문으로]

천재보다는 범재

-현역복무중- 취미로 ncode.syosetu 번역합니다. 趣味でncode.syosetuの翻訳をしています。 판권관련 문제는 sametim17@gmail.com으로 연락주시길. なにか問題があるならsametim17@gmail.comにご連絡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