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하지만 이번화는 발번역 + 오토/파트라슈 진히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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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 것은, 까슬까슬한 무언가가 자신의 뺨을 쓰다듬는 감촉으로부터였다.
의식이 돌아오는 것을 자각했을 때, 스바루가 느낀것은 온몸을 침범하는 권태감이었다. 온몸의 혈관에 혈액 대신에 납이라도 부어져 있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만큼 온몸이 나른하다.
호흡을 한다고 입을 열면 말라서 달라붙어 있던 입술이 터지고 날카로운 통증과 함게 피의 맛을 입안에 흘려보낸다. 타액조차 말라버린 입안에서, 화끈거리는 혀가 피라는 수분을 찾아 기어다니는 것을 알았다.
손발의 움직임도 둔하고, 머리도 마치 열이 있는 것처럼 돌아가지 않는다.
눈꺼풀을 들어올릴 힘조차 부족하고, 무거운 눈알을 돌리며 어떻게든 눈을 뜬다.
그러자,
「……너였냐」
시야가 색칠되기 시작된 순간, 스바루는 눈앞에 눈꺼풀의 뒤쪽과는 다른 색채의 칠흑을 본다.
움직이는 것, 그것은 동물 특유의 냄새나는 숨을 뱉으면서도, 잠자는 스바루를 돌보는 것처럼 이쪽의 뺨을 핥던 것이다.
요염한 칠흑같은 체구에, 가늘고 세련된 폼. 날카롭지만 어딘가 애교있는 파충류의 눈동자에 물리면 한방에 사람이 아미타불로 돌아갈 만한 칼같은 이빨――그 이빨이 드러다 보이는 입에서 빨간 혀를 꺼내, 스바루의 뺨을 핥고 있었던 것은 애룡인 파트라슈였다.
「난 분명히 안에……어떻게 밖에……?」
지금까지대로라면, 꿈의 성에서 눈 떴을 때에는 묘소의 안이라는게 보통이었다.
물론, 의식이 없는 스바루를 누군가 밖으로 끌어낸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만, 지금까지 『성역』에서 묘소에 들어가는 것은, 에밀리아와 가필 2명밖에 없다.
그 중 하나가 스바루를 밖으로 끌고나왔다는 것은 그야말로 현실성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혼자서 기어나왔다고도 생각할 순 없고, 도대체……」
누가, 라고 말을 계속하자, 그 말은 갑자기 울린 다른 목소리에 가려진다.
멀리, 파트라슈의 저편에서 함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사람의 그림자가 있어 호흡을 몰아쉬었다. 그것은 가까워지면서 걸음을 엉키고,
「어이! 파, 파트라슈짱, 좀만……기다려……! 힉, 힉……마, 만약 또다시 도망가야 할 일이 있다면 큰일이라……어라?」
파트라슈의 모습을 발견하여 마음속의 안도를 얻은 얼굴로 멈춰선 것은 회색머리의 청년――오토다. 그는 파트라슈의 모습에 안심해 한숨을 뱉으며, 바로 옆에 있는 스바루를 깨닫고 고개를 갸웃했다.
「나츠키씨 아니신가요. 이런데서 뭐하시고 계세요?」
「보면 알잖아, 월광욕이야. 너야말로 이런 밤중에 뭘 하고 있는거야. 경우에 따라선, 가필쪽으로 넘길꺼야」
「어째서 내가 뭔가 저질렀다는 전제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이런 시간에 이마에 땀을 흘리는 것은 나츠키씨도 무관하지 않으니까요」
오토의 모습에 어떻게든 평소의 말투를 유지하며 가볍게 말하는 스바루.그 스바루의 말에 오토는 어깨를 으쓱하고, 이런이런 이라고 고개를 가로로 흔들었다.
「나와 무관하지 않아?」
「왠지 시끄러워서 말입니다, 지룡의 마굿간을 보러 가니 파트라슈가 떠들고 있어서. 이건 뭔가 있는 건가, 혹시 몇일동안 가둬두기만 해서 스트레스가 쌓인 걸까나, 라고 생각해서 잠금쇠를 벗기고 가벼운 산책이라도 시켜줄까. 라고 했더니……쿵, 이라고요」
양손을 두드린 행동을 넣고, 오토는 파트라슈의 고귀한 옆모습을 째려본다. 하지만, 파트라슈는 오토에게는 무반응으로, 스바루를 빤히 쳐다볼 뿐이다.
「완전히 아웃오브안중 입니까, 뭐 괜찮지만. 저를 들이받고 뛰쳐나가서 전 마구간에서 튕겨져 나가버렸거든요. 저도 잠시 기절했었는데, 이대로 밖으로 도망쳐 버리기라도 한다면 입장이 위험하겠다고 진심으로 초조해져서 지금에 이르른 겁니다.」
「내 곁으로 왔으니, 그 점은 안심했다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나츠키씨 뭔가 파트라슈한테 지시하셨나요?」
「그럴 틈 없어. 밥 주러 갈때 이외에는 얼굴도 비추지 않았고……」
「그러면, 걱정이라도 했나보네요. 그렇게나, 급하게 뛰어나갔으니까요」
「――――」
걱정하는 오토의 중얼거림에 스바루는 반론하려다 목이 막혔다.
설마, 하는 생각이 솟아오르며, 그 증거를 요구해 스바루는 자신의 몸의 모습을 확인한다. 그러자, 금방 그 흔적은 발견됬다.
윗옷의 오른쪽 어깨 부분, 거기에 희미하게 이빨자국으로 파인 흔적과 침의 흔적. 그리고 스바루의 몸의 등쪽은 끌려간듯 흙먼지가 엄청나게 묻어 있었다.
「파트라슈……」
「――――」
동그란 눈동자가 스바루를 향한다.
주인의 말에 침묵하면서 기다리는 지룡에게, 스바루는 무심코 숨을 들이마시며,
「너가, 나를 묘소에서 꺼내준거야?」
파트라슈의 피부에 새겨진 열상은 검은 피부 아래 붉은 고기가 어렴풋이 보일정도로 날카로운 것으로, 질금질금 피가 나오는 그것을 보고 있는것 만으로도 얼굴을 찡그리고 싶어질 정도로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그정도의 큰 상처를 입으면서 까지 파트라슈가 스바루를 밖으로 데리고 나온 것――그것은 한마디로 쓸데없는 짓이다.
파트라슈가 끌고나와 준 것의 진의를 모르며, 눈을 내리깐 스바루에게 지룡은 코를 댄다. 아직도 힘없이 발을 뻗은 채인 스바루의 목덜미에, 단단하고 까슬까슬한 감촉이 계속해서 문질러진다.
말은 나누지 않고, 가끔식 됬다고 생각했던 의사소통도 사실은 일방통행으로, 여러 방면으로 걱정스러운 관계이다.
「오토」
「뭡니까? 지금, 좋은 분위기인 듯 하셨기에 그거이시다면 방해가 되지 않도록 어딘가 가 있겠습니다만……」 2
「파트라슈가 왜 나를 구하려고 한건가……물어봐 줘」
오토는 『언령의 가호』를 가지고 있어 동물이나 벌레 등 다른 생태의 존재와도 회화가 가능하다. 당연히, 그는 파트라슈와도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파트라슈가 무엇을 생각하고, 다치면서 까지 스바루를 끌고나와 준 것인가――그 근본부분이 지금은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오토는 스바루의 부탁에 입술을 굽히며 싫은 듯한 얼굴을 보인다.
「솔직히, 내키지가 않네요. 나츠키씨」
「그러지말고 부탁해」
「지금의 파트라슈짱을 보고 중얼거린 걸 보니 나츠키씨, 이 『시련』이 라는 묘소에 안에 계셨던 거죠? 점심 때랑 방금전을 보고 나츠키씨가 이 『시련』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은 어렴풋이 눈치챘지만, 그 상태라는 건 실패하신 거죠?」
「……아아, 그렇지」
마녀들과의 주고받은 말의 임팩트가 강해 기억이 애매하지만, 스바루는 자신이 첫번째 『시련』을 돌파한 것을 모두에게 전하지 않았다. 가필에게만 예외적으로 밝히고, 그 발로 묘소에 들어가 두번째 『시련』, 마녀의 다과회다.
좌절하는 이유는 『시련』뿐만은 아니지만, 오토의 착각을 바로잡을 이유도 떠오르지 않고, 스바루는 들으며 아래턱을 당긴다.
그런 스바루에게 오토는 어깨를 떨어뜨리고, 질렸다는 듯이 노골적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일을 한 이유도 대충 예상은 갑니다만……바보짓을 한거에요, 나츠키씨. 안에서 호되게 당하고, 끝으론 애룡에게 걱정까지 끼친게 지금 그 꼴입니다. 파트라슈짱의 직감력이 좋으니까, 나츠키씨에게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겠죠. 그래서 저를 날려버리면서 여기에 달려온거고……상처도, 무관하진 않겠죠」
「――――」
방금의 스바루의 상상과 같은 흐름을 트레이스하여 결론에 이르는 오토.
거기까지는 스바루도 도착했다. 문제는, 파트라슈가 왜 그렇게까지 해 준것인가. 그것을 오토에게 알아줫으면 하는데
「뭡니까 그눈. 설마, 아까의 이야기가 진심이라도?」
「그럼 반대로, 내가 지금, 농담을 할만한 상태로 보인다는 거야?」
「엉망진창이라도 시시한 농담을 하는 기개가 나츠키씨에겐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지금의 상황에선 농담이라고 들었으면 더 웃길 것 같네요――정말로, 모르시는 겁니까?」
낮은 목소리로 물음을 받아, 스바루는 반론하기도 전에 오토의 시선에 압도된다.
믿을 수 없는 것을 보는 듯, 사실대로 말하면 바보를 보는 눈으로 오토가 스바루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뭔가 엄청난 것을 스바루가 간과하고 있다는 것인가.
하지만, 옴짝달싹못하는 스바루는 짚이는 바가 없고, 눈을 찌푸리며 곤혹감을 느낄 뿐이다. 초조한 기분이 이마에 땀조차 흘리게 하지만, 생각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 모습에 오토는 두번째의 한숨을 내뱉곤,
「나츠키씨가 생각하는 정도로 제 가호는 만능이 아니거든요.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해도 번역되는 건 아니니까요. 저에게는 분명히 전해지지만 나를 통해서 누군가에게 전달하거나 하는 것은 뉘앙스의 문제로 어렵습니다」
「――――」
「그럼에도 하라는 눈이시네요. 좋습니다만……할 이유, 있는걸까, 이거」
잔소리와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오토는 마지못해 스바루의 부탁을 들어준다.
아직 스바루에게 콧등을 걸고 있는 파트라슈에 다가가 오토는 그 검은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
입을 연 오토의 목에서 고음의 쉰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사람의 말으론 있을 수 없는 그것은 『언령의 가호』가 발동된 결과, 지룡과 의사소통하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변환된 요청이다.
얼굴을 들은 파트라슈가 똑같히 울어 오토에게 응한다. 그것을 듣고 오토는 다시 입을 열고, 몇번 울음을 주고받고선,
「끝났습니다만……음, 역시 잘 전달하기엔 말투가 어렵네요. 감정표현의 방법에서 인간과 달라서, 저만이 해석한 내용을 어찌 설명해야할까……」
「애타우지말고. 부탁하니까, 가르쳐줘」
「애태우려는 생각은……아, 이거 진짜 곤란하네! 라고 할까, 이걸 전하는 것은 정말 이상한 배려가 필요한데 말입니다」
머리를 쥐어잡는 오토는 몇번인가 궁리하고는 고개를 들고, 다시 고개를 숙이며 생각을 계속하며, 스바루가 앉으채 다리를 흔들기 시작할 쯤에야 숨을 뱉고,
「그렇군요. 그럼, 아마, 가장 가까울 것 같은 말을 골랐습니다」
「아아……파트라슈는 무라고?」
「그러니까、『그런말, 하게하지 말아줘』가 아닐까요」
「――아?」
뺨을 수줍은듯이 긁으며 오토가 한 말에 스바루는 눈을 크게 뜬다.
그대로 그가 뭔가 다른 말을 할까 하고 기다려 보지만, 그 이상 말이 나오는 모습은 없다. 오토는 어리둥절한 스바루에게 「그러니까」라고 말하고,
「파트라슈짱은 『그런거 말하게 하지마』라고 하고 있습니다. 뭐, 그렇겠지. 라는게 제 의견입니다만」
「그런말 하게하지 말라니……무슨……」
「무슨이고 뭐고 그대로입니다. 제 의견을 추가한다면,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건가요, 이런걸?' 라는 느낌입니다.」
점점 곤혹감의 빛을 띄우는 스바루에게 오토가 손가락을 하나 세우고 「알겠습니까?」라고 말하며
「그 사람이 궁지에 있다고 알자마자,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튀어나가며, 자신이 부상을 입는 것도 신경쓰지 않으며 도와주며, 눈을 뜰 때까지 곂에 있어주며, 눈을 든 것을 보고 안심하고 웃는다――이런 상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사람이든 지룡이든 다르지 않다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아――」
「그야, 파트라슈짱이 아니더라도 『그런말 시키지말아줘』라고 할걸요. 이만큼 태도로 보여줘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너무 둔감하잖아요. 행복하시겠어요」
「자신의 몸이 위태로워지면 바로 도망친다……인가」
「예, 물론이죠. 당연한 거 잖아요. 제가 거기까지 나츠키씨나 다른 사람들과의 의리를 지킬 이유는 없어요. 목숨이란 건 근본이라는 녀석으로……」
「너는 도망가지 않아」
「――에」
아얘 가벼운 어조로 현실주의자를 연기하는 오토에게 스바루는 중얼거린다.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뜬 오토에게 스바루는 정면으로 돌아서서 말했다.
「――너는, 나를 두고 도망가지 않아. 오토」
과거에 그가 스바루를 돕기 위해서 폭력을 불사하는 자세를 취한 가필의 은신처에 숨어들어 준것.
그리고 짐승화한 가필의 위협에서 스바루를 지키기 위해서, 마을사람들과 함께 막으며 버텨준 것.
악인인 척하며 무자비한 말들을 늘어놓고 있어도, 그렇지 않은 그를 스바루는 알고 있다.
그러니,
「오토. ――넌 내 친구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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