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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기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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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시작했을 무렵, 마일일행은 길가 옆쪽 숲에 들어가서 야영 준비를 시작했다.

도적이나 다른 여행자들에게 훤히 보일만한 장애물이 없는 장소에 야영하는 사람은 있을리 없고, 그리고 별빛도 닿지 않는 숲 속이라서 어두워지는 것도 빠르다.

가장 익숙한 레나의 지시로 솜씨 좋게 잘 곳과 모닥불, 그리고 저녁 준비를 하는 '붉은 맹세'의 인원들.

그리고 그곳에 온 것은......



"여어, 여러분, 좋은밤입니다!"

두 사람의 호위와 함께 나타난, 미소를 지은 좀 뚱뚱한 중년 남성. 아마 그 기생한다는 상인이겠지.

2대의 마차에 두 사람뿐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호위를 고용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마차가 아니라 자신의 호위라는 것이겠지. 만약 짐마차를 잃어도 더러운 수를 쓰면 돈은 다시 모을 수 있지만, 자신의 목숨은 그럴 수 없으므로 당연한건가.

그리고, 마부도 있겠지만, 그쪽은 야영장소에 두고온 듯 싶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왕도에서 상인을 하고 있습니다. 듀베리 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저쪽에서 야영준비를 하고 있는데, 모닥불이 보여서 말입니다, 인사할 겸......"

역시, 그 기생하던 상인이었다.

뻔히 보이는 말이지만, 불평한다고 뭐가 되지도 않는다.


"아, 정중하게 감사합니다. 우리들은, C랭크 헌터 '붉은 맹세'이고, 제가 리더인 메이비스라고 합니다"

평소엔 파티에서 가장 헌터 경험이 긴 레나가 이끌고 있으나 대외적인 협상은 정해둔 리더인 메이비스가 담당한다. 레나도 자신의 말투가 반감을 받기 쉽다는 것과, 인상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자각이 있던 것이다.

하지만, 레나는 약간 씁쓸한 표정이었다.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 모르는 초면인 상대에게 일부러 자신들이 C랭크라는 정보를 준 메이비스의 실책에 대한 불만의 표명이지만, 메이비스는 그것을 깨달은 기미도 없다.


"어떨까요? 이렇게 만났으니, 저희와 같이 식사는......"

상인은 미소로 그렇게 말했지만, 뭔가 노림수가 있는 것은 틀림없다. 필요한 양밖에 준비하고 있지 않을 식량을 우연히 야영장소가 가깝다는 이유로 나누어 준다면, 상인으로 대성할 수 없다.

경험이 적은 애송이로 얕보고, 뭔가 맘대로 이용하려고 꾸미고 있을지, 아니면 젊은 여성으로 보고 뭔가를 꾸미는지......

어느쪽이던 초대를 받아도 좋을 일이 하나도 없다고 판단한 레나는 몰레 모두에게 신호를 보냈다. 파티에서 정한 몇가지 수신호 중 하나 '힘의 차이를 보이고 내쫒자'이다. 얕보여서, 끈질기게 얽히게 되면 귀찮아 지기에 그 대응책을 선택한 레나의 판단은 모두에게도 납득이 갔다.


"본 바로는, 식량을 가지고 계시지 않은 것 같네요. 저희쪽으로 오시면 충분하진 않더라도 휴대용 식량을 조금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

"아니, 우리는 충분한 식량을 가지고 있으니까 괜찮아요. 그쪽은 충분하지 않으시다면 여러분만 잘 나눠 드세요"

그렇게 말해 상인의 권유를 싹둑 짤라버리는 레나.

"네? 하지만, 둘러보니 어디에도......"

"마일, 식량을 꺼내줘요!"

"네~!"

상인의 말을 자른 레나의 지시에 마일이 아이템박스에서 여러가지 재료를 꺼냈다.

고기, 야채, 과일, 기타 여러개.

고기는 마법으로 냉동시켜 놓은 상태이다(때문에, 아이템 박스에 넣어두었다) 그래서, 말린고기가 아니라 생고기이다.


"""에......"""

입을 다물고 굳는 상인과 두명의 호위.

"수, 수납마법이라고......"

"그걸로 C랭크인가......"

놀란 상인과 호위들을 힐끗 보고는, 단검으로 잽싸게 음식을 나누는 메이비스, 마법이 아니라 모닥불로 고기를 굽는 레나, 주전자에 마법으로 따뜻한 물을 채우는 폴린. 그것들을 보고 야외실습을 그리워하는 마일이었다.

그리고, 혼신의 작품인 단검의 데뷔전이 칼 대신 요리의 사전준비임에 몰래 흐느끼는 나노머신들......

참고로, 레나가 불 마법이 아니라 모닥불로 고기를 굽는 것은, 화(火)마법으로 순식간에 구우면 겉은 타고 안은 피가 뚝뚝흐르게 되므로 평범하게 불에 굽는게 훨씬 맛있다는 것을 경험했기 떄문이다. 레나 역시 학습하는 아이였다.


"보신대로,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레나의 마지막 말에 상인일행은 맥없이 발길을 돌렸다.


"어떻게 생각해?"

잘 구워진 고기를 먹고 있으면서 그렇게 묻는 메이비스에게 레나는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대답했다.

"뭐, 억지로 뭔가 해온다. 라는 건 없겠죠. 해봐야 마물이나 도적에게 덮치면 이쪽에 떠넘긴다는 정도지.

"......그것도 불쾌하네요. 어쩌다 궁지에 빠진 상인을 발견해서 도와주는 거라면 몰라도, 처음부터 돈을 아끼려고 무관계한 사람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이용된다는 것은"

그만큼, 원래는 돈을 벌 수 있을 것이었다. 헌터가 일을 얻지 못하고 무관계한 헌터가 일을 강요받는다. 재밌을 리가 없다. 폴린도 불쾌한 듯 하다.

"그럼, 무관계가 되도록하죠!"

"""에?"""

마일의 갑작스러운 말에 놀라는 3명.


"별도로 의뢰를 받지도, 동행할 이유도 없잖아요? 어쩌다가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을 뿐, 그렇죠? 그리고 아무리 뭐라해도, 눈 앞에서 마물이나 도적의 습격을 받는 것을 무시하는 것은 마음이 아프죠.

그렇다면 '보지 않으면 된다' 라고요. 모르는 사람들이 모르는 곳에서 어떻게 되든, 우리는 관계 없지요!"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는 마일이었다.


"습격이다! 오크무리가 덮쳐왔어! 몇인지는 잘 모르겠어!"

밤에 보초를 섰던 호위의 소리에 잠자던 상인, 아까 망을 교체하고 잠자리에 든 다른 호위, 그리고 두 사람의 마부가 벌떡 일어났다.

"제길, 이 근처는 그렇게 노려지지 않을텐데! 어쩔 수 없지, 항상하던 작전 대로 하는 거야!"

"알겠습니다!"

이럴 때의 대처는 호위에 일임하고 있다. 상인 호위들의 말을 들으며 그 지시에 따랐다.


작전이라는 것은 항상하던대로, 습격자를 기생하던 헌터에게 유도하는 것이다.

경험이 적은 듯한 소녀들이지만 일단은 C등급이고, 희귀한 수납도 있으니 어느정도는 해 낼 것이다. 그리고, 신출내기 젊은놈은 안이한 정의감이란 것때문에 알지도 못하는 타인이라도 간단하게 떨쳐낼 수 없다. 실로 바보같은 일이지만, 자신들에게는 매우 좋은 일이다.

안타깝게도 함께 야영, 이라는 곳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그로 인하여 '전혀 모르는 타인'이 아니라 '얼굴을 아는 사이'정도가 되었다. 설마 버리고 달아나는 일은 있을 리 없다.


짐마차의 화물은 식량이 아니고, 말은 나무에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오크들은 우선 도망갈 수 있는 인간을 먼저 덮친다. 그래서 그들의 야영지에 끌고 가, 넘겨버린다. 그러면 무조건 싸움에 들어갈 것이다.

노련한 사냥꾼이라면 나중에 돈을 요구하겠지만, 계집애라면 잘 구워삶으면 한푼도 내지 않고 끝날지도 모른다. 뭐, 그것도 계집애들이 살아남고 재회하게 되면, 이지만.

이쪽은 소녀들이 장렬히 싸우는 동안 '적의 후방으로 돌아가겠다'라던가 적당히 말을 해두고, 오크들을 우회해서 여기로 돌아와 마차와 함께 탈출. 쫒아오는 일부 오크만을 떨쳐내고 달아나면 된다.

이번에는 기생상대가 여자뿐인 파티라, 습격해온것이 오크였던 것은 행운이었다.


(그런데, 왜 고기냄새가 나고, 여자애들이 있는 저쪽에서 이쪽으로 왔지? 설마 그쪽은 이미 습격한 뒤, 라는 건 없겠지......

아무리 그래도 C랭크인데 제대로 소리도 내지 않고 전멸, 이란 건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 달리는 호위의 헌터들.


그리고, 상인과 마부를 데리고, 오크에 둘러싸이기 전에 겨우 여자 헌터들의 야영지에 도착한 호위의 헌터가 본것은 모닥불의 흔적이 완전히 묻히고, 깨끗이 철수한 야영지의 흔적이었다.


"도망갔다......라고......?"


오크는 여자인 먹이에 집착한다.

젊은 여자 4명이라면 대부분의 오크를 유인할 터였다.

그 사이에 마차의 자리에 돌아가서 탈출할 예정인데, 이래선......

멍한 호위의 귀에 다가오는 오크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밤길을 별빛만으로 걷는 '붉은 맹세'의 4명.

길을 걷는 것 뿐이라면 빈손인 4명에게는 별빛만으로도 별로 지장은 없다.


"레나씨, 고블린이나 오크는 육식이었던가?"

"잡식이야. 양성학교에서 배웠잖아"

"에, 배웠었나......."

조금 신경이 쓰이고 있던 것을 들은 마일은 레나의 지적에 머리를 긁적였다.

"왜 갑자기 그런 말을 물어봤어?"

"아, 아니 저쪽에서 대놓고 고기를 굽고 있었잖아요?  상당히 좋은 냄새가 퍼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런 것, 마물을 불러들이거나 하나요?"

"무슨소리 하는거야......"

기가 막힌 듯이 보이는 레나에게, 마일은 움츠러들었다.

"끌어들이는게 당연하잖아"

"에............"

얼굴을 움찔거리는 마일에게 폴린이 놀란 듯 말했다.

"에? 마일짱, 알고있던 거 아니었어? 예정하지 않은 불고기같은걸 시작하길레 틀림없이......"

"에?"

"에?"

""""............""""


"뭐, 큰 영향은 없어. 만약 마물이 고기굽는 냄새가 나는 근처까지 다가와 있었다면 어차피 말 냄새와 사람의 말소리, 소리따위로 눈치챈다고. '만약 고기냄새가 없었더라면 눈치 못챘을텐데.'라는 가능성은 거의 없어. 그것은 그 일당의 운이야. 하지만 그 '운'속에서 우리의 존재는 빠졌지만 말야.

게다가 그 정도는 그 녀석들도 알고 있었을 거야. 그럼에도 우리에게 기생하는 것을 우선하고 야영지를 변경하지 않았으니, 우리들이 알 바 아니야. 우리는 단지 식사를 위해 큰 휴식을 마치고 다시 이동을 재개했다. 단지 그것뿐이야"


"근데, 레나씨, 여러모로 박식하시네요. 양성학교 입학 전에 E랭크였다고 전혀 생각되지 않는데요!"

"............너가 너무 모르고 있는 건데"


마일의 말[각주:1]에, 왠지 갑자기 무표정하게 된 레나는 억양없는 목소리로 그리 말했다.

(아, 왠지, 지뢰 밟은 듯 한데......"

마일조차도 깨달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불쾌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기생이나 상인들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 새로운 야영지를 결정할 때 까지 레나의 불쾌함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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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茶々入れ 방해를 넣는다. 라는게 본 뜻이지만 '말을 흐린다'로 해석할 수 도 있는듯.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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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보다는 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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