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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 유일왕
원본http://ncode.syosetu.com/n2267be/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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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67 『마인』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을,스바루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피 웅덩이에 가라앉은 람과,목 위가 사라진채 목숨을 잃은 가필.겹쳐진 두 시체 옆에는 맨손으로 그짓을 한 로즈월이 옷 자락을 매만지고 있었다.

굉장한 체기를 목격했지만, 스바루는 그것이 로즈월이 한 짓이라곤 믿을 수가 없었다.


로즈월·L·메이져스는 루그니카 왕국을 대표하는 궁중 마술사이며, 초급의 마법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일종의 전술 무기 수준의 전투력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었다.

듣고는 있었다.들었었기에,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설마 로즈월이 이 정도의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마법사는 육탄전은 못한다,라는건 완전히 선입견 이라는거~지.적의를 가진자가 나를 상대하러 올때면, 당연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지.……그런 머리가 굳은것들이 어떻게 되어왔는지는,보이는 대로지만 말이네-,"


말을 잃은 스바루의 심정을 파악한 답변에,자신도 모르게 숨이 멎는다.

로즈월은 약간 얼굴에 튄 피를 손가락으로 닦고는, 파란색 아이라인에 덮어쓰고 미소를 짓는다.― ― 마성,삼켜질것만 같다는 의미로는 정확하다.


"어,째서……"


"으-음?"


"왜 두 사람을……람을,죽인거야? 가필도,가필도 죽일…… 죽일 필요는……!"


"자네와 둘이서 이야기하는데,가필이 있으면 방해가 될꺼라고 느꼈기 때문이네~.람에 관해서는 미안하게 됬다고 생각하지만.그러나,가필과 정면으로 싸워서 이길 수 있을정도로 강한것은 아니~라네.지금,죽인것은 허를 찔럿기 때문이야"


그 허라는게,람을 이용해서 가필을 처리했다는 것인가.

어이없이 두 사람을 살해한 이유를 밝히는 로즈월에게, 스바루의 감정은 분노를 뿌리치고 오히려 냉정을 되찾았다.

어이 없는 상황에 엉뚱한 대답.스바루를 손바닥안에서 가지고 놀려는거라면, 격앙해봤자 로즈월의 뜻대로 되는것이다.


"........"


"흐-음, 의외군~.,.이렇게 말하면, 자네는 필시 화를 낼거라 생각했는데?"


"한바퀴 돌아서 화가 거꾸로 솟을것 같아.……화 나지 않을리가,없잖아.당연하지,당연한 일이라고"


"어~떨까나.바람직하다고 하면 바람직한 태도이긴 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나츠키·스바루라는 소년이라면, 더 겁없이 짖어대며 분노하고 있어야하는게 당연한 장면인데.저~기,나츠키 스바루 군"


한쪽 눈을 감고, 또 다시 노란 눈동자가 스바루를 꿰뚫는것처럼 쳐다본다.

생각해보면,로즈월은 저 한쪽 눈만으로,꼭 빛나고 있는 노란색 눈으로 상대를 보고있었다.

저렇게 노란색으로 빛나고 있는 눈동자에 자신이 비쳐있다고 생각하니,몹시 진정할 수 없을것 같은 감각을 스바루는 맛보았다.


"바보였던 것은 자각하고 있지만,언제까지 성장하지 않고 있을리가 없잖아.미친 듯이 분노해야할 장면이 아닌것 정도는, 나도 알고……"


" 다르네~,그게 아니야~, 스바루 군.스바루 군.나츠키·스바루 구~운"


남색의 머리를 흔들고, 피에 젖지 않은 왼손으로 매만지며, 로즈월은 스바루의 이름을 도발적으로 부른다.

그 광태에 스바루는 정체 모를 것을 느꼈으나,떨어지지 않는다.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다가가,도발적인 광대를 노려본다.


"뭘 말하고 싶은건데"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네.― ― 축하한다.어서와라.기다리고 있었다.나는 네가 거기에 서는것을,이라고"


물컹하고,스바루는 척추를 젖은 손 끝으로 어루만져진것 같은 오한을 느꼈다.

정면, 로즈월은 자신의 말대로,환희를 지으며 스바루를 응시하고 있었다.그 태도에, 환희에, 스바루는 의미 모를 혐오감을 느꼈다.

비아냥거림이 아니라,로즈월은 스바루에게 환희와 기쁨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문제는 그가 한 말의 의미도, 그 기쁨의 의미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내가 여기에 서는 것을……. 기다렸다고?"


"이 방의 그 자리에,같~은 흔하디 흔한 착각은 하지 말아주었으면 하네~.그런 뜻이 아니라는것을,그대는 이해할 수 있을걸세.자네만은,그걸 이해할 수 있을테니까~,"


"나만……이해,가능하다라 "


완성도가 보이지 않는 퍼즐 조각이 조금씩 머릿속에서 맞추어져 가는 모습이 뇌리에 떠오르고 있다.서서히 서서히, 당황하면서도 피스는 연결되고,결국 어렴풋이 완성형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완성형이 떠올랐을 때, 설마하는 느낌이 스바루를 관통했다.


"알고있는걸까-,, 스바루 군.자네는 자신이 왜 두 사람의 죽음을 목격해도 어딘가 냉정하고,화 내지 않고, 평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인가……그 이유를 사실은 알고 있을 것~이야"


"― ― ― ―"


"자네는,두 사람의 죽음에 그다지 충격을 받지 않은걸세.두 사람이 목숨을 잃는 일에 대한 놀라움은 있겠지.의분도 있을것이고~.하지만, 슬픔은 떠오르지 않아.그렇기에 자네는,여기에서 나에게 화를 내고,주먹을 휘두룰 수 없~는거겠지"


로즈월의 뭔가 아는듯한 말투에,스바루는 반론을 하려고 입을 열었으나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닫기를 계속했다.


『 네가 뭘 알아!』 『 두 사람의 죽음이 슬프지 않다니 말이 되냐!』 『 잘도,람을,가필을 죽였겠다,이 쓰레기야!』


외쳐야 할 말의 후보들이라면,얼마든지 머리속에서 떠오른다.

실제로 그것들의 폭발적인 감정은 스바루 안에서 아까부터 몇번이나 떠올라,목구멍에서 밖으로 뛰쳐나가기 전에 걸쳐서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분노하고 있다.놀라고 있기도 하다.슬퍼하고도 있을것이다.

그런데도, 스바루가 로즈월의 말에 반론하지 못하는것은 ― ―.


"― ― 돌이킬 수 있다,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은 아닌~가?"


"너……!"


무심코 목이 막힐정도의 전율에, 스바루는 심장을 사로잡혔다.

비유가 아니라,심장을 사로잡힌걸로 착각했다.그만큼 충격에 시달린것이다.


얼굴을 든 스바루는 무심코 주위를 둘러보며 검은 손바닥이 금기를 범한것에 대한 형벌을 주려는 모습을 떠올리며 두려워했다.한번, 『 질투의 마녀 』의 존재를 부정했을때,그 이후에 처음으로 받는 패널티다.그림자가 어떤 공포를 안겨줄지, 상상만 해도 간담이 벗어날듯한 통증에 압박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지,않아"


"무엇을 경계하고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아~아,그것이 자네의 계약 관계일지도 모르겠네~.그~렇군.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자네의 행동이나 언동의 부자연스러움에도 납득이 가는군"


"납득이라니……아니,그 이전에!"


턱에 손을 얹고,끄덕이는 로즈월에게 스바루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입술을 떨기 시작한다.

로즈월이 방금한 발언은 확실히 스바루의 핵심을 찌른것으로,그것을 언급할 수 있다는것은 즉,


"너는……내가,내가 어떻게 되고있는지,알고 있어....?"


"책의 내용이 어긋나지 않는 한은,말이야.― ― 자네는,다시 시작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다.그렇~지 않은가?"


시원하게,로즈월이 『사환』을 알고있음을 고백했다.


그 말에 스바루는 숨을 삼켰다. 바로 지금의 상황이 위험한 상황이란걸 깨달았다.

조건이,에키드나의 다과회와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이대로 로즈월과 『사환』이 가능한 몸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시킬경우, 『 성역 』을 그림자에 먹혔던 그 참극이 다시 일어나게 된다.

그 전에,지금 이 순간에도,마녀가 스바루를 빼앗으러 와도 이상하지 않을것이다.


삼켰던 숨을 폐에 보내고, 스바루는 조용히 그것을 몰아쉬며 시간이 정체하지 않았음을 확인한다.

즉, 마녀가 심장을 움켜쥐는 패털티는 일어나지 않았다.스바루 자신에게는 아니지만, 가장 온건한 가능성은 이것으로 무너졌다.

남아있는 가능성은 ― ―,


"― ― 침묵은 긍정의 증거다,라고 했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어지럽게 머리를 회전시키며, 리스크 회피에 혈안이 되어있는 스바루에게,기다림에 지친듯한 로즈월의 목소리가 꽂혀든다.

그에게도,방금전의 발언은 꽤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것이다.

그것을 말 없이 무시하는 형태가 된 스바루에게, 로즈월은 드물게 불쾌한듯이 미간을 찌푸리며


"뭐~,황당무계한 이야기다.지루한 속임수를 쓰지 않는만큼 양심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너 ― ―"


"오-옷, 좋아.내가 말하긴 뭣하지만,분명 자네 입에서 긍정의 대답을 하는건 좋지않은 일이 될거야.그러니까,지금까지 자네는 그걸 털어놓지 못했던 거겠~지.아니면"


한 단어로, 스바루의 발언을 가로막고 로즈월은 의미있게 말을 자른다.

입술을 씹는 스바루에게, 로즈월은 추파를 보내듯 징그럽게 입술을 풀면서


" 털어놓으면 어떤 눈으로 쳐다볼지,그걸 두려워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지"


"― ― ― ―어"


"그건 그렇~겠지.그야.세계를 다시 시작하는 힘이라니 터무니 없지 않은~가? 시간에 간섭하는~것 같은건 음계통으로도 궁극의 궁극에 가서야 겨우 가능하다.베아트리스도,정체를 낳는것이 고작.역행같은건,꿈의 꿈~같은 일이지 "


의도치 않게 진의를 읽혀 반론을 포기하던 중, 베아트리스의 이름이 나오자 스바루의 얼굴이 경악으로 굳어졌다.

뒤에서 엘자의 칼날에 관통당해, 사라져버린 그녀의 최후의 표정이 생생하게 스바루의 뇌리에 스친다.


"― ― 그 반응을 보아하니,아~무래도 베아트리스는 역할을 다 한것 같~군"


"역할이라니……너는,그 녀석을…… 그래"


화제가 『사환』에서 벗어난 것을 기회로, 스바루는 떠내려가고 있었던 의식을 끌어내고,로즈월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베아트리스가,그토록 외롭다고 외치고 있었던것을,이 남자는 알고있는걸까.


"너는,그 녀석의 고뇌를 계속 알고 있었던거냐.계속 그 저택에 얽매어서, 계약같은 옛날에 한 약속 하나에 매달리고……그래서 저렇게 닳아버린 그 녀석에 대해 알고있었던게 아니냐고!"


"물~론, 알고 있었다.나와 베아트리스는 제~법 오래 교제해왔으니까.그야말로 태어났을 때부터다.그 아이가 가슴 속에 품은 적막감을, 나는 계~속 알고 있었지"


" 그렇다면……!"


"왜 어떻게든 해주지 않았냐,던~가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저 아이의 슬픔을 남이 어떻게 해주다니,그건 자네도 잘 알고 있을텐데~?"


로즈월의 정론이 분노에 맡겨 외쳤던 스바루의 마음을 후려갈겼다.

목소리를 내 로즈월을 규탄하고, 베아트리스의 비애의 외침을 들려줄 수는 있다.있지만,그것이 아무 의미도 없는것이 현실이다.


베아트리스는 이미 죽었고, 그녀의 슬픔은 누구도 치유해 줄 수 없다.

유일하게,다시 시작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진 스바루만은 몇번이라도 그녀의 임종에 곁에 있어줄 수는 있을것이다.그렇지만, 4백년의 슬픔을 어떻게 하면 치유할 수 있을것인가.

4백년 ― ― 그 정도의 시간을 거슬러 갈 수단은,스바루에게도 주어져 있지 않으니까.


입을 다문 스바루의 정면에서,로즈월은 작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리고 그는 말했다.


" 부럽,네~....,"


"― ― 부럽다고?"


되묻는 스바루의 음색은 낮다.그러나 로즈월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 그렇고말고"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 부럽지.베아트리스는 비원을 이루고 사라질 수 있었다.자네가 여기에 있다는 것은,그런 이유가 아~닌가 "


"비원……이라고? 그것이……그런,그렇게 죽는 것이 그 녀석의 비원이라고,너는!너는,그렇게 말하는거냐?"


" 다른누구도 아닌 베아트리스 그 자신이 원했던~것 아닌가.그것을 타인이 이러쿵 저러쿵 할 이유는 없고, 타인의 가치 기준을 부정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자네에게도,물~론 나에게도, 베아트리스의 죽음을 더럽히는 짓은 허용되지 않아"


그럴듯한 말이다.정론이다.흠잡을 필요없이, 그것은 사실이다.

스바루와 베아트리스는 어디까지나 남으로, 베아트리스의 소원을 스바루가 이해할 수 있을리가 없었고, 그 소원을 들어줄 생각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그렇다고 해도,정말로 베아트리스는 그걸로 된걸까.


― ― 그렇다면 어째서,베아트리스는 최후에 스바루를 감싸고.


"베아트리스는 비원을 이뤘다.나에게는,그것이 부럽고 말고.― ― 나의 비원은,아무래도 나로선 이루지 못할것~같군"


"― ― ― ―"


위화감 있는 말투였다.

어디에 위화감이 있는건지는, 별로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러나 어딘가에서 확실하게 위화감이 느껴진다.


"네....비원이라는건……"


"그건 말할 수 없다.말할 수 없는 계약이 되어있다,고 밖에 할 수 없~네.여기까지 입밖에 내는게 계약이 양보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마지노선일세.다~만,이것만큼은 말해줄 수 있지"


"― ― ― ―"


"나는 나의 비원 성취를 위해서 최선을 항상,항상,항상,항상 다하고 있지.의미 없는 행위는,부끄러울만한 짓은,무엇 하나도 하지 않을 생각일~세 "


당당하게,자신의 행위에 부끄러워 할만한 부분은 없다고,로즈월은 단언했다.

그렇게 가슴을 펴는 자세에 충격을 받은뒤, 천천히 스바루의 안쪽에서 거무칙칙한 분노가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그것은 스바루가 여기에 올때까지 참고있었던,감정이나 생각을 뒷전으로 한 이기적인 분노였다.그렇지만,거기에 몸을 맡기기에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필요한 것이라고……람과 가필을 죽인것도,이렇게 『 성역 』을 눈으로 뒤덮은것도, 전부……필요한 일이라서,그랬다는거야……?"


"흠,전자에 관해서는…… 아니, 이건 이야기가 엇나가게 되겠~지.후자에 관해서는 그 말대로야,그럼 대답이 되었~을까?"


"뭘 위해서!!"


이빨을 드러내고, 팔을 엉망으로 휘두르며 스바루는 외친다.


"뭘 위해서,이딴짓을 한건데!『 성역 』에 눈을 뿌려서,장난삼아 주민들을 괴롭히고……넌 뭐가 목적인건데!이런 일을 해서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거냐고 로즈월!"


"당연하잖아.― ― 에밀리아님이,고립되니까다"


"― ―하,하아?"


"다시 말하지.이렇게 눈을 쌓아 주민에게 피해를 주면.에밀리아 님은 고립되어서 매우 불안정한 정신상태에 빠지게 된다.그렇지,않았나?"


마치 보고 온 듯한 로즈월의 말투.묘소 안의 에밀리아의 상태는,로즈월의 뜻대로 된 모습이다.

그 일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해줄 생각은 없다.무엇보다 방금한 로즈월의 말 의미가, 그 동안 들은것 중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로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었다.


"이곳 마녀의 연고 토지에서, 에밀리아 님은 지금 『 성역 』을 해방하기 위한 『 시련 』을 한창 받고있는 중이지.그~럴때, 이렇게 『 성역 』에 국지적인 천변지이가 닥친다면……에밀리아 님께,어떤 눈길이 쏟아질까?"


"너……"


"직정경행의 가필이,이럴때는 도움이 되는군.그라면 그야말로 가장 먼저 에밀리아 님을 의심하고,목소리를 높였을꺼야.그의 목소리 크기에 누구나 생각하겠지.― ― 이 천변지이는 에밀리아 님의 행동 때문이라고"


로즈월이 정확하게 읽었다.가필은 그의 손바닥 위에서 춤추고 있었던 것이다.돌아온 스바루가 만났던 가필은, 혹한이 된 『 성역 』을 에밀리아의 소행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해서 『할 수 있는 존재 』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밀리아에게 모든 악의를 돌리는 토양이, 이 땅에는, 이 세상에는 있다.

그것이야말로 에밀리아가 오랫동안 시달려온, 편견이라는 악마이기도 하다.


"고립된 에밀리아 님은 어떻게 될까? 에밀리아님은,사실 꽤 약한 사람이야.자신을 긍정해주는 누군가에게,모든 신뢰를 맡긴다고 해도 이상할게 없지.그리고 누군가가 또, 에밀리아 님을 전력으로 지지하고 싶다고 생각해주면 감지덕지고"


"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깐....!"


로즈월이 말하는 내용을 막기위해,스바루는 팔을 뻗어 제지했다.

지금 뭔가,엄청난것을 듣고있는것 같다.

지금 뭔가,터무니 없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것 같다.

지금 뭔가,들어서는 안될것을 ― ―.


"의존해오는 에밀리아 님을,자네는 멀리할 수 없겠지.당연하다,사랑하니까.사랑하는 에밀리아 님이 모든것을 맡기려 한다면,자네는 그걸 거부할 수 없어"


"그런 ― ―"


일은 없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스바루는 방금도, 묘소에서 달라붙어오는 에밀리아에게 빠지는것을 참아왔다.참고서,여기로 왔다.


에밀리아의 유혹을, 사랑의 속삭임을,거부하는게 가능했던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그녀의 본심이 아니라는걸 알고 있는 이상,한가하게 빠져있을 수는 ― ―.


"지금은 아니다, 그렇게 대답하겠지.그게 그저,나에게는 안타까울 뿐이다.지금 자네에게는 조금,쓸데없는것이 너무 많은것 같군"


번민하는 스바루의 앞에서 로즈월이 발을 한 걸음, 조용히 앞으로 내디뎠다.

피 웅덩이를 밟아 물기 있는 발소리가 울리는 소리를 듣고서, 스바루의 몸은 무의식적으로 움츠러들었다.

긴 손발을 흔들거리는 로즈월이 다가오자,스바루는 목을 울리며


"나를,죽일 생각인가 ― ―?"


" 죽인다니,꽤~애 살벌한 생각을 하고있~군.네가 죽어버리면 곤란해지고 만다.어떻게든,나는 자네가 다시 시작하게 만들지 않으면 안되니까~,"


"에 ― ―?"


다가오는 로즈월의 말에,스바루는 순간 아연실색하고 만다.

그러나,바로 그의 말이 어긋나 있는것에서,인식의 차이를 깨달았다.


로즈월은 스바루가 『 다시 』시작할 수 있는것은 알지만, 그것이 『 죽음 』을 대가로 하는, 『 사환』인 줄 모르는 것이다.

때문에, 스바루가 자신의 의사로 『 다시 』시작할 때까지,스바루를 몰아붙이겠다는 것이다.또 그것은, 순식간에 죽이는 것 이상의 고통을 수반할지도 모른다.

로즈월에게 스바루를 해칠 의사가 없다면,기회는 있다.


"― ― 모두,들어와!!"


손을 들고, 스바루가 외친다.

그 소리에 로즈월이 눈살을 찌푸렸던 순간,창문과,벽,거실,사방에서 파괴음이 들려온다.그리고 찬바람과 함께 안으로 뛰어들어온 작은 그림자가 모두 스무명 ― ― 전원이 연분홍색의 머리색을 가진 어린 소녀다.


모두 한세트인 용모의 소녀가 늘어선것을 보고 로즈월은 한쪽 눈을 감고 스바루를 바라보며,


"복제체의 지휘권은 가필에게 옮겨가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배후일지도 모르는 네가 있는곳에 가는거라고.― ― 손에 들수 있는 패는,많은게 좋지"


― ― 묘소를 나오고, 가필과 설전을 벌인뒤의 일이다.

그대로 로즈월에게 따지려가려는 가필을 설득해서, 먼저 스바루는 크리스탈이 있는곳으로 가 복제체의 지휘권을 가필에서 자신에게로 이양시켰다.

그리고,류즈의 복제체를 로즈월이 요양하는 집 밖에 대기시켜두고, 만일의 경우에는 돌입시킬 준비를 하고있었던 것이다.


가필에게 볼모로 잡혀있는 렘은 대표 인격인 류즈에게 맡기고, 피란민과 거주자가 모두 피난해있는 대성당에 데려다 두었다.

모든 것은, 로즈월이 이 흉행의 실행범이었을때를 상정한 것이다.

― ― 물론, 가필과 함이 로즈월에게 살해당한것은,당연하게도 스바루에겐 예상 밖의 일이었지만.


"그래서, 나를 둘러싸고 어쩔 셈일~까나?"


"네가 맨손으로도 그토록 강한 것은 놀라웠지만, 역시 물량엔 장사없겠지.짐승화된 가필 정도라면 수가 많아도 힘들겠지만……"


로즈월이 람을 이용한것은 정면으로는 가필과의 승산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래도 스바루보다 훨씬 강한 것은 틀림없겠지만 ― ―,


"스무명이나 있는 수의 폭력으로 봉쇄한다.때리고,억눌러서라도,네가 알고 있는걸 모조리 털어놔 줘야겠어"


"계약의 준수가 얼마나 소중한지는,조건하에 있는 자네도 알고있을~텐데.."


" 아쉽지만 나의 경우는 저 쪽에서 마음대로 연결해놓고 깨려하면 벌을 주는 타입이라서 말이지.지금 오지 않았다는 건 세이프 라인이라는거다!"


비좁은 집안에게 스무명의 인원이 모이면 거의 만원 상태가 된다.

표정 없는 류즈 메이엘의 복제체들은, 스바루의 요청에 따라서 멍한 얼굴 그대로 로즈월에게 달려든다.


요격해야할 로즈월은 맨손인 채고,동시에 상대해줄 수 있는 인원은 두 사람까지일것이다.

밖의 날씨를 조작하고 있는 것이 독이 되어, 마법을 행사하지 못하는 로즈월은 수의 폭력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약간 괴로운 승리기는 하지만,스바루는 승리를 확신했다.그러나


"― ― 확실히 많기는 하지만"


"― ― ― ―"


"마법사를 상대로,수로 승부하는건 조금 어리석은 생각이지 않을~까"


화염이 옆으로 뻗어나가 사선에 있던 메이엘의 복제체가 송두리째 불태워진다.

불꽃의 벽이라고 불러야할 그것은, 뻗어나가며 진로에 있던 작은 몸들을 발끝에서 머리까지 다 먹어치고 먼지로,마나로,환원시켰다.


그것이 스바루의 눈에는,찰나의 붉은 빛과,열기가 실내를 석권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마법은 못 쓰는게……"


"기상 조작을 하는 중이라면.유감이~지만,내가 눈을 내릴 이유는 없어졌다~네.그래서,조금 전에 손을 뗐지.말하지 않았던건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


"뭐 ― ―크,악"


순간 말을 잃은 사이에, 접근한 로즈월이 스바루의 목을 잡고 있었다.가는 팔의 어디에 그만한 힘이 있는지, 가볍게 발이 바닥에서 떠서 버둥거리는 스바루를,로즈월은 내던졌다,


"후 ― ―."


복제체가 절반정도 부숴놓은 창문의 나머지 절반을 깨고,건물밖으로 던져진다.던져진 스바루의 몸이,바깥의 눈에 떨어져서 구르다가 벽에 부딪혀서 멈춘다.

진흙이 섞인 눈이 입안에 쏟아져 들어가, 내뱉으며 고개를 흔들고 얼굴을 들었다.

유유히, 남아있는 절반의 복제체와 함께 로즈월이 집에서 걸어나온다.명령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복제체는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그녀들에게 무슨 소리를 해야 좋을지,스바루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해도,아직 『 다시 』시작하지 않는건~가.아~니면,혹시 이미 끝난 뒤인가? 생각해보니, 『 다시 』시작하게 될 경우,나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되는건지는 모르는군.이건 난처하게 된게 아닐~까."


납작 엎드린 스바루의 옆에 와서, 로즈월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그 우스운 행동을 보고, 스바루는 통증과 답답함 속에서 느닷없이 떠오른 의문을 쏟아내고 있었다.


"로즈월……너,몇번이나,몇번이나 『 다시 』시작하니 어쩌니 하는데……"


"응? 중요한 이야기일~까나? 듣지 듣지"


"나는,네가 의문이다.남이 다시시작하는걸 전제로 하다니,어떻게 된거 아니냐고.……너도,사실은 "


기억을 잇는 수단같은게,있는건 아닌가.

묘소에서 꿈의 성에 틀어박힌 에키드나가 그렇듯이, 로즈월 또한 스바루가 『사환』을 한 이전의 세계의 기억을 이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고는 로즈월의 초연한 『 다시 』시작하는 것을 원하는 태도가 납득이 가질 않는것이다.


" 그렇다면 그걸로,좋아.하지만 그렇다면 나는,너와...."


협력도,가능한게 아닌가.

로즈월의 정체모를 목적에 수많은 이가 계속 희생당했다.

람과 가필을 죽이고, 에밀리아를 밀어붙인것을 결코 용납할 생각은 없다.그러나 로즈월의 힘을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감정론으로 밀어낼 수 있을 만큼 상황이 만만하진 않다.오히려, 절박하다.

독을 먹는걸로 ― ― 이 상황의 해결책이 보인다면,스바루는 독을 삼킬 각오가 되어있다.


"― ― 아무래도,쉽게는 가지 않을생각인가 보~군"


그러나 스바루의 가냘픈 희망의 끈은, 로즈월의 도리질에 거절당한다.

그리고 눈을 내리깐 스바루에게서, 시선을 뗀 로즈월은 손가락을 세운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콰-앙"


소규모의 불길이 피어 올랐고, 로즈월의 얼굴이 향한 방향에서 숲이 타고있었다.

때아닌 파괴 행위에 스바루가 눈을 크게 뜨자, 나무가 불타오르는 소리에 섞여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 ― 그것은,작은 동물의 단말마처렴 들렸다.


"― ― 설,마?"


"그~렇군.……이렇게 끝나는건가"


눈에 띄게 얼굴이 창백해진 스바루는 주위에 시선을 돌렸다.마찬가지로 그 자리에서 위치를 바꾸면서 로즈월은 몇번씩 날카롭게 손가락을 향하고, 그때마다 불길과 고기 굽는 냄새, 귀가 아플정도로 높은 울음소리가 『 성역 』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불탄 그것의 사체가 소리를 내며 눈앞에 자빠졌을때, 스바루는 명확히 이해했다.


"대,토...!"


대토,한 마리다.

숲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던 그것들을, 로즈월이 마법으로 하나씩 정리해나간다.

정리가 된 뒤에 나오더라도,그것또한 로즈월의 먹이다.

대량의 수를 상대로 한다면,로즈월을 능가하는 전력은 없다.그것을 지켜보고 있으면서도, 스바루는 가슴속에 있는 공포를 떨쳐낼 수가 없었다.


눈을 감으면, 온몸을 날카로운 이빨에 물어찢긴 기억이 되살아난다.

손가락을,몸을,내장을 온통 헤집어놓은 경험의 상실감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그짓을 했던 마수의 출현에,스바루는 영혼이 절규하는 소리가 들렸다.


" 하지만,아직 닷새인데...반나절 이상은,시간이 있었을텐데!"


"눈,이네"


"눈 ― ―!?"


"날씨에 간섭할 정도의 마법이다.당연히, 대기 중에 차가운 마나도 많이 생기겠지.하물며 눈의 영향으로 대성당에 『 성역 』의 전원이 쏠리고 있다.근처에 있던 마수에겐 알기 쉬운 이정표라는거야"


냉정하게 고찰하는 로즈월의 결론에 스바루는 "그럼……"하고 전율한다.

그 이론에 따르면,대토에게 습격당하는 『 성역 』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는


"대, 대성당. 대성당으로 가지 않으면……!"


"이미 늦었어.인원 수가 적은 이곳에 모습을 보인 시점에서,이미 먹이를 찾지 못한 개체들이 나오고 있으니까.― ―이제,남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저기에는..."


렘을 데려다 두었다.

류즈에게 맡긴 렘이,저기에 있었다.대성당에는 『 성역 』의 주민도 아람 마을의 피난민도 합쳐서,백명 이상의 사람이 있었다.

그것이 모두 사라진다는건,상상하기도 싫었다.


"로즈월. 지금은 휴전이다! 일단, 대성당으로 가자!생존자를 회수하고, 어쨌든 안전한 장소에……"


스바루는 로즈월에게 다가가 그 멱살을 잡고 호통을 쳤다.

그러나 로즈월은 자신을 잡고있는 스바루의 팔을 부드럽게 짓누르고


"도망? 도대체 어디로? 결계가 있다.『 성역 』의 주민들은 도망 칠 수 없지"


"그, 그건……"


"시간이 부족했어, 스바루 군.『 시련 』을 돌파하지 못하면 주민들은 『 성역 』을 넘을 수 없다.즉,너의 소망은 실현되지 않는다"


통보를 받고, 스바루는 눈 위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여기저기에서 류즈의 복제체가 쓰러진 스바루 주위에 모여들어서, 지시를 기다리는 태도로 대기하는것이 우스웠다.

그리고, 스바루는 뒤 늦게 깨닫는다.


아까까지 눈에 띄는 마수를 닥치는 대로 섬멸하던 로즈월이, 지금은 그 손을 완전히 멈추어 버린것을.


"로, 로즈월!손을 멈추면……설마, 마나가 바닥나서……"


" 싫다~아,그런일은 없네만? 나의 마나는 어떤 의미론, 무진장 많으니까-.그렇게 쉽게 바닥나진 않아.…… 바닥난건,살아가야 할 이유쪽이지"


서서히 숲에서 흰 털 같은 생물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체모와 같은 흰 눈에 작은 발자국을 남기면서,확실하게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다,다시 시작한다고 해도,이런식으로는…좀 더,제대로 이야기를 나눠야 하잖아!너는 다음이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하나, 착각하고 있는것 같~군, 스바루 군"


"아?"


"나는,자네가 다시 시작했다 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없다.자네가 다시 시작한곳에 있는 나는,지금의 내가 아니다.나는 여기서 끝이다.― ―하지만,그걸로 좋~다 "


망연자실, 스바루는 로즈월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예외적인 존재라고,로즈월은 자신을 그렇게 말한것이다.그것은 즉 로즈월은 스바루가 『 사환』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아는 인물이며, 이곳에서 죽는다는 것은 이 로즈월이라는 의식의 끝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으면서,여전히 스바루에게 다시 시작하라고 명령하고 있다.돌아간 곳에, 지금의 자신이 없다는걸 알고 있는데도.

그 생각 방식은 너무나도


"사람의 생각방식이…… 아니야……"


의식을 이어갈 수 있는 스바루와는 다르다.

의식을 이어갈 수 없는 로즈월은 죽으면 거기서 끝이다.

그 끝을 의식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 머지않아,자네가 진정한 의미에서 나를 따라잡을 때가 올꺼야, 스바루 군"


"로즈……!"


" 한가지 말해둘~까, 스바루 군.― ― 중요한 것이다.정말로 정말로, 너에게 소중한 단 한가지.그 이외의 모든 것을 놓아버려라.그 이외 일체를 놓아버리고,중~요한 것 단 하나만을 지켜내겠다는 생각을 해라"


"― ― ― ―"


"그러면 ― ―"


설명하듯이 손가락을 세운 로즈월.

그 로즈월의 손목에,바로 근처까지 다가온 대토가 올라타서 물어뜯는다.선혈이 낭자하고 로즈월의 오른팔이 손목부터 잘게 씹히고,왼쪽 팔에도 몇개의 송곳니가 찍히며, 살이 찢기는 둔탁한 소리를 낸다.


"로즈워어어어얼!!"


"― ― 너도,나처럼 될 수 있다"


광대의 미소가,크게 입을 연 토끼의 몸에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엄청난 수의 흰 토끼가 장신의 로즈월을 순식간에 뒤덮는다.옆으로 쓰러진, 무저항의 로즈월의 고기를 토끼가 탐낸다.탐낸다.탐낸다.

피가 뿌려지고, 살이 튀어서, 하얀 눈이 붉게 물들자,피투성이가 된 눈조차 아깝다는듯이 토끼는 그것조차 핥으며,먹어치웠다.


스바루는 그저 말없이, 로즈월이 로즈월이 아니게 되는것을 보고 있었다.

로즈월이라는 존재가 세상에서 사라지고,씹혀져 가는걸 보고 있었다.


― ―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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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보다는 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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