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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유일왕
원본주소 :http://ncode.syosetu.com/n2267be/232/


제 4장 66『붉은 설경』





― ― 묘소에서 스바루가 혼자 나온것을 보고,가필의 적의가 피부에 꽂힐정도로 높아진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묘소의 내부와 외부는,역시 한기의 기세가 달랐다.

어느정도 보온성이 있었던 묘소에 비해, 혹한의 상태인 『 성역 』은 서있는것만으로도 초단위로 체력과 체온을 빼앗기고 있는것만 같았다.

그치지 않는 눈보라와,시야를 가리는 하얀 장막.내쉬는 숨은 그대로 얼어 버릴 것만 같았고,스바루는 몸이 떨리는걸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어깨를 안고서 떨고있는 스바루를,가필이 노려보고 있다.

드러낸 이빨을 감추려는듯이,가필은 스바루의 뒤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네놈의 뒤에서 반마가 나올 기색이 보이질 않는것 같은데,어이"


"그래,나오지 않을거야.에밀리아는 지금,자고있는 중이니까"


" 자고,있다고?"


" 지쳤어.이틀 동안,깨어있을 때 마다 『시련』을 반복했었을테니까.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겠지.밥도 못먹은것 같고.여자 아이에겐,상당히 무리가 간다고"


강경하게 『 시련 』에 도전하고, 그럼에도 『시련』을 넘지 못한 에밀리아의 심정을 생각해보면,그 분함과,자신을 한심스러워 하는 모습이 상상이 간다.

그것은 분명, 스바루가 수없이 되씹어온 무력감과 동일한 것일테니까.


"― ― ― ―"


묘소 안, 『시련』의 방에서 에밀리아는 행복한 얼굴로 잠들어있다.

맹목적으로 스바루에 대한 사랑을 속삭이며,따뜻한 몸으로 껴안아줬던 에밀리아의 체온이 떠오르자, 스바루는 혈액이 끓어오를정도의 애정과,죽고싶을 정도의 회한이 들었다.


에밀리아가 볼을 붉히며,목소리에 열기를 띄우고, 스바루가 듣고 싶었던 말의 전부를,감정의 늪에 빠질정도로 해주었다.

그대로 부드러운 타락에 빠져서, 에밀리아와 함께 가라앉아 버렸으면 하고, 스바루가 얼마나 생각했었을까.그건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신 조차도 현혹시킬 에밀리아의 유혹을 떨쳐내고, 스바루는 이렇게 밖으로 나왔다.

안에서 잠들어 있는 에밀리아에게,밖의 일을 알려줄 생각은 없다.그리고 스바루는,가필의 해의가 에밀리아에게 닿게 해 줄 생각도 없었다.


스바루의 조용한 결의와 달리,가필의 분노의 불길은 약해질 기색이 보이질 않았다.

발밑의 눈을 걷어찬 가필은,흰 이빨에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반마는 꺼내오지도 못하고.눈도 멈출 기색이 없고.선물도 없이 꺼림칙한 냄새만 달고 돌아와서는,도대체 무슨 낮짝으로 내 앞에 선거냐,아앙?"


"― ― 에밀리아가,날 좋아한다고,말해줬어"


"…….…….…………하아?"


기세를 무너뜨리는 스바루의 발언이,너무나 장소와 맞지 않았던 탓일까.순간,무슨말을 하는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가필.그러나,곧 자신을 바보취급했다는걸로 판단하고 더욱 그 표정을 험악하게 하고는,


"상황이 이해가 안가냐? 아무래도,안에 틀어박힌 반마뿐만이 아니라 네 놈도 마찬가지인것 같구만! 잘도,이딴 상황에서 빌어먹을 네 자랑이 나오는거냐?어이 어이 어이 어이! 아앙!?"


노기가 열을 품은듯, 가필의 몸에 닿은 눈이 하얀 안개가 되어 증발한다.한층,가필의 몸이 커져보이는것은 눈의 착각이 아니라,그가 몸의 상태를 인간쪽에서 대호쪽으로 맡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면서도,스바루의 표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자랑,이라고 단정지어진 말을 입에 담은 그 때의 표정 그대로,마른눈으로 가필을 보고있다.

분노한 가필 앞에서,스바루는 다시 한번 말했다.


"에밀리아가,나를 좋아한다고,나한테 계속 함께 있어달라고,말해줬어"


"― 네 놈"


" 귀여운 얼굴로, 응석 부리는 목소리로,떼쓰는듯한 표정으로,녹아내릴것만 같은 숨결이 서로 맞닿는 거리에서…… 그렇게 말해줬어"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거냐!그 반마가 네 놈한테 달라붙은 것 쯤은,여기에 들어가기 전부터 빤히 보였단 말이다.말하지 않아도 서로 생각이 통하는 축복따윌 받은게 아니라면,이 몸이 알기 쉽게 설명을 ― ―"


욕설에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섞이기 시작했고,가필의 적의가 육체의 변화를 촉구시킨다.그리고 금방이라도 달려들것만 같은 가필의 말이,스바루에게 꽂힌다.

― ― 이제,한계다.


"……리가,없잖아"


"아앙? 잘 안들린다고,좀 더 명확하게……"


"― ― 에밀리아가 날,좋아한다고 말해줄리가 없잖아!"


"― ― ― ―읏"


고개를 들고, 스바루가 외쳤다.

그 감정의 격류에 가필조차 입을 다물었다.주춤하고 있는 가필을 노려보며, 비통한 표정으로 스바루는 감정을 폭발시켰다.


묘소 안에서 나눴던 말을,맞닿아있었던 열기를, 확인받았던 애정을,내팽겨쳐버렸다.

아쉽다.아쉽지 않을리가 없지 않은가.하지만,손을 떼기 어려웠던 그것은, 스바루의 안에서 진정한 의미로 빛나주진 않는다.

그 가짜 빛에 현혹될 정도로 어리석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렇게까지 바보가 될 수 없었던 부분이, 나츠키·스바루의 불행한 성격이었다.


"한번 더 말해줄까.에밀리아가 날 좋아하거나……나에게 응석 부리거나, 나에게 전부를 맡기고, 나만 있으면 그 이외엔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말같은건……절대로 "


"무,무슨 소릴 하는거냐,어이"


" 저렇게 나에게 의존하고, 나에 대한 감정이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단언할리가 없어.― ― 팩이 있었다면,나에게 저렇게 빠져줄일은,절대로 없어……"


에밀리아의 첫번째가 됬으면 하고,얼마나 바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스바루가 에밀리아의 첫번째가 되었다고 해서 자만할 수 있을 정도로,스바루는 자신을 고평가하지도 않았고,에밀리아를 과소평가하지도 않았다.

에밀리아가 가장 신뢰하고,최후에 매달리는것은,결국 팩이니까.


지금은 그 팩이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에, 그 다음의 의존 대상으로 스바루를 고르고 있을 뿐이다.

그 사랑의 고백이, 뜨거운 손가락이,떨리는듯한 한숨이,모두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 ― 진짜가,아니다.


고개를 든 스바루는,가필을 째려보았다.

격정의 파도가 조금 가라앉은것 같은 표정의 가필에게, 이번에는 거꾸로 스바루가 이빨을 드러내고,


"누가 저 아이를, 나 같은 피라미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몰아붙인거야? 저런 식으로,몇번이고 몇 번이고 마음이 꺾이면서도…… 그럼에도,멈춰서선 안된다고,그렇게 몰아붙인게 누구냐고!"


"그건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네가 택한 일이잖냐!그걸 이 몸이나……『 성역 』의 다른 사람의 책임이라고 하고싶은거냐,아앙!?"


스바루의 기세에,가필역시 기세를 부딪혀 되돌려준다.

부르짖는듯한 가필의 대답에,스바루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에밀리아를 밀어붙인게 누군가?

그 대답은, 물어볼 필요도 없이 알고있었다.


"누구 탓을 할 필요도 없어. 당연한거잖아...내 탓이다"


"― ― 하아!?"


"내 탓이다.에밀리아가 그렇게 내몰린것은 틀림없이 내 탓이다.나 떄문에,너 때문에,너희들 때문이다"


"…… 웃기지 말라고.중압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진다면 그건 그 녀석의 그릇탓이잖냐! 그딴 약해빠진 마음가짐으로, 잘도 그딴 높은 목표를 내걸다니,바보 취급 당해도 당연한거라고!"


" 그래.네가 말한 대로야.에밀리아는 곧게 중압을 견뎌내기에는 너무 상냥해.그래서 안고있는 것들을,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혼자서 무너져버려.― ― 사실은, 내가 그걸 받아주지 않으면 안됬었는데"


가필의 분노와 마주하면서, 스바루는 자신의 마음이 마치 주위의 하얀 광경과 동화한것처럼 얼어붙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명확하게 명분화 된 기분이다.


" 그래.내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있어.그걸 위해서,내가 있어...... 너에게 그렇게 말했던건 나였는데,뭘하고 있었던걸까……"


"뭘 마음대로 납득하고 있는거냐, 어이.……아니, 그만 됐어.이젠,됐다고.네 헛소리에 어울려주면 결말이 나지 않을테니.『 몰도바의 갈증은 고칠 수 없다 』다.네 놈으로 안된다면……"


"네가 묘소에 들어가서,에밀리아를 끌어내려는거냐……? 너에겐,그게 가능하니까 "


"……그건,무슨 의미냐"


낮은 목소리의 공갈.이쪽을 위압할 목적으로 나오게 된 가필의 말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스바루의 근거 없는 추측을 입에 담게 만들었다.


"가필, 네가 『 탐욕의 사도 』라는건 이미 알고있어.류즈의 복제체를 지휘할 권리는,그것밖에 없다는건 알고 있으니까"


"― ― ― ―"


"필연적으로 알 수 있는건, 『 탐욕의 사도 』인 너는 묘소안에 들어간 적이 있다는 사실이야.……아니, 『 시련 』을 받은 적이 있다는 편이 옳을까"


"― ―네,놈 "


"도전했던 거지, 『 시련 』에.왜 네가 그걸 완강히 숨기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성역 』의 주민들은 묘소에 들어가면 안된다는 결정 때문인지, 그게 아니라면 무덤에 들어간 너를 돕기위해 묘소에 들어갔었던 류즈 때문인가"


"― ― ― ―어"


가필의 얼굴색이 달라진다.

역시 그에게 가족에 대한건 상처가 되는 모양이다.비통하게 안색이 바뀌는 것을 보고, 스바루는 자신의 추측을 현재 진행형으로 바꾸어 간다.


"네가 묘소에 들어간 것은 프레데리카로부터 들었어.류즈가 들어갔던적이 있다는것도 알고있고"


"그.....입싼 여자가...! 여기에서 뛰쳐나간것도 모자라 외부인에게 뭘 떠벌거리고 다니는거냐......!"


"그걸 알려지면 위험해지는 상대라도 있는거야? 애초에『 성역 』의 주민들의 계약이라고 하는건 누구와 맺은거지? 『 성역 』을 만든 것은 마녀 에키드나다.그렇다면, 『 성역 』의 주민들은 사망자와 계약을 계속 지키고 있는거야?"


"그,이상은 ― ―!"


말하게 두지 않겠다,하고 가필이 땅을 걷어차,바람과 같은 속도로 스바루에게 달려든다.

철판도 뚫을만큼 날카로운 발톱이, 최단 거리에서 스바루의 안면을 겨냥해 ― ―,


"― ― 이 눈을 내리게 하고 있는건,로즈월이다"


"― ― ― ―"


핵심을 찌른 스바루의 눈앞에서,도달하기 직전이었던 가필의 발톱이 멈춘다.

망연자실한 얼굴을 띄우는 가필에게,스바루는 수긍했다.


"에밀리아가 아니야.팩도 없으니,에밀리아에겐 불가능해.만일 에밀리아가 이걸 일으킨거라고 해도, 그 애가 그 일을 내색도 않고 나랑 이야기 할 수 있을리가 없어"


"그,것도……네놈의 편리한 상상으로......!"


"그래, 내가 그렇게 믿고 있을 뿐이야.그 아이가 자포자기 상태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런 도를 넘는 신경질을 부릴 아이가 아니라고……내가 그렇게 믿고 있을 뿐이지"


소거법으로,범인취급 당하는 당사자는 꽤 불쾌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결코 근거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너희를 『 성역 』에 묶어두고 있는건,로즈월이잖아"


"그것도 프레데리카로부터 들은거냐?"


"설마……상황 증거와 정보를 정리하고,나머지는 선입견과 나쁜 인상으로 멋대로 추측했을 뿐이야.― ― 보아하니,맞는것 같네"


"― ― ― ―"


입을 다문 가필에게,스바루는 하얀 탄식을 내뿜는다.

― ― 흑막이라고 생각하던 인물이, 솔직하게 흑막이었을 때의 뭐라 말로 할 수 없는 탈진감이다.로즈월이 뭔가 꾸미고 있는 인물임은 명확했지만, 『 성역 』의 주민들을 이 곳에 처박아 계약을 유지하고, 그 주민들을 눈으로 괴롭히고 있는건 무엇때문일까.아무리 생각해봐도 제대로 된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직접 그 얼굴에 한방 갈겨주는수밖에 없겠지"


스바루의 결의가 담긴 중얼거림에,가필이 팔을 내린다.

그의 표정에도 마찬가지로, 스바루와 같은 강한 감정이 가득차있다는걸 알 수 있었다.



※※※※※※※※※※※※※



"― ― 아~무래도,제~법 화가 나있는 모양이~군"


문이 깨진 방의 침대 위에서, 스바루와 가필의 방문을 맞이한 로즈월은 그렇게 말하고는,평소대로의 광대 메이크업을 한채로 웃고있었다.


" 그렇지.지금도 상당히 나있어.나는 몰라도,이쪽이 금방이라도 덤벼들것 같은건 알겠지? 발언, 신경써서 해라"


입구를 막아서서,양손을 편 스바루는 턱으로 옆을 가리키며 그렇게 고한다.그 스바루가 가르킨 쪽에서, 가필은 낮게 으르렁대고 있었다.

짐승의 숨소리는,그가 마지막 남은 이성으로 인간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일까.실내라 해도,낮은 기온이 석재너머로 전해지고 있었다.스바루도,로즈월도 허연 입김을 토해내고 있지만, 가필의 호흡만은 붉은 색이 띌 정도로 뜨거웠다.


"재미 있는 조합이~지 않은가.분명,가필은 스바루 군이 돌아오면 바로 세로로 찢어버리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었던것 같은데?"


"사정이 약간 바뀔지도 모르니까 말이다.그게 정말로 사실인지 아닌지를 알아야,누굴 다진고기로 만들어야 좋을지 알 수 있을것 같으니"


"자연스럽게 무서운 대화하지 말라고.로즈월도,그런 터무니 없는 발언을 당연하게 꺼내지 말고 "


『 성역 』을 나와서 저택으로 가려했을때, 가필과의 대화는 스바루 자신도 혐오스러울 정도였다.그 굴욕을 잊지 않을 가필이 로즈월과 에밀리아에게 뭐라고 했을지는,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미간을 찌푸리는 스바루에게 로즈월은 "아니 아니~" 하고 고개를 흔들고, 한쪽 눈을 감고 노란 색눈만으로 가필과 스바루를 바라보며


" 그리 된다면 그렇게 될~걸세, 스바루 군"


"꽤 미움받고 있구나.조금 슬프다고,로즈치.내가 가필에게 갈기갈기 찢겨도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는거냐"


"이~런이런, 그렇게 나약한 소리 하~지말게.스바루 군과 가필이 부딪치면,반드시 가필이 이긴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 전적을 알게되면,아무리 너라도 무서워서 떨게될걸."


아무튼, 이 세계에 소환되고 이렇게 될때까지,상처가 아물사이가 거의 없었던 스바루가 단독으로 『 싸움 』에서 승리했던 경험은 거의 없다.

뒷골목에서 깡패들을 쓰러뜨린것과,빈사상태의 페텔기우스에게 마무리를 지은 정도일까.


"생각보다 성적인 느낌이 들지만,원기발랄한 가필과 붙었다가는 2초뒤에 고깃덩어리가 될거라고.그 정도는 자기분석 할 수 있어 "


" 그런가.의외로, 조건을 갖춘다면 좋은 승부가 될거라고 생각하지~만 "


눈을 가늘게 뜨고, 스바루를 위에서 아래까지 훑어본 로즈월이 말했다.그 말을 곰곰히 생각해보지만,수긍할만한 부분은 안타깝게도 없다.

스바루가 어깨를 으쓱하는 동작으로 로즈월의 말을 잘라내는것과,옆에 있는 가필이 바닥을 밟아 으스려뜨렸던건 거의 동시였다.


"그딴거,지금은 아무래도 좋잖냐!지금 말하지 않으면 안되는게 훨씬 더 넘친다고,아앙!? 잠들고 싶은거냐,네 놈들"


방 중앙에 발꿈치로 크레이터를 만들고 있는 가필은, 이빨을 드러내고 스바루와 로즈월에게 욕설을 날린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의 가벼운 견제행위가, 그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것 같다.무엇보다, 스바루에게 있어서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을정도의 뱃심이다.

가필의 의견에 따라,스바루는 일단 한번 고개를 끄덕인뒤


"밖의 눈, 내리게 한건 너구나, 로즈월"


본론에 곧바로 파고들어간다.


"― ― ― ―"


스바루의 질문에,로즈월은 입을 다문다.

스바루도 로즈월의 대답을 기다리며 입을 다문다.실내에 침묵이 떨어지고, 들리는것은 집 밖에서 창문에 얼어붙을것 같은 바람이 부딪치는 소리와,시계처럼 정확한 리듬으로 소리를 내는,가필의 송곳니 뿐이었다.


"스바루 군"


"아아"


"― ― 그건,나한테서 들은건가?"


"― ― ― ―"


그것은,의미를 알 수가 없는 질문이었다.

로즈월이 어떤 대답을 해올지, 스바루는 머릿속에서 여러가지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있었다.

뻔뻔스럽게 웃으며『잘 간파해냈구나-』같은 패턴이나,"무,무슨 바보같은 소릴……. 증거, 증거는 있는가!"하며 동요를 드러내는 패턴등등.가장 유력했던 것은 "자네가 무슨 소릴하는건지,잘 모르겠는데~"하고 강조하는 패턴이었지만.


로즈월의 대답은,상상했던 그 어느 대답과도 동 떨어져 있었다.


"너든 누구든 간에,지금,이렇게 너랑 대화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대답이 나오는거야.말이 잘못 나온거냐?"


"흐,음…… 그런가.그렇군.그렇게 된~건가……유감이다"


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채,스바루는 로즈월에게 전혀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표시를 한다.그러자 로즈월은 그 스바루의 말에 눈을 내리깔고, 가냘픈 숨을 몰아쉬면서 그렇게 내뱉었다.

평소에도 창백한 옆 얼굴이, 어쩐지 더 힘없이 보인다.그것은 육체가 만전의 상태가 아니란것과는 무관한, 로즈월의 마음의 상태에서 오는것이라고 스바루는 보았다.


"― ― 그렇~지.말 실수,말 실수였어.이상한 소릴 해버렸군"


얼굴을 들어올렸을 때, 로즈월은 방금한 발언은 철회하고 작게 미소지었다.

연지를 바른 입술이 그리는 미소가,평소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그렇지만,그런 로즈월의 사소한 변화엔 신경도 쓰지않고,가필은 발을 한 걸음 내딛었다.


"부정,하지 않는건가,어이"


"의심받는 신세에서, 꼴사나운 말을 늘어놔봤자 변명처럼 들리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도, 나~는 평소 언행과 행동에서 너희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자신이 없고-,"


"잘 알고있구만.그렇다면 이제부터 이 몸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상상이 가겠지……!"


날카로운 호기를 내뱉으며,가필이 달려들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다.

곧바로 가필은 로즈월의 목을 사로잡고,팔을 들어올렸다.순간적인 움직임에,스바루의 반응이 늦어졌던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 ― 네 놈"


"로즈월 님께 무례는 용서치 않아,가필"


옆방에서 뛰쳐나온 람이,날아드는 가필의 팔을 몸으로 받아들였다.

뻗은 오른팔이 가슴앞에서 붙잡히자, 가필은 눈앞의 람을 노려보며 목을 울린다.

람이 집 안에 있던 사실을 몰랐던 스바루는 그 출현에 놀랐지만, 적어도 그녀 덕분에 즉각적인 유혈 사태는 피할 수 있겠군,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 ―,


"람.너는 정말로,휼룡한 종자야 "


"네, 로즈월 님 ― ―"


두 사람의 대화가 귀를 스쳤을 때, 스바루는 그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주인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 몸을 던진 람을,로즈월이 격려한것이다.거기에 이상하게 생각할만한 부분은 없다.람은 확실히 해야할 일을 해냈다.

뭐가 문제인걸까.고개를 들고 미간을 찌푸리며,스바루는 생각했다.


침실 입구 앞에 서있는 스바루.정면에는,가필의 등이 있고,자그마한 람은 가필의 몸 너머에 서있다.두 사람의 등뒤에 침대가 있고, 그곳에서 로즈월이 요양의 목적으로 뒹굴거리고 있었던것이 이 방의 속사정이다.

― ― 로즈월은,어느새 일어서있었던 것일까.


"― ― ― ―"


순간적인 일이었던 느낌이 든다.

스바루가 눈을 살짝 깜빡인 순간,로즈월은 침대에서 일어나 근처에서 맹렬히 불꽃을 일으키고 있는 람과 가필 사이로 다가갔다.

그리고


"― ― ― ―"


저게,뭘까.

가필의 등에서,사람의 팔같은게 돌출되어 있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슴 정면으로,등 한가운데를 뚫고,다섯 손가락이 꿈틀거리는 그것이, 스바루는 사람의 오른팔로 보였다.


"커,흑......!"


눈 앞에서 가필의 몸이 크게 떨린다.

뚝뚝,그가 입고 있는 겉옷이 진홍색으로 물들고,무릎으로 떨어진다.몸을 가누지 못해 무릎을 꿇은 가필에게서,관통했던 팔이 사라진다.

순간,막아지던것을 잃은 구멍에서 대량의 피가 넘쳐흘렀다.


"― ― 에?"


쓰러진 가필.그것을 내려다 보는 람과 로즈월.

그리고,내려다 보는 람의 가슴에는


"로즈..."


"너는 정말,휼룡한 종자였다."


애잔한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는 람의 말을 끊고,로즈월이 부드럽게 말한다.

왼손이 람의 분홍색 머릿결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뺨을 붉게 물들인 람이 취한듯한 표정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 ― 그 미소짓는 입가에서,뒤늦게 선혈이 흘러내린다.


당연하다.

가슴을 등 뒤에서 관통당했으니까.


팔이 빠진다.

람의 작은 몸이, 그 가벼운 충격에 견딜 수 없어 앞으로 쓰러진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의 몸에서도 엄청난 출혈이 나오고 있는 가필이다.

그는 자신의 팔 안에 쓰러졌던 람을 일으키다,


"커...로즈.........라,ㅁ…람,람,람,람람람람람!"


순간 증오심에 지배될 뻔했던 마음이,눈앞의 연인의 모습에 흐트러진다.

가필은 팔뚝 안의 소녀의 이름을 몇번이나 외치고, 피가 섞인 표효를 해대며 양팔에서 창백한 안광을 방출시킨다.

선명한 그 빛이 치유 마법의 효과를 가져온다는것을,스바루도 알고있다.

가필이 자신을 포기하고서,그것을 사용하고 있다는것도.


가필은 방금 자신도 가슴을 관통당하는 치명상을 입었으면서도, 팔뚝 안의 람의 치료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의 육체가 심장의 고동에 맞추어 물결치듯이 변해간다.

노출된 피부엔 털이 생기기 시작했고, 송곳니가 자라기 시작했고, 눈동자의 동공이 갑자기 가늘어졌다.육체의 근육량이 압도적으로 늘고, 한 단계 더 커진 체구에 옷이 견디지 못하고 찢어지기 시작했다.

이성을 잃은 대호로부터의 대답이다.상처를 입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짐승의 본능과, 눈앞의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을 잇고 싶다는 인간의 이성이 격렬하게 불꽃을 튀기고 있다.

그러나


"― ― ― ―"


"짐승화가 되게 두면,성가셔지겠지"


가볍게 목을 기울인 로즈월이,그렇게 말하며 가필을 목표로 발을 들어올렸다.

옆에서 차올린 긴다리가 바람이 되어,가필의 머리에 직격한다 ― ― 알이 깨지는 듯한 가벼운 소리가 나자,가필의 머리가 빨갛게 터졌다.


목위를 잃은 가필의 육체.찢어진 목의 단면에서 분수처럼 피가 솟아나고,방을 혈취로 채우다가,람의 위에 시체가 쓰러진다.

거기에 깔린 램도,작게 미소짓고 있을 뿐,미동도 하지 않는다.

가필의 치유 마법의 효과는 발휘되지 않았다.로즈월의 손을 떠난 시점에서,심장이 파괴된 람의 고동은 이미 멎었던 것이다.

가필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전력을 기울였던것 뿐.


"아~무리 나라도, 날씨에 간섭하는 규모의 마법을 사용하고 있을 때는 다른 마법을 사용하기 어렵군.― ― 궁중 마술사로서,한심스러운 모습이야"


피로 물든 발을 가까이 있는 시트로 난폭하게 훔친후, 맨손으로 람과 가필 두 사람을 살해한 로즈월이, 미동도 못하고 있는 스바루를 쳐다봤다.

그리고 로즈월은,마치 평소와 다름없는 듯한 태도와 어조로 말했다.


"그럼 ― ―대화를 해볼까.나츠키 스바루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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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보다는 범재

-현역복무중- 취미로 ncode.syosetu 번역합니다. 趣味でncode.syosetuの翻訳をしています。 판권관련 문제는 sametim17@gmail.com으로 연락주시길. なにか問題があるならsametim17@gmail.comにご連絡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