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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을 포기하다[각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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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라피스와의 대화는 아침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도중에 사훼와 교대할 생각이 없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뭔가 거사를 치른 텐트에 고개를 들이민다는 행위에 매우 저항을 느꼈고, 그런 짓을 하느니 차라리 아침까지 혼자서 불침번을 맡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 거사라는 것은 적당한 시간에 끝난듯 했고, 그렇다면 라피스도 텐트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 로렌이지만, 어째선지 라피스는 자신의 텐트로 돌아가지 않고, 아침까지 로렌과 어울려주며 불침번을 하겠다고 했다.


뜻 밖에 2인1조의 불침번. 이라는 상황이기에 로렌이 거절할 이유가 없다.


그래도 하룻밤을 안자고 아침을 맞이한다는 행위가 라피스에게 어느정도의 피로를 초래하지 않을지 걱정했는데, 라피스가 말하기를 견습 신관으로서 교회에서 일할 떄에 잠을 잘 시간이 없는 일도 많았고, 너무 심하지만 않으면 밤을 새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단련이 되어 있다기에 로렌은 그 호의를 받아들여 불침번을 같이 하였다.


대화의 내용은 보잘 것 없는 잡담이 대부분이었다.


라피스도 그 동안 교회라는 환경에서 자랐다는 것도 있기에 그 만큼 할 얘기가 많은편은 아니다.


하지만 열심히 로렌에게 말을 걸며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노력해 주었기에, 로렌은 그 행동에 호감을 품었다.


단지 대화 중간중간 용병일 무렵 로렌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 것은 좀 난처하기도 했다.


교회에서 자란 신관이 끔찍하고 야만스러운 용병의 경험담 따위를 들어봐야 뭐하냐고 내심 고개를 갸웃거리는 로렌이었지만, 그것도 이제부터 모험가로서 살아가기 위해 조금이라도 지식을 늘리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에 이르러, 로렌은 대답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가능한 라피스의 물음에 답하였고, 어느새 아침을 맞이한 것이다.



"어라? 벌써 아침이야? 교대는?"


"......신경쓰지마. 이미 지난 일이니"



아침 햇살의 눈부심이 텐트 안까지 도달했는지, 꼼지락대며 깨어난 사훼가 신기한 어조로 로렌에게 물었지만, 로렌은 목소리에 불쾌함이 섞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그리 대답했다.


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 사훼의 뒤에서 흐트러진 모습 그대로의 나론과 옥시가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잠에서 덜 깬 멍한 눈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불만보다도 한숨이 먼저 입에서 나와버리는 로렌이었다.


기죽은 기색도 없이 쑥스러운 듯한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이는 사훼의 모습을 보자, 로렌은 이 일이 끝나면 바로 이놈들을 떠나서 다른 일자리를 찾으려고 굳게 마음에 맹새할 지경이 되었다.



"밥 먹고 바로 출발할거다. 마을까지 앞으로 얼마 안남았으니"



왜인지 이유를 묻고 싶어질 정도로 느슨한 미소를 얼굴에 띄운 마을 사람의 목소리에도 로렌은 어이 없다는 듯 이마를 누르며, 사훼 일행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는지 몹시 힘차게 대답을 하고, 라피스는 역시 곤란한 듯이 웃을 뿐이었다.


거기부터 마을까지의 길은 딱히 눈에 띄는 일 없이 평온 그 자체의 여정이었다.


정기적으로 군인이나 모험가가 가도변에 출몰하는 위험한 존재를 구제하고 있다는 것은 진짜인 듯 하여, 도적도 마물도 그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도착한 마을은 로렌이 보기에 특히 다를것도 없는 극히 평범한 개척촌이었다.


통나무를 깎아 만든 집이 늘어서 있고, 마을 주변에는 간소하지만 튼튼한 울타리가 쳐저 있으며, 일단은 외적으로부터 마을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다.


논밭이 그 울타리의 밖에 있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논밭을 늘리기 위해서 개간하는 것이 목적인 마을이지만, 넓은 논밭까지 울타리를 만들어서야 울타리를 어디까지 만들어도 충분할 리 없으며, 울타리를 만들기 위해 노동력이 쓰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마을 사람만 지키는 것이 목적인 울타리지만, 당연히 그것만으로 모든 외적으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을리 없다.


개척촌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위험이 수반될 것을 각오해야 하며, 그 생활은 도시지역에 비하면 상당히 괴로운 것이다.


마을 근처에는 상당한 크기인 숲이 있으며, 그곳에 이번 의뢰에서 고블린이 나왔다는 숲이다.


짐수레에 내려서 몸을 펴고 생각하던 로렌은 같이 마차에서 내린 사훼의 말에 귀를 의심했다.



"좋아, 그럼 바로 숲으로 들어갈까"



시간은 정오의 조금 전이었으니,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마을의 의뢰를 받았으므로 우선은 아마도 의뢰주일 마을의 촌장에게 도착 인사를 하고, 그 곳에서 의뢰에 대한 이야기를 확인하고 숲으로 가는 것이 보통이 아닌가 라고 로렌은 생각해, 사훼에게 얘기하자 아니나 다를까 나론이 달려든다.



"숲의 고블린을 토벌하면 되는거잖아? 무슨 확인을 한다는 거야"


"상대의 수라던가. 애초에, 의뢰주에게 인사도 하지 않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런건 여기까지 데려다 준 사람에게 촌장님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한마디 하면 되! 대체 고블린 퇴치 정도의 의뢰에 얼마나 시간을 쓸 생각이야?"



어렵던지 간단하던지 의뢰는 의뢰로서 하나의 일이다 라고 로렌은 생각한다.


그러므로 의뢰주에게 인사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파티에선 아무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몇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쉰다. 


용병조차 의뢰주에게 단장이 인사하러 가는 것은 상식이건만, 그 상식은 모험가라는 직업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듯 했다.



"촌장에게 말을 해 둘테니, 바로 퇴치할 수 있다면 잘 부탁해"



로렌을 마을까지 데려다 준 마을사람이 그렇게 말하자, '어때'라는 듯이 나론이 로렌의 얼굴을 째려보았다.

반박할 생각조차 사라져서 입을 다무는 로렌의 행동을 패배라고 생각했는지 득의양양한 얼굴의 나론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선 사훼가 전체에게 말했다.



"빨리 일을 끝내고 마을 사람들을 안심시키자고"


"그래. 어딘가의 신경질적인 용병 따위 냅둬도, 우리끼리도 충분하고 말야"


"나론, 전투에선 우리의 방패가 되어줄 사람이야. 데리고 가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어"



어느샌가 방패 대신으로 사용되는 것까지 정해져 있다고 로렌은 암담한 기분이 되면서, 등에 맨 대검의 손잡이에 손을 뻗는다.


싸움이 나면 전위로 나선다는 것에 이견이 없는 로렌이었지만 노골적으로 방패 취급받아서야 기분이 좋을리 없다.



"저......다치시면 확실히 치유마법을 사용할 꺼니까요"



편들어 주는 것인지 위로인지, 라피스가 그런 말을 로렌에게 하자, 나론의 기분 나쁜듯한 목소리가 퍼졌다.



"저런거에 치유라니 아깝잖아. 그건 사훼가 다쳤을 때를 위해 쓰는거야"


"으... 응......"



나론의 강한 어조에 거스르는 듯한 형태가 된 라피스에게, 신경쓰지 말라고 로렌은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따지고 보면 로렌은 주머니 속은 썰렁하며, 수중에 있는 짐 속에는 휴대용 식량밖에 들지 않았고, 본래 준비해야 했을 약 따위가 이번에는 전혀 없는 상태이며, 상처의 정도에 따라 잘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생긱 수 있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자신의 옷이라도 찢어 붕대 대용으로 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자, 기분이 밝아질 요소가 하나도 없다.


기분이 처진 로렌을 놓고, 사훼 일행은 마을까지 데려다 준 마을사람에게 이별을 고하고, 정말로 마을에는 한마디 인사도 없이 바로 근처의 숲으로 들어간다.


뒤쳐지면 또 무슨 말을 할지 모르기에 더이상 기분이 나빠질 일을 만들지 않는게 좋겠다고 생각한 로렌은 약간 빠른 걸음으로 그 뒤를 쫒았다.



"우선, 선두는 내가 담당한다. 나론은 내 지원을. 옥시와 라피스는 중간에, 로렌은 최후미를 경계해 줘"



사훼의 지시에 로렌은 말없이 끄덕였다.


배치로선 타당, 이라기보단 재미 없이 견실한 배치를 선택하고 있다. 그것은 사훼가 나름대로 파티로서의 행동의 기본이 되어있다는 증거였다.


그러나 마을에서 고블린에 대한 정보를 얻어오지 않았기 때무에 아무래도 쓸데없이 숲속을 돌아다녀야 했고, 탐색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한 로렌은 파티의 최후미에서 주위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그런 생각을 하였다.


이래서야, 물고기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채로 낚시를 하는 것 같았다.


물론 먹이에 해당하는 것은 로렌의 파티이다.


물고기가 많은 포인트를 듣고 거기에 먹이를 던져두면 나름대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물 속에 먹이를 끠운 낚시바늘을 던진다고 해서 낚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운에 달린다.



"저기 저기 사훼. 저런 곳에 산딸기가 있어"


"산딸기인가. 그러고보니 최근에 먹은 적이 없네. 조금 채취할까"


"월야초(月夜草)에 호죽(狐竹)...... 소재가 될 만한 식물이 제법 자라 있잖아"


"저... 저기 여러분? 고블린 퇴치가 우선이니... 그......"



숲에 들어서고 조금 뒤에 돌아가고 싶다고 맹렬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로렌이었다.


사전정보가 없는 이상 분명 숲속을 돌아다니며, 그 고블린과 조우하는 것 외에 의뢰를 수행할 수단이 없었지만, 사훼일행은 숲속을 탐색하고 있는 중에 고블린과는 다른 것에 흥미를 보이며, 게다가 그것을 채취하려는 행동을 한 것이다.


라피스가 안절부절하며 멈추라고 말을 걸고 있지만, 아무도 라피스의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로렌은 그 시점에서 이미 사훼일행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을 포기했으며, 오히려 제멋대로인 행동을 하고 있는 그들이 내는 소리가 고블린의 주의를 끌어주지 않겠느냐는 헛된 기대를 갖기에 이르렀다.



"괜찮은 건가요 이거?"



말을 걸어도 소용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라피스는 포기한 표정으로 로렌에게 찾아왔는데, 로렌도 할말이 없다.


용병이라면, 의뢰를 던져놓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인다는 것은 큰 문제로 발전하겠지만, 모험가에게 있어서는 어떤지 로렌은 모르기에 비난도, 화도 내지 않았고, 지금까지 사훼일행과 말하면서 뭐라 해봐야 통하지 않을것이라고 깨닫고 말았다.



"제 멋대로 하라 그래. 난 이제 모르겠다"



말투가 조금 난포가헥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로렌도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로렌의 될대로 되라는 말에 라피스는 킥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 로렌씨 포기하셨군요"


"너는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 라고?"


"방금 조금 꺾여버렸네요"


대답으로 어깨를 떨구는 라피스의 행동으로 조금 기분을 달래는 로렌.


이 정도의 일로 위안을 느낀다는 것은 상당히 피곤하다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신속히 의뢰를 정리하고 마을로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 되어 버리지만, 의뢰 자체를 수행하는데 사훼일행의 도움이 필요하며, 의뢰를 도중에 중단하고 돌아가려고 해도, 돌아가는 마차의 대금으로 라피스에게서 빌린 돈을 갚을 방법과, 도시에서의 생활비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발생한다.


어쨌던 사훼의 행동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른 로렌은 여전히 산딸기이니 버섯이니 시선을 돌려대는 나론이나, 그것에 딱 메달려 휘청휘청 걸어가는 사훼.


약 따위의 재료가 되는 식물을 물색하고 있는 옥시같은 파티멤버의 행동에 가만히 견딘다.



"너는 잘도 괜찮네?"



같이 파티 멤버의 행동을 지켜보는 쪽으로 온 라피스에게 로렌은 심심풀이 겸 그런 대화를 시도했지만, 라피스가 조금 강력한 시선으로 노려보고 있어 약간 놀라움을 느낀다.



"너 라고 부르는건 조금 기분이 나쁘네요"



나루호도, 호칭에 불만이 있었나. 라고 납득하는 로렌이었지만,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불러야 그녀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겠냐고 생각하며 잠시 머뭇거리다 불렀다.



"라피스... 씨?"


"라피스면 충분하다구요? 게다가 왜 의문형인가요?"


"이성의 이름을 불러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로렌이 용병단에 소속한 동한 접점이 있는 여성이라는 것은 고작 가는 곳에 있는 술집의 간판 아가씨 정도였다.


물자와 식량 조달은 그 전문 부서가 있고 거기서 도맡아 했으므로 로렌이 다른 가게의 점원 등과 만날 기회는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술집의 간판 아가씨라는 것은 전장이 바뀌면 만날 일도 없어질 것이며, 이름을 부를 사이가 되는 일도 없었다.



"뭐 그걸로 좋다면 나도 로렌이면 돼"


"아뇨, 저는 부디 로렌씨라고"



거기서 철벽을 치는가, 라고 입을 へ자로 구부리는 로렌이지만, 로렌을 지켜보는 라피스가 황급히 변명을 시작한다.



"그... 이건 말이죠, 제 말투가 그렇게 되어 있어서 딱히 로렌씨와 거리를 두려는 생각은 없으니 그......."



"부르기 편한대로 불르면 돼"



손짓 발짓을 섞으며 필사적으로 변명하는 라피스의 행동에 또 한번 위안을 느끼며 이쪽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다른 멤버들을 바라보고, 로렌은 빨리 고블린이 습격해 주지 않겠느냐고 어쩐지 신 같은 것에게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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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보다는 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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