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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을 포기하다[각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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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라피스와의 대화는 아침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도중에 사훼와 교대할 생각이 없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뭔가 거사를 치른 텐트에 고개를 들이민다는 행위에 매우 저항을 느꼈고, 그런 짓을 하느니 차라리 아침까지 혼자서 불침번을 맡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 거사라는 것은 적당한 시간에 끝난듯 했고, 그렇다면 라피스도 텐트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한 로렌이지만, 어째선지 라피스는 자신의 텐트로 돌아가지 않고, 아침까지 로렌과 어울려주며 불침번을 하겠다고 했다.


뜻 밖에 2인1조의 불침번. 이라는 상황이기에 로렌이 거절할 이유가 없다.


그래도 하룻밤을 안자고 아침을 맞이한다는 행위가 라피스에게 어느정도의 피로를 초래하지 않을지 걱정했는데, 라피스가 말하기를 견습 신관으로서 교회에서 일할 떄에 잠을 잘 시간이 없는 일도 많았고, 너무 심하지만 않으면 밤을 새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단련이 되어 있다기에 로렌은 그 호의를 받아들여 불침번을 같이 하였다.


대화의 내용은 보잘 것 없는 잡담이 대부분이었다.


라피스도 그 동안 교회라는 환경에서 자랐다는 것도 있기에 그 만큼 할 얘기가 많은편은 아니다.


하지만 열심히 로렌에게 말을 걸며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노력해 주었기에, 로렌은 그 행동에 호감을 품었다.


단지 대화 중간중간 용병일 무렵 로렌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 것은 좀 난처하기도 했다.


교회에서 자란 신관이 끔찍하고 야만스러운 용병의 경험담 따위를 들어봐야 뭐하냐고 내심 고개를 갸웃거리는 로렌이었지만, 그것도 이제부터 모험가로서 살아가기 위해 조금이라도 지식을 늘리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에 이르러, 로렌은 대답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가능한 라피스의 물음에 답하였고, 어느새 아침을 맞이한 것이다.



"어라? 벌써 아침이야? 교대는?"


"......신경쓰지마. 이미 지난 일이니"



아침 햇살의 눈부심이 텐트 안까지 도달했는지, 꼼지락대며 깨어난 사훼가 신기한 어조로 로렌에게 물었지만, 로렌은 목소리에 불쾌함이 섞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그리 대답했다.


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 사훼의 뒤에서 흐트러진 모습 그대로의 나론과 옥시가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잠에서 덜 깬 멍한 눈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불만보다도 한숨이 먼저 입에서 나와버리는 로렌이었다.


기죽은 기색도 없이 쑥스러운 듯한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이는 사훼의 모습을 보자, 로렌은 이 일이 끝나면 바로 이놈들을 떠나서 다른 일자리를 찾으려고 굳게 마음에 맹새할 지경이 되었다.



"밥 먹고 바로 출발할거다. 마을까지 앞으로 얼마 안남았으니"



왜인지 이유를 묻고 싶어질 정도로 느슨한 미소를 얼굴에 띄운 마을 사람의 목소리에도 로렌은 어이 없다는 듯 이마를 누르며, 사훼 일행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는지 몹시 힘차게 대답을 하고, 라피스는 역시 곤란한 듯이 웃을 뿐이었다.


거기부터 마을까지의 길은 딱히 눈에 띄는 일 없이 평온 그 자체의 여정이었다.


정기적으로 군인이나 모험가가 가도변에 출몰하는 위험한 존재를 구제하고 있다는 것은 진짜인 듯 하여, 도적도 마물도 그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도착한 마을은 로렌이 보기에 특히 다를것도 없는 극히 평범한 개척촌이었다.


통나무를 깎아 만든 집이 늘어서 있고, 마을 주변에는 간소하지만 튼튼한 울타리가 쳐저 있으며, 일단은 외적으로부터 마을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다.


논밭이 그 울타리의 밖에 있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논밭을 늘리기 위해서 개간하는 것이 목적인 마을이지만, 넓은 논밭까지 울타리를 만들어서야 울타리를 어디까지 만들어도 충분할 리 없으며, 울타리를 만들기 위해 노동력이 쓰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마을 사람만 지키는 것이 목적인 울타리지만, 당연히 그것만으로 모든 외적으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을리 없다.


개척촌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위험이 수반될 것을 각오해야 하며, 그 생활은 도시지역에 비하면 상당히 괴로운 것이다.


마을 근처에는 상당한 크기인 숲이 있으며, 그곳에 이번 의뢰에서 고블린이 나왔다는 숲이다.


짐수레에 내려서 몸을 펴고 생각하던 로렌은 같이 마차에서 내린 사훼의 말에 귀를 의심했다.



"좋아, 그럼 바로 숲으로 들어갈까"



시간은 정오의 조금 전이었으니,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마을의 의뢰를 받았으므로 우선은 아마도 의뢰주일 마을의 촌장에게 도착 인사를 하고, 그 곳에서 의뢰에 대한 이야기를 확인하고 숲으로 가는 것이 보통이 아닌가 라고 로렌은 생각해, 사훼에게 얘기하자 아니나 다를까 나론이 달려든다.



"숲의 고블린을 토벌하면 되는거잖아? 무슨 확인을 한다는 거야"


"상대의 수라던가. 애초에, 의뢰주에게 인사도 하지 않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런건 여기까지 데려다 준 사람에게 촌장님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한마디 하면 되! 대체 고블린 퇴치 정도의 의뢰에 얼마나 시간을 쓸 생각이야?"



어렵던지 간단하던지 의뢰는 의뢰로서 하나의 일이다 라고 로렌은 생각한다.


그러므로 의뢰주에게 인사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파티에선 아무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몇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쉰다. 


용병조차 의뢰주에게 단장이 인사하러 가는 것은 상식이건만, 그 상식은 모험가라는 직업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듯 했다.



"촌장에게 말을 해 둘테니, 바로 퇴치할 수 있다면 잘 부탁해"



로렌을 마을까지 데려다 준 마을사람이 그렇게 말하자, '어때'라는 듯이 나론이 로렌의 얼굴을 째려보았다.

반박할 생각조차 사라져서 입을 다무는 로렌의 행동을 패배라고 생각했는지 득의양양한 얼굴의 나론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선 사훼가 전체에게 말했다.



"빨리 일을 끝내고 마을 사람들을 안심시키자고"


"그래. 어딘가의 신경질적인 용병 따위 냅둬도, 우리끼리도 충분하고 말야"


"나론, 전투에선 우리의 방패가 되어줄 사람이야. 데리고 가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어"



어느샌가 방패 대신으로 사용되는 것까지 정해져 있다고 로렌은 암담한 기분이 되면서, 등에 맨 대검의 손잡이에 손을 뻗는다.


싸움이 나면 전위로 나선다는 것에 이견이 없는 로렌이었지만 노골적으로 방패 취급받아서야 기분이 좋을리 없다.



"저......다치시면 확실히 치유마법을 사용할 꺼니까요"



편들어 주는 것인지 위로인지, 라피스가 그런 말을 로렌에게 하자, 나론의 기분 나쁜듯한 목소리가 퍼졌다.



"저런거에 치유라니 아깝잖아. 그건 사훼가 다쳤을 때를 위해 쓰는거야"


"으... 응......"



나론의 강한 어조에 거스르는 듯한 형태가 된 라피스에게, 신경쓰지 말라고 로렌은 고개를 흔들어 보였다.


따지고 보면 로렌은 주머니 속은 썰렁하며, 수중에 있는 짐 속에는 휴대용 식량밖에 들지 않았고, 본래 준비해야 했을 약 따위가 이번에는 전혀 없는 상태이며, 상처의 정도에 따라 잘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생긱 수 있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자신의 옷이라도 찢어 붕대 대용으로 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자, 기분이 밝아질 요소가 하나도 없다.


기분이 처진 로렌을 놓고, 사훼 일행은 마을까지 데려다 준 마을사람에게 이별을 고하고, 정말로 마을에는 한마디 인사도 없이 바로 근처의 숲으로 들어간다.


뒤쳐지면 또 무슨 말을 할지 모르기에 더이상 기분이 나빠질 일을 만들지 않는게 좋겠다고 생각한 로렌은 약간 빠른 걸음으로 그 뒤를 쫒았다.



"우선, 선두는 내가 담당한다. 나론은 내 지원을. 옥시와 라피스는 중간에, 로렌은 최후미를 경계해 줘"



사훼의 지시에 로렌은 말없이 끄덕였다.


배치로선 타당, 이라기보단 재미 없이 견실한 배치를 선택하고 있다. 그것은 사훼가 나름대로 파티로서의 행동의 기본이 되어있다는 증거였다.


그러나 마을에서 고블린에 대한 정보를 얻어오지 않았기 때무에 아무래도 쓸데없이 숲속을 돌아다녀야 했고, 탐색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한 로렌은 파티의 최후미에서 주위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그런 생각을 하였다.


이래서야, 물고기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채로 낚시를 하는 것 같았다.


물론 먹이에 해당하는 것은 로렌의 파티이다.


물고기가 많은 포인트를 듣고 거기에 먹이를 던져두면 나름대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물 속에 먹이를 끠운 낚시바늘을 던진다고 해서 낚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운에 달린다.



"저기 저기 사훼. 저런 곳에 산딸기가 있어"


"산딸기인가. 그러고보니 최근에 먹은 적이 없네. 조금 채취할까"


"월야초(月夜草)에 호죽(狐竹)...... 소재가 될 만한 식물이 제법 자라 있잖아"


"저... 저기 여러분? 고블린 퇴치가 우선이니... 그......"



숲에 들어서고 조금 뒤에 돌아가고 싶다고 맹렬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로렌이었다.


사전정보가 없는 이상 분명 숲속을 돌아다니며, 그 고블린과 조우하는 것 외에 의뢰를 수행할 수단이 없었지만, 사훼일행은 숲속을 탐색하고 있는 중에 고블린과는 다른 것에 흥미를 보이며, 게다가 그것을 채취하려는 행동을 한 것이다.


라피스가 안절부절하며 멈추라고 말을 걸고 있지만, 아무도 라피스의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로렌은 그 시점에서 이미 사훼일행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을 포기했으며, 오히려 제멋대로인 행동을 하고 있는 그들이 내는 소리가 고블린의 주의를 끌어주지 않겠느냐는 헛된 기대를 갖기에 이르렀다.



"괜찮은 건가요 이거?"



말을 걸어도 소용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라피스는 포기한 표정으로 로렌에게 찾아왔는데, 로렌도 할말이 없다.


용병이라면, 의뢰를 던져놓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인다는 것은 큰 문제로 발전하겠지만, 모험가에게 있어서는 어떤지 로렌은 모르기에 비난도, 화도 내지 않았고, 지금까지 사훼일행과 말하면서 뭐라 해봐야 통하지 않을것이라고 깨닫고 말았다.



"제 멋대로 하라 그래. 난 이제 모르겠다"



말투가 조금 난포가헥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로렌도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로렌의 될대로 되라는 말에 라피스는 킥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 로렌씨 포기하셨군요"


"너는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 라고?"


"방금 조금 꺾여버렸네요"


대답으로 어깨를 떨구는 라피스의 행동으로 조금 기분을 달래는 로렌.


이 정도의 일로 위안을 느낀다는 것은 상당히 피곤하다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신속히 의뢰를 정리하고 마을로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 되어 버리지만, 의뢰 자체를 수행하는데 사훼일행의 도움이 필요하며, 의뢰를 도중에 중단하고 돌아가려고 해도, 돌아가는 마차의 대금으로 라피스에게서 빌린 돈을 갚을 방법과, 도시에서의 생활비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발생한다.


어쨌던 사훼의 행동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른 로렌은 여전히 산딸기이니 버섯이니 시선을 돌려대는 나론이나, 그것에 딱 메달려 휘청휘청 걸어가는 사훼.


약 따위의 재료가 되는 식물을 물색하고 있는 옥시같은 파티멤버의 행동에 가만히 견딘다.



"너는 잘도 괜찮네?"



같이 파티 멤버의 행동을 지켜보는 쪽으로 온 라피스에게 로렌은 심심풀이 겸 그런 대화를 시도했지만, 라피스가 조금 강력한 시선으로 노려보고 있어 약간 놀라움을 느낀다.



"너 라고 부르는건 조금 기분이 나쁘네요"



나루호도, 호칭에 불만이 있었나. 라고 납득하는 로렌이었지만,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불러야 그녀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겠냐고 생각하며 잠시 머뭇거리다 불렀다.



"라피스... 씨?"


"라피스면 충분하다구요? 게다가 왜 의문형인가요?"


"이성의 이름을 불러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로렌이 용병단에 소속한 동한 접점이 있는 여성이라는 것은 고작 가는 곳에 있는 술집의 간판 아가씨 정도였다.


물자와 식량 조달은 그 전문 부서가 있고 거기서 도맡아 했으므로 로렌이 다른 가게의 점원 등과 만날 기회는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술집의 간판 아가씨라는 것은 전장이 바뀌면 만날 일도 없어질 것이며, 이름을 부를 사이가 되는 일도 없었다.



"뭐 그걸로 좋다면 나도 로렌이면 돼"


"아뇨, 저는 부디 로렌씨라고"



거기서 철벽을 치는가, 라고 입을 へ자로 구부리는 로렌이지만, 로렌을 지켜보는 라피스가 황급히 변명을 시작한다.



"그... 이건 말이죠, 제 말투가 그렇게 되어 있어서 딱히 로렌씨와 거리를 두려는 생각은 없으니 그......."



"부르기 편한대로 불르면 돼"



손짓 발짓을 섞으며 필사적으로 변명하는 라피스의 행동에 또 한번 위안을 느끼며 이쪽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다른 멤버들을 바라보고, 로렌은 빨리 고블린이 습격해 주지 않겠느냐고 어쩐지 신 같은 것에게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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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보다는 범재

-현역복무중- 취미로 ncode.syosetu 번역합니다. 趣味でncode.syosetuの翻訳をしています。 판권관련 문제는 sametim17@gmail.com으로 연락주시길. なにか問題があるならsametim17@gmail.comにご連絡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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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정신을 차리다[각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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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의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망보는 것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


짐 마차를 갓길에 대고 말을 근처에 묶어두고 휴대식량으로 간단히 저녁을 마친 후, '할 일도 없는데'라면서 각자 쳐둔 텐트에 기어들어 갔다.


하지만 혼자서 불침번을 하면서 주위를 경계하던 로렌은 잠시 후 천막 중 하나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설마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얼어붙고 있었다.


그것은, 사훼가 자고 있는 텐트였다.


뭔가 부스럭거리며 움직이는 텐트의 그리 두껍지 않은 천 속에서 흘러나오는 요염한 소녀의 목소리가 두 종류.


로렌에게 딱히 엿듣는 취미는 없었는데, 안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쉽게 상상이 가 버린다.




"야외라고... 어이......"



당연하게도 말을 걸지는 않고 모닥불 근처에 앉아서 망을 계속하면서, 로렌은 믿을 수 없다는 어조로 투덜거렸다.


동시에 이래서야 교대를 하러 갈 수 없게 됐다고 생각한다.


설마 밤새도록 거사를 치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로렌이지만, 그 로렌이 노숙하는 장소로써 선택한 가도변에는 근처에 물을 얻을 곳이 없다.


그런 장소에서 해버린다는 것은 상식 밖으로 밖에 안 보이는 로렌이지만, 설마 사후 처리로, 운반하고 있는 짐 속에 아마도 들어있을 귀중한 물을 낭비한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된다면, 사훼가 자고있는 텐트 속은 냄새나 습기로 인해 터무니없는 상태에 이르러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침까지 시간을 둔다면 약간은 냄새도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교대 시간인 밤까지는 일의 영향이 남아있지 않을 리 없고, 로렌은 그런 텐트 속에 머리를 넣고 싶지 않다.



"참을 수 없었던 걸까"



게다가 로렌의 귀에 잡히는 소녀의 목소리는 두 종류이다.


이것이 사훼가 데리고 다니는 여성 세 명 중 두 명이 사훼와 그런 사이가 되어있다는 의미이다.


다른 두 종류의 목소리. 라는 것을 알아도, 만난 지 얼마 안 된 로렌은 그 두 목소리가 누구와 누구의 것인지까지는 알 수 없다.


도적 소녀는 거의 확실하고 나머지 하나는 누굴까 라는 매우 어이없는 생각으로 졸음을 밀어내면서, 로렌은 어쩔 수 없이 밤새워 불침번을 할 각오를 했다.


그래도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로렌이 타는 모닥불의 불꽃으로 시선을 떨구며 생각한다.


실제로 '잘 수 있냐'고 자신에게 물어본다면, 딱히 잠들 생각은 들지 않는 것이 현재 로렌의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게, 지금까지 로렌의 주위에는 용병단의 누군가가 반드시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도 없다.


사훼와 다른 애들의 경우, 셈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로렌은 멍하니 생각한다.


업무상으로 함께 행동할 뿐, 무엇보다 같이 보낸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동료가 없는 상태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경험이 지금까지의 로렌의 인생에는 전혀 없었던 탓에,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어제도, 라며 로렌은 쓴웃음을 지으며 생각한다.


여럿이서 같이 자는 숙소에서 로렌은 거의 자지 못하고, 얕게 잠들었다가 깼다가를 해가 뜰 때까지 계속 되풀이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다른 멤버들보다 상당히 빨리 집합장소에 발을 옮겼고, 몸의 피로는 전혀 풀린 느낌이 없었다.


활동하는 데 문제는 없지만, 로렌은 모닥불에 손으로 꺾은 나뭇가지를 던지면서 몸의 상태를 확인한다.


수면 부족과 체력의 감퇴.


이것들은 아무래도 판단력과 몸의 움직임을 무디게 하는 원인이 된다.


치명적인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로렌의 몸은 휴식을 원하고 있는 상태였다.


단지, 쉴 마음이 들지 않는다.


패전의 싸움 중에 헤어져 버린 동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라는 생각을 안 하려고 하지만, 모닥불 앞에서 불꽃을 보며 불침번을 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고 로렌은 입술을 일그러뜨린다.


살아 있으면 또 어디선가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단지, 로렌은 그 가능성이 많이 적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단이 궤멸하는 원인이 된 싸움은 지독했다.



"'그래도 부디'라고 생각하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무슨 일 있으신가요?"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입에서 새어 나온 혼잣말에 반응이 있다는 것에 놀라 로렌은 약간 허리를 세우며, 옆에 놓아두었던 대검 자루에 손을 뻗는다.



"놀라게 했나요? 죄송합니다.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죠"



로렌의 행동에 다소 당황한 목소리로 손을 휙휙 저은 것은 그때까지 자신의 텐트에서 잤을 터인데도 제대로 신관 옷으로 몸을 감싸고 있는 라피스였다.


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로렌은 일단 무기로 뻗던 손을 멈췄다.


하지만 밤늦게 자고 있던 파티멤버가 말을 걸어왔던 적도 없었고, 도대체 뭘 하러 온 것인지 의아한 시선으로 그녀를 본다.



"사실 그...... 옆의 텐트에서 말이죠......"



로렌이 입을 다물고 있던 것을 자신이 텐트에서 나오게 된 이유에 관해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라피스는 몹시 말하기 어렵다는 듯한 어조로 로렌에게 그런 변명을 시작한다.


그 부분을 들은 것만으로, 로렌은 라피스가 텐트에서 나온 이유가 짐작되어 '무리도 아닌가.' 하면서 경계를 풀었다.


즉, 라피스는 사훼의 텐트 안에서 이뤄지는 일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훼가 쓰는 텐트는 두꺼운 천으로 만들어졌고, 자는 사람의 몸을 추위 따위에서 지키는 데 다소 도움이 될 정도의 것이었지만, 근처에 있는 텐트에 완전한 방음을 기대하기엔 성능 부족이었다.


한번 잠이 들고, 아침까지 깨지 않으면 라피스도 눈치채지 못한 채 아침을 맞이했겠지만, 운 나쁘게도 눈이 떠져 버리고 만 것이겠지.


게다가 옆 텐트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귀에 들어가면 아무리 세상에 어둡다는 신관이라도 무슨 일이 그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지 조금은 상상이 될 만하다. 그리고 한번 상상해 버리고 난 뒤에 다시 잠에 든다는 것은 매우 고난도의 행위가 되어버린다.



"그, 잠이 안와서요...... 그래서 그......"


"아 이해했어. 힘들었겠네"



녹초가 된 어조로 로렌이 말을 걸자, 라피스는 곤란하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로렌 바로 옆에 앉았다.



"잠이 오거나, 그...... 원인이 사라지기 전까지 함께 있어도 되나요?"



앉고 나서 물어보면 안 된다고 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면서도, 로렌은 안된다고 답하지는 일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뭐.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고, 로렌이 불침번을 하고 있는 모닥불 주위에는 달리 앉을 곳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로렌도 누군가 근처에 있어 주면 졸음을 이겨내기 쉬울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눈이 닿지 않는 장소에 가 있다가 뭔가 일이 일어나면 그것은 망을 보던 내 책임이 되고 마니까 눈 닿는 범위 내에 있어 주는 편이 더 좋다.



"항상 이런 거야? 그야 모험가는 안정과는 거리가 먼 녀석이지. 내일 어찌 될지 모르니 저런 흐름이 되는 것도 이해는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고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평소와 다를 게 없긴 합니다...... '정말 건강들도 하시네' 라는건 비꼬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라피스의 대답은 로렌에게 다소 의외였다.


지금까지 용병단에 있던 로렌은, 신관과 정면으로 마주친 적이 없다.


사람을 죽이는 전쟁으로 먹고 살아가는 사람과, 신을 섬기는 신관과는, 사는 세계가 다르다고 할 정도로 접점이 없다.


 로렌이 아는 신관이라는 것은, 가끔 용병단의 동료 중에 크게 다친 사람이 나와서 그것이 단에게 있어 중요한 멤버일 경우, 그리고 단의 재정에도 여유가 있을 때만 고액의 요금을 내는 것으로 부를 수 있는 항상 언짢은 얼굴의 까다로운 노인이라는 이미지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옆에 앉아서 한숨을 내쉬며 다수 천박하다고도 할 수 있는 비유를 한 소녀는, 로렌이 가지고 있던 신관이라는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존재이며, 세상에 이런 신관도 있다는 것이 신선한 놀라움을 가져왔다.



"때와 장소를 가려줬으면 좋겠다, 라는 것은 사치스러운 욕구일까요? 뭐 그 대부분의 신님은 사람에게 '애를 낳아라' '번식해라' 라고 가르치고 계시니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관점도 있기는 하지만"


"신이라는 건 몇명이나 있어? 너는 어느 신의 신관이야?"



'상대를 탐색하는 놈은 미움 받는다'라는 것은 용병중에는 상식으로 알려진 행위이다.


용병이라는 직업을 생업으로 하고 살아온 자들은,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과거가 한두개는 있기 마련이니까, 라는 것이 이유. 로렌도 그걸 잘 알기에 지금까지 불문율을 지켜 온 것이다.


상대에 대한 정보를 어디까지 물어봐도 문제가 되지 않느냐? 라는 것은 판단하기 매우 어려우며, 그것을 실수해 큰일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용병들 사이에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존재하고 있다.


그래도 아무말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침까지의 시간이 아직 잔뜩 남아있으며, 게다가 신관에 대해서는 말해줄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라피스라면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라고 내심 조심하는 로렌이었지만, 라피스도 침묵으로 시간을 보낼 생각은 없었는지 대답은 금방 돌아왔다.



"저는 지식의 신 크클의 신관입니다. 그리고 신이라는 것은 명이 아니고, 주(柱)라고 센다구요? 저는 신경쓰지 않는 편이지만, 가끔 아주 신경쓰는 신관도 있으니 조심하는 편이 좋아요"


"아 미안해. 용병으로 자랐으니 말야. 배운게 없거든. 용서해 줘"


"그러셨나요. 그래서 왜 모험가가?"



가볍게 심도 있는 화제가 날아와서 로렌은 얼굴을 찡그렸지만, 저쪽이 상대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해 주었으니, 이쪽만 대답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은 좀 그렇다.

조금의 시간을 두고, 짧게 대답했다.



"소속해 있던 단이, 없어졌어"


"그건...... 죄송합니다. 안 좋은 이야기를 꺼냈군요"


"아냐. 괜찮아. 흔히 있는 이야기잖아?"



상승무패, 라는 것을 광고문구로 하는 용병단은 수없이 많지만, 그것을 정말로 실천하는 용병단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용병단은 승패를 반복하며, 피해를 주고받으며, 인원수도 늘었다 줄었다 하며 유지가 된다.


단지, 가끔 운이 나쁜 일이 생기고, 단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의 피해를 입어 소멸하는 단도 존재한다.


이번에는 우연히 로렌이 소속했던 용병단이 그런 재수없는 꼴을 당하고 말은 것이지, 용병단이 소멸하거나 발생하는 것 자체는 그리 신기한 이야기도 아니다.



"다른 단에 들어가서 용병을 계속하는 방법도 잇었겠지만, 그 전에 도망쳐온 그 도시에서 행동하는 데에도 필요한게 없어서 말야. 돈을 버는데 쓸만한 것이 힘 밖에 없었던 거야"


"그렇습니까...... 음, 로렌씨... 였나요. 강해 보이니까요"



라피스의 시선이 로렌 옆의 대검으로 향한다.


오랫동안 로렌이 써온 그 대검은 아주 투박한 것이었다.


장식같은 것은 일체 달지 않은, 로렌 가슴높이 정도의 길이의 굵고 거대한 도신에, 천을 둘렀을 뿐인 양손용 손잡이가 달려 있을 뿐인 물건이고, 외견대로 아주 무겁다.


로렌도 만족스럽게 다루게 될 때까지 몇년 정도 걸린 물건이지만, 수리나 단련을 계속 하며, 계속 사용해온 무기이다.



"그 대검의 칼날, 제 허리정도이지 않아요?"



그것은 대검의 칼날이 굵다는 뜻으로 말했는지 라피스의 허리가 가늘다는 자랑의 뜻으로 한말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고, 비교해 볼까 하고 왼손 하나로 손잡이를 쥐고 번쩍 들어보았다.


가벼운 금속을 쓰는 것이 아니라 칼날도, 문양도 전부 쇠이다.


그런 투박하고 무거운 물건을 왼손 하나로 가볍게 들어보인 로렌에게 라피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움을 나타냈다.



"잘도 드시는군요...... 놀라워요"


"양손무기이긴 하지만 항상 두손으로 잡지는 못하니까. 오른족도 왼쪽도 휘두를 정도는 단련하고 있어"



말하면서 로렌은 일어나, 대검의 칼날을 가볍게 지면으로 집어넣어 세웠다.



"비교해 볼래?"


"그러죠"



로렌은 농담으로 제안했지만, 심심했는지 라피스는 선뜻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일어서서 로렌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듯이 서있는 대검의 칼날에 자신의 등을 대 보았다.



"어때요? 역시 내쪽이 얇죠?"



질문에 렌은 시선을 대검의 칼날 너머의 라피스의 허리로 돌린다.


세로로 세운 대검의 칼날에서 그녀의 허리가 빠져나온 부분이 없다.


그것은 즉, 라피스가 말하는 대로 로렌의 대검의 칼날 두께보다 라피스의 허리족이 가늘다는 이야기 였다.


단지, 거기서 밑으로 시선을 돌리니 엉덩이가 조금 칼날의 끝에서 삐져나온 부분이 보였는데 나이에 걸맞은 몸매이며, 절대로 굵다고 말할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어.... 어때요? 그...... 얇....죠? 어... 설마......"



로렌에게서 대답이 없자 다소 당황하기 시작한 라피스


말하지 않는 쪽이 상냥함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가만히 칼을 바라보고 있는 로렌의 태도에 불안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어. 얇아. 틀림없이 내 무기가 더 두꺼워"


"그.... 그렇죠. 당연해요. 음 당연한 일이죠"



'엉덩이는 너가 더 굵지만'이라는 말은 삼킨 로렌이 라피스의 허리와 대검의 비교결과에 대해 대답을 하자, 라피스는 어딘가 안심한 듯한 말투로 걱정따위는 하지 않았다며 어깨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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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呆れから少し立ち直る [본문으로]

천재보다는 범재

-현역복무중- 취미로 ncode.syosetu 번역합니다. 趣味でncode.syosetuの翻訳をしています。 판권관련 문제는 sametim17@gmail.com으로 연락주시길. なにか問題があるならsametim17@gmail.comにご連絡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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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고 기가 막혀버리다[각주:1]

http://ncode.syosetu.com/n6221dl/3




다음날 아침, 로렌은 전날에 사둔 식량을 넣은 포대를 손에 들고, 등에 천으로 싼 대검을 매고선, 낡아빠진 가죽갑옷을 입은 모습으로 마을 동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꽤나 허름한 차림이지만,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것이 전쟁터에서 도망칠때 어딘가에 두고 왔고, 대용품을 살만한 돈도 전혀 없기에 어쩔 수 없었다.


조금 빨리 온 듯 사훼 일행의 모습은 없다.


어쩔 수 없이 로렌은 문을 경비하고 있는 병사들과 심심풀이로 이야기를 조금 해보기로 했다.


거기서 시작해, 로렌은 자신이 지금 있는 동네의 이름이 캇파(カッファ)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캇파라는 이름의 마을에 대해서, 로렌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어느 나라의 일부인 마을의 이름이긴 하지만, 용병이라는 것은 애초에 나라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며, 게다가 로렌은 소속하고 있던 위병단이 괴멸해 간신히 도망나온 신세이며, 도망쳐 온 마을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리가 없다



"좋은 마을이야 여기는. 뭐 왕도한테는 밀리겠지만 음식은 맛있지, 주민들은 좋은놈들 뿐이고 내 고향이고 말야."



태어난 것도, 자란 것도 이 동네라는 젊은 병사가 로렌에게 그런 말을 하고 있지만, 로렌에게는 애초에 고향이라는 것이 이해가지 않는다.


기억이 날 무렵부터는 이미 위병단이었고 말고, 그 다음부턴 전쟁에서 전쟁으로 전전하며 거처를 바꾸는 철새같았으니 말이다.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생활한다'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없는 로렌이 보기엔, 진심으로 이 캇파라는 동네를 좋은 곳이라고 하는 병사의 모습에는 약간 선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단지, 어딘가에 정착하기 위해선 우선 용병을 그만둬야 했고, 그 뒤에 생계를 이어갈 방법도 생각해야만 했다.


용병을 그만두는 것은 용병단이 괴멸했으니 어딘가 새로운 용병단에 참가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그만 둔 것이 될 테지만, 먹고 살 방법은 고민해야만 한다.


이대로 모험가를 계속해 이 동네에 뿌리를 내리는 것도 고려할만한 이야기이지 않냐고 생각하게 된 로렌의 앞에, 드디어 사훼 일행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쪽은 모두 다 팽팽하게 찬 자루를 등에 매고있어, 포대 하나밖에 없는 로렌과 비교면 상당히 중장비이다.



"어라, 너의 동료야?"



그때까지 좋은 이야기를 하던 군인의 목소리에 약간 혐오감이 섞였다.


'모험가라는 직업에 뭔가 일이 있었던 걸까?'라고 생각하는 로렌이었지만, 만약 그렇다면 자신에게도 그 혐오감이 향해지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뭐 겉모습이 모험가로 보이지 않은것이 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로렌은 답한다.



"동료, 라고할까 이번에 의뢰의 참가자, 이려나"


"그런가, 나쁜말은 하지 않겠지만 빨리 손절하는 편이 좋아. 이건 내 지론이지만, 파티멤버를 여자로 구성한 훈남은 멀쩡한 녀석이 없어"



로렌은 그것을 '지론이라고 하기 보다도, 질투같은 비뚤어진 종류가 아닐까?'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일부러 말로 해서 병사를 지적할 정도로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쓴 웃음과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을 해두고, 로렌은 캇파에 대해 알려준 병사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며, 여성 세명을 데리고 거리를 유유히 걸어오는 사훼와 함류한다.



"기다리게 했으려나?"



로렌은 그 질문에 고개를 가로로 젓는다.


애초에 만나기로 한 시간은 '아침'이라는 아주 애매한 시간이었고, 기다리는 시간을 사용해 병사에게 마을의 정보를 얻었으므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도, 로렌은 나중에 온 사훼에게 불평할 생각은 없다.



"그럼 전부 모인 듯 하니까 출발해 볼까. 걷는 것은 귀찮으니까 승합마차를 찾아보자"



사훼의 제안에 다른 멤버들은 이론이 없는 듯 했지만 로렌은 움직임을 멈춘다.


어제, 도보로 3일정도의 거리라는 이야기였기에, 틀림없이 걸어서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합이라고는 하지만 마차를 사용한다고 한다면 당연히 돈을 지불할 필요가 생긴다.


로렌의 주머니에 남아있는 현금은 몇일분에 휴대식량을 사고, 마을에서 가장 큰 여인숙에서 하룻밤을 잔 결과 바닥을 보이고 있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마차의 운임을 지불할 상황이 아니다.


자신만이 걸어간다는 형태가 된다면 당연히 마차와 사람의 속도는 차이가 나게 된다. 


'누군가에게 돈을 빌리거나 마차에게 뒤쳐지지 않게 자신만 달릴 수 밖에 없는가' 라고 각오를 다진 로렌의 손에, 살짝 넣어진 동전 몇개의 감촉.


놀라서 자신의 곁을 보니, 신관 옷으로 몸을 감싼 흑발의 소녀가 내 입술앞에 검지를 세운 상태로 로렌을 올려보고 있따.


다른 멤버들은 동문에서 나가는 승합마차를 찾고 있는지 이쪽저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어, 몰래 로렌에게 다가온 신관소녀 라피스의 행동을 눈치챈 듯한 기색은 없었다.



"곤란하시죠?"



미소짓는 라피스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하던 로렌이 답을 하기 전에, 라피스는 다그치는 듯이 말을 잇는다.



"동화이지만 10개 있어요. 아인까지라면 왕복 분의 운임으로는 충분할테니까 써 주세요"



지금부터 향할 마을의 이름이었지. 라고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생각한 로렌이 손 안에 들어온 동전에 흘끗 시선을 향하고, 라피스에게 의문을 포함한 시선을 돌리자, 라피스는 살짝 혀를 내민다.



"빌리는 것 뿐이니까, 사양하지 말기"



돈이 없다, 라는 것을 입밖에 내지 않고 이 상황을 넘길 수 있는 점에서 볼 때, 아주 도움이 되는 이야기인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돈을 주고 받는 행위는 용병 사이에서는 좀처럼 행해지지 않는 일이었다.


빌려주면 내일 살아있을 지도 모르는 용병이라고 하는 입장으로서 갚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가, 싸움의 씨앗이 되기 십상인 직업 특성 때문이라는게 그 이유겠지만, 모험가는 다른가 라고 생각하는 로렌에게, 라피스는 말을 이어갔다.



"여기서 빚을 하나 만들어 두면, 무슨 일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잖아요. 그런 선행 투자의 의미도 있습니다"



이유도 없이 돈을 빌려준다는 행위를 이해 할 수 없는 로렌이지만 그런 타산적인 이유가 존재한다면,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이 이상의 탐색을 하기 보다는, 감사히 받아두어야 한다고 생각한 로렌은, 손 안의 동전을 옷 주머니에 슬그머니 밀어넣으며 감사의 뜻을 담아 가볍게 라피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신경 쓰지 마시길'이라며 미소지은 라피스가, 로렌의 옆에서 떠나가는 타이밍을 계산한 듯이 사훼의 목소리가 다소 떨어진 곳에서 들린다.



"마차를 구했어. 동화 5장으로 아인까지 태워 주시는 듯해"



딱 빌린 돈의 절반의 금액이다. 


쓸데없이 창피당할 필요 없이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이게 된 것에 안도의 감정을 품고, 로렌은 이제 막 주머니에 넣은 동화 중 다섯개를 빼내 손짓하고 있는 사훼의 앞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참 다행이군요. 걸으면서 시간과 체력을 낭비하는 것은 바보같으니 말이죠"



아인 까지의 다리가 되어주실 분은, 마침 마을에서 물건을 사러 온 아인에 사는 농부였다.


중년에 접어든 듯한 그 남자는 마을에서 농작물과 모피 같은 것을 도시까지 운반하고, 마을에 필요한 도구와 식량을 사들여서 돌아가는 길이었다.


도시쪽으로 올때는 짐이 산처럼 있었지만 돌아갈때에는 작고 고가품으로 바꿔서 짐차에 꽤나 큰 공간이 생겼기에, 로렌 일행 5명 정도라면 가볍게 탈 수 있게 되어 용돈 벌이 같은 마음으로 마을까지 태워주시는 것 같다.



"우리 마을에 나온 고블린을 토벌해주는 모험가들이지? 그렇다면 빨리 데려다 줘야할것 같았구 말야"



그렇다면 다소 요금을 깎아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로렌은 생각하지만, 사훼는 농부에게 감사할 뿐, 액수를 흥정할 생각은 없어보이며, 설마 자신만 깎아달라고 할 수도 없기에 꾹 참는다.



사람이 걷기보다는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마차이기는 하지만, 짐수레를 끌고 있는 말은 농촌에서 사육되는 속도보다 힘을 중시한 종류에 말이며, 군마같은 속도가 나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걷는 속도의 배 정도는 나오며, 아침 일찍 도시에서 나온 농부는 도중에 하룻밤 자고, 다음날 오전까지는 마을에 도착할 것이라 사훼에게 알리고 있었다.


하루 반 정도의 시간을 오롯이 흔들리는 짐마차에서 보낸다는 것은 아무래도 힘든 일이었지만, 용병으로서 몇번이나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 로렌이 보기엔, 한탄할 정도의 일도 아니다.


마음이 내킨다면 사훼나 다른 사람과 이야기도 하면서 어느정도 상호 이해를 도모할까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도적인 소녀 나론과 마술사 옥시는 오로지 사훼만 신경쓰기에 대화를 할 실마리조차 찾지 못했다.


남은 한명인 라피스는 마차가 흔들리고 있는 동안은 눈을 감고 잠들어 있는 듯한 상태.


유일하게 상대해 줄 듯한 농부는 말을 다루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상태.


뒤에서 말을 걸어서 방해하는 것도 좋지 않을 거라 생각해, 어쩔 수 없이 로렌은 짐차 안에서 무릎을 감싸고,  무릎에 이마를 얹은 상태로 눈을 감고선 이 불편한 시간이 지나는 것을 기다리기로 정했다.


마차가 멈춘 것은, 슬슬 날도 저물아 밤이 될 시간이었다.



"오늘은 여기서 쉬도록 하자"



밤새 길을 따라 간다는 선택은 통상적으로 하지 않는다.


가도 주변은 모험가들과 그 길이 존재하는 나라의 병사들에 의하여 마물과 도적들이 구제된 상태에 있고, 그곳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대개 안전하다고 봐도 된다.


하지만 피해를 절대 입지 않는가? 라고 한다면 그것은 아니라고 할 정도로 공격당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 확률은 낮보다는 밤에 더 높기에, 야간 이동이라는 것은 상당히 다급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 상당한 솜씨가 있는 호위를 데리고 하거나, 그런 지식이 없는 바보들 정도 밖에 하지 않는다.


농부는 그 어느쪽에도 해당하지 않는 인종인 듯 햇지만, 로렌은 틀림없이 중간에 숙박시설같은 것이 있다고만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당연히 노숙을 하는 것밖에 남지 않는데, 생각해 보면 만일 역참이 있었다고 해도 지금 로렌의 주머니에는 하룻밤 잘만큼의 여관비조차 남아있지 않다.


도시에서 나올 때에 라피스에게 빌린 동전이 있기는 하지만, 겨우 5개 가지고는 다른 투숙객들과 방을 같이 쓰는것은 커녕, 마굿간을 빌리는 것도 벅차며, 더군다나 돌아가는 몫의 비용이 남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또 빌릴 수 밖에 없어지기에, 그럴 바에는 노숙이 몇배는 더 낫다.



"아~ 피곤해. 엉덩이가 아퍼"


"불평 하지 말고. 노숙할 준비를 하지 않으면 완전히 날이 저물어 버릴꺼야"



나론과 옥시가 짐차에서 내리면서 거리낌 없이 말을 하는 것을 농부와 사훼는 쓴웃음을 지으며 바라보고 있다.


주위에 마물이나 도적이 숨어있을 만한 숲이나 폐허같은 것은 없고 단지 평원이 펼쳐진 장소이지만, 로렌은 주변을 둘러보고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어디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생각없이 소리를 내 버리면 어떤 것의 주의를 끌게 될지 모르고, 주위에 차폐물이 없다는 것은 이 곳에서 불 따위를 사용하면 꽤 먼 곳에서도 거기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능하면 좀 더 이동하고 다소 와지[각주:2](窪地)가 있는 곳 까지 가고 싶은 로렌이었지만,  주위의 지형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간다 해도 그런 장소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이곳은 자신보다도 이 주변에 대해선 더 잘 아는 사훼와 농부를 믿고 최대한 경계하는 것밖에 할 수 없겠지 라고 기분이 쳐지는 로렌에게 사훼가 쐐기가 되는 한마디를 한다.



"망은 나랑 너가 보자"


"그건...... 둘이서 불침번을 한다는 거야?"



농부도 포함하면 이 자리에는 6명의 사람이 있다.

'

아침까지의 시간, 두 명이서 3교대로 하면, 그렇게 힘들지 않게 망을 볼 수 있을텐데, 굳이 둘이서 불침번을 하자고 하는 것은 뭘 생각하고 있는걸까' 라고 로렌은 생각했지만, 사훼의 대답은 그런 로렌의 생각의 예상을 깨부수고 있었다.



"아니, 우리들도 자지 않으면 힘드니까. 나랑 너랑 교대하자"


"한명만 불침번을 세운다고......?"



용병단에 있던 로렌에게는 상상도 못하는 것이었다.


물론, 단에 있을 때와 지금은 인원 수도 다르기에 똑같이 취급할 생각은 로렌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로렌이 있던 용병단은 두사람이 한 조라는 것이 상식이며, 그 이하로 행동을 할 경우는 예를 들어 혼자일 경우나, 자신과 동료 한명, 총 둘일 경우 뿐. 그것도 필요에 따라 어쩔 수 없을 경우에 한하고 있다.



"뭔가 불만 있어? 리더가 그러라고 하니 잠차고 따르기나 해"



단독으로 망을 보는 위험성이라는 것을 사훼에게 말할까 생각했지만, 그 입을 열기 전에 로렌이 뭔가 말하려고 하는 것을 본 나론이 힐책하듯이 소리를 지른다.


옥시는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내심 나론과 같은 생각인듯 로렌에게 돌리는 시선이 차갑다.


라피스만 딱히 관심이 없는 듯, 그렇게나 짐차에서 잤으면서도 졸린지, 눈을 비비면서 하품을 할 뿐이고, 대화에 참가할 생각은 없어 보이기에, '말해봐야 소용 없겠지'라며 로렌은 일찌감치 포기한다.



"알았어. 나랑 너, 어느쪽이 먼저 망을 보지?"


"너 먼저 해줘. 나는 일단 자고 싶어"



리더를 자처하는 자가 그래서 될까 라고 로렌은 생각했지만, 여기서 말다툼을 한다고 해도 상대측 편이 너무 많아 싸움이 안될 것은 명백하며, 피로만 늘어날 것이라며 입을 닫는다.



"알았어. 밤중에 깨우면 되겠지?"


"아 부탁해"



팔랑팔랑 손을 흔들며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다 라고 김빠진 대답을 하는 사훼에게 이유 없다고 하기엔 묘하게 뚜렷한 불안감을 느끼고, 로렌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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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出発して呆れる [본문으로]
  2. 움푹한 지대 [본문으로]

천재보다는 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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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받아 동행을 결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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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이라고 하는 마물에 대해 지식은 로렌의 머리속에도 있었다.

몸은 녹색에서 암록색으로, 키는 최대가 인간의 아이 정도인 비정상적으로 못생긴 인간형의 마물이다. 숲이든 산이든 늪지대든 어디든지 살고 있는 데다가, 생활 반경이 넓고, 게다가 순식간에 수가 불어난다.


성격은 잔인하지만 지능은 낮고,  여럿이라면 싸움을 직업으로 하지 않는 자라도 어떻게든 쓰러뜨릴 수 있을 정도의 힘정도밖에 없다.


작은 악귀라고 불리는 고블린이지만, 사실 그들의 무서움은 번식력에 있다.


어찌됬던 아이를 낳는 생물이라면, 대부분의 것과 교배를 해서 아이를 만드는 데다가, 겨우 수일 안에 거의 성인과 같은 능력을 얻는 이 마물은, 많은 경험을 쌓지 않은 신출내기 모험가들에게 그날의 일당으로서 사냥당하면서도, 조금도 수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끈질김만이라면 용을 능가한다는 마물이다.


전사풍의 청년이 '대단한 일은 아니야' 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이야기라고 로렌은 청년에게 안내받아 앉은 테이블의 위에 팔꿈치를 괴고, 청년의 동료라고 하는 멤버를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했다.


청년은 사훼(サーフエ)라고 한다.


모험가길드에 등록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전사이며, 경험을 쌓아 언젠가는 영웅이라 불리는 자들의 동료가 되고 싶다고 뜨겁게 말하는 모습은 거의 동년배인 로렌에게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며, 대체 뭐가 그를 그렇게 뜨겁게 만드는건지 물어보고 싶은  생각도 드는 로렌이지만, 전설인지 실제인지 구별없이 유명한 검사들의 이름을 말하면서 '언젠간 나도'라고 말하는 그에게 그런 것을 물어봐야 의미도 없고, 오늘밤의 수면시간에 지장이 있을정도로 말할 것이 딱 봐도 느껴졌으므로, 의문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끝나지 않은 그의 이야기를 의식의 얕은 곳으로 흘려듣고 있었다.


시선을 그 사훼의 옆에 향하니, 이쪽은 그 영웅담인지 존경하는 사람에대한 망상인지 모를 얘기를 계속하고 있는 사훼를 반짝거리는 눈으로 보면서 뺨을 붉히는 도적풍의 짧은 갈색 머리를 한 소녀가 앉아 있었다.


'소개받은 이름은 확실히 나론이었던가'라고 로렌은 떠올린다.


사훼의  소꿉친구이며 그와 같이 살아온 마을에서 모험가가 되기 위해 도시로 나왔다는 소녀이며, 행동이 빠르고, 손재주가 좋으므로 도적으로서 파티에 속해있다고 한다.


'도적'이라고 불리고는 있어도 범죄자인 것은 아니다.


모험가에게 있어서 도적이란, 범죄자인 도적과는 확실히 별개이며, 모험가길드에 등록해 있는 이상은 도적이라고 소개해도 갑자기 붙잡히는 일은 없다.


아마도 다른 적당한 호칭이 없었을 뿐인 것이라고 생각해 로렌은 시선을 더 돌려본다.


도적 소녀의 옆에는 어두운 청색의 로브를 몸에 두르고, 옆에 지팡이를 세워둔 마술사 소녀가 앉아 청년에 말에 질린듯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그 표정은 아무래도 뜨겁게 이야기하는 청년을 귀찮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지만, 로렌의 눈은 그 소녀가 찰랑거리는 금발을 가끔 쓸어올릴 떄마다 청년에게 안보이게 힐끔힐끔 청년의 행동에 눈을 향하고선 조용히 한숨을 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흥미가 없다는 기색을 보이면서 실제로는 청년이 말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 곁에서 보면 티가 나는 것이다.


이름은 옥시라고 하며, 그녀는 사훼나 나론의 오래된 지인은  아니고, 그 둘이 도시로 나와 모험가길드에 등록한 그 날에 둘과 만나, 이후 계속 같이 파티를 짜고 있다고 소개 받았다.


나이는 역시 그 둘과 비슷한 정도인가. 그 나이에 마술사 학교를 졸업했으며, 옆에 세워진 지팡이는 그 증거라 한다.


'하루에 마술을 세개나 쓸수 있거든요'라고 사훼는 말하고 있는데, 로렌에게는 그 굉장함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용병단에는 마술사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마술스라고 하는건 기본적으로는 국가나 귀족에게 고용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그렇제 못한 사람은 옥시처럼 모험가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용병을 하는 마술사는 로렌이 알기로는 없었다.


자신은 아니라고 하는데 사훼가 자꾸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니 틀림없이 뭔가 대단한 마술사인 것이라고는 생각하는 로렌이지만, 실제로는 하루에 세번밖에 사용할 수 없는 힘이라는 것이 어느정도 도움이 될지는 의문을 품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입밖으로 낸다면, 그것을 자랑스러워 했던 사훼는 물론, 옥시 본인도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떄문에 말하지는 않는다.


용병으로서 장수하기 위해서는 분위기라는 것을 어느정도 읽을 수 있어야한다고 로렌은 생각하고 있다.


생각없이 입을 열면, 상관할 필요도 없는 싸움에 말려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오래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 했다.


마지막으로,  로렌은 옥시에게서 더 옆으로 시선을 옮긴다.


거기에 앉아있는 것은, 흰색을 기반으로 한 신관복으로 몸을 둘러싸고, 검은 머리를 포니테일로 정리한 소녀다.


이름은 라피스라고 한다.


지식의 신을 섬긴다는 그 소녀는 조금 난처한 듯한 미소를 얼굴에 띄우고선, 가끔 미안한 듯한 시선을 롤렌 쪽으로 향하고 있다.


그녀도 또한, 사훼 일행이 도시에 도착한 후부터 파티에 들어온 멤버이며, 그들과 보낸 시간  로렌 이상, 옥시 미만이라는 정도라고 한다.


바로 전날 신관으로서 정식으로 임명된 경험이 적은 신관이며, 견문과 경험을 쌓기 위해 굳이 교회에서 일을 하지 않고, 모험가의 길을 택했다고 하는, 로렌이 보기엔 상당히 이상한 소녀였다.

 

신에게  기도를 바쳐 기적의 파편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법술은 실력이 그렇게 뛰어난 것도 아니고, 하루에 두번이 한계라고 소개받을 때에 수줍게 말한 그녀이지만, 이쪽도 로렌에게는 뭐가 부끄러운지 모르겠다.


물론, 용병단에는 그녀같은 신관도 재적하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원래 교회 밖으로 나오는 신관이라는 것 자체가 드문 데다가, 신관이 굳이 싸움으로 먹고살아가는 용병단과 행동을 함께하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법술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로렌은 본 적이 없지만, 상처를 회복시키거나, 독을 해독하는 것이 가능하다, 라는 것은 주워들은 적이 있으므로 용병단에 있을 적에는 한명정도 단에 신관이 있으면 꽤나 편리할텐데 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 신관을 용병단이 괴멸하고 나서 만난다는 것은, 아무래도 세상이라는 것은 그리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고 로렌은 생각한다.



"슬슬 의뢰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봐도 될까?"



이야기를 계속하게 냅두면 언젠간 질릴줄 알았던 사훼가 언제까지고 그런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에 질려버린 로렌은 그의 이야기를 끊을 수 있는 것이 자신정도 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말하는 사훼의 이야기에 끼어든다.


뭔가  이야기의 좋은 부분을 끊은 것인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 사훼와, 그 이야기를 중간에 끊은것에 대한 불쾌함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 나론의 시선을 그 몸으로 받으며 로렌은 속으로 크게 한숨을 토했다.


돈이 궁한 상태라고는 하지만, '좋지않은 파티에서의 권유에 걸려버린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자신도 모험가로서의 경험은 전혀 없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보기에 다른 멤버의 경험이 너무 적은것이 첫째.


그리고 게다가 더 궁금한 부분은, 자신에게 권유하러 온 사훼 이외의 멤버가 전원 여성이라는 점이다.


역할 분담의 관점에서 보면 밸런스가 맞을지도 모르지만, 남녀비에 대해서는 압도적으로 여성이 유리한 파티인 것이다.


용병단에는 여성이라는 존재가 거의 없다.


이것은 용병을 하는 여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단내에 여성이 있으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라는 현실이 있기에 그렇다는 것을 로렌은 소속된 용병단의 단장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여성이 들으면 눈살을 찌푸릴 듯한 이야기였지만, 실제로 여성문제로 단이 분열, 또는 소멸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를 로렌은 지금까지 몇번 들었기에, 반드시 근거없는 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고방식에서 보면, 여성이 많은 이 파티는  안쪽에 문제의 씨앗을 품고 있는 불안한 집단으로 로렌에게는 보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오래 지내는 것은 아니다, 당면한 돈벌이 떄문에 어울리는 것이라고 자신에게 변명을 하면서 로렌은 사훼에게 시선을 돌린다.



"여기서 이야기를 계속해봐야 동전하나도 안 떨어져. 너희들은 주머니사정에 여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빈털터리가 된 상태거든. 의뢰에 권유받았으니 의뢰에 대한 이야기를 학 싶은데. 문제가 있나?"


"아, 그렇네. 확실히 서로에 대한 것도 어느정도 알았을 것이니, 슬슬 본제로 넘어가도 좋겠지"


"저기 사훼, 정말로 이 녀석을 데리고 가는거야?"



의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하는 사훼에게, 불평하는 것은 나론이었다.

로렌에 대해서 불쾌한 기분을 숨기려고도 하지않고, 그녀는 말한다.



"이녀석 전직 용병이잖아?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놈을 우리 파티에 넣어도 괜찮아?"


그것은 큰 오해인 것을 로렌은 알지만, 반론을 입에 담는 일은 없다.


사실, 나론이 말하는 '돈만 주면 뭐든 하는 용병단'이라는 것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단지, 그것에 대부분이냐고 말하라면, '아니다'라고 로렌은 생각하고 있다.


로렌이 소속해 있던 용병단도 그랬지만, 어느정도는 일을 선택해서 받는 것이 용병단이라는 것이다.


정말로 생각없이 돈만 보고 더러운 일을 받게 되면, 받을 필요 없는 원한마저 받게 되며, 목숨이 몇개가 있어도 부족한 사태에 빠질 수 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일을 고르는 것이 현명한 용병단이라는 것이지만, 현명한 용병단이 있으면 현명하지 않은 용병단이라는 것도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며, 그러한 용병단이 용병 전체의 평판을 낮추고 있는 실태였다.


평판이라는 것은 좋은 것보다 나쁜것이 남의 입에 오르기 쉽고, 확산되기도 쉽다.



"오늘의 의뢰로 전위를 하나 넣자는 것에 로렌도 동의했잖아?"


"했지만 말야. 굳이 이런 녀석이 아니어도 되는거 아니야?"


"어쩔 수 없는 일인것 아닐까?"



불만을 표하는 나론에게 입을 연 것은 록시였다.



"경험도 실력도 없는 우리같은 파티에게, 그럴싸한 모험가가 참가해줄 것이라고는 생각 안해. 그리 생각하면 모험가로서의 경험은 없어도, 실전 경험은 있는 그가 전위로 가주는 것은 전력적으로 플러스라고 생각해"


"그럴지도 모르지만 말야... 라피스는 어떻게 생각해?"



지원군을 찾는 듯이 이야기를 신관소녀에게 넘기는 나론이었지만, 신관 소녀는 나론의 얼굴을 한번 보고선, 거기서 시선을 로렌의 얼굴로 향하고, 약간 고개를 갸웃했다.



"어떨까요... 저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데요"


"아~ 이래서 착한 신관님은. 용병같은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야"


"확실히 저는 교회에서 자라서 용병씨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사람을 보는 눈 정도는 있다고 생각해요"



대답한 라피스에게 나론은 하찮다는 듯이 콧웃음을 친다.



"딱히 계속 파티에 넣어달라는 이야기가 아니야"



귀찮다는 생각이 없는것은 아닌 로렌이지만, 앞으로 다시 다른 파티를 찾으려는 수고를 줄이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마음에 들지않은 멤버와 함께한다. 라는 경험은 용병을 할 때에 얼마든지 했기 떄문에 참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이번 의뢰에서만 임시라는 것이니, 참아줘"


"너만 좋다면, 정식으로 참가해도 괜찮다고?"



사훼가 권유해왔지만, 로렌은 그것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양호한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없을 것 같은 집단에 참가한다는 행위는 단점만 잔뜩이고 장점은 거의 없다고 로렌은 생각한다.


주머니 사정이 한 숨 돌릴정도가 되면 다른 파티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로렌의 판단이었다.



"이번 위뢰는, 고블린의 토벌의뢰야. 여기서 동쪽으로 도보 3일 정도에 있는 마을 근처 숲에 고블린이 나온 것을 퇴치해 달라는 마을에서의 의뢰야"


"아인이지? 그 마을에 간다면 고블린 퇴치 같은 맥빠지는 의뢰말고 더 좋은 의뢰가 있잖아"



나론에게 그런 말을 듣고 사훼는 곤란한 듯이 머리를 긁적거린다.


그것에 도움을 준것은 역시 옥시였다.



"새롭게 발견된 유적의 조사 의뢰 얘기야? 그런 의뢰를 우리가 받을 수 있을리가 없잖아. 길드도 더 실적이 있는 파티에 의뢰할거야"


"그런 말만 하니까 언제까지고 간단한 일 밖에 없잖아"


"이런 일들이 계속 쌓여서, 실적을 만들면 길드도 더 큰 의뢰를 주게 될거야. 그러니 이번은 참아줘"



사훼에게 그런 말을 듣고선, 나론은 그 이상은 물고 늘어질 마음이 없는지 불만스러운 표정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전혀 의사통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집단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야가기 일단락 한 것이라고 생각한 로렌은 사훼에게 물었다.



"그래서, 고블린의 수라던가, 무리의 규모같은 것은?"


"몰라. 마을사람이 숲에서 사냥을 하고 있을 때 조우해서 도망쳤다. 라는 것이 계기인 듯 해. 뭐, 어느정도 규모라도 어차피 고블린이야. 대단한 상대가 아니지"



맘 편한 소리를 하는 사훼.


그런 그에게 일말의 불안을 느끼는 로렌. 

하지만 상대가 고블린이라고 알고 있는 이상, 많이 위험한 상대도 아니라는 것은 맞기에 그 이상 묻지 않았다.



"문제가 없다면 내일이라도 출발하고 싶어. 다들 어때?"


"그렇네...... 괜찮지 않을까?"


"그렇다면 각자 왕복할 정도의 짐을 싸고, 내일 동문 앞에서 집합으로 하고 싶은데. 괜찮겠지?"



파티의 여성진에게서 이론(異論)이 나오는 일은 없었다.


로렌은 품속에 있는 지갑의 내용물을 생각한다.


내용물을 거의 다 쓴 지갑이 있지만 엿새분의 휴대 식량을 살 정도의 잔금은 들어 있을 것이다. 그걸 산다면 거의 무일푼이라는 상태가 되어 버릴테지만, 이동중에는 거의 노숙일것이고, 이동중에 뭔가 먹을 수 있는 동물 따위를 발견할 수도 있다.


한끼를 굶는 대신 담요 한장을 산다면 어떻게든 될거라고 생각한 로렌은 자신도 이론이 없음을 사훼에게 전하고 그 자리는 일시 해산이라는 흐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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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이 작가는 한문장이 무슨 한강마냥 기냐... 필력은 둘째치고 번역할 땐 어렵네...

게다가 한 화가 생각보다 꽤 길어...

게다가 연재주기가 초반엔 하루에 두 화도했어..

내년에나 따라잡겠네.


천재보다는 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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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친 끝에 막다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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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하나가 무너졌다, 어렴풋이 그런 소문이 났다.

그 자체는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야, 라고 모험가 길드에 있는 주점에서 혼자, 잔을 기울고 있던 로렌은 그렇게 생각했다.


무너진 마을의 주민에게는 안타까운 이야기기는 하지만, 무너진 마을이 농지를 새롭게 넓히기 위해 만들어진 개척지라는 걸 들으면, '그도 그럴 만하지'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애초에, 사람이 못 들어가는 토지를 개척해, 농토로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마을인 것이다.

사람이 들어가기 전부터 거기에 살고 있던 무언가에게는, 그들은 그저 침략자일 뿐이다.

이것이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라면, 선주권 이니 뭐나하면서 옥신각신할 테지만,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장소에 살던 자들이라는 것은, 대부분이 대화에 응해주는 존재가 아니기에, 그들의 인내심에 한계가 오면, 이번처럼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래도 뭐'라며 로렌은 취기에 조금 영향을 받은 시선을, 술집과 연결된 모험가 길드의 접수원에게 향한다.

거기에는 모험가라고 하는 이름이 멋질지도 모르지만, 실질적으론 돈을 벌기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어 하는 더러운 일을 받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자들에게, 그들과 서로 조력하기로 되어있는 장소에서, 퀘스트라고 하는 형태로 의뢰되는 일의 모집을 알리는 벽보가 잔뜩 붙은 보드가 하나 세워져 있었다.



"뭐, 잔뜩 늘었구먼"



보드에 붙은 의뢰서는 더는 붙을 자리가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틈이 없고, 게다가 겹쳐져서 붙어져 있다.

그 앞에 선 모험가들이 각자 의뢰서를 보면서, 각각 이게 좋니 저게 좋니 하며 감정을 흘리는 소리가 로렌의 귀까지 울렸다.



"베스타의 남쪽 마을이 당한 건가, 거기는 혼돈의 숲이랑 가까우니까 말이야"



"그렇다 해도 얕은 곳이라고? 마을 하나를 없앨만한 마물이 있다는 거야?"



"작은 것들이 무리로 나타난 거 아닐까? 농민들에겐 어려운 상대겠지"



그런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로렌은 머리를 지금 채운 문제는, 보드 앞에 선 모험가들의 목소리가 크다는 것과, 어딘지도 모르는 개척촌이 어떤 이유로 망하고 말았다는 것 같은 자신과 전혀 무관한 얘기가 아니다.



"돈이... 없어"



  로렌이라는 남자는 원래는 모험가는 아니었다.

  어느 용병단에 소속되어 돈을 받고 전쟁을 하는 용병을 생업으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용병단에 들어가 최근까지 그곳에서 일을 해왔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런 남자가 모험가 길드에 붙은 술집에 구석에서, 혼자서 잔을 기울이고 있느냐고 한다면, 그가 속해있던 용병단이 참가한 싸움에서 괴멸했기 때문이었다.


  돈을 받고 전쟁에 나가는 이상, 로렌도 지금까지 승전도 패전도 모두 셀 수 없을 정도로 경험해 왔다.


  그때마다 그럭저럭 견디어 내 온 용병단이었지만, 마침내 그동안의 을 갚을 때가 온 듯, 이길 것이라고 생각해 참가한 전쟁이 말도 안 될 정도의 대패로 바뀌고, 로렌의 동료들은 차례차례 잡히거나 떨어져서, 로렌 자신도 이젠 틀린 것 같다는 순간을 몇 번이나 맞닥뜨리면서도, 어떻게든 도망쳤다. 라는 것이 지금 로렌의 조금 전까지의 상황이었다.


  물론 그런 상황이니 주머니의 상태는 아주 좋지 못하다.

  원래부터 저축이란 말에서 용병이라는 직업은 아주 멀고, 로렌도 딱히 대비해 놓은 것이 없는 데다가, 패전에서 도망칠 때 전장에 들고 온 짐의 대부분을 버리고 왔다.


  남은 것은 입고 있던 가죽 갑옷과,  어찌어찌 잃지 않은 양손 대검이 한 개.

  거기에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작은 봉투에 있던 은화가 몇 장.

  그것이 로렌의 전 재산이었다.


  '무일푼으로 사회에 던져진 것보다는 꽤 낫나'라고 생각하는 로렌이지만, 그래도 뭔가의 방법으로 돈을 벌지 않으면, 조만간 길거리를 떠돌게 될 것은 명백하며, 로렌은 두통을 느끼며 가슴에 있던 금속제의 태그를 손가락으로 잡는다.


  '인식표'라고 불리는 그것은 모험가 길드에 등록한 증거였다.

  인식표의 재질이, 등록된 모험가가 속한 클래스를 그대로 드러냈으며, 방금 안 그래도 없는 돈을 얼마 내고 등록하고 온 로렌의 클래스는 길드 최하위의 값싼 동판일 뿐이다.


  상위의 클래스에 가면 갈수록, 재질은 보다 고급이고 희소한 금속이 되는 듯하지만, 로렌에게는 전혀 흥미가 없었다.

  그런 것보다, 지금은 이 인식표를 이용해 얻을 수 있는 일로, 어떻게든 어느 정도의 현금을 벌 생각밖에 그의 머릿속에는 없다.

  단지,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있었다.



"나, 혼자니깐 말야"



  동료가 뿔뿔이 흩어졌다.

  용병이라는 직업은 다른 사람들이 보면,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으로 먹고사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같은 용병단밖에 아는 사람이 없으며, 그 이외에 친구는 없다는 상황에 빠지는 것이 보통이다.

  로렌도 그와 다르지 않고, 게다가 전쟁터에서 겨우겨우 도망 온 상황에서 의지할 상대가 있을 리도 없었다.


  모험가 같은 직업을 택한 이유도 그 근처에 있다.

  세상에서 일반적으로 용병보다 조금 낫다는 정도인 모험가기는 하지만, 용병과 마찬가지로 이쪽도 일을 찾아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직업으로, 등록할 때 신원을 확인하지 않는다.


  범죄경력이 없는지 정도는 알아볼 수 있는 것 같지만, 그것조차 그 길드의 접수처가 있는 나라 내에서만 하는 것이 조건으로, 국경을 넘어버리면 범죄경력이 없다며 등록이 허용될 정도로 허술한 물건이었다.

  그러므로, 용병이라는 부평초 같은 생활을 해온 로렌에게도 등록금을 낸 것만으로 간단히 모험가가 된 것이다.


  하지만, 모험가로서 일하려고 해도, '나 혼자' 라는 것은 정말로 곤란한 상황이었다.

  뭘 하든지 간에, 혼자서 간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마물이라 불리는 존재를 토벌하는 의뢰를 받는다손 치더라도.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소재인 식물, 광석 같은 것을 채취하는 의뢰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잃어버린 무언가, 찾고 있는 누군가를 찾아달라는 탐색이라는 의뢰를 받는다고 해도.

  실력에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슨 일이 생겼을 때에 자신 혼자밖에 없다는 상황은, 대개 그대로 죽음으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도랑청소라도 할까?"



  손이 안 가는 의뢰기는 하다.

  로렌이 보기에 놀랄만한 일이었지만, 모험가 길드에는 도랑청소 나 하수구의 청소 같은 모험가라는 이름에서 심하게 동떨어진 인상을 주는 의뢰도 많이 있었다.


  돈만 벌 수 있다면 뭐든지 하는 직업이기에 그런 의뢰가 붙어있었겠지만, 그렇다면 모험가 따위의 화려한 이름 말고 만물상 길드라고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로렌은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의뢰라도 혼자인 로렌에게는 위험도가 낮은 데다가 나름 의뢰비가 지급된다는 매력이 있는 의뢰로 보이는 것이다.


  잠시 먹고살기 위해선, 진흙 범벅으로 일하는 것도 선택사항의 하나로서 버리기 어렵다.


  물론, 로렌도 진흙 범벅이 되는 것을 바라진 않았지만, 싸움과 도랑을 비교해 어느 쪽이 더 나은지 물어본다면, 도랑이라고 즉답할 정도로, 전장을 헤쳐온 로렌이 보기에 돈이 되면 냄새나 더러움을 참는 것 정도는 쉬운 것이었다.


  게다가, 도랑은 사람의 생활권 안에 존재하고 있는 곳이다.

  혼자서 의뢰에 간다고 해도, 생명의 위험에 노출될 걱정은 거의 없다.


  상당히 좋은 일이라는 결론에 다다른 로렌은 의뢰서가 붙어있는 게시판에, 그런 종류의 일이 없는가 찾으러 가기 위해 일어나는 순간,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저기 당신, 혹시 일 찾고 있는 거 아니야?"

  


  들어 올린 허리를 의자 위로 다시 돌려놓고선, 목소리의 주인에게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새 가죽 갑옷에 한 손 검을 허리에 걸은 검사 같은 금발의 청년이 한 명.

  로렌이랑 테이블을 하나 끼고 반대편에 서 있던 그 청년은, 로렌이 권유하지도 않았는데 자기 맘대로 의자를 들고 와서 반대편에 앉고선, 테이블 위에 몸을 기대며 다시 로렌에게 말을 걸었다.


"느낌상 당신, 검사지? 그것도 혼자 같은데. 대충 의뢰를 받으려고 해도 손이 부족해 곤란해 하는 거로 보이는데, 괜찮다면 우리 파티에 껴서 함께 의뢰를 받지 않을래?"


이것이 위병단에 있던 때라면, 당장 거절할 이야기겠지 라고 로렌은 얼굴을 맞댄 남자를 보면서 생각한다.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상대에게 일을 제안받는다고 '그럼 잘 부탁해'라며 머리를 숙이는 용병은 오래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일을 맡는다면, 우선 고객의 배후나 주변을 비우고, 뭔가 뒷소문이나 뒤가 켕기는 일이 없는지를 확인한 다음 결정한다는 게 로렌의 주변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

  용병이라는 것은 돈으로 고용되는 임시 전력이라는 존재이다.

  국가 등에 소속되지 않은 만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이점은 있지만, 반대로 뒷배가 전혀 없는 것이 보통이다.

  그만큼, 혹사당하는 경우가 잦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용병단은 일을 받을 때는, 그 거친 모습에서는 떠오르지도 못할 정도로 신중해진다.


  단, 예외가 있으며, 그 예외라는 것은 지금 로렌이 처한 상황에 딱 들어맞았다.

  그것은, 돈이 없을 때다.

  세상이라는 것은 무엇을 하러 든지 간에, 우선 돈이 없으면 무엇도 할 수 없고, 그것은 위병단도 마찬가지이다.

  단원을 먹이기 위한 돈, 장비를 새로 사거나, 유지보수를 위한 돈.

  전장에서 전장으로 이동하는데에도 돈을 들며, 일이 없을 때를 대비해 남겨두기 위한 돈도 필요하다.


  어쨌든 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며, 그런 돈이 부족하다면 일을 기호에 따라 선택할 여유도 없어진다는 것으로, 그런 상황에 빠진 용병단은 일을 조사하지도 않고 받아들이며, 운이 나쁜 자는 그대로 돈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는 신세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파티, 사람은 충분하지만, 전위가 부족해서. 당신 보기에 꽤 경험을 쌓은 검사 같아서. 손해는 안 보게 해줄 테니 우리랑 같이 가자"



저쪽이 말을 시작하고서부터 로렌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을 어떤 식으로 느꼈는지 모르지만, 청년은 열심히 로렌에게 권유하려고 말을 걸어왔다.

  귀찮은 것을 생각하지 않고, 목숨의 위협에 떨 필요도 없이 돈을 벌 수 있다면, 이 권유를 받는 것보다 도랑청소를 하는 게 더 낫지 않으냐고 로렌은 생각했지만, 좋아서 도랑청소가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걸 안 해도 된다면 부디 그 선택지를 고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뻗어진 이 손이 구원의 손길인지 나락으로 이끄는 손인지 로렌에게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어떤 의뢰를 받은 거야?"



전위를 권유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어떤 의뢰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 로렌은 질문했다.

  의뢰를 맡은 것을 들고 나서 청년의 권유를 거절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로렌, 희망이 있다고 보였는지 청년은 팟 하고 얼굴을 빛내며 어째선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로렌에게 말했다.



"간단한 토벌의뢰야. 내 파티, 도적하고 사제하고 마법사가 동료로 있는데, 혹시 조금 상대의 수가 많을지도 몰라서, 전위가 나 혼자인 건 불안해서 말이야."



"무슨 토벌의뢰를 받은 것인지 알려줘. 혹시 내가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르니. 이러니까 말이야."



목에서 인식표를 짤랑 소리를 내며 보여주며, 로렌은 청년에게 답했다.



"간단한 토벌의뢰야. 숲에 나온 고블린을 토벌해달라는 거"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듯이 로렌의 상태를 살피던 청년에게, 로렌은 애매한 긍정을 돌려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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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보다는 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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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줄끊긴 용병의 환상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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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章



도망친 끝에 막다른 길


권유받아 동행을 결정하다


출발하고 기가 막혀 버리다


약간 정신을 차리다


회복을 포기하다


습격에서 추격까지


추격에서 돌임으로


붕괴에서 도망까지


도망에서 고백으로



혐한작가 작품 번역중단합니다.

천재보다는 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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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가 버리고간 작품이나 신작 다 받습니다. 읽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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