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화 목록 다음 화



도망친 끝에 막다른 길

http://ncode.syosetu.com/n6221dl/1




마을 하나가 무너졌다, 어렴풋이 그런 소문이 났다.

그 자체는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야, 라고 모험가 길드에 있는 주점에서 혼자, 잔을 기울고 있던 로렌은 그렇게 생각했다.


무너진 마을의 주민에게는 안타까운 이야기기는 하지만, 무너진 마을이 농지를 새롭게 넓히기 위해 만들어진 개척지라는 걸 들으면, '그도 그럴 만하지'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애초에, 사람이 못 들어가는 토지를 개척해, 농토로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마을인 것이다.

사람이 들어가기 전부터 거기에 살고 있던 무언가에게는, 그들은 그저 침략자일 뿐이다.

이것이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라면, 선주권 이니 뭐나하면서 옥신각신할 테지만,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장소에 살던 자들이라는 것은, 대부분이 대화에 응해주는 존재가 아니기에, 그들의 인내심에 한계가 오면, 이번처럼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래도 뭐'라며 로렌은 취기에 조금 영향을 받은 시선을, 술집과 연결된 모험가 길드의 접수원에게 향한다.

거기에는 모험가라고 하는 이름이 멋질지도 모르지만, 실질적으론 돈을 벌기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어 하는 더러운 일을 받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자들에게, 그들과 서로 조력하기로 되어있는 장소에서, 퀘스트라고 하는 형태로 의뢰되는 일의 모집을 알리는 벽보가 잔뜩 붙은 보드가 하나 세워져 있었다.



"뭐, 잔뜩 늘었구먼"



보드에 붙은 의뢰서는 더는 붙을 자리가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틈이 없고, 게다가 겹쳐져서 붙어져 있다.

그 앞에 선 모험가들이 각자 의뢰서를 보면서, 각각 이게 좋니 저게 좋니 하며 감정을 흘리는 소리가 로렌의 귀까지 울렸다.



"베스타의 남쪽 마을이 당한 건가, 거기는 혼돈의 숲이랑 가까우니까 말이야"



"그렇다 해도 얕은 곳이라고? 마을 하나를 없앨만한 마물이 있다는 거야?"



"작은 것들이 무리로 나타난 거 아닐까? 농민들에겐 어려운 상대겠지"



그런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로렌은 머리를 지금 채운 문제는, 보드 앞에 선 모험가들의 목소리가 크다는 것과, 어딘지도 모르는 개척촌이 어떤 이유로 망하고 말았다는 것 같은 자신과 전혀 무관한 얘기가 아니다.



"돈이... 없어"



  로렌이라는 남자는 원래는 모험가는 아니었다.

  어느 용병단에 소속되어 돈을 받고 전쟁을 하는 용병을 생업으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용병단에 들어가 최근까지 그곳에서 일을 해왔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런 남자가 모험가 길드에 붙은 술집에 구석에서, 혼자서 잔을 기울이고 있느냐고 한다면, 그가 속해있던 용병단이 참가한 싸움에서 괴멸했기 때문이었다.


  돈을 받고 전쟁에 나가는 이상, 로렌도 지금까지 승전도 패전도 모두 셀 수 없을 정도로 경험해 왔다.


  그때마다 그럭저럭 견디어 내 온 용병단이었지만, 마침내 그동안의 을 갚을 때가 온 듯, 이길 것이라고 생각해 참가한 전쟁이 말도 안 될 정도의 대패로 바뀌고, 로렌의 동료들은 차례차례 잡히거나 떨어져서, 로렌 자신도 이젠 틀린 것 같다는 순간을 몇 번이나 맞닥뜨리면서도, 어떻게든 도망쳤다. 라는 것이 지금 로렌의 조금 전까지의 상황이었다.


  물론 그런 상황이니 주머니의 상태는 아주 좋지 못하다.

  원래부터 저축이란 말에서 용병이라는 직업은 아주 멀고, 로렌도 딱히 대비해 놓은 것이 없는 데다가, 패전에서 도망칠 때 전장에 들고 온 짐의 대부분을 버리고 왔다.


  남은 것은 입고 있던 가죽 갑옷과,  어찌어찌 잃지 않은 양손 대검이 한 개.

  거기에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작은 봉투에 있던 은화가 몇 장.

  그것이 로렌의 전 재산이었다.


  '무일푼으로 사회에 던져진 것보다는 꽤 낫나'라고 생각하는 로렌이지만, 그래도 뭔가의 방법으로 돈을 벌지 않으면, 조만간 길거리를 떠돌게 될 것은 명백하며, 로렌은 두통을 느끼며 가슴에 있던 금속제의 태그를 손가락으로 잡는다.


  '인식표'라고 불리는 그것은 모험가 길드에 등록한 증거였다.

  인식표의 재질이, 등록된 모험가가 속한 클래스를 그대로 드러냈으며, 방금 안 그래도 없는 돈을 얼마 내고 등록하고 온 로렌의 클래스는 길드 최하위의 값싼 동판일 뿐이다.


  상위의 클래스에 가면 갈수록, 재질은 보다 고급이고 희소한 금속이 되는 듯하지만, 로렌에게는 전혀 흥미가 없었다.

  그런 것보다, 지금은 이 인식표를 이용해 얻을 수 있는 일로, 어떻게든 어느 정도의 현금을 벌 생각밖에 그의 머릿속에는 없다.

  단지,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있었다.



"나, 혼자니깐 말야"



  동료가 뿔뿔이 흩어졌다.

  용병이라는 직업은 다른 사람들이 보면,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것으로 먹고사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같은 용병단밖에 아는 사람이 없으며, 그 이외에 친구는 없다는 상황에 빠지는 것이 보통이다.

  로렌도 그와 다르지 않고, 게다가 전쟁터에서 겨우겨우 도망 온 상황에서 의지할 상대가 있을 리도 없었다.


  모험가 같은 직업을 택한 이유도 그 근처에 있다.

  세상에서 일반적으로 용병보다 조금 낫다는 정도인 모험가기는 하지만, 용병과 마찬가지로 이쪽도 일을 찾아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직업으로, 등록할 때 신원을 확인하지 않는다.


  범죄경력이 없는지 정도는 알아볼 수 있는 것 같지만, 그것조차 그 길드의 접수처가 있는 나라 내에서만 하는 것이 조건으로, 국경을 넘어버리면 범죄경력이 없다며 등록이 허용될 정도로 허술한 물건이었다.

  그러므로, 용병이라는 부평초 같은 생활을 해온 로렌에게도 등록금을 낸 것만으로 간단히 모험가가 된 것이다.


  하지만, 모험가로서 일하려고 해도, '나 혼자' 라는 것은 정말로 곤란한 상황이었다.

  뭘 하든지 간에, 혼자서 간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마물이라 불리는 존재를 토벌하는 의뢰를 받는다손 치더라도.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소재인 식물, 광석 같은 것을 채취하는 의뢰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잃어버린 무언가, 찾고 있는 누군가를 찾아달라는 탐색이라는 의뢰를 받는다고 해도.

  실력에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슨 일이 생겼을 때에 자신 혼자밖에 없다는 상황은, 대개 그대로 죽음으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도랑청소라도 할까?"



  손이 안 가는 의뢰기는 하다.

  로렌이 보기에 놀랄만한 일이었지만, 모험가 길드에는 도랑청소 나 하수구의 청소 같은 모험가라는 이름에서 심하게 동떨어진 인상을 주는 의뢰도 많이 있었다.


  돈만 벌 수 있다면 뭐든지 하는 직업이기에 그런 의뢰가 붙어있었겠지만, 그렇다면 모험가 따위의 화려한 이름 말고 만물상 길드라고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로렌은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의뢰라도 혼자인 로렌에게는 위험도가 낮은 데다가 나름 의뢰비가 지급된다는 매력이 있는 의뢰로 보이는 것이다.


  잠시 먹고살기 위해선, 진흙 범벅으로 일하는 것도 선택사항의 하나로서 버리기 어렵다.


  물론, 로렌도 진흙 범벅이 되는 것을 바라진 않았지만, 싸움과 도랑을 비교해 어느 쪽이 더 나은지 물어본다면, 도랑이라고 즉답할 정도로, 전장을 헤쳐온 로렌이 보기에 돈이 되면 냄새나 더러움을 참는 것 정도는 쉬운 것이었다.


  게다가, 도랑은 사람의 생활권 안에 존재하고 있는 곳이다.

  혼자서 의뢰에 간다고 해도, 생명의 위험에 노출될 걱정은 거의 없다.


  상당히 좋은 일이라는 결론에 다다른 로렌은 의뢰서가 붙어있는 게시판에, 그런 종류의 일이 없는가 찾으러 가기 위해 일어나는 순간,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저기 당신, 혹시 일 찾고 있는 거 아니야?"

  


  들어 올린 허리를 의자 위로 다시 돌려놓고선, 목소리의 주인에게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새 가죽 갑옷에 한 손 검을 허리에 걸은 검사 같은 금발의 청년이 한 명.

  로렌이랑 테이블을 하나 끼고 반대편에 서 있던 그 청년은, 로렌이 권유하지도 않았는데 자기 맘대로 의자를 들고 와서 반대편에 앉고선, 테이블 위에 몸을 기대며 다시 로렌에게 말을 걸었다.


"느낌상 당신, 검사지? 그것도 혼자 같은데. 대충 의뢰를 받으려고 해도 손이 부족해 곤란해 하는 거로 보이는데, 괜찮다면 우리 파티에 껴서 함께 의뢰를 받지 않을래?"


이것이 위병단에 있던 때라면, 당장 거절할 이야기겠지 라고 로렌은 얼굴을 맞댄 남자를 보면서 생각한다.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상대에게 일을 제안받는다고 '그럼 잘 부탁해'라며 머리를 숙이는 용병은 오래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일을 맡는다면, 우선 고객의 배후나 주변을 비우고, 뭔가 뒷소문이나 뒤가 켕기는 일이 없는지를 확인한 다음 결정한다는 게 로렌의 주변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

  용병이라는 것은 돈으로 고용되는 임시 전력이라는 존재이다.

  국가 등에 소속되지 않은 만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이점은 있지만, 반대로 뒷배가 전혀 없는 것이 보통이다.

  그만큼, 혹사당하는 경우가 잦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용병단은 일을 받을 때는, 그 거친 모습에서는 떠오르지도 못할 정도로 신중해진다.


  단, 예외가 있으며, 그 예외라는 것은 지금 로렌이 처한 상황에 딱 들어맞았다.

  그것은, 돈이 없을 때다.

  세상이라는 것은 무엇을 하러 든지 간에, 우선 돈이 없으면 무엇도 할 수 없고, 그것은 위병단도 마찬가지이다.

  단원을 먹이기 위한 돈, 장비를 새로 사거나, 유지보수를 위한 돈.

  전장에서 전장으로 이동하는데에도 돈을 들며, 일이 없을 때를 대비해 남겨두기 위한 돈도 필요하다.


  어쨌든 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며, 그런 돈이 부족하다면 일을 기호에 따라 선택할 여유도 없어진다는 것으로, 그런 상황에 빠진 용병단은 일을 조사하지도 않고 받아들이며, 운이 나쁜 자는 그대로 돈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는 신세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파티, 사람은 충분하지만, 전위가 부족해서. 당신 보기에 꽤 경험을 쌓은 검사 같아서. 손해는 안 보게 해줄 테니 우리랑 같이 가자"



저쪽이 말을 시작하고서부터 로렌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을 어떤 식으로 느꼈는지 모르지만, 청년은 열심히 로렌에게 권유하려고 말을 걸어왔다.

  귀찮은 것을 생각하지 않고, 목숨의 위협에 떨 필요도 없이 돈을 벌 수 있다면, 이 권유를 받는 것보다 도랑청소를 하는 게 더 낫지 않으냐고 로렌은 생각했지만, 좋아서 도랑청소가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걸 안 해도 된다면 부디 그 선택지를 고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서 뻗어진 이 손이 구원의 손길인지 나락으로 이끄는 손인지 로렌에게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어떤 의뢰를 받은 거야?"



전위를 권유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어떤 의뢰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 로렌은 질문했다.

  의뢰를 맡은 것을 들고 나서 청년의 권유를 거절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로렌, 희망이 있다고 보였는지 청년은 팟 하고 얼굴을 빛내며 어째선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로렌에게 말했다.



"간단한 토벌의뢰야. 내 파티, 도적하고 사제하고 마법사가 동료로 있는데, 혹시 조금 상대의 수가 많을지도 몰라서, 전위가 나 혼자인 건 불안해서 말이야."



"무슨 토벌의뢰를 받은 것인지 알려줘. 혹시 내가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르니. 이러니까 말이야."



목에서 인식표를 짤랑 소리를 내며 보여주며, 로렌은 청년에게 답했다.



"간단한 토벌의뢰야. 숲에 나온 고블린을 토벌해달라는 거"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듯이 로렌의 상태를 살피던 청년에게, 로렌은 애매한 긍정을 돌려주는 것이었다.




이전 화 목록 다음 화



천재보다는 범재

-현역복무중- 취미로 ncode.syosetu 번역합니다. 趣味でncode.syosetuの翻訳をしています。 판권관련 문제는 sametim17@gmail.com으로 연락주시길. なにか問題があるならsametim17@gmail.comにご連絡を。